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0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나? 방금 자네는 죽었네. 그리고 다시 살아났지. 다른 존재도 아니고 드래곤의 언약이라니··· 운이 좋았군. 아니 운이 아니라 이렇게 될 일이었나.”
“운이 좋았다고요?”
“자네들이 사용하는 그 능력.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어렴풋이 알고는 있습니다.”
격에 합당한 이야기를 몰아주고, 나를 주신으로 만든다.
멀린은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멸망을.
오딘은 재기를 꿈꾼다.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편하겠군. 하지만 진실은 좀 더 참혹한 법이지. 아마도 능력이 상당했을 텐데. 걱정 말게 그 능력은 돌아가서 계속 쓸 수 있으니까.”
* * *
각성자, 상태창 시스템.
단 한 명에게 이야기를 몰아주기 위한 장치다.
본래 에린과 아스가르드, 올림푸스 같은 곳에서 반신으로 불리는 영웅을 만들고 육성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물론 그때는 자네들이 보는 방식도 아니었고, 능력도 약했지. 운용하는 존재의 능력에 따라 다른 문제라.”
신의 계시와 가호.
그런 말로 대충 해석되던 능력.
영웅은 신의 계시와 가호를 받아 격에 합당한 이야기를 쌓고 신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인간들은 영웅과 그 힘을 준 신을 모두 칭송했다.
“인간계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괴물을 쓸어내는데 편리했거든.”
일종의 상부상조.
티르의 신계에서 만들고 에린에서 보완했다.
“아마도 오딘 그자가 새로운 영웅을 만들었겠지. 자네처럼.”
영웅의 최후는 비참하다.
충분한 이야기를 쌓은 신은 영웅을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웅, 반신에서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해 기대했던 영웅들의 말로는 뻔하다.
신의 계략으로 함정에 빠져 죽거나, 잊힌다.
신-영웅을 맺어주는 에린의 시스템.
이런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자신이 속한 신계의 물건이 아닌 것으로 죽는 것이 유일하다.
그리고 나는 방금 오딘 신계의 물건이 아닌 것으로 한 번 죽었다.
‘신을 완벽하게 소멸하는 방법과 똑같아.’
“자네의 신력을 살펴보니 흥미로운 게 있더군. 드래곤의 힘이 있었어.”
말보런스의 드래곤은 어떤 신계에도 속하지 않는다.
태초에서 태어나 말보런스에서 계속 살던 존재.
그들의 축복은 신계의 신력이나 권능과 아무 상관이 없다.
“부활의 축복이라니. 덕분에 자네는 제물이 될 운명을 벗어났네.”
쿠 훌린은 나를 보자마자 내가 각성했다는 것과, 드래곤의 언약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무지갯빛 가루가 그걸 확인하기 위한 거였나.’
그가 창으로 나를 죽여 시스템과 연결된 생명의 고리를 끊었다.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상태창은 작동도 안 하고 있었는데.”
“사과하지. 그러나 자네의 그 능력은 우리 신계에서 만들었네. 우리보다 잘 알고 있는 자들은 없지. 아마 후긴이라는 까마귀가 그 능력을 통해 계속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을 걸세.”
‘로그를 보고 있다고?’
FCCB는 필사적으로 내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만 알아챌 방법이나, 로그를 지우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 고대의 기계라는 건··· 모두 몇 개인가요?”
“기록의 서를 완전히 흡수한 게 아닌가?”
“아직··· 아닙니다.”
“흐음··· 정말 흥미로운 인간이군. 말보런스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 부분 말인데요. 사실 저는 말보런스 인간도 아닙니다. 여기 옆에 있는 아서스가 말보런스 인간이고··· 저는 지구라고 불리는 곳에서 왔습니다.”
“···지구?”
“네. 에린과 아스가르드, 올림푸스를 모두 기억하는 곳이죠. 고향이라 하시던데···.”
쿠 훌린이 입을 쩍 벌렸다.
“설마··· 그들이 지구를 찾아냈단 말인가? 대체 무슨 수로···? 멀린이 절대 찾을 수 없도록 숨겼는데.”
“지구 인간 중 99%는 죽었습니다.”
나는 긴 시간을 들여 상태창이 생겨나던 날부터 최근 일까지를 모두 설명했다.
물론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오딘과 멀린의 이야기 같은 것은 제외한 채.
이야기를 듣던 쿠 훌린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계획 자체는 꽤 그럴싸하군. 역시 멀린이야. 그런데 그 계획에 오딘이 동의했다고···? 라그나로크? 올림푸스와 전쟁 중이란 말인가?”
‘꽃밭에서 살다 보니 시간 감각이 없으시구먼.’
밖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전쟁터다.
‘그보다도 중요한 게 있지.’
