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85
파티원과 각성자들이 하나둘씩 포탈로 사라졌다.
드래곤들은 다시 인간형으로 돌아왔다.
금발미남 리드리그가 은발 꼬마에게 다가갔다.
“로드. 적절한 타이밍에 와 주셨군.”
“리드리그. 자네의 기억을 보았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
“상황 변화가 너무나도 빠르군. 머리가 아플 정도야.”
“자만을 버리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뿐이다.”
“코어에 있던 자네의 감정까지 읽었네. 개차반인 자네가 이렇게 진지해질 줄은 몰랐군.”
“···개차반이 아니라 그저 지루했기 때문이다.”
리드리그가 내게 시선을 옮겼다.
“영주. 저 아래 지방은 우리가 필요 없겠지?”
“물론이지. 정말 고맙다. 로드님과 다른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나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크크크. 그럼 다음 납품 계약은 7%로 하겠다.”
“···7%? 그러지.”
“크하하하하! 3%나 깎다니!”
리드리그가 음산하게 웃었다.
칼튼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리드리그. 지금 네놈 장사하는데 이득을 보려고 우리를···?”
“그럴 리가! 이건 그저 소소한 전리품일 뿐이야. 크크크크! 로드. 내가 신세계를 보여주지.”
리드리그가 드래곤들을 데리고 컨테이너 영지로 향했다.
나는 폐허가 된 판교에 홀로 남았다.
* * *
신들의 목적.
위대한 사가를 만들어내는 것.
나는 모든 종족과 동맹을 맺었다.
엘프, 드워프, 오크, 말보런스 인간, 심지어 드래곤까지.
‘모든 종족이 참여하는 전쟁은···.’
바꿔 말하면 모든 세계에서 영원히 남을 위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잘 차려진 뷔페를 남에게 줄 수는 없지.’
확실하게 사가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신으로 각성해야 한다.
‘오딘도 잠잠한 게 마음에 걸리고.’
내 몸을 빼앗으려던 오딘에게 나를 충분히 키워낸 후 몸을 빼앗는 게 효율적이라고 인지시켰다.
나는 그동안 충분히 강해졌다.
지금쯤이면 내 몸이 탐날 만도 할 텐데.
‘최후의 순간에 내 몸을 빼앗으려는 건가?’
오딘은 에이트르와 다그다의 솥과같은 고대의 특수 아이템을 구하러 다녔다.
그는 모든 신을 죽이고 자신이 유일신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올림푸스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어 하고.’
로키와 멀린은 계속해서 판을 키우고 있다.
그들이 의도했든 아니든 최후의 전투는 신계 역사에서도 없었던 모든 것을 건 싸움이 될 것이다.
‘최후의 사가이자 모든 것의 정점.’
김정훈은 어떻게든 나를 도울 것이다.
‘그는 상태창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내가 신이 되어 상태창이 필요 없더라도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각성자와 현대 기술을 유지하는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결국 김정훈의 영웅지원 시스템도 계속해서 필요한 셈.
인류에게는 이 상태창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
‘그게 바로 느긋한 이유겠지.’
손해 볼게 하나도 없다.
그에게는 이 모든 게 게임일 뿐이니까.
‘미안하지만 너도 잠재적 리스크다.’
그의 욕심은 언제든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단 영지부터 정비한다.’
아직 친한 상태일 때 최대한 뽑아먹어야지.
* * *
“수고하셨습니다.”
부산 전투는 당연히 승리로 끝났다.
파티원들이 내가 있는 위치로 모두 모이자 나는 판교지역을 가리켰다.
“저기 복구 작업 좀 도와줘.”
박성남이 폐허가 된 판교지역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동상을 통하면 일반인들이 금방 복구할 거야. 우리는 보조만 하면 되겠지.”
“걱정 마세요.”
수진 씨가 밝게 웃었다.
사만다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만다, 왜 그래요?”
