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5
티르가 친했다던 인간 왕족이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스베아는 스웨덴을 가리켰다.
티르가 말하길 그곳에 영웅지원 장치도 있다고 했었다.
‘영웅지원 장치와 마지막 기계장치 서버가 같이 있는 건가?’
그리고 어쩌면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김정훈을 만날 수도 있다.
‘김정훈은 멀린에게 빙의 당했으니 사라졌으려나?’
아닐 것이다.
멀린은 여러 파편을 만들어 목적에 맞게 분산시켰다.
아마도 진짜 멀린이나 라무르가 전투에 참여하겠지.
아니면 둘 다 같이 나오던가.
“기록의 서··· 그 하얀 공간 말인데요. 거기서 미래는 어떻게 보는 거죠?”
“미래를 보는 건 신력을 소모하는 일이네. 추천하지 않아. 자네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네.”
“미래를 보면 그 행위 자체가 영향을 준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전장도 알아야 하고, 헤라와 이둔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기록에 서에 있는 최근 과거를 뒤져 오딘을 쫓을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이동했을 수 있다.
제일 확실한 건 확정된 미래다.
“미래와 관련된 건··· 마지막 장치가 핵심이네. 나는 자네가 그걸 보지 않길 추천하고.”
티르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뭐지···?’
티르의 행동과 말투.
그는 내가 마지막 장치에 다가가는 걸 꺼리는 눈치다.
“잊으셨나 본데··· 저는 당신의 힘을 물려받았습니다. 스베아에 장치를 넣던 시점으로 직접 가서 확인도 할 수 있어요.”
“미안하지만 그 기록은 내가 삭제했네.”
“네?”
“기록을 삭제했다는 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지. 나 역시도.”
“대체 왜···?”
“내게 남은 감정의 흔적은··· 그저 자네가 그곳에 가지 않길 바랄 뿐이군.”
“그렇다면 더욱 찾으러 가야겠습니다.”
“···자네는 현명하게 잘 해내겠지. 무운을 비네.”
티르가 움막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요. 오딘이 최후의 전투를 위해 신들을 소집하는데 마하님도 끌려갔어요. 대체 왜죠? 마하님은 에린의 신인데···.”
올림푸스는 제우스가 걀라르호른에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 강제로 소환할 수 있었다.
티르가 천천히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오딘에게 힘을 주었기 때문이네.”
“네?”
“에린의 신을 소환하기 위한 힘. 내가 그걸 주었네.”
스베아의 마지막 기계장치
“예? 그게 무슨···.”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군. 우선 숨게. 이제 오딘이 도착할 테니··· 직접 보고 나서 자네가 판단하게나.”
‘그냥 속 시원히 말해주지 뭘 또 직접 보라는 거야.’
어차피 또 기록의 서를 건드려 다른 시간으로 가서 다시 직접 물어봐도 된다.
하지만 티르의 표정과 행동을 보아하니 말해주지는 않을 것 같은 눈치다.
나는 자연스럽게 공기 중으로 녹아들었다.
신이 되고 좋은 점은 하이드나 플라이 같은 마법을 딱히 쓰지 않아도 의지만으로 원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기록의 서로 과거를 볼 때는 시네마틱이 가능하다는 게 최고 장점.
주신의 권한을 얻은 오딘은 미래에 시네마틱으로 구경하는 나를 인지하고 직접 공격까지 할 정도로 대단한 능력을 지닌 신이다.
‘이 당시 오딘은 나를 알아볼 수 없다.’
나는 공기 중에 녹아들어 티르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티르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촤악.
움막의 입구가 거칠게 열리고 흥분한 표정의 오딘이 나타났다.
“티르. 드디어 오늘이군.”
“오딘. 오랜만이네.”
오딘이 티르 앞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약속대로 주신의 권한을 넘겨라. 에린의 모든 생명이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오딘. 자네의 협박에는 두 가지 큰 오류가 있네.”
“오류?”
“우선 첫째. 나는 여전히 주신이네. 생명을 죽여봐야 다시 되살리면 그만이지. 내 권능은 창조와 소멸, 시간인 걸 잊었나?”
“흥. 나는 죽이고, 또 죽일 것이다. 그 모든 생명이 신음하며 자네에게 영원한 안식을 달라고 빌 때까지 비탄에 잠기도록 고통을 줄 거야.”
