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6
아직도 여섯 마리가 달려오는 상황.
“준비해!”
위이이잉.
촥! 촥!
꽈앙—! 꽈앙—!
타워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영주님의 가드타워가 작동한다! 우리 영주님을 위하여! 돌격!”
검과 방패를 든 영지민들이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흰둥아! 물어뜯어! 영지민들을 도와줘!”
흰둥이도 영지민들과 함께 오우거를 향해 달렸다.
‘힘 증가.’
두근. 두근.
순간적으로 세상이 느려지며 전투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앞쪽은 그럭저럭 막았어.’
문제는 멀찍이 떨어져 방어타워의 사정거리 밖에 있는 오우거 마법사.
‘저놈만 잡으면 돼!’
우어어어!
오우거 마법사의 손에서 불덩이가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오우거 마법사에게 달려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오우거 마법사가 기다렸다는 듯 내게 파이어 볼을 쏘아냈다.
공중에 떠 있는 내 눈앞으로 축구공만 한 불덩이가 날아왔다.
“진우 씨!”
수진 씨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에라! 이판사판이다!’
이권을 위한 이합집산
나는 후라이팬을 들어 날아오는 파이어볼을 후려쳤다.
깡!
맑고 고운 소리와 함께 파이어볼이 튕겨 오우거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오우거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헐··· 이게 되네.’
후라이팬은 여러모로 훌륭한 무기다.
불길이 치솟는 오우거 마법사의 어깨를 향해 뛰어올랐다.
오우거 마법사의 분노한 눈빛이 나와 마주쳤다.
“그러게 그냥 여기서 살지 왜 튀어나와?”
나는 그대로 테이저건을 오우거 마법사 목덜미에 발사했다.
퓩.
테이저건의 전극이 목에 박혔다.
파즈즈즈즈즈즈.
그어어어어어.
오우거 마법사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쿵.
이내 바닥에 쓰러지며 입가에 거품을 물었다.
‘정말로 전기에 약하네.’
총을 맞아도 버티는 것들이 테이저건 한 방에 힘없이 쓰러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기회를 잡은 나는 후라이팬을 세로로 들어 오우거 마법사의 목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깡! 깡! 깡! 깡!
힘 증가로 더욱 강력해진 타격.
후라이팬이 찌그러질 정도로 계속해서 후려치자 오우거 마법사의 목이 터져나가며 피가 솟아올랐다.
크르르르륵.
오우거 마법사가 몸을 축 늘어트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뒤에서 싸우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떠올랐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쓰러진 오우거들 시체 위에 한스가 태연히 걸터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주님, 엄청나게 강하시네요? 오우거 마법사를 그 주방 식기 하나로 때려잡으시다니···.”
“오우거를 두들겨 패서 죽인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봤어.”
제롬이 식은땀을 흘리며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피해는 없나요?”
영지민들은 전사 궁수 마법사가 되어 싸웠다.
기동대원들은 다가오는 오우거에게 테이저건을 쓰며 보조했다.
“저 신기한 전격 마법 아티팩트 덕에 전투가 아주 수월했습니다.”
한스가 눈에 빛을 내며 테이저건을 바라보았다.
넬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마법 지팡이를 들었다.
“전격 계열 마법사는 아주 희귀해요. 저도 죽을 고생을 하면서 겨우 배웠는데···.”
“영주님의 영지는 정말 신기한 게 많습니다. 우리가 영지를 정말 잘 고른 것 같아요. 흐흐.”
영지민들이 기분 좋게 웃음 지었다.
“기동대 여러분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팀장이 질린 표정으로 오우거들을 바라보았다.
“저, 저희가 한 게 뭐 있나요.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김치찌개 아주 맛있었어요.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임무 완료 : 오우거 마법사 처치] [레벨 업!] [포인트 1 지급] [서진우 님의 소유 방어 타워가 총 9마리의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진우 님의 영지민이 총 3마리의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진우 님이 단독으로 오우거 마법사를 처치했습니다.] [기여도 100%] [레벨 업!] [포인트 4 지급]처음에 죽인 오우거 세 마리와 영지민들이 죽인 오우거까지 모두 내가 처치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기동대원들은 실질적인 피니쉬를 먹이지 못한 듯 방어 타워의 처치로 기록되었다.
