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5
요르문간드의 눈이 빛났다.
“크으으윽.”
쾅.
테세우스의 배가 땅으로 내려섰다.
“젠장.”
다시 하늘로 날아보려 했지만, 무언가에 걸린 듯 떠 오르지 않았다.
원근법을 무시하는 듯한 요르문간드의 거대한 머리.
마치 밤하늘에 있는 행성 같은 느낌이다.
대지 위에는 끝없이 늘어서 나를 바라보는 복사된 적이 있었다.
“어, 어떻게 하나?”
“뭘 어떻게 해. 늘 하던 대로 해야지.”
* * *
‘영지화.’
쿵.
‘시설 소환.’
쿵. 쿵. 쿵.
철컥. 철컥.
드넓은 대지에 성벽과 타워가 솟아올랐다.
번쩍!
성벽 위로 파티원과 굴락, 발키리, 데스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저드가 소환되었다.
“웬일로 소환이래? 아서스 오랜만··· 어?”
박성남이 아서스에게 다가가려다 적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저거 수르트 때 있던 화염 거인인데? 저게 왜···?”
“주인! 저, 저 뒤에 거대한 뱀 머리는···!”
“요르문간드다.”
“요, 요르문간드?”
“그래. 심연의 우주에 사는 태초의 뱀이지.”
“진우야,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블랙홀에 데려와서 뱀 머리랑 싸우라니···!”
박성남이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동맹, 영지민 소환.’
의외의 인물이 성벽 위에 나타났다.
“헬님?”
“설마 해서 와봤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을 줄이야.”
요르문간드의 눈이 붉게 빛났다.
“헬!”
파앙.
충격파가 지나가자 헬의 모습이 바뀌었다.
‘···!’
반은 젊은 여성이고 반은 노파의 모습을 한 헬.
그녀의 본 모습이 나타났다.
“네겐 그 모습이 어울린다! 내 동생이여!”
요르문간드의 외침.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요르문간드를 바라보았다.
“미쳐있을 줄 알고 자네에게 부탁했는데··· 내 실수네.”
“실수요?”
“수많은 혼돈을 흡수했다면 그만큼 강해졌겠지. 그걸 다룰 만큼 정신도 멀쩡하다면··· 재앙이야.”
요르문간드가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
“수천 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오늘이 왔구나! 내 이야기를 시작할 날이!”
“이야기?”
뿌득.
헬이 이를 갈았다.
“내 불찰이야. 요르문간드는 우리를 제물로 사가를 만들어 신격을 가지게 될 거야.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곳을 탈출할 수 있겠지.”
격에 합당한 이야기.
요르문간드는 태어나자마자 이곳에 버려졌기에 그 어떤 이야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혼돈을 흡수해 힘을 얻었지만, 신격은 아니다.
격에 합당한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
그러나 이제 요르문간드는 우리를 제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쓸 것이다.
“헬님. 걱정 마세요. 이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자네에게 신의 물건이 있다 한들···.”
마침, 상태창에 새로운 메뉴가 떠올라 있었다.
[GM 버프(전투용)]“시스템이 저를 편애하거든요.”
요르문간드의 함정
김정훈과의 만남.
그는 여태껏 내 반응을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밀어줄지 없애야 할지 고민 중이었던 거지.’
자신과 함께하려는 뜻을 알게 된 김정훈은 내게 확실한 특전을 쥐여주었다.
– GM 버프(전투용) : 자신을 포함해 GM과 같은 전장에 있는 모든 존재는 공격력, 방어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사망 시 쿨타임 없이 즉시 부활이 가능합니다.
– 시스템 적응도에 따라 추후 다른 기능이 해금됩니다.
‘자신에게 잘 보이면 다른 것도 더 제공하겠다는 말이겠지.’
그나마 다행인 건 김정훈조차 어떤 제약에 걸려있는 것 같은 점이다.
‘무적이나 즉사 같은 치팅은 불가능한가 본데.’
