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3
“조심하세요.”
수진 씨와 박성남이 마지막으로 연구시설에 들어가며 문을 닫았다.
나는 타워를 밟고 올라서 점프하며 헬리콥터의 다리를 붙잡았다.
“저기로 데려다주세요!”
“네! 올라가!”
두두두두두.
몸이 천천히 하늘로 솟아올랐다.
위이이잉.
촥. 촥.
꽝!
우어어어어!
몬스터들이 영지화 안으로 몰려들며 닥치는 대로 타워를 공격했다.
‘영지화를 해제하고.’
번쩍.
순식간에 타워와 연구시설, 집들이 모두 사라졌다.
텅 빈 삼거리에 남은 몬스터들이 공중에 매달려 있는 나를 바라보며 포효했다.
* * *
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천천히 학교 옥상으로 다가갔다.
“여기요! 여기! 살려주세요!”
“몬스터들이 있어요!”
“갑니다!”
나는 그대로 놓고 옥상으로 뛰어내렸다.
쿵.
두두두두두.
곧바로 헬리콥터가 멀어졌다.
‘영지화.’
쿵.
“저기, 얘들아! 모두 좀 옆으로 비켜줄래?”
학생들을 옆으로 세워놓고 가장 먼저 연구시설을 소환했다.
철컥.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나왔다.
“성공하셨군요!”
수진 씨가 제일 먼저 달려 나와 그대로 난간에 붙어 활을 쏘아댔다.
“팀장님! 학생들을 모두 연구시설 안으로 대피시켜주세요!”
“예! 자, 모두 저쪽으로! 차례차례!”
나는 타워를 소환해 옥상 끝 코너 쪽에 배치했다.
‘고저차 버그.’
이런 유의 게임이 늘 그러하듯, 거리개념은 전후좌우로만 반영되었다.
높낮이는 반영되지 않은 사거리.
‘언덕시즈. 되겠지?’
쿵. 쿵. 철컥. 철컥.
허공에서 타워들이 조립되었다.
위이이잉.
촥. 촥.
펑! 펑!
상당히 먼 거리까지 공격하는 타워들.
‘좋았어!’
예상대로 진행돼 기분이 좋아졌다.
뒤를 돌아보니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연구시설이 보였다.
쾅! 쾅!
여학생 하나가 흔들리는 철문을 홀로 막고 있는 슬라임을 향해 외쳤다.
“시우야! 이제 괜찮데! 빨리 이리로 와!”
쾅! 쾅!
슬라임은 아무런 대답 없이 계속해서 문을 막고 있었다.
“시우야!”
“학생, 저 슬라임 혹시 각성자야?”
여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친구예요. 각성한 줄 몰랐는데··· 우리를 구하려고 저런 모습이 되었어요. 흑흑.”
학생이 눈물을 훔치며 슬라임을 애타게 불렀다.
“시우야! 빨리 와! 내 말 안 들려?”
“학생, 걱정하지 말고 안에 있어.”
“하지만···.”
“우리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팀장님, 팀원들과 함께 학생들 좀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가자.”
곧바로 영지화를 해제하자 연구시설이 사라졌다.
옥상에는 박성남과 김철수, 수진 씨와 슬라임만이 남았다.
‘영지화.’
다시 영지화를 깔아놓고 타워부터 소환했다.
위이이잉.
쾅! 쾅!
타워가 작동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는 슬라임에게 다가갔다.
“시우? 시우라고 했나? 혹시 진짜 안 들리니?”
박성남도 변신하긴 했지만, 일단은 사람이다.
뇌가 있고 입도 있어 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젤리로 변해버린 이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때, 슬라임이 빙글 돌아서며 눈이 마주쳤다.
“아, 더럽게 힘드네. 말 시키지 말고 같이 좀 막아요!”
“응? 너 들려?”
“닥치고 이것부터 막으라고!”
나는 다시 영지민을 소환했다.
“한스, 몬스터들이 저 문으로 들어오려고 해요. 막아주세요.”
“예. 영주님.”
“그리고 넬다나 다른 분들은 마법과 활로 건물 아래 몬스터들 좀 정리해주시고요.”
“예!”
건장한 남성 네 명이 옥상 문을 막아섰다.
시퍼런 색의 슬라임이 그제야 문에서 떨어졌다.
“아저씨, TV에 나온 그 사람 맞죠? 각성자 연합 협회인가 뭔가는 안 온다던데 아저씨는 왔네요?”
슬라임이 제자리에서 통통 뛰어오르며 말했다.
“넌 대체 뭐로 각성한 거야?”
“보시다시피 슬라임이죠.”
