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77
요르문간드를 죽여 동맹과 아군을 괴물로 변하게 만든 사가의 주인이 될 것인지.
검은 기운이 퍼져나간 전장이 고요해졌다.
전투는 중지되었고, 대지 위에는 꾸물거리는 블로크로 가득 차 검은색으로 빛났다.
그때, 테세우스의 배가 천천히 내게 날아왔다.
“아서스? 헬?”
갑판 위에는 아서스와 헬이 서 있었다.
“네놈들은··· 왜 그대로인 거냐!”
요르문간드의 뱀 눈이 샐쭉해졌다.
“이, 이··· 네놈에게는 아군도 없는 건가!”
아서스가 분노했다.
‘나는 해주의 반지 덕이라 치고··· 헬과 아서스는 왜 그대로인 거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
요르문간드가 당황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아서스가 멀쩡하다면, 블로크로 변한 아군을 돌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딘의 창을 들었다.
요르문간드가 커다란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어딜 가려고! 네놈의 권능은 충분히 파훼할 수 있다. 이제 죽어라!”
‘그래비티 패럴라이즈.’
오딘의 창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태초의 혼돈
요르문간드의 몸체는 거대했다.
대지 끝에 겨우 얼굴만 올렸던 그의 몸체 크기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빠지직.
검붉은 황천과 같았던 긴눙가가프를 배경으로 공간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요르문간드의 몸이 굳었다.
동시에 요르문간드의 눈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콰과곽.
공간이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요르문간드를 옭아매던 중력 마비가 깨졌다.
“크하하하! 오딘의 힘도 별거 아니구나!”
‘최소 두 개의 권능.’
전장의 개체를 블로크로 변하게 하는 것과 탈출기로 사용하던 조금 전 능력이다.
‘토르의 심판.’
콰르르르르릉.
번쩍!
허공에서 거대한 묠니르가 나타나 요르문간드를 향해 떨어졌다.
콰아아앙—!
키에에에에에엑!
하이톤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요르문간드의 주변으로 태초의 혼돈 수백 개가 나타났다.
“아서스! 뒤로 빠져!”
“알겠네!”
태초의 혼돈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저걸 흡수하면 미친다고 했지.’
몸에 닿기만 해도 흡수하는 건가.
나는 커다란 요르문간드의 몸 위에서 적극적으로 퓨리를 사용하며 순간이동으로 태초의 혼돈을 피해 다녔다.
“비 켜 라!”
고막을 때리는 울림.
멀리 리드리그가 본체로 변신한 채 빛을 가득 머금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리드리그! 블로크로 변하지 않았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나는 연속으로 퓨리를 사용하며 브레스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번쩍!
콰콰콰콰콰콰콰콰-!
우주를 배경으로 거대한 광자포가 선을 그리듯 발사되었다.
키에에에에엑!
요르문간드는 거대하다.
아무 곳이나 쏴도 다 맞는다.
‘문제는 치명타가 없다는 건데.’
디셉션으로 약점을 파악하자 머리와 꼬리 끝부분과 턱 아래가 붉게 빛났다.
그러나 약점 주위에는 수많은 태초의 혼돈이 몰려있어 접근할 수 없었다.
꽝! 꽝!
리드리그의 브레스에 휩쓸린 태초의 혼돈이 폭발하듯 터졌다.
‘공격이 통한다.’
“아서스! 타워 수동으로 돌려서 저 빛덩이를 전부 격추해!”
“알겠네!”
위이이이이이잉.
쾅! 쾅!
펑! 펑!
검은 우주에 떠 있는 배 한 척과 골드 드래곤 한 마리.
그 둘이 나란히 서서 태초의 혼돈을 향해 포격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나도 돕겠네!”
헬이 눈을 감고 손가락을 꼬아 수결을 맺자 그녀의 온몸에서 보라색 기운이 촉수처럼 빠져나와 태초의 혼돈을 찔렀다.
펑! 펑!
수백의 혼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요르문간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어떻게 혼돈을!”
“이 정도로 당황하다니. 너 별로 싸워본 적 없구나?”
요르문간드는 태어나자마자 긴눙가가프에 버려졌다.
당연히 이런 식의 싸움은 경험해 본 적이 없을 터.
혼돈이 타겟팅 된다면 한 번에 쓸어버릴 방법이 있지.
‘오딘의 창.’
쿠르르르르릉.
묠니르를 뱉어낸 구름이 다시 한번 무거운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리고 따뜻한 황금물결이 전 우주에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요르문간드의 몸체가 황금색 그물에 묶인 듯 화려하게 빛났다.
황금물결이 태초의 혼돈을 단단히 붙잡았다.
키에에에에에엑!
“내 평생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군. 아름답다.”
폭음과 비명이 난무하는 우주공간.
아서스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번쩍!
하늘에서 거대한 황금 창이 나타나 수백 개로 분리되었다.
“크으으윽! 오딘도 소용없다! 이따위 것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요르문간드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그냥 피 빼는 용도니까.’
