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03
주신의 격을 끌어 냈다.
“네놈···! 어찌 주신의 힘을···!”
오딘이 눈을 부릅뜨며 당황했다.
* * *
몬스터가 나오고 세상이 뒤집혔다.
처음에는 고블린 한 마리에게 살아남기 위해 싸웠다.
남들보다 앞서나가며 언론과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그때부터 내게는 이야기가 쌓였다.
세상을 구한 인간 출신 신.
처음부터 신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삶의 밑바닥을 살아내던 평범한 청년의 각성 이야기.
주신의 격에 내가 살아온 세월이.
티르가 담아낸 삶이.
마티아스가 느낀 고독과 절망, 간절함이 담겼다.
부르르르르.
서로를 밀어내던 녹색과 황금색 기운.
오딘은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오딘을 공격하라!”
“오딘님을 지켜라!”
올림푸스 신과 영웅들이 공격에 합세했다.
아스가르드의 존재들은 그런 올림푸스를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딘이 뒤로 밀리며 입을 열었다.
“주신의 격을 어떻게 얻었지? 태초의 법칙에는 주신이 단 한 명만 있어야 한다!”
“태초가 널 싫어하나 보지.”
오딘의 머리에서 작은 황금 빛줄기가 튀어나와 내게 흘러들어왔다.
“네놈은 내 먹이가 될 운명이다!”
‘내 몸을 훔치려는구나.’
“미안하지만 그 파장. 당신을 속이려고 만들어낸 거야.”
“···뭐라고?”
오딘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공격이 아주 의미가 없지는 않아.’
우리 편이 오딘을 향해 아무리 공격을 쏟아 넣어도 그의 황금색 기운이 보호막으로 변해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의 힘이 약해지는 게 보였다.
“오딘. 나도 주신의 권한이 있다. 이제 내게 죽으면 당신은 진짜 소멸하게 되는 거지.”
초조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를 도발했다.
‘남은 카드가 뭐냐! 다 끄집어내 봐!’
“네놈···! 지구와 말보런스에 수르트와 이미르를 보냈다. 지금 여기 있으면 네놈은 돌아갈 고향이 없어지는 거지.”
“그냥 막무가내로 강림시켰어? 충분히 약화하였을 테니 괜찮아.”
“아무리 약해졌어도 네놈 정도가 아니면 막아낼 수 없겠지. 죽어가며 너를 원망하고 저주할 인간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신의 힘이 가지는 원천은 이야기의 힘이다.
그는 내가 지구와 말보런스에서 힘을 뽑아낼 거라고 예상하였다.
수르트와 이미르를 지구와 말보런스로 보내 나를 전장에서 이탈시키려는 계획.
지금 살아남은 인간들은 오딘을 기억하지도 못한다.
자신은 손해 볼게 전혀 없는 셈이다.
‘젠장.’
아주 조금씩이지만 내 힘이 서서히 약해지는 게 느껴졌다.
“크크크. 이제 막 주신이 되어 아무것도 모르는군. 너무도 나약하지 않은가? 마치 티르와 같아! 크하하하하!”
오딘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저 쓰레기 같은 올림푸스 것들을 모아둔 지 알겠나? 주신이기 때문이지.”
‘무슨 소리지?’
“주신의 권한. 그건 단지 창조와 소멸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왜 주신이겠나. 신을 임명할 수도 있지만. 탄핵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 소멸하는 신의 힘은 과연 어디로 갈까?”
‘···!’
* * *
탄핵과 동시에 신격은 소멸한다.
그가 쌓아온 모든 이야기는 무효로 돌아간다.
가지고 있던 힘은 긴눙가가프로 돌아가야 한다.
‘그럼 저지먼트랑 컨덴세이션 볼텍스가···.’
오딘이 비릿하게 웃었다.
“이제야 눈치챘나? 내게 흡수되고 있었다. 긴 세월 힘을 비축했지. 바로 지금 이런 순간을 위해.”