“일본이 배신한 게 마음에 걸립니다.”
“다른 나라는 이렇게 못할 거예요. 걱정 마세요.”
전 세계인의 생활 기반이 모두 내 영지로 옮겨지고 있다.
일본만 특이한 케이스였을 뿐.
“알겠습니다. 저희도 복구 작업을 돕겠습니다.”
파티원들이 하나둘씩 흩어졌다.
“후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네.”
아서스가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도움?”
“덕분에 전술 및 기동훈련을 제대로 했어. 이제 발포그 기사단은 말보런스 어느 국가보다 잘 싸울걸세.”
“하긴, 그런 경험치 흔치는 않지.”
“아, 그런데 블레이크 윈드가 자네를 좀 만나고 싶다는군.”
“블레이크?”
“코렌틴 사제가 찾아왔다는군.”
“어? 호커스가? 진짜? 그럼 벌써 하나 찾은 건가?”
티르가 말하길 아마 하나만 더 찾으면 될 거라고 했었지.
‘그럼 이제 기록의 서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건가.’
영지 정비보다는 기록의 서가 우선이지.
나는 야킨둔으로 이동했다.
* * *
“영주님! 오셨어요?”
“블레이크. 저를 찾아왔다는 코렌틴 사제는 어디 있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곧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후, 블레이크가 익숙한 얼굴을 데려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호커스. 오랜만입니다.”
호커스는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자리를 비켜드릴 테니 두 분 이야기 나누시죠.”
블레이크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야킨둔 영지가 유명할만 하더군요. 저런 능력 있는 영주라니.”
블레이크는 영주 대리다.
하지만 야킨둔 모두가 블레이크를 영주로 생각하고 따른다.
‘나도 굳이 그걸 정정할 생각은 없고.’
“좋은 사람이죠.”
“온 김에 포션 납품 계약도 맺었습니다.”
“포션? 아··· 그 마나랑 오러를 늘려준다는 비약 말인가요?”
“예. 상당히 후한 가격을 쳐 주셨으니 코렌틴에서도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겁니다.”
이어서 호커스의 자랑이 시작되었다.
코렌틴도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포션의 유용함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국가 단위로만 납품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상대로 호커스는 코렌틴에서 어느정도 지위가 있었는지 사상 처음으로 포션을 영지에 납품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고생하셨네요. 감사드립니다.”
사실 타워나 각성자가 있기 때문에 딱히 포션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리고 야킨둔은 드워프가 엘프가 바글거린다.
영지에 포션을 납품해서 가져봐야 딱히 쓸모가 크지는 않은 것.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그나저나··· 기계장치를 찾으셨다고요?”
“···예.”
어째 뜨뜻미지근한 호커스의 반응.
‘뭐지?’
호커스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코렌틴 내부적으로 일이 좀 있었습니다만··· 어이없는 곳에서 찾았습니다.”
“어이없는 곳?”
“저희 코렌틴 신전 지하에 기계장치가 있더라고요.”
“예? 그걸 왜 지금까지 아무도 몰랐죠?”
“그게···.”
아주 오래전에 지은 코렌틴의 중앙 신전.
당연히 수 많은 사람이 드나들던 곳이다.
신전 중앙광장에는 이름 없는 신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얼굴이 비어있는 신의 동상입니다. 주위에는 늘 사제와 신자들로 북적거렸죠.”
그런데 이번에 사제들이 말보런스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광장이 텅 비게 된 것.
“대신관께서 사제들이 별로 없는 틈을 타 동상을 깨끗하게 세척하기를 원하셨습니다.”
동상을 세척하던 작업자의 실수가 발생했다.
동상이 들고 있던 창이 떨어진 것.
“어? 창을 들고 있어요?”
‘확실히 티르의 후예들이구만.’
대신관은 공사에 착수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더 크고 웅장한 동상을 만들기 위해 기존 동상을 이동하려는 찰나.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더라고요.”