쿠 훌린이 궁금한 것 따위야 알게 뭐냐.
내가 궁금한 게 우선이지.
* * *
“우리 세계의 경계에는 티르 나 노그라는 이름의 경계가 있어요. 완전히 파괴된 세계죠. 그곳은 노토스라는 이름의 거인 한 명이 쓸쓸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노토스··· 그래 기억나는군. 티르님을 존경하던 거인이었지. 그가 아직 살아있는가.”
“덕분에 여기 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에린이라고 도착한 곳은 박살 난 채 마물들만 득실하더군요. 그러다 여기 왔더니 또 꽃밭이고··· 대체 뭐죠?”
“흠··· 우리에겐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네.”
오딘은 티르에게 주신의 자리를 넘길 것을 강요했다.
전쟁의 신, 오딘.
티르는 전투력만 놓고 보면 오딘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티르는 주신.
당연히 오딘의 강요를 거절했다.
오딘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블로크라 불리던, 긴눙가가프에서 태어난 마물이 있다는 핑계로 에린을 침공했다.
오딘의 발키리와 에인헤랴르는 거침없이 에린을 침공해 신과 영웅, 사람들을 학살했다.
“신은 죽어도 부활할 수 있네. 알고 있나?”
“네. 신을 소멸하려면 그 신계가 생성되기 이전의 무기로 찔러야 한다고···.”
“잘 아는군. 오딘은 그걸 구해왔네.”
티르가 주신이 되기 전에 만들어진 무기.
오딘은 그걸 티와즈 루(신 티르)라 부르며 에린의 여러 신을 영원한 소멸로 인도했다.
결국, 신들과 무고한 인간들의 죽음을 견디지 못한 티르가 주신의 자리를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오딘은 티르의 권능마저 탐했다.
티르는 주신의 권능만 넘겨줄 뿐.
모든 세계의 모든 것이 적혀있는 기록의 서를 넘기는 건 거부했다.
“기록을 관리하는 건 티르님의 고유한 권능일세. 태초 이후 그 어떤 신도 비슷한 것조차 가져보지 못한 모든 신계의 보물이지.”
오딘은 주신의 자리를 넘기는 티르를 비웃기 위해 작은 움막에서 단둘만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때, 티르님은 오딘에게 살해당하셨네. 아마도 기록의 서를 넘기라는 오딘의 요구를 거절했기에 당하셨겠지.”
주신은 그 세계의 모든 것이자 그 자체다.
티르가 소멸하자 에린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멸망이 시작된 것이다.
오딘이 침공의 핑계로 삼았던 형체 없는 태초의 존재, 블로크가 생겨났다.
“세계가 붕괴하면 나타나 모든 것을 혼돈으로 끌고 가는 긴눙가가프의 사자들이지.”
“되게 약하던데요?”
“그들은 죽일수록 강해지네. 죽이면 죽일수록 강해지고, 커진다.”
멀린은 최후의 방법을 사용했다.
“지구는 에린과 연결되어 있었기에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었지.”
멀린은 오딘의 편에 서서 모든 세계와 에린의 연결고리를 끊어냈다.
그때부터 대탈출과 비상계획이 시작되었다.
* * *
“두 가지 방법을 병행했네.”
에린에 살던 엘프와 드워프, 인간을 지구로 보냈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은 모두가 미드가르드로 이주했다는 걸세.”
두 번째 방법.
“스카자하님이 희생하셨네. 자신의 모든 힘을 소모해 에린과 완벽히 똑같은 세상을 만드셨지.”
“세상을··· 창조했다고요?”
“꿈속에서.”
스카자하는 스스로 영원한 잠에 빠지며 에린을, 세상을 만들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에린의 사람들과 투아하 데 다난, 영웅들은 스카자하의 꿈속 세상으로 향했다.
“이곳은 누구도 죽지 않고, 늙지 않네. 시간 개념조차 희미한 곳이지.”
“원래 세계를 취미로 오가는 사람도 있던데요.”
쿠 훌린이 피식 웃었다.
“리나를 만났군. 말려도 듣지 않아서 그냥 두고 있네.”
‘대략적인 이야기는 모두 들었다.’
하여간 오딘은 믿을 신이 못 된다.
‘멀린은 이곳을 잊은 걸까?’
멀린과 라무르.
양쪽 진영에서 모두 활동하는 가장 지혜로운 자.
‘멀린도 선하지는 않아.’
그는 파장이 맞는 FCCB를 잡아 가두고 시스템을 운영한다.
‘신들도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했었나.’
아니,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더 원초적이라 했다.
그도 분명 무언가를 노리고 있다.
오딘만큼 티가 나지는 앉게.
