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29
순위표를 보니 갑자기 초조해졌다.
‘1위가 13레벨이면··· 해볼 만하다.’
“다들 무기랑 챙기세요. 산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예!”
영지화를 해제하고 이동했다.
“대체 몇 명이나 들어왔을까요?”
팀장이 둥근 방패와 검을 들고 중얼거렸다.
“글쎄요. 저는 얼마나 들어왔는지 보다··· 대체 여기가 얼마나 넓은 건지 감이 안 잡히네요.”
한스는 이곳을 섬이라 했다.
오크 수만 마리가 사는 섬.
그곳에 각성자들이 떨어졌다.
‘임무가 끝나기는 할까?’
임무 구조를 보니 각성자끼리 싸우더라도 결국 오크 로드를 잡아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형태다.
‘나야 임무가 길어져도 별로 타격은 없지만···.’
음식과 잠자리, 쉴 곳까지 의식주가 모두 해결된다.
길어질수록 내가 유리하다.
* * *
“와··· 장난 아니네.”
“저걸 뚫으라고? 1위는 대체 뭘 어떻게 잡은 거지?”
낮은 언덕을 오르자 아래에 커다란 마을이 나타났다.
아니, 도시 같아 보였다.
쌍안경으로 자세히 살펴보자, 대충 보이는 것만 해도 삼백 마리는 넘어 보였다.
튼튼하게 만든 움막은 몽골의 게르를 떠올리게 했다.
“나름 길도 내놓고, 벽도 쌓았네.”
박성남이 감탄을 거듭했다.
“맞아. 오크 포탈에서 봤던 마을은 그냥 목책 수준이었는데··· 돌벽을 쌓았네?”
“사회성이 있다는 말이겠죠?”
“상업 같은 건 발달하지 않아도, 나름 역할이 분리되어 있나 봐요.”
고기를 손질하는 오크도 있었고, 무기를 만드는 오크도 있었다.
하지만 흉포한 본능은 어쩔 수 없는지 서로 어깨만 살짝 스쳐도 곧바로 도끼를 휘둘렀다.
“영주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스, 이곳의 특이사항 뭐 없나요? 아무거나.”
“제가 알기로 저 정도 규모의 오크들은 부족장이 있고, 각 부족끼리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일단 현재 우리 주변에는 오크가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 뚫으실 거예요?”
어느새 엘프로 변신한 수진 씨가 흰둥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내게 물었다.
“제가 지시하는 대로 해 주세요.”
곧바로 연구시설을 소환해 김철수와 기동대원들을 집어넣었다.
강주오는 솔저로 각성해 괜찮다고 했지만, 레벨이 너무 낮아 같이 보냈다.
“시우야, 너 뛰는 속도는 얼마나 나와?”
“오토바이 속도는 나오니까 걱정 마요.”
“오토바이?”
“깊게 알 거 없잖아요.”
역시 사춘기 소녀는 대하기가 어렵다.
“박성남이 선두, 저쪽에서 반응이 오면 어그로 끌고 옆으로 빠져. 수진 씨와 시우는 나 엄호하고.”
“엥? 나는 엄호 안 해줘?”
“넌 탱커잖아.”
“끄응. 이렇게 가녀린 탱커라니.”
“포즈 좀 제발 쫌! 아 왜 사기를 떨어트려!”
“아, 극혐.”
영지를 만들고 조금 이동해서 또 만들고 반복하려던 생각을 접었다.
영지화를 사용하더라도 건물이 소환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빨라도 10초는 소요되는 건설시간.
수동으로 영지화 반경 범위에서 타워만 옮겨가며 앞으로 전진하는 타워링도 가능하지만, 공격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엔 풀링 안 해?”
“차라리 몰아쳐서 쇼크를 주는 게 더 나아.”
방비가 튼튼하다.
안으로 쏙 숨어들어 공성이라도 할라치면 귀찮아진다.
“신호 줘.”
‘몬스터 점수 1등은 내 거다.’
“달려!”
* * *
박성남이 하늘을 나는 듯 높이 점프하며 눈앞에서 멀어졌다.
‘힘 증가.’
나도 마을을 향해 내 달렸다.
수진 씨와 시우가 뒤따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네코네코! 모에에에에에에!”
‘역시.’
스킬명은 아무 의미도 없었군.
쾅!
박성남의 요술봉에서 충격파가 쏘아졌다.
꽝!
우르르르르.
충격파를 맞은 성벽이 살짝 무너져 내렸다.
크아아아아아아!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오크들이 다급하게 고함치며 분주하게 병장기를 챙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마을 밖으로 덩치 큰 오크 수십 마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쪽이다!”