오딘은 라그나로크에서 힘을 잃고 발할라에 유폐된 수준으로 칩거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딘의 아바타가 되어 다양한 신들을 소멸시켜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쿵.
“주신의 원래 목적은 모두를 흡수해 절대자가 되는 것이다. 나약한 티르는 이걸 거부했지.”
태초는 생명이 순환하듯 신들도 순환을 통해 우주의 총량을 늘려 무한에 가까운 풍요를 꿈꿨다.
“이, 이게 뭐야!”
“오딘! 말이 다르지 않소!”
“주신께서 우리를··· 왜!”
오딘의 황금 기운이 안개처럼 전장에 퍼졌다.
인공적으로 만든 긴눙가가프의 전장.
오딘은 전장에 나온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모든 존재의 힘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티르 그놈이 기록의 서를 빼돌릴 때부터 무언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눈치챘지. 나는 그 긴 세월을 인내하며 힘이 있는 모든 존재를 이곳에 모았다! 여기는 나를 위해 마련된 만찬장이다!”
쿠쿠쿠쿠쿠쿠쿠.
신, 영웅, 발키리.
적들이 빠르게 쪼그라들며 오딘에게 흡수되었다.
신격을 가진 내 눈에는 오딘의 힘이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모습이 보였다.
‘크으으으윽.’
쿵.
순식간에 몇 배는 커진 오딘의 힘.
티르와 마티아스에게 그 모든 힘을 받고서도 나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각성자들의 공격이 점점 줄어들었다.
비록 나처럼 신의 기운을 볼 수 없더라도 오딘의 강함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진우 씨···!”
수진 씨가 힘을 쥐어 짜내는 내 곁으로 다가왔다.
“수진 씨··· 물러나세요. 그리고 제가 패배하면 곧바로 도망치세요.”
“지구도 망했어요. 도망가긴 어디를 가요.”
“어디라도··· 가세요. 다른 신들을 잡아먹다니··· 생각도 못 했어요.”
계속해서 오딘에게 잡아먹히는 적진을 바라보던 수진 씨가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진우 씨. 지휘관의 스크롤을 주세요.”
키비시스를 열어주자 수진 씨가 지휘관의 스크롤을 꺼냈다.
* * *
“여러분. 이제 마지막 전투에요. 보시다시피 오딘은 적들을 잡아먹고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구와 말보런스는 지금 공격당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패배하면 남은 사람들은 파괴된 고향에서 오딘의 핍박을 받으며 살아야 합니다.”
모두 허탈한 표정으로 공격을 멈췄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하아. 난 떡볶이집 해보고 싶었는데.”
“이기고 싶었는데.”
“보스전에서 전멸이라니··· 너무 분하다. 젠장!”
수진 씨가 그런 우리 편을 향해 밝게 웃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서진우 각성자에게 힘을 몰아주는 걸 제안합니다. 그는 오딘과 똑같은 주신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수진 씨의 말에 각성자들이 웅성거렸다.
“우리 힘을 넘긴다고···? 그럼 그냥 죽는 거 아닌가?”
“부활도 안 되나?”
“하··· 60레벨까지 키우느라 피똥 쌌는데··· 내 힘을 모두 넘기자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 거 아닌가? 차라리 어디 도망가서 사는 게···.”
“지구도 박살이라잖아. 너 혼자 어디서 살래?”
“젠장 컨슘당하는 저글링 신세였냐고···!”
“난 찬성! 미련 없이 살았다.”
“···어차피 지면 끝인데 뭐. 이기기라도 해야지.”
“에휴. 그래도 끝판까지 왔으니 됐다. 서진우 영주님! 제 힘을 가지십쇼!”
“저도요!”
“나도!”
전장에 모인 우리편이 하나둘씩 무기를 버렸다.
디르네스와 엘프, 마그니와 드워프, 슬로그와 오크도 무기를 버렸다.
“미약하지만 우리 힘도 가져다 쓰게.”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꼭 다시 살려드릴게요.”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마티아스가 그랬듯 그냥 나 홀로 또다시 수억 년을 고독에 빠진 채 살아갈 수도 있다.
