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0
빌딩보다 거대한 타나토스의 낫.
난데없는 보물찾기를 해야 할 판이다.
쾅! 쾅!
수천, 수만의 사신이 코렌틴을 공격했다.
위이이이잉.
쾅! 쾅!
각성자들은 사신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
드래곤은 각종 마법과 브레스로 타나토스를 공격했다.
그러나 타나토스는 드래곤의 공격을 전혀 개의치 않으며 한 번씩 낫을 휘둘러 코렌틴을 가루로 만들었다.
‘타나토스만 잡으면 된다.’
타나토스를 유심히 지켜보던 그레모리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타나토스. 여전하군. 호호호호.”
“여전하다고?”
“나는 타나토스의 버릇을 알고 있지. 내게 힘을 줘.”
“버릇?”
“오랜 세월 굳어진 습관이야. 어차피 저런 권능을 쓸 때는 익숙한 곳으로 생명력을 집중하기 마련이거든.”
“생명력이 어디 집중되는지 안다고?”
나는 채찍에서 꺼낸 힘을 그레모리에게 모두 전해주었다.
“흐으으으응···! 100%? 진짜?”
“이제 그 정도 힘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야. 가자.”
“흐응. 나쁜 남자네. 좋아.”
‘퓨리.’
나는 그레모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명계의 소멸
짝!
그레모리의 채찍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타나토스를 휘감았다.
“크크크. 그레모리 네년을 찾고 있었다.”
“흐응. 넌 내 타입이 아닌데?”
“디아블로와 하데스마저 처리했으니 네년만 없으면 내가 명계의 진정한 주인이다!”
“웃기고 있네.”
하늘에 떠 있는 타나토스.
여전히 구름 사이로 수많은 사신이 내려오고 있었다.
‘대단위 공격은 오딘의 창만 한 게 없지.’
궁니르 아이템 스킬을 쓰려는데 머릿속에 이상한 느낌이 스쳤다.
‘왠지 이거 조정이 될 거 같은데?’
오딘의 창이 써지는 기본 원리가 이해되었다.
‘긴눙가가프에서 순수한 에너지를 끌어와 소멸의 힘으로 변환하는 거구나.’
원리가 이해되자 오딘의 창이 가지는 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
‘힘의 제약이 걸려있어.’
3레벨까지 열려있는 창 스킬.
긴눙가가프에서 끌어오는 힘의 리미트가 설정되어 있었다.
‘이걸 풀면 더 큰 힘을 끌어올 수 있나?’
아니다.
긴눙가가프에 있는 힘은 무한하지 않다.
태초가 탄생하며 우주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의 총량은 이미 한계가 설정되어 있었다.
‘이 힘을 생명의 번영과 세상에 투자했으면 훨씬 살기 좋았을 텐데.’
한번 깨닫고 나니 뒤는 쉬웠다.
세상에 흩뿌려진 에너지의 흐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흐름은 이곳에서 싸우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붙잡히듯 집중되어 있었다.
타나토스와 그레모리의 힘이 가장 컸다.
드래곤도 상대적으로 거대한 힘을 축적하고 있었다.
각성자, 언데드, 하다못해 코렌틴의 일반 신도들마저 에너지를 어느 정도 축적하고 있었다.
‘신이라는 존재는··· 이런 에너지를 돼지처럼 자신들에게 집중해서 힘을 키우고 있는 거구나.’
다시 한번 신들의 속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한정된 자원을 수돗물 쓰듯 마음대로 꺼내쓰고 있다.
‘오딘의 기술이 이런 의미였구나.’
다른 신이 긴눙가가프에 빨대를 꽂는 수준이라면 오딘의 스킬은 초대형 송유관을 꼽는 정도다.
‘힘의 규모가 달라.’
여태껏 만났던 신과 영웅이 오딘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박살 난 이유다.
태초에서 받은 은혜.
오딘은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능력이 있었다.
‘그럼 나는?’
다시 한번 내면을 관조했다.