황금 창이 천천히 기울어지며 목표로 잡은 곳으로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목표에 적중한 오딘의 창은 황금색으로 빛을 뿜어냈다.
검붉었던 우주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키에에에에에엑!
[창술 경험치 : 100/100]생각할 필요도 없다.
‘컨덴데이션.’
번쩍!
둘레가 수백 미터는 될 법한 거대한 에너지 볼텍스가 나타났다.
콰콰콰콰콰콰콰.
볼텍스는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크기만큼이나 강력한 힘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아서스가 배를 최대한 뒤로 이동시켰다.
요르문간드의 몸통이 조금씩 에너지 볼텍스로 빨려 들어갔다.
[컨덴세이션 응축 효과 확인] [저지먼트 사용이 가능합니다.]‘이제 끝이다.’
나는 게 볼그로 창을 바꿔 쥐었다.
요르문간드가 다급하게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저들을 되돌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멈칫.
“되돌리는 방법?”
“그, 그래! 네 부하들. 그들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고 싶지 않나? 이대로 내가 죽으면 저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저런 모습으로 영원히 존재하게 될 것이다.”
“수 쓰네. 그런다고 안 살려줘. 그냥 죽어라.”
“아, 아니다! 날 살려달라는 조건을 말하지는 않겠다!”
“흠··· 그럼 뭐지?”
요르문간드의 눈동자가 테세우스의 배로 향했다.
“헬, 헬을 죽여주면 조건 없이 저들을 되돌려주겠다.”
* * *
“그게 무슨 헛소리야?”
“이, 이제야 알았다! 저년은 처음부터 모두를 배신할 생각이었던 거야! 보아라! 지금 이곳에 혼돈의 파편으로 변하지 않은 자는 누구인가?”
나, 아서스, 리드리그, 헬이다.
“네, 네놈과 저 인간은 다른 신계의 힘을 받았지. 저 드래곤은 아스가르드의 신계에 속하지 않기에 혼돈의 파편으로 변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나와 아서스는 투아하 데 다난이 되기 위한 시험을 통과하고, 티르의 축복을 받았다.
리드리그는 태초에서 태어난 용족이다.
‘어? 그럼 헬님은···?’
“저년도 너와 같은 기운을 가졌어! 젠장! 그 오랜 옛날 네가 버려졌어야 하는데!”
‘···!’
헬이 티르의 축복을 받았다고?
테세우스의 배로 고개를 돌리자 헬이 처연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요르문간드. 나의 오빠. 이제 그만 쉬시길.”
“안된다! 펜리르조차 나를 동정했거늘! 너는 언제나 나를 그런 표정으로 비웃었지. 네년의 얼굴이 찢어지는 모습을 보고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
“영주. 요르문간드가 힘을 쓰기 전에 어서 마무리를.”
‘티르의 축복을 받은 게 어떻다는 거지?’
물론 에린의 주신이 준 축복을 받았다는 게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마하와 토르의 사례를 보면 딱히 적대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나는 처음부터 저년이 목적이었다!”
전장을 바라보고 있던 건 내 착각이었다.
요르문간드는 처음부터 줄곧 헬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말을 못 믿는 건가? 보여주지. 내 진심을!”
쿠르르륵. 쿠르르르르륵.
요르문간드의 몸에서 수만 개의 작은 입자가 방출되어 대지 위에 꾸물거리는 블로크에게 스며들었다.
펑! 펑! 펑!
부들부들 떨리던 블로크는 꽃봉오리가 터지듯 폭발했다.
“어? 뭐지?”
“뭐가 번쩍했는데···?”
“적은 다 사라진 건가?”
전장에 있던 모든 이가 다시 돌아왔다.
그때, 헬이 배에서 뛰어올라 허공을 날았다.
그녀가 손가락을 꼬아 수결을 맺자 다시 한번 보라색 기운이 나타나 버둥거리는 요르문간드의 몸을 옭아맸다.
“지금이네! 어서 게 볼그로 요르문간드를 소멸시키게!”
[긴눙가가프에 관심 있나?]헬의 말이었다.
게이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나는 이런 대지 조각에서 아테나와 헤파이토스를 물리쳤다.
‘아무리 도망칠 곳이 없어도··· 왜 하필 긴눙가가프였지?’
헬은 왜 이곳을 택했을까?
그리고 헬은 어떻게 티르의 축복을 가지고 있을까?
조금만 돌려서 생각하니 이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이상할 정도로 내게 호의적인 헬.
그녀는 아버지가 강요해도 물러서지 않았던 중립의 원칙을 깨고 나와 동맹을 맺었다.
‘원칙을 하나 깨고.’
한번 감옥에 들어온 자는 절대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헬헤임의 규칙.
그걸 깨고 토르를 세상 밖으로 내보냈다.
‘원칙을 두 개 깼다.’
헬의 보라색 기운이 점점 옅어졌다.
“나를 믿게!”
“저년을 믿으면 안 돼!”
남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요르문간드를 살려줄 수는 없다.
격에 합당한 이야기.
사가는 어떤 식으로든 완성되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면···.’