세상의 법칙을 따르며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이라 봐야겠지.
수진 씨가 가까이 다가왔다.
“진우 씨. 우리만으로는 힘들겠어요.”
“동맹 소환할게요.”
“각성자도 부르죠.”
“각성자요?”
“네. 잠시만요.”
수진 씨가 상태창을 몇 번 터치하자 상단 임무 메뉴가 반짝거렸다.
메뉴에 들어가자 새로운 의뢰가 목록에 나타났다.
[의뢰 : 서진우 주변 몬스터 처치] [보상 : 한 마리당 100골드] [반복불가]‘헐.’
“이제 의뢰를 원격으로도 만들 수 있어요?”
“가능하더라고요. 포탈 좀 만들어주실래요?”
이동식 포탈을 설치하자 곧바로 각성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와 여긴 뭐야.”
“지난번이랑 비슷한 곳인데?”
“엉? 저, 저 뱀 대가리는 뭐야? 보, 보스인가?”
“서진우는 대체 뭐랑 싸우고 다니는 거야? 이런 게 임무라고?”
“아닌 거 같아. 임무면 여기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공유됐겠지.”
“어? 그러네.”
“저것 봐. 우리 한창 신나게 싸웠던 몬스터들 다시 나왔다.”
“화염 거인은 싫은데. 으으.”
“난 저 영웅들이 더 싫다. PVP 하는 거 같아.”
각성자들은 투덜거리면서도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갔다.
“생각보다 많이 오네요.”
“진우 씨. 요새 영지가 말도 못 하게 바뀌었어요.”
* * *
“바뀌었다고요?”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합류하고 나서 영지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전투 끝나면 꼭 확인 해 보세요.”
박성남이 포탈에서 끝없이 나타나는 각성자들을 가리켰다.
“저거 보이지? 골드의 중요성이 더 커졌어. 어차피 포인트도 돈으로 살 수 있으니까. 이젠 임무로 포인트를 얻는 시대는 끝났어.”
혼자서 넉넉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임무를 뺑뺑이 돌며 아이템을 얻고, 그걸 팔아 돈으로 포인트를 사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게 되었다.
“리드리그가 신상품 내놓은 게 결정타를 먹였지.”
“신상품?”
“아공간 주머니.”
리드리그는 각성자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곧바로 눈치챘다.
인벤토리.
그는 드래곤의 아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주머니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잘 팔리겠네.’
아이템을 한 번에 많이 담아올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수익도 늘어난다는 말.
당연히 불티나게 팔렸다.
“오늘 저렇게들 오는 것도 처치 골드는 덤이고 주목적은 적이 떨구는 장비에 있을 거야.”
한 번에 풀리는 아이템이 늘어나고 거래가 활발해졌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적립금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제 나를 즐겁게 해줄 준비는 끝났나?”
요르문간드가 늘어나는 각성자를 보며 비웃듯 말했다.
“아직 아니야.”
‘동맹, 영지민 소환.’
가장 먼저 엘프와 드워프가 소환에 응했다.
“크하하하! 자네는 정말 재미있는 곳에 우리를 데려오는군!”
“노토스님께 다녀온 이유가 저 뱀 때문인가?”
모림과 디르네스가 멀리 요르문간드를 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맞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 말게!”
이어서 로안과 앵거스가 나타났다.
“음? 자네들은 어떻게 왔나?”
아서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로안을 바라보았다.
로안이 피식 웃었다.
“전하. 집무실에 안 계시면 어디 가셨을지 뻔하지 않습니까?”
어차피 포탈도 있기에 수서까지 눈 깜빡할 새에 이동할 수 있다.
로안은 수서에 기사를 배치했다.
포탈이 생기고 각성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자 기사는 교육받은 대로 로안에게 알렸다.
로안은 곧바로 대기 중인 기사단을 이끌고 포탈로 향했다.
“앵거스는 어떻게 된 건가?”