“그래. 바로 그게 자네의 계획이겠지. 여기서 두 번째 오류가 나타나네.”
“말해보라.”
“빛나는 아스가르드의 최고신이 고작 주신의 권한이 탐나 영광스러운 이야기를 살육으로 장식할 텐가?”
“···이야기를 전할 자들이 모두 죽으면 사가는 힘을 잃겠지.”
“좋은 자세야. 후후.”
‘흠··· 생각했던 거랑은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협박에 못이긴 티르가 눈물을 흘리며 주신의 권한을 빼앗기고 오딘에게 죽임을 당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어째 우위에 있고 오딘은 마지못해 끌려온 느낌이 들지 않은가?
“어이가 없군. 몰래 뒤로 내게 연락해 주신의 권한을 주겠다던 네가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것이냐?”
‘···티르가 제안했다고?’
대체 무슨 이야기지?
* * *
“멀린이라는 친구가 있네. 혹시 알고 있나?”
“신인가?”
“아직 아닐세.”
“신도 다 외우지 못하는데 그런 자를 내가 알 리가 없지.”
“들어보게. 이건 그의 계획일세.”
티르는 긴 시간을 들여 오딘에게 멀린의 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우주의 기본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어 모든 세계가 소멸할 거라는 부연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건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 그걸 막기 위해 네놈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문제는 신이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야.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테고. 내가 아무리 긴눙가가프에 에너지를 쏟아 넣어도 쓰는 속도가 가속되어 우리는 예정된 멸망으로 향하게 될걸세.”
“그럼 어쩌자는 말인가?”
“태초의 실수를 바로잡아야 하네.”
태초의 실수.
우주의 근원 자체인 그 존재는 모두가 자신과 같으리라는 큰 착각을 했다.
인간도 신도 아닌 태초는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신과 생명체가 자신과 같이 사고할 것으로 생각했다.
우주의 번영을 위한 생명의 순환고리.
최초의 폭발과 함께 긴눙가가프와 우주가 창조되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태초의 존재도 탄생했다.
그는 이 우주를 더욱 번영시키기 위해 각 신계의 최고신을 만들었다.
“우리가 생성된 시점에서 태초께서는 오류를 범했지. 바로 욕망을 제거하지 않은 것일세.”
당연히 모두가 자신과 같으리라 생각했기에.
태초는 인간을 베이스로 권능만을 부여했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권능과 힘을 나눠준 태초는 스스로 소멸했다.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도 상상할 수 없이 컸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듣던 오딘이 피식했다.
“그래서 자네의 제안은 뭔가? 이제 와서 주신의 권한을 줄 테니 나더러 모든 신을 죽이라는 건가?”
“우리도 죽어야 하네.”
“···뭐라고?”
“모든 신은 소멸하여야 한다네.”
“그 멀린인가 뭔가 하는 놈의 계획인가?”
“그는 욕망이 있네. 스스로가 신이 되고 싶어 하지.”
오딘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놈 말은 갈수록 이해할 수가 없군.”
“신을 비롯해. 태초에서 태어난 존재들도 함께 소멸해야 하네. 이미르의 거인들과 수르트도.”
“거인들을?”
“영생을 사는 존재를 모두 소멸시켜야 한다. 자네가 할 일이네.”
“싸우는 건 자신 있지. 그런데··· 그러면 굳이 내게 주신의 권한을 넘길 필요가 없지 않나?”
티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딘. 태초에서 태어난 내 형제여. 자네의 아둔함은 정말 끝까지 나를 질리게 하는군.”
“죽고 싶은 건가?”
“자넨 날 죽이러 왔네만. 아무튼 자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딱 말해줄 테니 잘 기억하게.”
티르는 오딘에게 미래에 해야 할 일을 설명했다.
내가 알고 있던 미래다.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 * *
‘말보런스의 경계는 오딘이 만들어낸 거구나.’
그는 이곳을 나가자마자 라그나로크를 일으킬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황폐해지는 각 세계의 일부분을 떼어내 말보런스에 가져다 붙인다.
‘시선 돌리기용이라니.’
경계는 티르가 영웅지원 장치와 기록의 서, 코렌틴을 효과적으로 숨기려고 일부러 만들어 낸 균열이었다.
‘이거 어째···.’
티르가 오딘에게 짐을 떠넘기는 모양새인데.