시끄러운 전투 소리가 사라지고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졌다.
궤짝을 열어 내가 흡수했던 티르의 권능.
그것은 창조와 소멸의 힘이다.
신을 탄핵하는 주신의 권한보다 더 근본에 가까운 권능.
‘아··· 티르는 상호 보완 관계구나.’
흑과 백.
음과 양.
오딘은 긴눙가가프의 에너지를 끌어다 쓰고, 티르는 창조와 번영을 통해 긴눙가가프의 전체 에너지 파이를 늘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티르의 힘은 긴눙가가프의 에너지를 끌어다 사용하지 않는다.
태초의 사랑을 홀로 독차지한 티르.
그는 자신의 성격대로 모든 것을 사랑하되, 어느 것이나 창조하고 조율할 수 있었다.
나는 오딘의 창을 등에 메고 게 볼그를 들었다.
‘다만 내가 행하고자 하니.’
쿵.
쿠르르르릉.
코렌틴 하늘에 떠 있던 구름 사이로 무거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산뜻한 향기와 함께 유형화된 녹색 에너지가 코렌틴 전역에 흘렀다.
흠칫.
타나토스가 녹색 기운을 보며 몸을 떨었다.
“이, 이게 뭐지?”
코렌틴에서 사신과 혈투를 벌이던 신도들이 싸움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 신의 힘이다.”
“포션을 마셨을 때랑 똑같은 기분이야.”
“우, 우리들의 신···!”
“신께서 돌아오셨다···!”
“그 수천 년의 세월을 뚫고. 신께서 코렌틴의 배신자를 처단하고 우리를 구하러 오셨다고!”
호커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신도들이여! 나는 광장의 지하에서 보았소! 그곳에는 우리들의 진정한 고향이 어디인지. 우리가 모시는 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신께서 우리를 왜 떠나야 했는지가 모조리 적혀있었소!”
경건한 호커스의 음성이 코렌틴 전역에 울려 퍼졌다.
“우리들의 신께서는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던 거요! 그마저도 못내 미안해 축복을 하나 남겨두어 번영을 바라셨고! 이제 그가 다시 돌아와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것이니!”
호커스의 물기 섞인 말에는 호소력이 있었다.
어느새 신도들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 들었다.
“나는 저분과 짧은 여행을 함께하며 많은 것을 보았소! 신께서는 적이 많소! 아직도 신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제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 코렌틴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분을 믿읍시다. 다시 돌아온 우리들의 신. 서진우를.”
신도들의 눈빛에 광기가 스며들었다.
“코렌틴은 핍박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퍽! 퍽!
키아아아아악!
신도들은 다시한번 검을 고쳐 들고, 지팡이를 흔들었다.
무섭도록 조용해진 코렌틴에는 타나토스의 사신들이 내뱉는 비명만 가득했다.
코렌틴의 신도들은 공격받아도 소리치지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들에게 다시 돌아온 신을 향해 길을 뚫을 뿐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
때맞춰 드래곤의 브레스가 길을 뚫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쾅! 쾅! 쾅!
타워가 불을 뿜고 데스나이트가 선봉에 섰다.
귀족
급 사신도 광기에 물든 신도들과 동맹에는 역부족이었다.
* * *
“놈··· 그 더러운 혀로 저들을 구슬려 사가를 얻었구나. 모두를 죽여 내 악명을 쌓겠다!”
타나토스 주변으로 수 백 개 검은 구체가 떠올랐다.
“조심해! 사신의 봉인 구슬이야! 저기에 닿으면 타나토스의 노예가 된다!”
그레모리가 구슬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상해.’
상태창을 이용해 스킬을 쓸 때와는 다른 기분이었다.
기존에는 그냥 내게 주어진 무기를 휘두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양감이 가득 차올라 환희가 느껴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
그때 검은 구체 하나가 내게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위험해!”
짜악.
그레모리의 채찍이 내게 날아오는 검은 구체로 향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검은 에너지의 흐름이 내게 향하고 있는 게 눈으로 보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들었다.