“동맹도 맺은 김에 친선 교류 목적으로 야킨둔 성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대단하군.”
“전하. 옥체를 보중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쎄. 로안도 앵거스도 그저 모험하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의 눈빛은 어린아이처럼 빛나고 있었다.
“말보런스 인간들끼리 하는 전쟁이 아니니까요. 서로를 죽이는 것보다 몬스터를 죽이는 게 훨씬 마음 편합니다.”
추가로 기사들에게는 전쟁 경험을 쌓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머리가 좋군. 운도 좋고.’
“감히 이 몸을 빼고 재밌는 걸 하고 있군.”
포탈에서 리드리그가 나타났다.
* * *
“리드리그. 어쩐 일이야?”
“갑자기 고객들이 사라지기에 궁금해서 와봤다. 익숙한 적이 많이 보이는군.”
“너도 같이 싸울 거야?”
“물론이다. 빨리 끝내야 장사가 계속되겠지.”
고객들의 이탈을 참지 못하는 드래곤.
리드리그가 합류했다.
이어서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나타났다.
“어라? 대령님?”
“갑자기 각성자들이 사라지기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적이군요!”
“여긴 수서가 아닙니다. 굳이 참전하지 않으셔도···.”
“신무기를 들고 왔습니다. 테스트도 할 겸 왔지요.”
국방 책임자 박진철 대령.
그의 뒤로 신무기를 든 군인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살아남은 일반인 중에 국방과학연구소와 방산업체에서 일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몬스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똘똘 뭉쳤다.
세계 난민들이 몰려오며 상황이 좋아졌다.
“미국, 유럽, 중동에 있던 연구원들이 모두 모였죠.”
군, 정보기관 출신들까지.
모두가 함께 모여 몬스터 소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외곽지역에 공장을 건설했다.
상태창을 이용해서 산업지역에 공장을 건설하고 내부 시설을 배치했다.
군수물자를 생산할 수준의 내부 시설은 없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드워프와 엘프가 큰 도움을 주었다.
“정말 0.1mm의 오차도 없는 기계들을 하루면 만들어내더군요.”
엘프는 무기에 축복을 부여했다.
그렇게 탄약과 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선 81mm랑 105mm부터 만들었습니다.”
박격포와 곡사포가 성벽에 배치되었다.
포탄에는 아스가르드의 문장이 박혀있었다.
“외곽지역에서 몬스터에게 테스트 해봤는데··· 효과 확실합니다.”
대령이 자신 있게 말하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빛무리와 함께 하이오크가 나타났다.
* * *
“오크다!”
챙! 챙!
누군가의 외침에 전장에 있던 모두가 무기를 들었다.
“공격 중지! 아군이다!”
내 외침에 다들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군이라고?”
“어··· 음··· 저건 하이오크 아닌가? 어제도 임무에서 잡았는데···.”
“이번에 켈가스가 저 하이오크에게 망한 거 아냐? 동맹이라니···?”
“이들은 아군입니다! 공격하지 마세요!”
리드리그가 아공간에서 미러 사운드 볼을 꺼내 하늘 높이 날렸다.
그리고 내게 마이크를 건넸다.
“고맙군.”
“최대 고객에게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나는 마이크와 지휘관의 스크롤을 동시에 쥐었다.
“하이오크는 새로 들어온 우리 동맹입니다. 선두에 서 있는 오크 슬로그. 그는 이번에 새롭게 대족장이 된 하이오크입니다.”
동족을 최면에 빠트려 적에게 팔아먹은 대족장 구스파와 대결에서 이겼다.
그는 대족장에 오르며 즉시 외부 공격을 중지하고 노예로 부리던 오크까지 해방하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도 피해자며 주범은 모두 죽었다.
적 진영에 있는 타나토스의 마족들 소행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허··· 마족들이 나쁜 놈이네.”
“하긴 하이오크는 원래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며?”