아니나 다를까 오딘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신의 권한을 넘기면 네놈은 뭘 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는 거냐?”
“나는 길고 긴 미래를 보며 시간과 사건을 조정해야 하네. 워낙 먼 미래라 모든 일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소멸하겠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내가 해야 할 일은 이제 알겠다. 그럼 최종 목표는 뭐지?”
“단 하나의 신만 남기는걸세.”
“···단 하나의 신?”
티르가 내가 숨어있는 방향으로 힐긋 시선을 돌렸다.
워낙 빠른 그의 눈빛에 오딘도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내 계산이 정확하다면··· 단 하나의 신만 남으면 생명이 쌓는 에너지가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더 커질 것이네.”
“제우스는 신과 영웅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니 올림푸스는 싹 죽여야지.”
‘티르도 신은 신이구나.’
착한 할아버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도 어찌 되었든 신이다.
아니 어쩌면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되 신에게는 냉혹한 존재일지도.
“흠··· 신들의 전쟁이라··· 원 없이 싸워보겠군.”
“잊지 말게. 단 하나의 신만 살아남아야 하네. 그리고 그 사실을 다른 신들이 은연중에 알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흘리게.”
“흘릴 필요도 없지. 아마 다들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거야.”
‘그래서··· 내가 보았던 과거의 조각들에서 전부 자신이 살아남겠다고 이야기 하는 거였구나.’
모두 뒤통수를 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유일신.
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달콤한 제안이 아니겠는가?
‘이번 전쟁에 빠질 리가 없겠군.’
그 어떤 신도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전쟁 중에 쌓이는 사가도 물론이거니와 신은 그 자체로 욕망과 아집 덩어리다.
‘아무리 약한 신도 기회만 잘 포착하면 얼마든지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겠지.’
티르.
신의 심리를 무섭도록 꿰뚫고 있는 자.
그는 자신을 희생해 수천 년의 시간을 조정했다.
긴 세월을 걸쳐 만든 최후의 무대.
“부디 유일신이 되거든 세상을 잘 지원해주게.”
“걱정 마라. 네놈보다는 잘 할 테니.”
이건 내게 하는 말이다.
“아마도 마지막 남겨진 조각을 찾으면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될 거야.”
“마지막 조각? 행동?”
저것도 내게 하는 말이다.
나는 티르에게 꾸벅 허리를 숙이고 공간을 떠났다.
* * *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라···.’
잘 살던 주신이 자신을 희생하며 모든 신을 죽이기 위한 수천 년의 계획을 짠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나는 기록의 서에서 티르의 과거를 샅샅이 훑었다.
스베아 왕가를 찾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빨 빠진 것처럼 엉성하네.’
티르의 기록은 그가 말한 대로 다수가 삭제되어 있었다.
‘왜 굳이 내가 볼 수 없게 한 거지?’
어차피 티르는 미래를 알고 있고, 기록의 서를 가지게 될 건 나뿐이라는 것도 알 텐데.
‘다른 자가 기록의 서를 가질까 봐 지운 건가?’
어차피 다른 신이나 존재가 기록의 서를 가지게 되면 티르의 계획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굳이 기록을 삭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마지막 기계장치를 찾으라고?’
나는 기록의 서를 빠져나가 수서로 향했다.
“허··· 뭐야. 장난 아니네.”
왕창 파괴된 게 얼마 전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게 복구되어 있었다.
아니, 복구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더 좋아져 있었다.
도로를 다니는 수많은 마차에는 각종 짐과 사람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어? 영주님이다!”
“진짜네? 영주님이다!”
“와아!”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잘 지내셨어요?”
“와아! 영주님! 영주님!”
“사랑해요! 서진우!”
모두의 눈빛에는 안정감과 행복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퀘스트가 나온다면서요?”
“마지막 퀘스트요?”
“모든 몬스터와 신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디펜스 임무라던데요?”
‘아··· 그걸 이런 식으로 설명했나 보군.’
꽤 괜찮은 생각이다.
각성자들에게 상태창은 여전히 게임과 같은 시스템이니까.
“이번에도 영주님이 계시니까 무한 부활하는 거죠?”
“참가 보상이랑 처치 보상이 쏠쏠할 거라고 다들 흥분해 있어요! 물약값이 미쳐버렸죠!”
“어차피 죽으면 다시 살아나는데 왜요?”