‘대체 뭘 보면 슬라임으로 각성하는 거지···.’
“혹시 그 모습으로 계속 살아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한 번 변신할 때마다 6시간씩 가요.”
“아, 다행이네. 그럼 너도 이제 친구들이 있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됐어요. 이렇게 다 까발려졌는데 학교를 어떻게 다녀요.”
상태창이 생기며 각성을 했다.
호기심에 변신해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각성 사실도 숨기고 평범한 학생처럼 학교를 계속해서 다녔다고 했다.
‘하긴, 한창 예민할 나이니까···.’
그런데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 옥상으로 대피하면서 일이 벌어졌다.
몬스터들이 계단으로 쫓아 올라온 것.
할 수 없이 시우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문을 막았고 했다.
“능력은 뭔데?”
“복제요. 저는 아무거나 복사할 수 있어요.”
현재는 동시에 딱 한 개의 스킬만 등록이 가능하다.
복제된 스킬은 본래의 것보다는 위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레벨이 낮아서인가.’
“그럼 혼자서 어떻게 문을 막고 있었던 거야?”
쿵. 쿵.
옥상 문을 바라보니 오크들이 두드릴 때마다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또한, 한 번씩 도끼를 휘둘러 문이 조금씩 패이고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런 젤리 혼자서 막기에는···.’
“옥상으로 도망치면서 오우거 하나를 복제했어요. 스트렝스 라는 스킬이 생기더라고요.”
중량이 말도 못하게 늘어나는 스킬이라 한다.
“그렇군. 그럼 우리 좀 도와줄래?”
“좋아요. 그런데··· 저기 있는 저 변태는 뭐예요?”
슬라임이 박성남을 가리켰다.
“으하하하! 얏빠리! 오레가 혼모노다!”
박성남이 옥상 난간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요술봉으로 충격파를 쏘아대고 있었다.
“···쟤는 그냥 친구야.”
슬라임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저 아줌마는요?”
다른 방향에서는 수진 씨가 활을 열심히 쏘고 있었다.
“저기도 친구··· 우리는 다 동료야.”
“흐음··· 뭐 좋아요. 도와드릴게요. 이제 이 모습으로는 쪽팔려서 학교도 다니기 힘들고.”
시우가 통통 뛰어 넬다에게 다가갔다.
“아줌마 마법사죠? 스킬 좀 빌려주세요.”
“뭐, 뭣? 아줌마? 난 아직 싱글··· 꺄악!”
‘응?’
시우가 몸을 커다랗게 부풀리더니 넬다를 잡아먹었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나는 다급하게 시우에게 다가갔다.
넬다가 마치 물에 빠진 것처럼 슬라임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넬다를 뱉어내고,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됐어요. 이제.”
“으윽. 대체 뭐야. 꿀렁꿀렁하고 기분 나빠···.”
넬다가 얼굴을 찡그리며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가 통통거리며 난간에 올랐다.
“흐음. 제일 쓸 만한 건 체인 라이트닝인가? 흐앗!”
파지지직.
시우의 머리꼭지에서 전기가 빛나며 뻗어 나갔다.
끄어어어어!
옥상 아래를 보니 몬스터 십여 마리가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렸다.
“오, 괜찮네.”
시우가 기분이 좋은지 난간에서 통통 뛰었다.
펑! 펑!
옥상에 설치된 타워에서는 계속해서 포격이 이어졌다.
‘개꿀이네.’
“야! 빡! 저기 멀리 가서 몬스터 좀 끌어와.”
“오키도키.”
박성남이 운동장을 향해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눈앞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려갔다.
‘스킬이 있으니까 죽지는 않겠지.’
타워 반경에서 벗어나면 버프가 사라진다.
신속의 반지라도 빌려줄 걸 그랬나.
“영주님! 여기! 도와주세요! 크악!”
쾅!
옥상 문이 열리며 몬스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힘 증가를 사용해 입구를 향해 붙었다.
“흰둥아! 여기 좀 도와줘!”
“컹컹!”
흰둥이가 달려오며 그대로 오크를 들이받자 휘청거렸다.
콰직.
그리고는 일격에 하나씩 목을 물어뜯었다.
“잘했어 흰둥아!”
흰둥이에게 옥상 입구를 맡기고 나는 계단으로 들어갔다.
* * *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몬스터들끼리 서로 뒤엉켜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크어어어어!”
제일 앞에 있던 스켈레톤이 나를 발견하고 검을 휘둘렀다.
‘느려.’
신속의 반지와 힘 증가 덕에 이런 하급 몬스터들은 이제 아무런 감흥이 없다.
가볍게 피하며 검으로 한방에 베어냈다.
퍼석.
