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88
“그의 강함은 그런 예지조차 필요 없다네. 애초에 알고도 못 막는 힘이거든.”
압도적인 강력함.
오딘의 스킬은 사용한다는 걸 알아도 막을 수 없다.
회피도 불가능하다.
그 어떤 신도 오딘과는 1:1로 붙지 않는다.
전쟁의 신이자 주신이 된 오딘은 그 강력하다는 제우스조차 한 수 접어줄 정도.
“그럼 이제 코렌틴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격을 얻지 못하면 5번째 장치를 찾아도 의미가 없을 거 같은데.”
“오랜 세월이 지났네. 인간들이 보낸 시간의 힘 앞에서 내가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겠나?”
“그래도 뭐 없을까요?”
“흐음··· 그럼 이렇게 해보게.”
티르가 긴 시간을 투자해 내가 그의 화신임을 증명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 * *
“고맙습니다.”
“잘 가게. 나는 이제 저기서 속 편하게 자는 자네를 깨워야겠군.”
또 다른 나는 허공에 뜬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내가 나를 보니 뭔가 이상하네.’
티르가 몸을 돌리며 손을 흔들자 부유감이 느껴졌다.
호커스와 굴락이 눈에 들어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벌써 끝났어? 5분도 안된 거 같은데.”
‘시간 축이 다르긴 하는가 보군.’
처음 하얀 공간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잠을 자고, 상당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긴눙가가프에서는 전투가 끝난 지 오래되지 않았었다.
지하 공간에서 소리를 내던 서버와 같은 장치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거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주인이 사라지면 그곳으로 장치들도 함께 사라지더군. 마치 주인을 따라가듯이.”
“흠··· 그런가. 호커스! 이제 나가죠.”
정신없이 벽을 보던 호커스가 입을 쩍 벌렸다.
“나가다니요? 어딜···?”
“정리하러요.”
나는 성큼성큼 걸어 광장으로 나갔다.
“누, 누구냐!”
지하 입구에서 나가자 광장을 가득 메운 신도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 질렀다.
나는 키비시스를 열어 리드리그에게 받은 미러 사운드 볼들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저, 저게 뭐야! 모두 공격해!”
웅성거리는 소란에 중앙 신전에서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대신관과 복장이 특이한 신관 4명도 함께였다.
대신관 테로윈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아직도 의심하는 자들은 보아라! 호커스와 이방인은 악마를 끌어들여 코렌틴을 혼돈에 빠트리려 하고 있지 않은가? 예정된 재판을 거부하고 드디어 그 간교한 속셈을 드러냈으니!”
나는 마이크를 들고 씩 웃었다.
“조용!”
내 커다란 목소리가 코렌틴 구석구석에 퍼져나갔다.
“나는 너희들이 기도하는 이름없는 신이다. 이제부터 그걸 증명하겠다.”
뜬금 없는 이야기에 광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쇼타임 시작이다.’
파국으로 향하는 코렌틴
대신관은 물론이고 광장에 있는 신도들까지 몸이 굳은 채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기야 갑자기 나타난 웬 인간이 미친 소리를 지껄인다고 생각하겠지.
“믿기 어렵겠지. 그러니 증명하겠다. 봉인된 신의 시험을 치르겠다! 가져오라!”
움찔.
미소를 짓던 대신관이 몸을 떨었다.
신도들이 웅성거렸다.
“봉인된 신의 시험···?”
“그게 뭐야?”
“아, 그 중앙 신전에 있는 궤짝 있지 않나. 그거 말일세.”
“잉? 그거 그냥 네모반듯한 돌 아냐?”
“교리에 따르면 오직 우리가 모시는 신만이 그걸 열 수 있다던데?”
“그걸 저 이방인에게 왜 가져다줘?”
“우리 교리에 따르면 누구든 봉인된 신의 시험을 치르고자 하면 대신관은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허가해줘야 하거든.”
