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8
“이거 봤어? 경쟁임무라니! 타임어택 아냐?”
평범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돌아온 박성남이 호들갑을 떨었다.
“진우 씨, 어떻게 하실 거예요?”
“아저씨! 갈 거죠? 우리 파티면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저녁 먹으면서 천천히 확인해보자.”
* * *
방으로 돌아와 상태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상해. 뭔가 좀 직접 개입하는 느낌인데···?’
상태창이기에 어딘가에 구축된 시스템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전반적인 상황을 조율하듯 상황을 관리했다.
인터넷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일반]이거 들어가면 다 죽음 절대 가지 마라.
– 대 놓고 경쟁 임무면 PK 허용 아니냐? 잡으라는 몬스터는 안 잡고 사람만 잡을 듯? 솔직히 5렙 이하는 그냥 들러리라 본다.
┗ 그런다고 경쟁자 줄어드는 거 아니야. 애쓴다.
┗ 천억에 눈이 멀어 PK ㅇㅈㄹㅋㅋㅋㅋ
┗ 다 같이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럼 모두 1등 아님?
┗ 어디 유토피아에서 살다왔냐?
┗ 근데, 오크로드가 뭐냐?
┗ 제일 높은 오크겠지.
┗ 제한 시간이 마음에 걸린다. 얼마나 주길래··· 5분! 이러면 다 X되는 거 아님?
┗ 몬스터 처치는 광역이 체고시네 나는 단일 타겟 밖에 없는데 이번 임무는 패스.
┗ 그럼 내일은 몬스터 안 나오냐? 쾌적한 출근 가능?
┗ 출근 가능. 화이팅!
[모집]파티 모집합니다. 서울/경기권.
– 검제님 길드에서 3군 파티 모집합니다. 길드 가입은 X. 레벨 5 이상. 면접 O. 장비/각성스킬 확인합니다. 오크공략 확고 O. 무개념 버스충 ㄲㅈ.
┗ 포탈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공략 확고야? 미친놈인가?
┗ 니 장비랑 스킬부터 까고 면접을 봐야지.
┗ 검제 길드가 3군 파티 모은다고? ㅋㅋㅋㅋ 웃고 갑니다.
┗ 이거 같이 들어가면 바로 살해당하고 아이템 뺏길 듯.
‘5레벨 정도가 기준인가···?’
나는 15레벨이다.
생각보다 다들 레벨이 낮아서 조금 의외다.
’10레벨 차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인터넷 특성상 100% 믿을 수는 없다.
검제나 도제, 현자, 알케미스트라는 소위 지역 연합회 대표들은 몇 레벨인지 알 수조차 없다.
‘계속 사냥만 했으면 더 높을지도.’
여태까지는 딱히 명시적으로 파티가 아니라도 함께 다니기만 하면 임무가 공유되었다.
검제를 따르는 50명의 길드원.
누군가 한 명만 임무가 발생해도 다 같이 공유가 가능한 셈.
‘어차피 경험치 시스템도 아니고.’
임무를 해결하면 보상이 나오는 방식이라 함께 레벨업 부담도 없다.
막말로 김철수를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것도 그런 레벨업 시스템 덕분이다.
‘내일이 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어지러운 머릿속을 애써 지우며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2시간 남았네···.’
경매장 탭을 들어가 보니 4,550,000골드가 적립되어 있었다.
각성자들이 쓸어 담는 듯 소모품류는 올라오자마자 즉시 사라졌다.
문밖으로 나가보니 영지민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저마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영주님! 말씀 들었습니다! 오늘 출전하신다죠?”
“네. 잘 부탁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빵! 빵!
김철수와 기동대가 도착했다.
기동대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와, 이게 다 뭐람? 이제 불법 건축물이라고 하기 좀 그런데요? 곧 있으면 신도시가 되겠어요.”
“오셨어요? 그런데 오늘은 같이 안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각성자도 아니다.
들어가서 함께 임무를 완수해도 보상받지 못한다.
“아 그게··· 사실, 이놈이 각성했습니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키가 큰 대원의 등을 두들겼다.
“잘 부탁합니다. 강주오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요.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스포츠머리를 한 든든한 체격의 남성이다.
박성남과 같이 190쯤 되어 보이는 키에 옷을 찢고 튀어나올 듯한 근육이 예사롭지 않았다.
‘설마 UFC 같은 거 보다가 각성했나?’
격투는 사실상 무쓸모다.
머리꼭지로 번개를 쏘는 슬라임도 있는 판에, 언제 암바를 걸고 있겠는가.
내 시선을 읽었는지 강주오가 허공에서 자신의 상태창을 터치했다.
밝은 빛과 함께 강주오가 변신했다.
“오··· 오?”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몸통만 한 거대 로켓런처.