해골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고 뼈다귀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베어 넘겼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
‘광역 공격이 필요한데.’
스플래쉬 타워를 여기에 설치할 수 있으면 몬스터들을 다 쓸어낼 수 있다.
영지화 범위는 충분한 상태.
혹시나 하며 이곳으로 타워를 재배치를 시도해보았다.
– 설치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젠장.’
타워의 높이가 있다 보니 천장이 있는 곳은 설치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동굴 형태의 지형이라도 나타나게 되면 몬스터 처리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때.
– 시설소환 연구를 통해 지형에 맞는 자동 소환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상태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올라왔다.
‘아, 이건 또 새로운 기능이네.’
시설소환을 통해 성벽을 소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변 지형에 맞춘 크기 조절까지 된다는 소리.
‘다음엔 무조건 저거부터 해야겠다.’
나는 눈앞에 있던 오크를 발로 차 뒤로 넘어트리고 다시 옥상으로 나갔다.
“시우야! 여기 건물 안에 전기로 좀 지져줘!”
“알겠어요!”
슬라임이 통통거리며 다가와 건물 안 계단으로 들어왔다.
번쩍. 파지지지직.
끄어어어어!
계단 안쪽이 번쩍거리자 몬스터들의 끊임없는 비명이 이어졌다.
체인 라이트닝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듯했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박성남.
뭐야? 어디서 문자 보내는 거임?
<- 곧. ㅈ돨ㅇ착. 살ㄷ져줘
다급한 박성남의 문자메시지.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서 건물 옥상을 다급하게 뛰어오는 박성남이 보였다.
쿵. 쿵. 쿵.
콰앙!
앞에 있는 건물들이 하나씩 박살 나며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저게 대체 뭐야?’
쿵. 쿵.
눈을 비비며 다시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버스처럼 커다란 무언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쾅!
길가에 세워진 차들을 모조리 밟으며 거침없이 달려오는 녹색 도마뱀.
“수정 바실리스크다!”
넬다가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바실리스크?”
“저놈이 수정 바실리스크라구요! 머리에 있는 뿔에서 라이트닝을 쏘고, 사막과 정글 경계에서 사는 놈이라 화염저항도 강해요!”
뒤에 또 다른 바실리스크가 나타났다.
길에 있던 오크와 고블린 같은 몬스터들은 바실리스크 발에 채며 한 방에 죽어 사라졌다.
‘젠장. 화염저항이 강하다니··· 미리 알려주지.’
현재 내 주력 타워는 폭발 데미지를 입히는 스플래쉬다.
거기에 파이어 타워까지 있는 상태.
화염 내성에 강한 몬스터들에게는 쥐약이다.
“수진 씨, 바실리스크 약점은요?”
“레벨차이가 너무 많이 나요. 계속 실패해요.”
수진 씨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실리스크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넬다는 패닉에 빠져 팔을 늘어트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넬다!”
“예··· 예?”
“저거 어떻게 잡아! 약점이 뭐야!”
“바, 바실리스크는 그냥 도망치는 게 상책이에요. 외피도 단단하고, 내성도 있는 데다가··· 라이트닝을 쏘면 피할 수도 없고···.”
“정신 차려 넬다! 약점이 뭐냐고!”
“보, 보통은···.”
“아이스 계열 마법이지요. 사막의 유랑상단에게 듣기로는 아이스 마법 스크롤을 잔뜩 준비한다더군요.”
한스가 땀을 훔치며 화살을 한 움큼 가져와 수진 씨에게 넘겼다.
“여기서 스크롤을 어떻게 구해! 게다가 그게 한두 푼 하는지 알아? 영주님, 그냥 빨리 도망쳐요!”
넬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법 스크롤? 난 살 수 있잖아?’
나는 상태창의 아이템 경매 메뉴를 선택했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상태창에 찍힌 경매 수수료 적립금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경매장 아이템은 이제 다 제 겁니다.
535,500골드.
경매장이 열린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오십만 골드가 넘는 수수료가 적립되어 있었다.
‘수수료가 1%인데···?’
1골드당 1만 원.
이걸 현금으로 환전하면 무려 오십억이다.
총금액으로 따지면 오천억이 넘는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다.
‘엄청나네. 하긴 나 같아도···.’
브레이크가 터진 걸 보니 더 확실해졌다.
세상은 확실하게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각성자들끼리 협력해도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는 브레이크를 막을 수 있을까.
‘포탈 브레이크의 조건이 입장 후 사망이라는 거 하나만 있을까?’
다른 조건까지 있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미래를 대비하는 것뿐.
돈은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질 것이다.
‘그럼 이 골드로 뭐 하지?’
일단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