쿵.
박성남의 어그로 스킬이 둥글게 퍼져나갔다.
크와와와와아!
안쪽에서 쓰로잉 액스, 화살이 하늘을 날았다.
‘오, 활도 있네.’
“나 잡아봐라! 크하하하!”
박성남이 몬스터들을 데리고 한쪽으로 달렸다.
빠른 속도로 내달린 나는 무너져 내린 성벽 앞에 순식간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대로 뛰어올라 성벽을 넘었다.
크어?
성벽 안쪽에 남아있던 오크 한 마리.
어깨에 무언가를 둘러메고 있던 놈이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퍽!
곧바로 가슴에 화살이 박히며 놈의 신형이 허물어졌다.
“가세요! 제가 엄호할 테니!”
뒤에서 수진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발견한 오크들이 허겁지겁 어디론가 달려갔다.
크어어어! 크어어어어!
깡! 깡! 깡!
오크 마을에 둔탁한 종소리가 빠르게 울려 퍼졌다.
‘저기다!’
멀리서 불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크아아아!
움막 사이에 숨어있던 오크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침착하게 몸을 비틀어 오크가 휘두른 도끼를 흘려보냈다.
재빨리 군주의 검을 꺼내 들고 오크의 허리를 훑어 내려갔다.
스걱.
끄르르르르르.
쿵.
그 자리에서 허물어지는 오크.
뒤따라오던 시우가 내게 달려든 오크를 확인하고는 움막 사이로 사라졌다.
파지지지직!
끄어어어어!
끔찍한 오크의 비명과 함께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여기가 괜찮겠어.’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있던 곳.
시설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었다.
‘영지화.’
쿵.
‘시설소환.’
철컥. 철컥.
돌무더기가 여기저기서 날아와 눈 깜짝할 새 벽이 완성되었다.
이어서 지어지는 타워 6개.
한가운데 치유의 노래타워를 끝으로 기본 시설 소환이 완료되었다.
위이이이잉.
촥. 촥.
꽈앙-!
타워 6개의 꼭대기에 수정이 동시에 빛나기 시작했다.
촥! 촥!
꽈앙-!
끄어어어어!
오크 마을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연구시설 소환.’
“영주님! 성공하셨군요!”
“여러분! 갑시다! 영주님을 위하여!”
“우리 영지를 위하여!”
검과 방패를 든 영지민들이 벽을 훌쩍 뛰어넘어 들어갔다.
“저희도 갑니다! 중년 나이에 이런 일을 다 겪네요! 으하하!”
“팀장님! 가시죠!”
팡! 팡!
기동대원들이 검투사처럼 자신의 방패에 검을 두들기며 벽을 뛰어넘었다.
‘심하게 긍정적인 아저씨들이네.’
“언니! 제가 이쪽을 맡을게요!”
“그래!”
수진 씨와 시우는 네모 반듯한 임시 영지 벽에 올라 한 면씩을 커버했다.
“크으··· 전술 조준경! 바로 이거야!”
솔저 아저씨가 벽에 올라갔다.
그의 눈앞에 붉은색 홀로그램이 떠올라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총구가 빛나자 오크들이 힘없이 픽 쓰러졌다.
소총을 사용할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파워.
“강주오 씨! 탄창은 무한인가요?”
“아뇨! 골드 씁니다! 적금 다 때려 박았습니다! 으하하!”
펑! 펑!
로켓포가 나선형으로 뻗어 나갔다.
여기저기서 움막이 폭발하며 놈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놈들아! 한 발에 50골드다! 으하하!”
‘응? 50만 원이라고?’
저 아저씨 모은 돈은 좀 있으려나.
모쏠이면 있을지도···.
“강주오 씨! 스킬 중에 생체장은 없어요?”
“아! 그건 없습니다! 아직 쪼렙이라 그런가 봅니다!”
“으아아아! 이제 간다아아아아!”
어디선가 박성남의 기괴한 외침이 들렸다.
계단을 타고 벽 위로 올라갔다.
어느새 이미 임시 영지 주변은 초토화되어 모든 타워가 대기상태로 들어간 상태.
멀리 박성남의 모습과 함께 뒤를 따라오는 오크 떼가 보였다.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복귀하세요!”
벽에 난 문으로 근접 전투 영지민들이 돌아왔다.
영지민들은 이런 식의 공성전을 자주 경험해봤는지, 익숙하게 담 위로 향했다.
‘치유를 켜야겠지.’
치료, 치유라는 가사가 들어가면 작동하는 회복 타워.
나는 검색창에 Somewhere I Belong을 입력하고 무한 반복을 선택했다.