[업적 : 영지 방어] [포인트 1 지급]총 6개의 포인트가 생겼다.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것 같다. 그래 봤자 금방 다 쓰겠지만···.
나는 힘 증가를 다시 사용한 뒤 상태가 괜찮은 오우거 네 마리를 연구시설에 옮겨두었다.
“뭐 하시려고요?”
기동대장이 머리를 갸웃했다.
“이렇게 하면 수서로 오우거 사체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입찰 부치면 다 돈이라는데.’
얼추 정리를 끝내고 영지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돌아가서 뵐게요.”
“알겠습니다.”
우리 몸으로 서서히 밝은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 *
“어? 나왔다. 세상에 맙소사! 진짜 포탈이 사라지네?”
“의료진! 빨리!”
포탈에서 돌아오자마자 귓가에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가 포탈에 진입했던 전쟁기념관 광장에는 수많은 군인과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장호 팀장! 살아 돌아왔구나!”
“어?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요?”
경찰 제복을 멋지게 차려입은 장년 남성이 기동대 팀장을 끌어안았다.
“너희가 들어가고 하루가 지나서, 모두 다 죽은 줄 알았다.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야.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짐작도 되지 않는구나.”
“엥? 청장님? 갑자기 뭡니까?”
팀장이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아··· TV 카메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각 방송사에서 나온 수많은 카메라가 우릴 정신없이 찍어대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찰청장이 직접 여기까지 나온 모양이었다.
포탈을 봉인하고 돌아온 경찰기동대.
‘여론 불안을 잠재우려 고생하네.’
김철수 정보관은 어느새 선글라스를 쓰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순순히 고프로를 내어주자 수많은 카메라를 피해 재빨리 사라졌다.
“서진우 씨! 서진우 씨! 여깁니다! 한 마디 해주시죠!”
기자들이 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 흰둥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흰둥이를 흘깃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그나마 기동대원들이 흰둥이 앞에 서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모양.
서둘러 타고 왔던 차량에 흰둥이를 태우고 수진 씨가 황급히 떠났다.
“자네가 서진우인가? 저 커다란 포탈을 봉인하다니, 정말 고생이 많았네.”
경찰청장이 내게 악수를 청했다.
“경찰에서 숟가락은 왜 얹으시려고 하십니까?”
굵은 목소리와 함께 장년의 노신사가 다가왔다.
“김 국장.”
“최 청장님. 오랜만입니다.”
“언론에 노출되어도 괜찮은가?”
“저는 이제 정부 각성자 T/F 단장입니다. 그리고 국장급 이상은 언론에 노출되어도 괜찮고요.”
“나는 우리 기동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러 왔을 뿐이네.”
“안 그래도 그 건 때문에 왔습니다. 위로 보고도 끝났습니다. 기동대원들 전원, 우리 각성자 T/F 지원부서로 발령 났습니다.”
“뭐? 아니, 누구 마음대로!”
경찰청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장이 팀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자네들은 오늘부로 T/F 전술 지원팀이네. 혹시 불만 있나?”
“아닙니다. 저희도 좋습니다.”
팀장과 대원들 모두가 활짝 웃었다.
“이장호! 네놈이 날 배신해?”
“청장님,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는 게 최우선 아닙니까? 그러려면 한곳에 뭉치는 게 더 효율적이고요.”
팀장의 말에 경찰청장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네놈! 돌아오면 각오해.”
팀장이 표정을 굳히며 한마디 하려는 순간, 막내 대원이 만류했다.
“짬 찰 정도로 찬 우리 팀장님 승진도 안 시켜주시고 이제 와 아끼는 척하지 마십시오. 다섯 기수 후배가 먼저 과장 다는 게 말이 됩니까?”