얼굴에는 방독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눈이 있는 부분에는 붉은색 레이저 빛이 흘러나왔다.
“사실 제가··· 모쏠이라서요. 저녁에 게임 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솔저군요.”
강주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이런 것도 됩니다!”
쾅!
강주오가 바닥을 향해 총을 쏘며 점프했다.
곧이어 강주오의 몸이 하늘 높이 솟았다.
“로켓 점프네? 헐!”
박성남이 땅을 향해 내려오는 강주오를 보며 감탄했다.
“아오. 나도 시계겜이나 할걸.”
“슬슬 후회되냐?”
“그럴 리가. 나름대로 장비도 맞췄다고.”
“장비?”
“방패랑 뭐 이것저것 샀어.”
“그래, 잘했다.”
게임 센스는 있는 놈이다.
자신의 스킬을 보자마자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깨달았다.
‘오늘은 PVP 가능성이 크지 않나.’
다른 각성자들에게 어그로 스킬 써 봐야 먹히지도 않을 텐데.
강주오가 마스크를 벗으며 미소 지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로 각성하다니!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까딱하면···.”
“까딱하면···?”
흠칫.
강주오가 몸서리를 쳤다.
“···아닙니다. 아무튼, 잘 부탁하겠습니다. 영주님.”
팀장이 훈련장에서 검과 방패를 가져왔다.
“우리 팀 전원이 한스에게 트레이닝을 받았습니다. 현대화기도 좋지만, 어차피 그, 뭐야. 버프? 그 버프빨이 있으면 그냥 검 방패 드는 게 더 낫겠더라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기존에도 신속과 방어 가호가 적용되고 있었다.
총에 신속이 걸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탄알집을 조금 빨리 교환하는 정도의 이득.
이제는 속성부여를 통해 가호 효과도 더욱 늘어날 테니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경갑옷은 안 입으세요?”
“저희 쓰던 방검복을 입고 오긴 했습니다.”
검과 방패를 들고 경찰 방검복 조끼를 입은 모습.
묘하게 어색하고, 또 어울렸다.
“빡. 니가 경매장에서 아이템 좀 사서 사람들 무장시켜.”
“뭐? 내가? 야. 나 탱커야. 장비 값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아?”
“걍 해. 나중에 정산해 줄게.”
“아우 증말!”
“저도 함께 도울게요.”
트레이닝복 차림의 수진 씨와 시우가 기동대원들을 데리고 함께 이동했다.
“자, 시간 얼마 없으니까 빨리빨리 준비하시고.”
* * *
“10분 남았네요. 다 준비 하셨어요?”
“예!”
“기동대분들하고 영지민 분들은 연구시설에 들어가 계세요.”
“예. 준비하겠습니다.”
“안 간다는 각성자들도 꽤 많네.”
“목숨은 하나니까.”
다른 사람들의 공략을 기다리는 각성자들.
최적의 효율을 찾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시우에게 다가갔다.
“너도 들었겠지만, 여긴 몬스터가 아니라···.”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거죠? 알겠어요.”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게 아니야.”
“아저씨. 저는 눈앞에서 친구들을 잃었어요. 제게 덤비는 존재는 몬스터든 사람이든 다 죽여버릴 거예요.”
시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진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옆에 같이 있을게요.”
“수진 씨가 있으니 정말 다행입니다.”
“근데··· 안에서 죽으면 진짜 죽는 걸까?”
박성남이 커다란 카이트실드를 두들겨댔다.
“글쎄··· 모르지. 그냥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올지도···.”
“그치? 모르는 거지?”
‘아마도 죽겠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진 못했다.
아예 들어가지 않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업적을 퍼주던 첫날을 생각하면 분명 이곳에도 많은 이득이 있을 것이다.
‘시스템은 철저하게 앞서 나가는 사람을 더 밀어준다.’
도태되면 낙오할 뿐이다.
발을 들인 이상 끝을 봐야 한다.
‘나는 이 게임의 고인물이다. 누구도 나를 이길 수는 없어.’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 너희도 모두 연구시설에 들어가 있어.”
“응? 왜?”
시스템에는 명시적인 파티 기능이 없다.
그동안 임무가 공유되는 것은 그냥 같이 다니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아니면, 같은 포탈에 들어가던가.
입장 전 파티를 맺는 게 아니면···.
“배틀로얄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지. 그러니까 안에서 기다려. 내가 소환할게.”
하지만 나는 시설물 소환 덕에 일종의 버그를 사용할 수 있다.
“근데, 그러면 우리는 임무 성공 보상을 못 받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거야.”
‘임무는 그냥 근처에만 있어도 공유되었으니까.’
따로 떨어지는 리스크가 더 크다.
박성남을 시작으로 모든 인원이 연구시설에 들어갔다.
