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0
스코어 보드를 띄우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와저씨와 린저씨
[몬스터 처치 순위] [1위 : 서진우(15레벨, 395점)] [2위 : 브렉스턴 러셀(13레벨, 90점)] [3위 : 김철왕(14레벨, 50점)] [4위 : 임정호(13레벨, 35점)] [5위 : 후지타 시미켄(10레벨, 25점)] [각성자 처치 순위] [1위 : 이나쿠라 후지오(11레벨, 9점)] [2위 : 리옹 미쉘(3레벨, 5점)] [3위 : 이진호(9레벨, 3점)]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내 각성 스킬과 임무의 성격이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다.
‘브렉스턴은 그렇다 치고···.’
김철왕이나 임정호는 한국인 같은데, 누군지 알 수가 없다.
‘역시 이런 종류는 K-게이머지.’
최상위 5명 중 3명이 한국인이다.
“영주님! 옵니다!”
박성남이 이제 어느 정도 숙련이 됐는지 거의 모든 몬스터를 한 번에 끌고 왔다.
“좀 많은데?”
“자! 다들 힘내서! 끝냅시다!”
“영주님을 위하여!”
“위하여!”
박성남이 벽 안쪽으로 내려섰다.
“후우. 이제 오크 더 없을 거다. 싹싹 긁어왔어.”
“생각보다 잘하네?”
“공대 메인탱커 출신을 얕보지 마라.”
박성남이 품속에서 물약을 꺼냈다.
“헤이스트 물약! 갑자기 시세가 두 배로 올랐지만 끝내 샀다!”
“와, 짤짤이 팔아서 그런 걸 잘도 샀네.”
“탱커는 도핑이 필수지. 슬프게도.”
어쩐지 가볍게 잘 뛰어다닌다 했다.
“간다!”
파지지지지직.
끄어어어!
시우의 체인 라이트닝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는 계단을 발판 삼아 뛰어올라 성벽 위로 올라서다.
크아아아아악!
수백 마리의 오크가 우리를 향해 돌격했다.
위이이잉.
촥. 촥.
쾅-!
경쾌한 락 음악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오크는 다가오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해 쓰러졌다.
일부 가까이 붙어 벽을 기어오르는 오크는 검과 방패를 든 기동대와 영지민들이 처리했다.
크륵! 크륵!
뒤에 있던 오크들이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지?’
오크 몇 마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 어? 저게 뭐야?”
사라졌던 오크 여섯 마리가 지름이 1m는 되어 보이는 두꺼운 통나무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공성추?’
배터링 램(Battering Ram)을 흉내 낸 것 같다.
“수진 씨! 저기! 통나무 들고 있는 오크부터 죽이세요!”
“예!”
크어어어!
쿵.
나무 들고 달리던 오크 두 마리가 쓰러지며 나무를 떨어트렸다.
크륵! 크륵!
그 모습을 본 오크 십여 마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젠장.’
역시, 예상대로 사방에서 통나무를 든 오크들이 나타났다.
“통나무 들고 있는 놈들부터!”
“영주님! 그러면 벽을 기어오르는 놈들 처리가 어렵습니다!”
“저랑 자리 바꿔요!”
“예!”
활을 쏘던 레비안이 자리를 비웠다.
성벽 아래로 쓰러진 동족을 밟으며 올라오는 놈들.
‘힘 증가.’
나는 올라오는 오크의 어깨를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
오크가 비명을 지르며 내게 도끼를 던졌다.
깡!
느릿하게 날아오는 도끼날.
검을 휘둘러 도끼를 쳐내며 검을 쑤셔 넣었다.
부릅뜬 오크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쿵.
“으엇!”
벽이 흔들렸다.
“뒤쪽!”
화염 화살 타워가 있는 방향이다.
통나무를 들고 전속력으로 벽에 달려드는 오크들.
쿵. 쿵.
통나무가 한 번씩 부딪칠 때마다 벽이 흔들거렸다.
“젠장.”
펑!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크와와아아아!
탕! 탕! 탕!
오크들의 함성과 바삐 발사되는 총성이 뒤섞여 울려 퍼졌다.
‘어림없지. 시설소환.’
무너져 내린 성벽을 보자마자 통나무집을 소환해 입구를 막았다.
철컥! 철컥!
“와, 진우 씨! 센스가 정말 좋은데요?”
수진 씨가 정신없이 화살을 날리는 와중에도 소환된 집을 보며 감탄했다.