코렌틴의 누구도 알지 못했던 비밀의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저희 코렌틴의 모든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죠. 심지어 동상을 세척하다 누구도 모르던 그 공간을 발견할 거라는 것조차 적혀있었다고요!”
호커스가 흥분하며 언성을 높였다.
코렌틴 광장의 지하.
그곳 벽에는 기록의 서와 똑같이 꾸며진 채 코렌틴이라는 종교의 모든 것이 적혀있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곳에 우리가 모셔야 할 신이 곧 찾아올 거라고 적혀있었다는 겁니다.”
‘신이 찾아온다고···.’
이제 내게 준비된 수천 년의 사가를 취하러 가야 할 때다.
함정
나는 호커스와 함께 길을 떠났다.
야킨둔 외곽의 초장거리 텔레포트 패드를 이용해 코렌틴 외곽으로 이동했다.
“와··· 이게 뭐야.”
코렌틴 텔레포트 패드는 여태까지 봐왔던 것과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움을 보여주었다.
“이거 다 대리석이에요? 색도 엄청 화려하네.”
상주 중인 마법사들의 로브도 고급 재질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였다.
“저희가 비웃음은 당할지언정 재정적 어려움은 없습니다.”
호커스가 뿌듯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그런데, 그냥 이렇게 가도 될까요?”
‘티르의 예언에 맞춰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늘을 나는 배.
왕이 노를 저어 이동한다.
드래곤과 친구이고 모든 종족과 동맹을 맺고 있다.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나.’
아직 이들은 내가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
어차피 티르가 살아있던 당시의 인간들은 죽고 사라진 지 오래다.
‘예언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우선은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게 낫겠지.
호커스를 따라 텔레포트 패드에서 나오자 고딕양식에 가까운 모습으로 지어진 거대한 도시가 나타났다.
‘엄청나게 크네.’
돈벌이가 잘 되는지 도시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모든 건물의 외관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게이트 앞에 있던 마법사 두 명과 병사 두 명이 오가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법사? 뭔가 일이 터졌나요?”
“저희 보초입니다.”
“예? 마법사를 보초로 쓴다고요? 1써클인가요?”
“3써클인데요?”
“허···!”
일반적으로 게이트의 수문장은 하급 병사가 맡는 게 관례다.
허드렛일에 가깝기 때문.
분쟁이 발생하거나 싸움이 발생하면 몸을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도 높다.
전쟁이 나면 제일 먼저 죽는 것도 기피 사유 중 하나.
마법사는 3써클만 되어도 어디든 괜찮은 곳에 취직할 수 있을 정도로 고급 인력이다.
하다못해 1써클만 되어도 초장거리 텔레포트 패드를 관리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정도.
자세히 보니 병사들의 장비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저기 병사가 착용한 장비가 꽤 좋아 보이네요.”
“최소 비기너급에서 익스퍼트급 검사들입니다.”
“포션 장사가 그렇게 돈이 잘 벌리나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 사람들 급여 감당이 되나 모르겠다.
‘영지를 운영하다 보니 별게 다 눈에 들어오는군.’
호커스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설명이 좀 미흡했군요. 죄송합니다.”
* * *
코렌틴에는 오직 하나의 축복만 존재한다.
마나 또는 오러를 늘리는 축복.
소량으로만 생산되는 그 축복이 담긴 포션은 각 국가의 기사단에 초고가로 팔려나간다.
‘마탑은 찜찜해서 구매를 안 한다고 했던가.’
자신을 지킬 수단이 없는 코렌틴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오래전 대신관을 지내던 자가 아이디어를 냈다.
“의무 복무를 하면 정기적으로 포션을 제공합니다.”
“아···!”
아서스는 형과 다르게 도서관에서만 지내면서도 포션의 힘을 통해 마스터급 기사로 성장했다.