[임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Y/N]‘역시.’
파티를 맺으라는 말이 어디에도 없다.
나는 Y를 터치했다.
* * *
[경쟁 임무에 입장하였습니다.]오크나 고블린을 잡으러 왔던 포탈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압도당할 정도로 높은 산이 멀리 눈에 들어왔다.
무릎까지 무성히 자란 잡초들과 듬성듬성 서 있는 높은 나무.
여전히 벌레나 동물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한 숲.
‘임무를 받은 게 한, 두 명이 아닐 텐데···.’
전 세계 각성자들 모두에게 표시된 최초의 경쟁 임무다.
생산직 각성 인력이나 불참자, 개그성 각성자들을 제외해도 최소 수백 명 이상은 신청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숲은 너무나 고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지민들이 있으니 다행이네···.’
정확하지는 않아도, 길잡이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었다.
게다가 저런 큰 산이라면 이곳이 어디인지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영지화.’
쿵.
‘시설물 소환.’
철컥. 철컥.
쿵. 쿵. 쿵.
콰직.
‘좋은데?’
영지에 네모 반듯한 성벽이 둘러졌다.
각 모서리로 스플래시 타워 3개와 화염 타워가 설치되었다.
아이스, 뿌리묶기 타워가 양쪽에 서로 마주 보며 설치되었다.
‘가운데는 치유의 노래 타워···. 정석이군.’
기시감이 들 정도였다.
내가 쓴 초보자 공략 및 가이드를 그대로 본떠 만든 느낌.
‘지형에 따라 자동으로 설치된다는 말이지.’
높은 성벽과 타워가 들어서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어 연구시설을 소환했다.
“오. 자동으로 참가 되네? 근데 파티는 어떻게 하는 거지?”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
기동대원들과 수진 씨는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성벽 위로 올라갔다.
“시우야, 입장 메시지 뜨니?”
“경쟁 임무에 입장하였다고 나오는데요?”
다행히 동료들은 모두 임무를 받았다.
한스가 높은 산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한스!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요?”
“아툼 마운틴. 하늘을 떠받치는 산으로 유명합니다.”
“아, 아시는 곳이에요? 다행이네요.”
한스가 굳은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영주님, 이곳은 위험합니다.”
그때, 상태창에 새로운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파티 메뉴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원하는 각성자와 파티를 맺을 수 있습니다.] [파티원들끼리는 서로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물리력을 제외한 모든 스킬은 중립 상태의 각성자에게 피해를 줄 수 없습니다.] [점수 메뉴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몬스터 점수는 가장 많은 몬스터를 처치한 각성자의 이름 상위 5명을 표시합니다.] [각성자 점수는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인 각성자의 이름 상위 5명을 표시합니다.] [각성자 점수 상위 5명을 처치하면 대상의 골드와 점수를 빼앗을 수 있습니다.] [임무가 발생했습니다.] [임무(경쟁) : 제한시간 내 가장 많은 각성자 처치] [보상 : 12 포인트]누구도 내 영지를 뚫을 수 없다
“여긴 인간에게 허락된 땅이 아닙니다.”
이곳은 화산섬.
지반이 극도로 불안정했다.
멀쩡하던 풀밭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며 땅 밑으로 꺼지는가 하면, 때때로 용암이 솟구치기도 했다.
대륙 최북단에 있는 이 섬은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다.
“오크는요?”
“소문에 의하면 수만 마리 이상의 오크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몬스터는 없나요?”
“그건 잘 모릅니다. 아무것도요··· 여기를 탐험하겠다고 나선 사람 중에 살아 돌아온 자가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렇군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한스가 처음으로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산을 흘깃 돌아보았다.
* * *
“파티 초대한다.”
“오케이.”
나는 우리 영지에 있는 각성자들을 모두 초대했다.
‘일단 인원 제한은 없고.’
상태창에 파티원이 표시되었다.
‘젠장··· 레벨이 표시되네.’
– 파티장 : 서진우(15)
– 파티원 : 김철수(13)
– 파티원 : 박수진(10)
– 파티원 : 박성남(5)
– 파티원 : 정시우(3)
– 파티원 : 강주오(1)
이렇게 스코어보드에 떡하니 뜨면 내 수준이 전 세계로 까발려진다.
지금까지 TV나 유툽을 통해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레벨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레벨 정보는 숨길수록 이득인데.’
하지만 선두 그룹의 레벨을 알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PVE 아니면 PVP 인가.’
PK를 많이 한 상위 각성자를 처치하면 골드와 점수를 빼앗을 수 있다.
‘잘하면 포인트를 다 먹을 수도 있겠어.’
최하위 10%는 패널티를 받는다.
PVP나 PVE 한 분야를 골라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겠지.
“어? 점수 업데이트됐다.”
박성남이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