“별게 다 교리에 있었네. 나는 왜 몰랐지?”
“워낙 낡고, 아무도 신경 쓴 적이 없으니까.”
“자네는 어떻게 알고 있나?”
“교리 공부하면 포션을 준다고 해서···.”
티르가 알려준 방법.
내가 이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존재였음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본래는 티르가 다시 돌아와 열어야 하는 상자다.
그 안에는 티르가 직접 봉인했던 각종 축복이 잠들어 있다.
신이 되어 열어야 하는 상자.
나는 티르의 화신이니 그 궤짝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앞뒤가 바뀐 것 같지만···.’
이들의 지지를 받고 신이 되어 그 상자를 열어야 하는 건데 거꾸로 이 상자를 열고 지지를 받아 신이 되게 생겼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뭐.’
신도들의 시선이 대신관에게 향했다.
‘네놈은 거부할 수 없겠지.’
대신관의 입장에서 교리에 떡하니 적힌 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놈··· 제1신관이 알려준 모양인데. 시간을 끌려는 수작이구나!”
“그래봐야 오래 걸리는 게 아닐 텐데? 왜, 두렵나?”
“그럴 리가. 우리가 모시는 신은 넓은 아량과 자애를 갖춘 분이다!”
“그럼 가져와 보라니까?”
신도들이 시선이 다시 대신관에게 향했다.
“그냥 확인 시켜주면 되는 거 아닌가? 테로윈님은 왜 저렇게 주저하시는 거지?”
“그러게. 관광코스 중 하나일 정도로 흔한 건데.”
“자네도 만져봤나?”
“코렌틴 사람 중에 그걸 만져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기야, 예전에는 그걸 만지면 행운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는군.”
“우리 부모님도 그걸 만지고 날 가지셨지.”
‘좋아. 시선은 돌렸다.’
이제 쟁점은 더 이상 제1신관과 나, 그리고 광장에 나타난 타나토스의 마족들에게 있지 않았다.
대신관과 마찰을 일으키며 자신 있게 봉인된 신의 시험을 치르겠다고 말하는 인간.
신도 수가 제일 많은 순수종파인 제1신관과 함께 나타난 자.
이제 모든 관심은 상자에 쏠리게 되었다.
‘미숙하군.’
대신관의 계획인지 아니면 누가 시킨 건지는 몰라도 어설프다.
‘언론플레이를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지.’
차라리 기도나 설교 같은 핑계를 대고 신도들을 빼낸 다음 비어있는 지역을 초토화하는 게 훨씬 좋았을 것이다.
신도들은 목숨을 건져 대신관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을 것이고, 파괴된 코렌틴을 바라보며 배신자로 지목된 나와 제1신관에게 분노가 집중되었겠지.
코렌틴은 외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조직구조가 탄탄해 제1신관 출신의 테로윈은 어떤 어려움도 없이 살아왔겠지.
온실 속의 화초.
아직 제대로 된 세상 경험이 없는 수준이다.
대신관이 자기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감히··· 좋다! 봉인된 신의 궤짝을 가져오라! 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신을 모독한 죄를 물어 네놈과 제1신관을 재판 없이 즉시 처단하겠다!”
“얼마든지.”
대신관이 뒤를 돌아 신전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가져오라!”
* * *
“테로윈님이 호커스님을 죽이겠다고 선언한 거야?”
“허, 이 사람. 시험을 치른다고 한 거 아닌가?”
“아니··· 저 사람은 인간인데? 검은 머리 인간.”
“그게 왜?”
“우리 경전 어디에도 신께서 검은 머리였다는 기록은 없는걸?”
“실제로 신만 열 수 있는 건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대신관이 되기 위한 자격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그렇잖아 봐봐.”
대대로 어느 시점이 되면 대신관은 물러나고 제1신관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관례였다.
급작스러운 사망 등으로 대신관이 바뀔 때도 있었으나 대체로 전통은 늘 지켜졌다.