아니면 과거의 다른 시간대의 나를 찾아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이기고 난 뒤의 일이다.
나는 오딘이 기운을 움직였던 걸 떠올리며 우리 편 사이로 녹색의 기운을 흘렸다.
“크윽.”
“으으으으으.”
“크아아아아!”
우리 편에게서도 상대편처럼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내게 힘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 * *
[파티 구합니다!] [아 대박. 강서지역 전부 날아갔네.] [저기 신림동 몬스터는 내가 다 잡았지···!] [와, B급 아이템 대박!] [아이말, 우리가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네가 차기 장로다. 모두를 잘 이끌 거라.] [이제 골드비어드 가문은 국왕직을 사임한다. 다음은 스트롱해머 가문이 통치하는 거야!] [마그니···!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영주를 도우러 갈걸세. 받은 만큼은 해줘야지.] [슬로그님. 그들은 인간입니다. 왜 돕는 겁니까.] [드워프와 엘프도 그들과 사이좋게 지낸다. 우리 동족을 구해준 자들이다. 나쁜 인간들도 있지만, 그처럼 우리를 도와주는 자들도 있다.] [아서스 전하. 이번 전투는 안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자식도 없다네. 자네가 남게.]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럼 혹시 모르니 클라우디아를 남겨두게.] [왕국을 말아 드실 작정입니까?]내게 힘을 넘겨준 이들의 이야기가 내 뇌리에 파고들었다.
“우리 힘도 보태게.”
칼튼이 땅에 내려섰다.
“젠장. 저놈하고 엮여서 장사 빼고는 다 망했어···!”
리드리그가 칼튼의 뒤를 이어 내렸다.
“우리도 동의했네.”
나머지 드래곤도 땅으로 내려왔다.
다시 내 힘이 강해지며 오딘과 팽팽하게 대치했다.
“이, 이게 무슨···!”
오딘이 당황하며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전장에 있던 존재들의 생명이 점점 꺼져갔다.
내 힘은 더욱 커져갔다.
* * *
시간이 지나자 드넓은 땅 위에는 나와 오딘만 남아있었다.
신과 맞먹는 힘을 가진 드래곤.
수십 마리 드래곤의 힘을 얻은 나는 오딘을 압도하며 밀어냈다.
“크으으···!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
오딘이 입에서 황금색 피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만 끝내자.”
“이··· 멍청한 인간 놈! 이대로 이겨봐야 이 사가를 누가 알겠나? 지구와 말보런스도 파괴되었다···! 네놈 홀로 영원을 살 작정이냐?”
쩌적. 쩍.
힘의 균형이 완벽하게 깨지며 오딘이 녹색 에너지에 휘감겼다.
“끄으으으으.”
오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른 이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신이니까. 방구석이 좋거든.”
퍽.
“크아아아아아아!”
오딘의 몸이 녹색 빛과 함께 터져나갔다.
사가.
격에 합당한 이야기.
오딘이 간과하고 있던 게 있다.
티르의 힘은 소멸에 있는 게 아니다.
창조.
나는 마티아스처럼 고독한 삶을 살 생각이 없다.
끝이 어떻게 되던 창조의 힘을 통해 모두를 되살리고 행복하게 살리라.
나를 제외하고 살아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는 긴눙가가프의 전장.
저 멀리 블로크가 하나둘씩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키비시스를 뒤져 브란의 솥을 힐끔 바라보았다.
‘가능할까?’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수르트와 이미르라.’
나는 마지막 남은 과거의 잔재를 치우기 위해 지구로 떠났다.
사가.
격에 합당한 이야기.
주신이 된 나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긴 이야기의 한 조각 (완)
“10골드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꽃 한 다발을 사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에는 말 없는 마차가 어딘가로 움직이고 있었다.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지하철에 드나들었다.
“후우. 넘 빡세다. 그래도 쏠쏠하게 벌었네.”
“어디갔다 왔는데?”