크아아아아아아!
오크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꽝-! 꽝-!
솔저 아저씨의 로켓탄이 불을 뿜자 놈들이 들고 있던 통나무가 모조리 터져나갔다.
* * *
오크 부족이 있던 장소는 초토화되었다.
오크들의 사체가 산처럼 쌓여 비집고 지나다니기조차 힘들었다.
“다 잡았나? 빡. 가서 한 바퀴 정찰 좀 해봐.”
“저도 갈게요.”
“언니, 같이 가요!”
박성남과 수진 씨, 시우가 남은 오크를 확인하러 떠났다.
“1위 축하드립니다.”
김철수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다행히 저 같은 각성자는 없나 보네요.”
“독보적이지 않습니까? 영주님 능력은.”
김철수가 말을 하며 슬쩍 망치를 들어 보였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만들어 드릴게요. 대장간.”
“감사합니다.”
“근데, 여태껏 보니까··· 대체로 다 변신을 하는 거 같더라고요. 김철수 정보관님은 변신 없으세요?”
“그냥 김철수라고 불러주세요. 저도 변신 있습니다.”
“그럼 변신하시지 왜···?”
“근처에 화로와 모루가 함께 있어야 변신할 수 있습니다.”
“아, 조건이 있어요?”
“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변신을 못 해봤습니다.”
대장간, 얼른 만들어주긴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왜 변신이 없지?’
모두 자신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컨텐츠의 캐릭터로 변신할 수 있다.
‘나만 없어 변신.’
하긴, 문명에서 변신해봐야 간디 할아범 정도겠지.
그래도 조금 찜찜했다.
“아무것도 없어!”
박성남이 여유 있게 걸어 돌아오며 외쳤다.
“오케이. 일단 여기를 벗어납시다.”
“예!”
성벽을 이용한 첫 공성전투는 훌륭한 결과를 보이며 막을 내렸다.
* * *
한참을 이동했지만 아툼 산은 좀처럼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엄청나게 넓네요. 한스, 이거 정말 섬 맞아요? 이 정도면 대륙 수준 아닌가?”
“영주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아무도 온 적이 없어 정보가 거의 없습니다.”
오우거 포탈처럼 평지만 쭉 있으면 이동이 편했을 텐데.
커다란 나무들도 많이 있어 길을 돌아가기도 하는 등 시간을 잡아먹었다.
크르르릉.
갑자기 흰둥이가 가던 길을 멈추고 숲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진우 씨!”
수진 씨가 숲 안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크어어어!
쾅! 쾅! 쾅!
‘이게··· 다 뭐야.’
다른 오크보다 1.5배는 더 커다란 진녹색의 오크.
무장도 훨씬 잘 되어 있다.
그 커다란 오크 한 마리가 다른 보통의 오크들 뒤를 쫓으며 도륙하고 있었다.
“영주님! 저게 바로 하이오크입니다! 아주 강력합니다!”
한스가 다급하게 외쳤다.
“강해 봐야 저희에겐 그저 오크죠.”
우리는 대군이다.
각성자들 뿐 아니라 영지민과 기동대까지 뭉쳐 다니니 웬만한 상황은 자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잡을까요?”
“물론이죠! 다 스코어인데.”
“오케이! 고!”
박성남이 방패를 들고 달렸다.
흰둥이가 뒤따라 달렸고, 수진 씨의 화살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푹.
크어어어!
몸에 화살이 박힌 하이오크가 비명을 질렀다.
‘힘 증가.’
나는 하이오크에 붙어 팔을 베어냈다.
쿵.
하이오크가 그대로 쓰러졌다.
“오크들이 도망가요!”
“잡아!”
나무 사이를 헤치고 숲 안쪽에 들어가자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렸다.
“으악! 오크다! 쳐, 쳐, 쳐, 쳐!”
“미친놈아! 도망가면 칠 수가 없잖아!”
“마법사한테 몸빵 시키는 놈이 제정신이냐?”
“얼보 없어? 뭔 마법사가 그렇게 허접해!”
“이 미친놈이! 내꺼 실드는 니 게임하고 다르다고! 얼른 회피 켜고 몸빵해!”
“레벨이 낮아서 안 돼!”
크어어어어!
숲 공터에는 인간 두 명이 오크에게 쫓기며 이리저리 몸을 피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마법사네.’