“그럼 기록의 서와 영웅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기계는 다른 건가요?”
“그렇다네. 비슷하게 생겼지만, 능력이 다르지. 기록의 서에 출입하는 기계는 총 5대가 있네.”
영웅을 만드는 기계는 단 한 개라고 덧붙였다.
“기록의 서에 들어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처음엔 글자를 알아보지 못했는데 두통이 시작되면서 알아볼 수 있더라고요.”
“흐음··· 기록의 서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아. 모두가 궁금했지만 티르님께서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꺼리셨네. 아마도 미래를 물어볼까 싶어서 그러셨겠지.”
기록의 서에는 과거와 미래가 모두 적혀있다.
그러나 미래를 보는 것은 상당한 힘을 소모한다.
“내가 알기로는 특정 시점을 그대로 구현할 수도, 그것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하네.”
“···예? 이미 벌어진 일을 바꾼다고요?”
“그래. 그러면 미래가 함께 수정되겠지. 예를 들어 과거 어떤 시점에 신에게 다가가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주면··· 미래에 수많은 세계와 생명에게 영향을 주겠지. 하지만 그 정도면 티르님도 신격의 소멸을 각오해야 가능할 거야.”
‘오딘···!’
처음 기록의 서에 들어갔을 때 플레이되던 시네마틱 영상.
오딘이 FCCB로 추정되는 소년을 괴롭힐 때.
그때 오딘은 내게 창을 찔러 넣었다.
오딘에게 호출당해 끌려갔을 때 그는 내가 기록의 서에 들어갔다는 걸 확신했다.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아니라 실제 과거로 간 거였어.’
“아, 생각해보니 티르님께서 그런 말도 하셨군. 미래를 보지 않는 이유는··· 보는 행위 자체가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 하셨네.”
무슨 말인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하이오크 슬로그가 구스파를 물리치고 대족장이 되리라는 걸 미리 알았다.
그냥 헤어질 수도 있었지만, 미래를 알았기에 그를 데리고 크림트베인으로 향해 대족장으로 만들었다.
“쿠 훌린. 고대의 기계들 위치는 아시나요? 특히, 영웅을 만드는 기계요. 그리고 기계가 에린에 있어야 정상 아닌가요? 왜 말보런스에 있는지···.”
티르가 소멸하고 나서야 탈출이 시작되고 다들 미드가르드로 이동했다.
라그나로크가 시작되고서야 다시 이주한 세계가 말보런스.
따라서 말보런스와 고대의 기계는 이렇다 할 연결고리가 없다.
“그건 나도 모르겠군. 영웅을 만드는 기계는 멀린이 알지 않을까?”
‘당연히 멀린이 알고 있겠지.’
그가 운영하니까.
‘이제 얼추 다 물어봤나.’
“아, 말보런스 코렌틴 제국이라는 곳에 신관들이 기록의 서를 찾고 있어요.”
그들이 가진 예언서와 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종교에 관해 설명했다.
“잠깐. 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종교라고···? 수천 년이나?”
이야기를 듣던 쿠 훌린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이상해··· 잠깐만 기다려 주겠나?”
쿠 훌린이 대답할 새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 * *
“자네는··· 정말 이상해.”
털썩.
아서스가 바닥에 누워버렸다.
“뭐가 이상해?”
“작은 단서에서 이런 걸 다 유추하는 능력하며, 나는 고작 대신들과도 머리 아프게 살아가는데 세계의 비밀을 벗기고 다니니.”
“너도 질리도록 퀘스트 하다 보면 익숙할 거야.”
그게 게임 퀘스트건 임무건 목숨이 걸려있으면 더욱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야말로 신화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 기분이군. 자네의 신화 속에 아서스 발포그라는 조연을 꼭 넣어주게. 방어 타워를 잘 다루던 왕으로.”
“신화고 뭐고 난 빨리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가서 놀고먹을 생각밖에 없다.”
“그렇다기에는 너무 멀리 왔군. 과연 쉴 수 있을까 궁금하네만.”
“저주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쿠 훌린이 여전히 굳은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스카자하님께 조언을 구하고 왔네. 이게 필요한 거겠지? 가지게.”
쿠 훌린이 내게 하얀 창을 내밀었다.
“그 창의 이름은 게 볼그. 고대의 작살로 만든 창이네.”
일격 필살.
던지면 반드시 명중한다.
창 자체에 걸려있는 수많은 축복과 마법의 영향으로 맞은 적은 반드시 죽는다.
고대의 마물을 상대하고자 만들었던 에린의 보물 중 하나.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 코렌틴은···?”
쿠 훌린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티르님께서는 오딘에게 살해당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네.”
전문가가 필요하다
살해당하지 않았다.