“뭐? 너 이 새끼 이름이 뭐야!”
“청장님, 보는 눈이 많습니다.”
비서가 다가와 조용히 청장을 말렸다.
몸을 부들부들 떨던 경찰청장이 매섭게 팀장을 쏘아보다 자리를 떠났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단장님.”
“그래요. 이장호 팀장은 이제 일반인 중에 포탈 경험이 가장 많은 사람이 되었으니 치안병력 시선에서 여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단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쉬고 T/F로 들어오게. 할 이야기도 있고.”
“알겠습니다.”
멀리 검은 정장을 입은 요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집까지 데려다줄 모양이다.
“서진우 씨! 한 말씀만!”
“서진우 씨!”
기자들이 내 이동 동선을 따라 우르르 움직였다.
나는 기자들 앞에 섰다.
‘내가 TV에도 다 나오고··· 출세했네.’
“서진우 씨! 한 말씀만 부탁합니다.”
“뭐가 궁금하십니까?”
보조처럼 보이는 청년 하나가 수십 개의 마이크를 들고 내 앞에 앉았다.
“내가 먼저야! 서진우 씨, 여기요!”
“야, 넌 새까만 후배 새끼가 어딜!”
“선배? 지금 이 상황에 선후배 따지게 생겼어요?
기자들끼리 서로 질문을 던지려다 싸움이 붙었다.
그중 젊은 기자 하나가 혼란을 틈타 재빨리 질문을 던졌다.
“내부는 어떤 모습입니까?”
“들판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와인지대 같은 완만한 구릉이 이어졌고요.”
“지구가 아닌 게 확실합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전에 공개된 오크 마을 영상을 보니 지구가 아닌 게 분명합니다. 맞죠?”
‘심문하는 거야 뭐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환경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몬스터가 쳐들어왔고, 저는 그걸 막을 능력이 있었기에 그대로 실행에 옮겼을 뿐입니다.”
대답을 마치고 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서진우 씨! 오늘 아침 각성자들이 연합성명을 내면서 정부와 함께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혹시 알고 계십니까? 함께 하실 겁니까?”
‘응? 그건 또 뭔 소리야.’
각성자들 연합성명이라니.
정부와 척을 진다고?
“보시는 것처럼 방금 돌아와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군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진우 씨!”
차량에 올라타 문을 닫자 빠르게 이동했다.
‘대체 무슨 소리지···.’
휴대폰을 켜고 인터넷을 들어가자 포털 메인에 도배된 기사들이 보였다.
– 각성자 연합 성명발표 「정부의 간섭 멈춰라.」
– 각성자들은 소위 ‘길드’라는 것을 통해 포털에 대응하는 단체를 만들기로···.
– 사업자 등록을 위해 서비스업종 등록을 요구하고 있으며···.
–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한시적 세금감면 등 각종 편의를 요구하는 가운데···.
– 몬스터의 사체와 부산물 등의 거래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 특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포탈봉인, 몬스터 사냥 등 일체의 행위를 거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큰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
미친놈들인가.
순간적으로 황당함이 느껴졌다.
유튭에서 구독자가 가장 많은 닉네임 ‘검제’ 할아범이 연합회장 자리를 맡았다.
다른 여러 각성자들과 함께 포탈을 봉인하는 컨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대박이 터졌다.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몬스터 사냥의 잔혹함 덕에 한때 유튭에서 영상이 내려가기도 하였으나, 수많은 항의에 곧바로 다시 복구되는 촌극이 일어나기도 했다.
‘굳이 독자노선을 갈 필요가 있나?’
안정적인 월급에 농지개발 같은 것도 눈감아 주고, 공권력도 지원해준다.
인터넷 익명 게시판은 이 성명으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일반]애초에 정부가 숟가락 얹으려는 게 문제.