한 명은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양손에 단검을 들고 마법사를 뒤따라 뛰는 오크를 힘겹게 잡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원래 우리꺼긴 한데.”
박성남이 팔짱을 끼며 목소리를 낮췄다.
“굳이 도와줄 필요는 없지.”
남들이야 어떻게 살던 내 알 바 아니다.
애초에 이곳에 입장하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거는 행위.
그때, 마법사 하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크게 외쳤다.
“도, 도와주세요!”
“가자.”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뒤를 돌아섰다.
“살려주시면 C 등급 귀걸이를 드리겠습니다!”
‘아이템?’
“여러분! 저기 인간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영주님··· 조금 속 보이는 거 같은데요?”
넬다가 눈을 가늘게 뜨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건 당연한 거야. 우리 영지민도 아닌데 이득이 없으면 도와줄 필요가 없지. 영주님이 잘하시는 거라고.”
한스가 나를 두둔하며 검을 고쳐 들었다.
“우리 영지에 이득이 된다면 다 좋습니다! 영주님을 위하여!”
“위하여!”
* * *
“후우. 죽는 줄 알았네. 감사합니다.”
마법지팡이를 든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아이템이요.”
“예? 아. 여기 있습니다.”
[출혈의 귀걸이]– 등급 : C
– 착용 효과 : 자신 및 소환수의 공격 시 일정 확률로 출혈 효과를 일으킵니다.
– 업그레이드 가능
‘오···. 쓸 만한데?’
“저는 마법사라 쓸모없는 옵션이에요.”
“날 주라니까 아, 진짜!”
“넌 다른 거 있잖아.”
남자 둘이 티격태격했다.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소환수 적용이라면 나에게 딱 맞는데?’
확률이 낮아도 크게 상관없다.
타워와 영지민들이 소환수로 들어가기에 공격 횟수가 많아지니 출혈 효과도 자주 터질 터.
나는 귀걸이를 즉시 착용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자, 잠깐만요. 혹시 TV 나온 그 서진우 씨 아닙니까? 현재 스코어 1위···.”
마법사 남성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맞습니다.”
“와, 실제로 보니 이런 모습이군요. 같이 다니시는 파티분들도 엄청나게 세고···.”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저희는 이만.”
“자, 잠깐만요. 저희도 좀 따라다니면 안 되겠습니까?”
남성이 절박한 표정으로 내게 매달렸다.
각기 다른 컨텐츠로 각성한 두 친구.
늘 파티를 이루어 같이 다니다가 이번 경쟁임무에 들어섰다.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
두 친구는 나갈 수도 없는 이곳을 헤매다 오크 무리에게 쫓겼다.
“이런 식 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다 본인의 선택이죠. 저희는 파티원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
그것도 현실이 아닌 포탈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
“저, 저희도 이해합니다. 파티에 넣어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면 안 되겠습니까? 살아 나가려면···.”
마법사 남성이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따라다니기라···.’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잔인하지만 전투 시에 공격이 분산되는 효과로 우리 파티원의 위험이 줄어든다.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단검을 든 남성이 고개를 숙였다.
“강석호라 합니다. 저는 도적입니다.”
“흐음. 보아하니 컨텐츠가 딱 그거네. 혹시 도둑놈임?”
박성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넵. 도적.”
“레벨은요?”
“5레벨입니다.”
“칼부는 있어요?”
“아직 없습니다. 좀 더 레벨이 올라야 나오지 싶은데요···.”
강석호가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나는 하얀 로브를 입은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쪽 분은요?”
“아, 저는 나현우 입니다. 마법사고요. 레벨은 5입니다.”
“흐음··· 같은 컨텐츠로 각성한 게 아닌가 봐요?”
“아, 이놈은 전 재산 꼬라박은 린저씨입니다. 성 길드 소속이었다나? 그런 지갑 털이 게임을 왜 하는지··· 쯧.”
강석호가 친구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성혈이거든? 응암동에서 나 모르면 간첩이었어. 그리고 고강 장비 사서 돈 번 다음에 다시 팔면 어차피 남는 장사야.”
“전형적인 린저씨 논리구먼.”
“레이드도 못 가는 도적놈이 무슨. 결국, 정규공대도 짤려서 PvP만 하던 놈이.”
“일부러 안 한 거다. 내가 5시즌부터 계속 검투사였거든? 컨트롤이 뭔지는 아냐?”
“넌 투피, 막피가 뭔지는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