“구 파키스탄.”
“거긴 뭐 나오냐?”
“다이어 울프랑 언데드가 있더라고. 꽤 밀었어. 넌 어디 다녀왔어?”
“난 미국.”
“미국에 아직도 몬스터가 남아있어?”
“아직 동부랑 서부 빼고는 중부랑 남부는 멀었어. 어디서 그렇게 튀어나오는 건지.”
“벌써 3년째인데 끝이 안 보이네.”
“그래도 노는 것보다는 좋지.”
“하긴.”
최후의 전쟁 이후 3년이 지났다.
오딘은 자신의 힘을 키우고 유일신으로 남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까마귀를 통해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그대로 둔 것이다.
오딘과 나는 최소 한가지 목적은 같았다.
한곳에 모든 신과 영웅을 모으자는 것.
라그나로크로 서로 적대하던 두 진영은 갑자기 튀어나온 각성자라는 인간들에게 밀리며 위기감을 느꼈다.
능력과 기적은 오직 자신들의 것이어야 했기에.
영웅은 그저 자신들의 사가를 강화해 주는 도구였기에.
신들은 분노했다.
멀린과 라무르의 심리전도 한몫했다.
모든 신이 모여 전쟁을 치르는 사이 자신은 위대한 업적을 만든다.
주신이 자신의 편이기에 소멸할 염려도 없다.
헬헤임의 원칙이 깨지며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아무런 리스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투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
물론 모든 신이 다 전장으로 나온 건 아니었다.
아스가르드는 물론이거니와 올림푸스에는 셀 수조차 없이 많은 신이 있었고, 일부는 숨는 방법을 택했다.
오딘은 전장에 나온 신을 먹어 치우고 한 번에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나는 우리 각성자들이 모은 힘과 동맹들의 희생으로 오딘을 쓰러트렸다.
티르와 마티아스의 희생으로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단 한 번의 기회.
다른 시간대에서는 다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기에.
나는 우리 편을 흡수했다.
* * *
오딘이 죽고 난 뒤 그가 모았던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쏟아져 나왔다.
태초부터 모인 오딘과 제우스의 힘.
그리고 수많은 신과 영웅들의 에너지.
나는 그 힘을 모두 긴눙가가프로 흘려보냈다.
전투가 끝난 뒤는 처참했다.
지구는 비가 내리듯 쏟아져 나온 몬스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안 그래도 파괴된 문명.
끔찍한 물량의 몬스터 웨이브가 더해지며 대지는 황폐하게 변했다.
말보런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드넓은 대륙에 나타난 몬스터들은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나는 수르트와 이미르를 찾았지만 벌써 도망친 상태였다.
‘석 달쯤 걸렸던가.’
계속 도망 다니는 그들을 추적해 결국 소멸시켰다.
남아있는 올림푸스와 아스가르드의 약한 신들도 모두 찾아내 소멸시켰다.
‘새 게임’을 시작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었다.
지구에는 남아있던 피난민들이 타워에 의지한 채 몬스터와 혈투를 벌이고 있었고, 말보런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부활.
정확하게 말하면 부활이 아니다.
나는 시간을 역전시키며 내가 흡수한 힘을 나누어 소멸했던 모든 이를 다시 복구시켰다.
마티아스도 이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살았던 시간에서 고독한 존재였다.
지금 나처럼 다른 이들과 사이가 좋지도 않았고.
어쩌면 그도 자신을 소멸시켜달라던 내 동료들처럼 내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저 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전장에서 죽은 이들을 복구시키자 내 힘은 다시 약해졌다.
오딘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
‘뭐 그래도 내가 제일 강하니까.’
지금은 힘 같은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나는 광장을 떠나 컨테이너 영지로 돌아갔다.
* * *
“오, 마침 왔군. 안 그래도 할 이야기가 있었네!”
아서스가 제이나가 밝은 표정으로 내게 걸어왔다.
헤라, 이둔, 마하.
나는 전투 중에 그녀들을 구해 우리 진영으로 텔레포트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