– 각성자들 알아서 목숨 걸고 사람들 지켜내고 있는데, 여기에서 얻는 부산물 거래에 세금을 먹인다고? 처 돌았?
┗ 각성자들 맘 먹으면 쿠데타 가능.
┗ 협회장 검제 할배는 누구임?
┗ 검도 9단이라던데 무협지보다 각성한 듯.
┗ ㅅㅂ 부럽네.
┗ 검제가 길드 만들면 다들 거기로 갈 거임?
┗ 대기업들도 사장단급 월급 주면서 몰래 각성자들 헤드헌팅 한다던데.
┗ 대기업은 왜?
┗ 포탈 내부는 다른 세상이니까. 뭔 소린지 모르면 그냥 지나가셈.
┗ 길드에서 작은 포탈 해결하면 정부에 건당 10억씩 요구할 거라는데?
┗ 사람들 목숨이 달렸는데 이 와중에도 돈 타령인가? 쩝.
┗ 그럼 자원봉사하라고?
┗ ㄹㅇㅋㅋ
‘슬슬 길드가 생기는구나.’
연구기관들의 몬스터 사체 연구 초기결과가 발표되면서 사태가 급반전되었다.
허접한 고블린이 들고 있던 무기조차 지구에는 거의 없는 희귀금속으로 밝혀졌다.
일부 제약회사는 특정 몬스터의 혈청이 암세포를 표적 공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포탈 초기 혼란도 잠시.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몬스터들의 약점과 포탈 공략이 발표되면서 유희성 개그능력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각성자들은 몬스터 잡기에 혈안이 되었다.
‘몸에 좋다거나, 돈 된다 하면 씨가 마르는 법이지.’
하다못해 뉴트리아조차 돈 준다니까 하루아침에 다 잡아가 버렸지 않은가?
‘그래서 단장이 날 보자고 했군.’
아마도 사표 쓰지 말라는 이야기겠지.
‘대기업 사장단··· 월급이 억대라고? 연봉도 아니고 월급이?’
심심해서 검색한 주요 대기업 사장월급.
월 천만 원을 받는 나와 너무나 비교되었다.
‘이참에 연봉인상 좀 해?’
물론 그만두지는 않는 않을 것이다.
정부의 여러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니 내게는 편의성이 우선이다.
‘길드에 들어간다고 딱히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명확한 한 가지 능력을 갖추고 각성한 사람들이다.
전사, 마법사, 힐러 등등.
그러다 보니 원활한 포탈공략을 위해서 모여가는 게 효율적이다.
일종의 파티플레이.
나 같은 경우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다.
‘뭐하러 나눠 먹어? 그냥 독식할 수 있는데.’
일단 단장이 뭐라고 말하는지부터 들어봐야겠다.
* * *
“진우 씨!”
“수진 씨, 다른 분들도 모두 무사히 잘 오셨군요.”
수서에 도착하자 영지민들이 다가와 반겼다.
“영주님! 영주님의 대단한 활약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수서에 남은 두 명의 영지민들은 영지를 지키기 위해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 두 명은 뿌듯한 표정으로 식료품 창고를 가리켰다.
“영지에 필요한 물품을 채집해 왔습니다.”
‘채집?’
그러고 보니 채집이라는 기능이 있었다.
게임에서는 들판에 나가 나무도 해오고 열매도 따오는 기능이다.
능동관리를 선택해 둬서 까먹고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식료품 창고에는 각종 음식재료가 가득했다.
“마트라는 곳에 가서 채집해 왔습니다.”
“엉?”
내가 잘못 들었나···.
거래시스템의 소유주
“수서역에 가보니 마트라는 곳에 물품이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아니, 마트에 물건이 있었다고요?”
“초반에는 패닉으로 사재기가 좀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어서 물품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수진 씨가 손에 들고 있던 라면을 제자리에 놓아두었다.
“그래도 그렇지··· 마트에 채집하러 가다니···.”
뭐 딱히 안 될 건 없는 것 같다.
“어? 그런데 어떻게 나왔어요? 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