‘멈춰.’
코렌틴에 퍼진 녹색 기운이 검은 구체를 부드럽게 감싸듯 어루만졌다.
뚝.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구체가 그대로 하늘에서 정지했다.
“뭐, 뭐냐!”
타나토스가 당황하며 다른 구체를 내게 모두 던졌다.
타나토스의 에너지 흐름은 불안정하다.
그에게 이어진 에너지 흐름은 명계로 이어져 있었다.
본래 그의 에너지는 명계를 넘어 긴눙가가프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명계는 쇠락했다.
주신이 바뀌고, 죽은 자의 순환고리가 니플헤임과 헬헤임으로 변했다.
명계는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자신들끼리 소모하며 서로를 잡아먹어 힘을 키웠다.
멸망을 향해 달리는 열차처럼.
‘가련하군.’
타나토스는 대지를 파괴하고 인간들에게 공포를 주기에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존재를 유지하는 힘을 이곳저곳으로 옮기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얼핏 보면 신과 동급으로 강해 보인다.
‘그저 눈속임이지.’
차라리 하데스가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뚝.
내게 날아오던 모든 구체가 허공에서 정지했다.
나는 부드럽게 주먹을 쥐었다.
‘사라져라.’
멸(滅)의 힘.
사신의 봉인 구슬이 무너져내렸다.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가라.’
“뭐, 뭐 하는 짓이냐! 그만!”
타나토스가 당황하며 소리 질렀다.
봉인 구슬이 바스러지며 빠져나온 에너지가 내게 흡수되었다.
‘이런 걸 모아 창조의 힘으로 바꿀 수 있구나.’
나는 타나토스에게 천천히 날아갔다.
타나토스가 하늘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빠지지지직.
구름 사이가 갈라지며 익숙한 명계의 하늘이 보였다.
“도망간다!”
그레모리가 소리 질렀다.
‘공간을 찢는 힘.’
말보런스의 에너지 흐름을 가로막고 검은 기운이 하늘을 억지로 벌렸다.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답답한 기분.
나는 녹색 기운을 움직여 갈라진 공간을 지웠다.
“이, 이럴 수가···!”
“타나토스. 명계는 그 소임을 다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나는 아케론강을 넘어 모든 산 자의 사후를 책임지는 명계의 주인이다!”
“그건 하데스였지. 내 눈에는 보인다. 명계의 힘은 쇠락을 넘어서 바닥을 찍었어.”
잠깐 보았던 명계의 하늘.
예전에 방문했을 때는 그저 삭막한 분위기라고만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그건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세계의 마지막 발악이자 최후의 모습이었다.
“웃기지 마라! 나는 모든 생명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야기를 지닌 신. 어둠과 죽음을 관장하는 타나토스다!”
화악!
타나토스가 다시 한번 사신의 봉인 구슬을 소환했다.
그리고 구름 사이로 익숙한 마물이 떨어져 내렸다.
“이, 이게 뭐야! 우리 가문의 마족은 모두 어디 갔느냐!”
타나토스가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긴눙가가프에 있던 청소부.
‘블로크.’
명계의 모든 힘이 다했다.
소멸하는 세계를 청소하고 먹어 치우기 위해 블로크가 명계에 나타난 것이다.
블로크는 멸망하는 세계에 나타나는 긴눙가가프의 사자들이다.
말보런스는 아직 생명이 가득 차 있는 활기찬 세계다.
키에에에에엑!
퍼석!
명계에 열린 공간의 틈을 통해 말보런스에 떨어진 블로크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소멸했다.
드래곤 40마리와 데스나이트, 리치.
타워와 기사단.
믿음으로 가득 찬 신도들.
사신은 그 짧은 새 거의 다 소멸했다.
“타나토스. 이제 끝났어.”
나는 다시 한번 구슬의 힘을 흡수했다.
“웃기지 마라! 우리 올림푸스는 패배하지 않는다! 네깟놈이 그저 우연히 얻은 저 작은 미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닿을 것 같은가!”