싸웠으나 서진우는 적을 놓아줬다.
죽도 밥도 안되는 사가다.
솔직히 아깝다.
죽일 명분도 충분하고.
방금 적으로 만난 요르문간드 보다는 그래도 안면이 있는 헬이 조금 더 신뢰가 간다는 점도 있다.
나는 게 볼그를 꽉 쥐었다.
‘저지먼트.’
* * *
요르문간드의 머리에 거대한 아스가르드의 문장이 새겨졌다.
“오! 서진우가 궁 쓴다!”
“끝나는 거야?”
“중간에 갑자기 필름이 끊어졌는데, 기승전 서진우였나 보네.”
“우주급 뱀을 잡다니.”
“저거 이름이 요르문간드라던데? 신화에 나오는 그 뱀 아닌가?”
“신화에 나오는 뱀을 잡았다고? 서진우는 레벨이 몇인 거야?”
“크으. 죽여준다. 저 큰걸 이쑤시개 같은 거 하나로 잡아내다니.”
“격차가 너무 나니까 헛웃음만 나네. 경쟁이고 뭐고 큰 싸움은 서진우에게 맡기고 그냥 떡고물이나 먹자.”
“현명하군. 나는 이미 만 골드도 넘게 벌었지.”
“고작? 난 십 오만 골 벌었는데.”
“아니? 마법사도 아니면서 어떻게?”
“너도 연구소랑 훈련소 돌면서 광역스킬 하나 뽑아. 침만 발라도 돈 들어온다.”
“아오! 젠장!”
“아무튼 서진우가 우주의 영주가 돼버렸어.”
“멋있다! 잘나가서 좋겠다!”
각성자들이 감탄하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서스 전하와 서진우 영주의 싸움의 발포그 뿐 아니라 말보런스 대륙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보아라! 저 모습을! 우리의 주군과 동맹이시다!”
“아서스 전하 만세! 서진우 영주 만세!”
“만세!”
입에서 입으로.
소문과 증언은 기록으로 재생산되어 모든 종족에게 퍼져나간다.
나는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키에에에에엑!
요르문간드가 몸을 비틀었지만, 에너지 볼텍스의 힘과 헬의 기운이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고 있었다.
약점도 필요 없다.
머리에 새겨진 아스가르드의 문장으로 게 볼그를 찔러넣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
끔찍한 비명이 긴눙가가프에 울려 퍼졌다.
요르문간드의 거대한 몸체가 올록볼록하게 부풀어 올랐다.
“머, 멍청한! 태초의 혼돈은··· 가둘··· 존···재가··· 필요···.”
요르문간드의 몸이 머리부터 빠르게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 태초의 혼돈이 튀어나오잖아?’
빛의 구체.
셀 수 없이 많은 태초의 혼돈이 터져나가는 요르문간드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여태껏 흡수했던 태초의 혼돈이 모두 빠져나오는 듯했다.
긴눙가가프의 하늘은 요르문간드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빛덩이로 은하수를 방불케 했다.
‘가둘 존재?’
그때였다.
콰직.
내 몸을 감싸는 보라색 기운.
헬의 수결이 나를 향해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미안하네. 하지만 나를 믿게.”
우주로 퍼져나가던 태초의 혼돈이 점차 방향성을 가지고 뭉치기 시작했다.
하나의 거대의 빛으로 변해가는 태초의 혼돈.
‘퓨리.’
‘블링크.’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다.
“아서스! 리드리그! 태초의 혼돈과 헬을 공격해!”
“이, 이런! 알겠네!”
후으으으으으읍.
콰콰콰콰콰콰콰콰콰.
리드리그의 브레스가 헬을 향해 쏘아졌다.
헬은 리드리그의 브레스를 정면으로 맞으면서도 나를 옭아매는 힘을 풀지 않았다.
아서스는 모든 포문을 열고 혼돈의 파편을 터트렸다.
‘젠장. 역부족이야.’
대지 위에서 마법사들이 광역 마법을 시전했지만 무수히 많은 태초의 혼돈을 애초에 다 제거 하는 건 불가능이다.
‘이대로 저 혼돈이 더 커지면···.’
모두가 잡아먹힌다.
판단이 내려졌다.
‘포탈 건설.’
격자무늬가 나타나며 대지 위에 포탈 10개가 생성되었다.
‘포탈은 건설되는데 왜 나는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거야!’
헬은 죽은 자를 가두고 잡아두는 권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권능은 일종의 가두기, 포박인 듯하다.
“모두 도망쳐!”
갑작스러운 내 명령에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빨리 모두 도망치라고! 아서스! 너도! 빡! 파티원들 데리고 모두 빠져나가! 사만다! 빨리!”
“자네를 두고 어찌 가나!”
“영주! 나도 불가하네!”
“각성자들과 동맹은 모두 돌아가세요! 여기 있으면 부활도 안 되고 그대로 소멸합니다!”
“소, 소멸한다고?”
“튀, 튀자!”
“드워프는 자네와 함께하겠네!”
“엘프 역시 마찬가지일세!”
“명예를 아는 자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