현재 대신관인 호커스는 과반이 넘는 신도를 보유하고 인기도 좋다.
대신관과 제2신관부터 제5신관까지 모두 호커스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이유는 충분한 것.
궤짝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어쩌면 누군가의 말처럼 신이 누군지 알 수 있는 내용의 경전이 들어있거나, 대신관이 물러날 만한 무언가 들어있을 수도 있다.
“급하게 호커스님을 쳐내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허어··· 그거 말 되네.”
신도들이 호커스와 테로윈을 번갈아 보며 수군거렸다.
‘호커스가 생각보다 인기가 좋구나.’
대신관이 곧바로 사형을 집행하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운 것보다도, 라무르에게 들은 바가 있어서 그렇겠지.
이미 호커스는 기계장치를 실제로 찾아내 본 적이 있다.
코렌틴에 알리면서 내가 기계장치에 들어갔다가 나왔고, 또 다른 장치를 찾고 있다는 것도 알았겠지.
‘아마 멀린이나 다른 자를 신으로 지명하려고 했겠지.’
그러면 수천 년의 사가는 지명된 존재가 모두 취하게 된다.
‘그럴 때 호커스가 반박하면 사가의 효과가 줄어들 테고.’
과반의 신도를 이끄는 호커스가 어깃장을 놓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대충 퍼즐이 맞춰지는군.’
초조한 대신관의 표정과 달리 호커스는 믿음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정녕 그 궤짝을 여실 수 있습니까?”
“보셨잖아요? 기계장치에 들어가는 것.”
“대체 그 안에는 무엇이 있길래···.”
“원래 제 것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털썩.
호커스가 나를 향해 엎드렸다.
“호커스님!”
“대체··· 저 인간에게 왜?”
“호커스님이 저럴 분이 아닌데··· 저 인간에게 정말 무언가 있는 건가?”
엎드린 호커스를 보며 신도들이 웅성거렸다.
“굴락.”
나는 조용히 굴락을 불렀다.
“왜?”
하이딩 상태였는지 바로 옆에서 굴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서스에게 테세우스의 배를 타고 있으라고 해. 리드리그에게는 드래곤의 모습으로 있어 달라고 하고. 곧 소환할 거야.”
“싸울 거야?”
“쇼타임이다.”
나와 함께 대부분의 모험을 같이했던 굴락은 티르의 과거를 보지 못했음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챘다.
“좋아. 확실하게 준비해주지.”
굴락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신전 내부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며 기사 6명이 커다란 관 같은 궤짝을 들고 광장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 * *
쿵.
광장 중앙에 궤짝이 놓였다.
“네놈이 정녕 코렌틴과 관련이 있다면 응당 그 궤짝이 열릴 터! 어디 한번 손을 대 보게!”
광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숨죽인 채 나를 바라보았다.
‘되겠지?’
티르가 직접 말해준 방법인데 설마 안 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천천히 궤짝을 향해 손을 가져다 대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릉.
코렌틴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거칠게 흔들렸다.
“뭐, 뭐야! 갑자기.”
“악마들의 습격인가?”
“저기 봐! 궤짝이···!”
직사각형의 돌덩이 같은 궤짝이 부르르 떨렸다.
쩌적, 쩍.
궤짝 상단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틈새로 초록빛이 새어 나왔다.
티르의 색이었다.
드드드드드드드.
쩌적, 쩍, 쩍.
궤짝이 점점 격렬하게 떨리며 틈이 벌어졌다.
번쩍!
꽈아아아앙-!
빛이 터지며 찬란한 무지갯빛 폭발이 시작되었다.
“으아악! 도망쳐!”
“아, 아니야! 저거 봐!”
궤짝은 산산이 조각나며 가루처럼 부숴졌다.
그 속에 있던 수많은 무지갯빛 덩어리들.
‘혼돈의 파편 같은 느낌이다.’
차이점이라면 온갖 색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뿐.