“누가 커뮤니티에 계산해둔 게 있는데··· 물약 빨고 잡는 게 그냥 죽고 본진에서 부활하는 것보다 돈을 더 벌더라고요.”
상태창의 기여도는 죽으면 초기화된다.
‘의뢰도 마찬가지인가 보구나.’
광역 마법을 날리고 잘 버티면 몬스터가 죽을 때 처치 보상이 왕창 들어온다.
그런데 죽으면 말짱 꽝이다.
‘그럼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지.’
쓰면 쓸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막판 렙업 한다고 요새 파티창이 난리예요.”
“맞아요. 장비 가격도 장난 아니고요.”
“마지막 퀘스트가 끝나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다시 옛날로 돌아가나요? 이대로 임무가 끝나는 건가요?”
“영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죽은 일반인이 다 살아나면··· 건물도 다시 생겨나요?”
“아직은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저도 궁금하고요. 우선은 눈앞에 닥친 전투부터 준비하시죠.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에이. 좀비 어택이 가능한데 우리가 왜 져요. 크크크 무조건 이기죠!”
맞는 말이다.
무조건 이길 수 있다.
김정훈은 아주 적절한 시기에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내게 부여했다.
‘마치 이렇게 될 걸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날 이후 내게 아무런 연락이나 언질도 주지 않고 있다.
그는 운영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제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다.
* * *
한스를 통해 외국에서 들어온 난민을 뒤져 스웨덴 사람을 찾았다.
“이분입니다. 스웨덴에서 고위직에 있었다는군요.”
“아,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턱수염이 덥수룩한 금발의 나이 든 백인이었다.
낡긴 했지만 꽤 비쌌을 법한 정장을 가지런하게 차려입고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신지··· 제가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는지요?”
그의 뒤에는 가족인 듯한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민 생활.
공포와 굶주림의 연속이었겠지.
수서 영지는 그들이 지내던 쉘터에 비하면 천국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신세계다.
“아닙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냥 뭐 좀 여쭤보려고 하는 거니까요.”
일부러 밝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제야 스웨덴에서 온 난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무엇이든 돕겠습니다.”
“스웨덴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왕립 스웨덴 과학한림원의 연구원이었습니다.”
뭔지 몰라도 대단한 사람이었나보다.
나는 스베아 왕가에 대해 적당히 에둘러 물어보며 기계장치가 있을법한 위치를 물었다.
“흠··· 스베아라··· 현대까지 남아 있으려면···.”
한참을 고민하던 노인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소 건설 예정 부지가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이제 건설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곳 지하 깊은 곳에는 누구도 모르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마지막 기계장치의 위치를 찾았다.
잠들어 있는 신
“엄청 높네요. 으으. 조금 춥기도 하고요.”
“기분만 그럴 겁니다. 보호막을 걸어드렸으니 실제로는 문제 없을 거예요.”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제가 고소 공포증이 있거든요. 으으으.”
나는 노인을 데리고 수서 영지를 떠났다.
‘신이 되어서 좋은 점은 플라이나 하이딩을 그냥 쓸 수 있다는 것 정도인가.’
노인은 허공에 뜬 자기 몸이 어색한지 눈을 감지도, 뜨지도 못한 채 떨었다.
“엄청나게 빠른데도 바람 느낌이 거의 없네요.”
“보호막이 있으니까요.”
“영주님 제 이름은 마티아스 욤스호프입니다. 마티아스라 불러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영지는 지낼 만 하세요?”
“이런 세상에서 안전한 장소와 가족이 쉴 수 있는 집 하나가 있다는 게 어디입니까? 제가 고소 공포증이 있는데도 영주님을 따라나선 건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티아스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면서도 살짝 웃었다.
나는 상태창 지도를 띄운 채 중국 상공을 날고 있었다.
“지내시기는 어때요?”
“아주 좋습니다. 자식들이 가구 만드는데 소질이 있거든요. 곧 있으면 가구점을 하나 오픈할 계획입니다.”
“잘 되었네요. 마티아스는 뭐하고 싶은 거 없으세요?”
“학교가 세워지고 있다더군요. 전 세계 모든 언어가 서로 통하게 되었으니 이참에 아이들을 가르쳐 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요새 인류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투가 있을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입니까?”
“예. 비슷하네요. 꼭 인류뿐만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