“안타깝군. 저들이 수천 년간 쌓아온 믿음이다. 오직 언제고 돌아올 거라는 절실한 마음이 모여 만든 커다란 이야기. 그리고 그 곁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수많은 이야기. 그건 신들의 전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이야기다.”
나는 다시 타나토스를 향해 움직였다.
디셉션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에너지의 흐름.
디셉션은 이런 흐름이 가장 불안정한 곳을 표시해주는 보조기능 역할이었다.
그레모리의 채찍이 쉴 새 없이 휘둘러졌다.
“타나토스···! 나는 네놈이 죽어도 너를 저주하리라! 억겁의 세월을 견뎌낸 명계를 멸망으로 이끈 자여!”
짜악!
“나, 나는···! 나는!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라무르와 제우스께서··· 로키가···!”
“멍청하긴! 그놈들은 그냥 말 잘 듣는 이인자가 필요했을 뿐이야! 네놈의 역할은 이제 끝이고!”
“아니다! 아니라고! 거짓이다!”
“네놈이···! 네놈이 명계를··· 우리 모두의 집을 부숴버렸어! 멍청한 놈아!”
“으아아아아아!”
죽음과 공포의 대명사.
타나토스의 울부짖음이 코렌틴을 넘어 말보런스 구석구석에 퍼져나갔다.
‘저곳이군.’
타나토스의 낫 끝부분에 에너지 흐름이 집중된 게 보였다.
남아있는 사신은 2천여 마리가량.
‘오딘의 창은 무지막지한 에너지를 끌어와 때려 박는 방식이다.’
낭비가 심하고 효율도 나쁘다.
나는 오딘의 창이 발현하는 기본 원리를 따라 녹색의 기운을 움직였다.
번쩍!
싱그러운 녹색의 기운이 선율을 그리듯 움직이며 타나토스를 붙잡았다.
코렌틴의 땅속에 퍼져있던 녹색의 기운이 솟아 나와 낮게 떠 있는 사신을 모두 붙잡았다.
전투가 중지되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 향하는 게 느껴졌다.
“놓아라! 나는 타나토스다! 명계의 주인이다!”
키에에에에에엑!
사신들도 타나토스와 함께 울부짖었다.
‘무위로 돌아가라.’
팔을 뻗자 의지가 발현되었다.
그리고 녹색의 기운은 내 의지를 따라 다시 한번 움직였다.
번쩍!
붙잡혀 있는 사신의 머리 위로 녹색의 기운이 뭉치며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생명의 나뭇잎···! 저, 저건··· 우리 코렌틴의 문장이 아닌가?”
“우리들의 신께서 기적을 행하신다!”
“오오오. 신이시여.”
신도들이 나를 향해 엎드렸다.
사신의 머리 위에서 생겨난 나뭇잎이 춤을 추듯 팔랑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번쩍!
나뭇잎이 머리끝에 닿자 사신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더러운 것을 지우듯 생명의 기운이 죽음의 기운을 몰아냈다.
“안돼!”
타나토스의 머리 위로 수십 미터 크기의 거대한 나뭇잎이 생겨났다.
팔랑.
타나토스를 향해 천천히 떨어지는 나뭇잎.
잎사귀 끝이 타나토스의 낫에 살짝 부딪히며.
번쩍!
“크아아아아아아아!”
타나토스의 구슬픈 비명이 말보런스 대륙에 길게 울려 퍼졌다.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내것이 되었다
타나토스는 엄청난 에너지 폭풍에 휘말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그의 거대한 몸체가 떨리는 모습은 흡사 종말의 한 장면 같았다.
빠지지직.
녹색과 암흑 에너지가 뒤섞이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아, 안돼!”
타나토스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낫으로 허공을 갈랐다.
다시 한번 나타난 명계.
“명계가···.”
타나토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공간의 틈새로 보이는 명계는 소멸하고 있었다.
세계의 소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