빛덩이가 하늘로 떠올랐다.
“아···.”
“아름다워.”
“저게 우리들의 신께서 남기신 건가?”
모든 신도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대신관마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빛덩이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춤을 추듯 긴 꼬리를 남기며 하늘을 빙글빙글 돌았다.
한참을 그렇게 하늘을 수놓는가 싶더니 일렬로 정렬했다.
‘뭐지?’
빛덩이가 나를 향해 차례로 떨어져 내렸다.
번쩍!
퍽!
내 머리를 강타한 붉은 빛.
머릿속에서 무언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자연을 사랑하되 그 무엇이든 창조하고 소멸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빛덩이가 떨어져 내렸다.
퍽!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고, 날씨를 조종해 생명의 번영을 이룰 것이며.’
퍽!
‘생과 사, 탄생과 소멸을 관장할 것이고.’
퍽!
‘모든 신의 경배를 받아 마땅하며.’
퍽!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율할 것이니. 나의 권능은 그저 시간에만 국한되지 아니할 것이며.’
퍽!
‘우주의 근원에게 넘겨받은 창조의 힘은 그 무엇에도 우선한다.’
모든 빛이 내게 스며들었다.
‘아··· 티르는 오딘보다 약한 게 아니었어.’
그저 티르는 누구와 싸우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창조의 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그의 시선에서는 길가의 풀 한 포기나 인간도 하나의 생명이었을 뿐이다.
오딘과 싸우면 싸울수록 수많은 생명이 소멸한다.
티르는 그렇게 호전적인 오딘마저 품고 싶었다.
‘할배. 사람은··· 아니 신은 고쳐 쓰는 거 아닙니다.’
나는 티르의 화신이다.
그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법은 동감할 수 없다.
상태창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내게 부여된 힘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창조와 소멸.’
신을 탄핵하고 신계를 관리하며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던 주신의 권한과는 다른 힘이다.
애초에 티르의 권능은 하나가 아니었다.
태초에서 부여받은 그의 진짜 능력.
창조와 소멸.
그리고 시간.
오딘은 주신의 타이틀과 권한은 가졌으나 진정한 주신의 권능은 가지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할아범이 영악하군.’
라그나로크와 신들의 전쟁으로 누가 아군이고 적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사상검증을 한 셈이다.
화려한 빛의 폭죽 쇼가 끝나고 광장에 모인 신도들이 아무런 말 없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나를 향해 엎드리기 시작했다.
* * *
“저, 저 간악한 자가 성스러운 신의 물건을 부, 부셔버렸다! 뭣들 하는가! 어서··· 어서 잡아서 죽여야 한다!”
‘순발력 좋고.’
대신관의 임기응변에는 감탄만 나왔다.
나는 누가 보더라도 시험을 통과했다.
그게 무엇이었는지 모르던 신도들조차 제1신관을 따라 나를 향해 엎드렸다.
대신관과 함께하는 다른 신관들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우웅.
제2신관은 검사 출신인 모양이다.
그의 검에는 포션을 이용해 키운 오러가 1m도 넘게 솟아올랐다.
다른 신관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무슨 짓입니까? 우리의 교리에 따라야 합니다!”
“대신관님! 제2신관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신도들이 무기를 든 신관들을 보며 웅성거렸다.
“저들은 모두 거짓이란 말이다! 나는 너희들의 대신관이야! 내 말을 믿어야 한다!”
“대신관님! 아무리 봐도 이상합니다!”
“이상합니다!”
“이이익···! 어쩔 수 없다! 저들의 손에 넘어가는 건 막아야 한다!”
대신관이 크게 소리치며 곧장 뒤를 돌았다.
‘단검?’
대신관의 손에 보라색 단검이 들려있었다.
푹.
“커어억.”
바로 뒤에 따라오던 제2신관의 가슴에 단검이 박혔다.
제2신관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대신관을 바라보았다.
“왜···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