일렉기타와 함께 드럼 소리가 흘러나왔다.
– I Wanna Heal, I Wanna Feel What···.
‘크으 체스터 형님···.’
“선곡 좋습니다! 크으.”
기동대원들이 엄지를 치켜 올렸다.
타워에서 음표 이펙트가 흘러나왔다.
바닥에는 황금색 필드가 덧씌워졌다.
’80m를 아예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해주네.’
“수진 씨! 바닥 황금색 보여요?”
“네! 이게 뭐죠?”
“이 황금색 필드 위에 있으면 자동으로 조금씩 치유가 됩니다!”
“아, 그때 그 타워군요? 도트힐(일정 간격 지속 치유)이네!”
‘역시 공대장!’
수진 씨가 시우와 영지민들에게 바닥에 깔린 치유 효과에 대해 전달했다.
쿵.
박성남이 영지 안으로 훌쩍 뛰어 들어왔다.
몸 이곳저곳에는 상처로 인한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치유 타워 작동했네? 선곡 죽이네! 후우··· 잠깐 좀 쉬자.”
‘힐이 되긴 하는구나···.’
박성남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바닥에 황금 필드가 힐 사정거리야.”
“오케이.”
회복된 박성남이 요술봉과 방패를 고쳐 들고 벽 위로 올라갔다.
“가즈아!”
계속해서 밀려드는 오크 떼들.
오크들이 어깨로 벽을 밀치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쿵!
위이이잉.
촥. 촥.
꽈앙-!
벽 바로 뒤에 있는 타워들이 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영주님! 타워의 공격으로 인한 폭발에도 벽이 손상을 입지 않습니다!”
한스가 잠시 공격을 멈추고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아군 스플래쉬 피해 없는 건 국룰이니까.”
“벽 위로 기어 올라오는 놈들부터 처리하세요!”
벽 아래로 오크의 시체가 쌓여갔다.
동족의 시체를 밟고, 오크들이 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빡! 너 몰이하러 간 곳에 넓은 공터 없었냐?”
“이동하게?”
“이쪽 한 무리 다잡고 이동하려고!”
어그로도 한두 번이지.
거리에서 멀어지면 버프가 떨어지는 특성상 너무 먼 거리까지 가서 끌고 오기는 어렵다.
특히, 각성자 처치 스코어가 신경 쓰였다.
시작과 동시에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각성자가 있다.
‘탱커니까 쉽게 죽지는 않겠지만.’
외모가 저 모양이라 무조건 선 타겟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크가 넘어갑니다! 저쪽!”
컹컹!
안쪽으로 떨어지는 오크를 발견한 흰둥이가 가차 없이 목을 물어뜯었다.
‘어후, 원샷 원킬이네.’
흰둥이도 레벨이 높아진 것인지, 소 두 마리쯤 되어 보이는 크기가 되었다.
오크들이 빠르게 죽어갔다.
속초에서 신물 나게 잡았던 오크들.
영지민들도 안정적으로 싸웠다.
간혹 오크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치유노래 타워 덕분에 뒤로 잠시만 빠지면 곧 회복되었다.
멀리서 쓰로잉 액스에 타워 내구도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김철수가 곧바로 수리했다.
‘극강의 이동 요새.’
누구도 우릴 뚫을 수 없다.
“자! 이동합니다!”
* * *
오크 마을의 중앙으로 이동했다.
“어후, 타워 가호가 없으니 진짜 힘드네요. 헉. 헉.”
일반인 중에서도 체력이 좋은 편이었던 기동대원들이 땀을 훔쳤다.
“연구시설에서 좀 쉬시겠어요?”
“아뇨. 처음부터 없었으면 모를까, 가호가 있다가 없으니 더 그런 느낌입니다. 타워만 세워지면 문제없습니다.”
팀장이 피범벅이 된 방패를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의외로 체질이네! 이 아저씨.’
“빡! 달려!”
“오케이! 으아아아! 와따시와!”
“입 닥쳐!”
“쳇.”
박성남이 남은 오크의 어그로를 끌고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사이, 새로 영지화를 사용했다.
“한스, 오크는 도망치지 않나요?”
“오크는 전투가 삶의 전부인 종족입니다. 절대 물러나지 않아요. 그래서 보통 이런 부족
단위는 무조건 피합니다.”
오크들에게 찍히면 마지막 단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오크를 만만하게 여겨 소탕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사라진 소규모 영지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흐음. 그렇군요.”
도망치지 않는다니 그야말로 내게는 최적의 조건.
‘브렉스턴이 1위였지. 이제 좀 바뀌었나? 꽤 잡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