여태까지는 당연히 오딘에게 당했을 거라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 그렇다면···!’
관점을 바꾸자 머릿속에서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져 갔다.
미래를 보는 것은 힘을 소모한다.
나는 얼마 뒤 벌어질 일을 보는 것에도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그마저도 멀리 가지도 못했고.
주신 티르의 힘이라면?
‘먼 미래를 모두 볼 수 있었겠지.’
죽어가는 에린의 존재들.
전투력은 이미 자신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오딘.
‘내가 만약 티르라면···.’
비록 당장 전투에서 패배하더라도 먼 미래를 보며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찾겠지.
이렇게 먼 미래를 보며 개입하는 행위는 아마도 신격의 소멸을 불러왔을 것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영겁의 세월에 가까운 먼 미래.
오딘이 미미르의 샘에서 눈을 잃어가며 지혜를 얻었음에도 찾지 못했던 기록의 서.
당시에는 누구도 모르는 곳에 기록의 서로 통하는 기계장치를 숨겨둔다.
‘오딘이 기계를 찾을 거라는 걸 알고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겼을 수도 있고.’
신의 힘이 가지는 원천은 이야기.
수천 년을 넘게 쌓아온 종교의 일방적 믿음.
아마도 그 힘은 계속 쌓이기만 했을 것이다.
가져갈 신이 없기 때문.
만약 그렇게 쌓인 이야기가 하나의 신에게 한꺼번에 집중된다면···.
“쿠 훌린. 신은 부활이 가능한가요?”
“너도 나와 같은걸 생각했나 보군. 눈치가 빠른데?”
쿠 훌린이 손을 올려 턱을 쓸었다.
“애초에 신격은 괴물을 잡던 영웅에 관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서 생겨난 힘이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잘 모르겠네. 스카자하님도 모르겠다 하시는군.”
‘티르의 부활.’
미래를 본 티르가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자신을 섬기던 종교에 손을 댄다.
신을 잃어버린 종교는 비웃음 당할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다.
‘예언의 서를 가진 종교라니. 티르의 능력하고 너무 비슷하잖아.’
그들이 쌓은 수천 년의 독실한 믿음과 갈망.
그게 티르로 밝혀지고 나면.
‘어쩌면 티르가 부활할 수도 있어.’
* * *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의문도 생겼다.
‘그럼 나는 티르의 계획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 거지?’
선택된 자만 열람할 수 있다는 기록의 서.
티르의 계획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오딘의 시선 돌리기용? 아니면··· 기록의 서를 다 찾는 용도인가?’
뭐가 되었던 마음은 편해졌다.
끝없는 암흑 속에 무언가 기댈 거리가 생겼다는 느낌.
“어느 정도 정리됐어요. 감사합니다.”
“나도 정말 고맙군. 덕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에린은 그냥 이대로 계속 스카자하님의 꿈속 세상에서 사실 건가요?”
“나가야겠지. 세상으로. 스카자하님께 말씀드려야겠군.”
“지구에 들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수서로 오시면 됩니다. 말보런스에 가시면 발포그 왕국으로 가셔도 되고요.”
“기억하지.”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는데···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맑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나?”
재단사 리나가 씩 웃으며 정원으로 들어왔다.
쿠 훌린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리나가 그 모습을 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저는 언제고 늘 다시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마침 기회가 왔군요. 쿠 훌린. 어차피 저쪽에 남겨진 티르 나 노그의 물품으로 이동시키려던 것 아니었나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누구라도 한 번쯤은 에린의 이면에서 나가야 하는데 파편인 당신보다는 제가 낫겠죠.”
“꼭 가셔야겠습니까?”
“네. 저는 갈 겁니다. 스카자하님이 여길 해제하기로 하면 나만 찾아오면 되겠죠? 헤맬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아요?”
쿠 훌린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작은 조각상 하나를 꺼내 리나에게 건넸다.
“부디 조심하시길. 오딘의 힘은··· 잘 아시죠?”
리나가 조각상을 쥐고 눈을 감자 정원에 하얀 포탈이 생겨났다.
“쿠 훌린. 이곳은 안전하지만, 현실이 아니야. 스카자하님께 꼭 그렇게 전해줘.”
“···알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포탈로 들어가자 부유감이 느껴졌다.
* * *
‘상태창이 돌아왔다.’
익숙한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쿠 훌린이 무언가 연결을 끊었다곤 했지만, 이용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오오···! 무사히 돌아왔군!”
노토스가 나와 아서스를 보며 기뻐했다.
그리고 우리를 뒤따라오던 리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이··· 느낌은··· 설마?”
“재단사 리나입니다! 옷을 주로 만들죠! 반갑습니다! 거인님!”
“재단···사?”
노토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재.단.사. 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