“맞아. 그럼 최근에 임무에 나타난 하이오크들이 저 타나토스 마족에게 정신 지배당한 건가?”
“이제 다 해결됐으면 잘됐네. 돌격형 근접 딜러들이 들어와서 다행이다.”
“공격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겠어.”
“나도 겜할때는 오크 주술사 했는데.”
“난 워크할때 오크가 주 종족이었어!”
각성자들은 가볍게 수긍했다.
예상대로 여러 컨텐츠에서 익숙했던 오크가 동맹에 들어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행이 말보런스 사람들도 반응은 비슷했다.
공격당한 건 켈가스다.
국가가 아닌 영지였기에 테오도르나 발포그의 기사들은 그들의 침공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엘프랑 드워프가 신의 한 수였어.’
발포그와 수서 간 통행이 가능하게 되며 말보런스의 일반 사람들도 엘프와 드워프에게 익숙해졌다.
예전에도 간혹 볼 수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삶의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오크하나 추가된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슬로그는 2천 명이 넘는 오크를 데리고 왔다.
대족장 슬로그, 그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대충 준비는 끝난 건가.’
나는 마이크와 스크롤을 붙잡고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오늘은 특수 버프가 함께합니다. 공격력, 방어력 두 배. 전장에서 죽은 자는 즉시 부활이 가능합니다.”
“뭐?”
“즉시 부활?”
“공격력 두 배?”
전장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발할라도 아니고 전투 부활이라고?”
“그럼··· 갑옷 아깝게 입을 필요가 없네?”
“아프긴 할 거 아냐.”
“아플 거 같으면 네가 나 좀 죽여줘라.”
“돈은 돈대로 챙기고, 개꿀이네.”
“너 서진우좌 동상에 절하고 왔냐?”
“절이 문제냐. 내일부터 동상에 뽀뽀한다.”
각성자들이 후끈 달아올랐다.
엘프와 드워프, 오크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부활··· 이라니. 그건 신의 영역 아닌가?”
“진짜로 죽으면 부활한단 말인가?”
디르네스와 모림이 내게 다가왔다.
“물론입니다. 단, 오늘 저와 함께하는 이 순간에 한정해서요.”
“자네는··· 이제 인간도 뭣도 아니게 된 것 같군. 그런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만큼 전투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놈. 우리가 죽인 적을 다 부활시켰어요.”
“끝없는 전투인가. 허허···.”
헬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미 자네와 함께하기로 한 이상 항의하지는 않겠네. 그러나··· 오딘도 동의한 사항인가? 생명의 탄생과 소멸은 그렇게 쉽게 결정하면 안 되는 것이네.”
우주의 질서.
태초의 규율.
헬은 그런 것들을 이야기했다.
“헬님. 이미 요르문간드가 저것들을 부활시켰을 때부터 판은 틀어졌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복사한’ 것이네. 저걸 보자마자 감옥을 확인 해 봤지. 예를 들어 저 헤파이토스.”
헬이 멀리 있는 헤파이토스를 가리켰다.
헤파이토스는 눈동자가 뒤집힌 채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그는 얌전히 갇혀있네. 모든 힘을 잃고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요새는 아주 협조적이고.”
특히 헤라에 대한 분노가 많이 희석되었다.
지금 저기 있는 것처럼 분노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
“아마도 전장에 있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군.”
“아서스가 기억을 읽혔어요.”
요르문간드의 눈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아스가르드와 올림푸스의 전쟁을 알게 되었다.
헬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미안하네. 혼돈을 흡수하면 미쳐야 하는 게 당연한데. 저리 멀쩡할 줄은 몰랐어.”
“헬님 잘못은 아니지요. 어차피 요르문간드만 잡으면 끝나는 거 아닙니까?”
“그렇긴 하네. 하지만··· 양측이 무한의 군대를 가졌으니 이 전쟁이 과연 끝나겠나?”
“시작하자마자 요르문간드에게 다가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