즉, 오랜 세월 누적된 경험으로 포션의 효능은 이미 입증된 것.
하지만 모든 검사가 왕족이나 귀족은 아니다.
막대한 돈과 연줄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귀한 포션.
코렌틴은 이걸 역으로 이용했다.
돈이 없는 마법사나 검사가 코렌틴에 무력을 제공하기 위한 계약을 맺으면 포션을 제공한다.
3년, 5년, 10년 코스로 나뉘어 있고 10년 코스를 밟으면 최소한 기사는 익스퍼트 급을, 마법사는 3써클을 보장한다.
“대부분 10년을 택하죠.”
10년쯤 한곳에서 살다 보면 생활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친구도 생기고 가족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의무 복무가 끝나도 계속해서 코렌틴에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장기 복무 코스가 있습니다.”
아예 코렌틴을 지키는 군대에 소속되는 것.
급여도 나쁘지 않고, 대우도 좋다.
계속해서 포션도 지급되기에 마나와 오러는 지속해서 증가한다.
“몇 명이나 있죠?”
“세부적인 수치는 알려드리기 어렵지만··· 만명 단위는 가볍게 넘습니다.”
‘10만 단위의 비기너급이나 3써클 이상의 마법사와 검사?’
엄청난 전력이다.
“이런데도 대륙에서 비웃음을 당한다니 이해가 안 될 정도네요.”
당장 군대를 끌고 어느 국가든 쳐들어가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호커스가 피식 웃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종교인들입니다. 어디까지나 방어목적이죠.”
‘티르의 성격을 이어받은 종교라면 온순하겠군.’
마탑이 폭발하고 국가 수장들의 전체 회의가 열리면서도 코렌틴이 멀쩡한 이유가 이해되었다.
쳐들어가자니 피해가 막심할 게 눈에 선하다.
그렇다고 코렌틴이 완전히 멸망하면 포션을 수급할 길이 끊어진다.
‘광신도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고.’
찜찜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자들.
아무리 비웃고 하찮게 대해도 묵묵하게 견디는 자들.
그냥 무시하기로 했을 것이다.
코렌틴은 이런 절묘한 정치적 위치를 잡고 계속 종교활동을 이어 나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딱히 말보런스에 코렌틴이 포교를 한다거나 하는 것도 못 본 것 같아요.”
“유랑민들이 많이 들어오니까요. 그리고 마법사나 검사가 정착하면서 가족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럼 저 게이트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유랑민들인가요?”
“유랑민도 있고, 상인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우리는 게이트에 가까이 다가갔다.
* * *
제일 뒤에 줄을 서고 한참 시간이 지나 우리 차례가 되었다.
“호커스님! 돌아오셨군요! 바로 들어오시지 왜 줄을···!”
마법사가 당황하며 호커스를 맞이했다.
“특혜를 받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 급한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제1신관께서 이렇게 줄을 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1신관?’
호커스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여기 옆에 계신 분은 제가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가도 될지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여정의 끝에서 원하시는 것을 얻으셨는지 궁금하군요.”
“성공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게이트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화려하고, 깨끗했다.
여느 마을이나 도시와 마찬가지로 활기가 넘쳤다.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있네요.”
“이쪽 구역은 종교적인 색채가 거의 없으니까요.”
말을 하는 호커스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나저나 제1신관은 무슨 뜻이죠?”
“아··· 그게. 저희 내부사정이 좀 복잡합니다.”
대신관 아래 제1신관 부터 제5신관까지 5명의 신관이 있다.
각 신관 아래 신도들이 소속되어 있는 방식.
“일종의 종파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종파···?”
“오래된 종교니까요.”
믿어야 할 신의 정체도 모르는 종교다.
그러다 보니 신앙을 대하고, 경전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랐다.
제1신관인 호커스는 원리주의에 가까운 순수종파다.
언젠가 이름 없는 신이 반드시 나타나 우리를 이끌어줄 거라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