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34
‘···혹시?’
예전 임무 중에 이계변화의 단초 연구가 기억났다.
“너 살던 곳에 무슨 소식 같은 거 들은 거 없어? 고대 유물이나 흑마법사 같은···?”
움찔.
로드가 몸을 떨었다.
“인간. 너는 그들과 한 편인가?”
“그들? 누구를 말하는 거지?”
“반응을 보니 아닌 것 같군. 그럼 이제 죽어라!”
로드가 등에서 도끼를 꺼내며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신속한 움직임.
쾅!
박성남이 내 앞에 끼어들며 방패로 막았다.
나는 타워를 소환하며 소리쳤다.
“레이드 시작!”
철컥. 철컥.
쿵. 쿵.
타워를 소환하고 뒤로 빠졌다.
치유노래 타워를 가동하자 사방에 음표가 날아다녔다.
위이이잉.
촥. 촥.
꽈-앙!
박성남이 로드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벌리며 뒤로 뛰어다녔다.
‘말은 해도 몬스터 판정인가 보군.’
영지민들이 근접해도 오직 박성남만 쫓아다녔다.
부웅.
위협적인 로드의 도끼질.
‘아이스 타워가 거의 힘을 못 쓰네.’
얼려지기는 해도 찰나에 가까웠다.
타워의 집중 공격에도 별다른 피해 없이 공격을 이어가는 로드.
“아툼께서 나와 함께하신다!”
박성남을 향해 달려가던 로드가 자리에 선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쿵.
진동과 함께 바닥에 선명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어···? 바닥···?’
레이드에 흔히 보이는 이펙트였다.
“바닥 조심!”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꽈-앙!
홀 끝까지 올라간 불기둥에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크악!”
“제롬! 뒤로 빠지고, 모두 거리 벌리고 가만히 서 있지 마세요! 빡! 무빙 좀 더 빠르게!”
“오케이!”
박성남이 공중제비를 돌며 빠르게 뒤로 빠졌다.
우리가 있던 위치에 지름 2m는 되어 보이는 마법진이 연속으로 그려졌다.
콰앙!
우르르르르.
‘역시.’
와저씨와 수진 씨가 가장 빨랐다.
강석호는 로드의 뒤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으며 좌우로 이리저리 피했다.
수진 씨 역시 계속해서 움직이며 활을 쏘았다.
“와, 이거 진짜 안 죽네.”
쾅.
“젠장! 1위가 먼저 시작했어!”
“저게 로드인가? 잡아!”
입구에서 소란이 일었다.
우어어어!
쾅!
붉은색 충격파가 발밑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워 크라이?’
“대단하군. 1위.”
브렉스턴이 씩 웃으며 창을 들고 달렸다.
나는 뒤에서 소리쳤다.
“이봐! 브렉스턴! 제임스는···.”
“그놈은 어차피 곧 죽을 운명이었어! 약에 절어서 회복포션이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티는 삶이었지!”
창을 들고 자리에서 회전하는 브렉스턴.
“어우 씨. 아저씨! 자리 있어요!”
강석호가 투덜거렸다.
“니가 피해! 내 바람 돌기는 눈이 없다! 크하하!”
각성자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며 순식간에 홀이 가득 찼다.
“어우 뭐야. 거 앞에 좀 빠지세요.”
“너 레벨 몇이야?”
“밀지마!”
‘그냥 레이드 보스가 아니라 월드 보스였나.’
꽈-아앙!
끝없이 터지는 화려한 마법 이펙트와 쏟아지는 원거리 무기들로 로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하루살이 같은 인간들! 아툼께서 나와 함께하신다!”
‘헐···?’
파티원들의 눈빛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모두 피해! 밖으로 도망쳐!”
나는 목이 찢어져라 외쳤다.
“흥! 우리 떼어내고 독식하려고!”
“맞아, 막타는 내꺼다!”
사람 수 대로 생성되는 바닥.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홀.
“젠장! 다 죽는다고 멍청이들아! 피해!”
박성남이 제일 민첩했다.
모든 영지민들과 파티원들이 홀 밖으로 신속하게 대피했다.
일부 각성자들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슬그머니 밖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영지화를 해제하고 밖으로 뛰었다.
로드는 각종 이펙트로 느려져 빠르게 따라오지 못했다.
“이봐! 1위 팀이 밖으로 나간···!”
꽈아아앙!
홀이 폭발했다.
흩날리는 돌 파편과 흙먼지.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 끝까지 솟아오르며 눈이 쌓인 성과 대비를 이뤘다.
* * *
“우리 파티. 다 나왔나?”
“네.”
“영지민들은?”
“저희도 다 나왔습니다. 세상에··· 안에 계신 분들은···.”
한스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잠시 기다리자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끄으으으으.”
“사, 살려줘···.”
“으아아악! 피! 피!”
서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로드의 앞에 서 있던 덩치 큰 대머리.
브렉스턴이 잔뜩 웅크린 몸을 일으키며 핏물을 뱉었다.
“보스는 보스군. 쿨럭.”
“죽어라!”
“빡. 일단 어글좀 먹어서 뒤로 빼라.”
“오케이.”
박성남이 군말 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인간! 우리를! 다시! 돌려보내라!”
“아 우리도 돌아가야 한다고! 너 죽으면 우리도 갈 수 있어!”
박성남이 터만 남은 홀에서 로드를 끌고 옆으로 빠졌다.
나는 방어 타워를 소환해 배치했다.
‘어차피 결론은 난 것 같고.’
치유노래 타워를 소환해 음악을 플레이했다.
“M···J?”
“누가 이따위 장난을··· 어?”
황금빛 물결이 홀이 있던 터에 퍼져나갔다.
‘적어도 동맹 정도로는 인식하나 보군.’
아군만 치유하는 힐타워.
우리 파티원이나 영지민이 아니라도 게임에서처럼 치유는 가능했다.
각종 범위 마법이 같은 각성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어? 지금 뭔가?”
강석호가 은신을 쓰며 공기 중에 녹아들었다.
‘은신?’
은신이 가능한 캐릭터들은 서로를 볼 수 있다.
‘설마?’
각성자 처치 임무.
부상자들로 가득한 내성.
PK를 하는 사람에게는 지금이 최적의 기회다.
나는 은신감지 기능이 있는 뿌리 묶기 타워를 내 근처로 재배치했다.
콰직.
아무것도 없는 땅에 나무뿌리가 자라나며 각성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얀 후드를 깊게 눌러쓴 각성자.
손목 안쪽으로 암살검이 길게 뻗어나와 있었다.
본능적으로 감이 왔다.
“암살자다! 이나쿠라 후지오!”
“제기랄!”
암살자의 주변으로 타워를 재배치했다.
위이이잉.
철컥. 철컥.
꽝!
‘부상자들을 노리고 왔구나.’
소름 끼치게 치밀한 놈이다.
타워의 공격을 받으며 벽 점프를 하는 암살자.
수정 끝에 올라서 부상자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뛰어내렸다.
‘신뢰의 도약?’
“흥. 어림없지.”
나는 떨어져 내리는 암살자를 향해 뛰어올랐다.
베어 들어가는 내 검날에 암살자가 몸을 비틀었다.
촥. 촥.
아이스 타워에 맞아 몸이 느려진 암살자.
검 끝이 암살자의 앞섬을 훑고 지나갔다.
“큭.”
털썩.
암살자가 땅으로 떨어졌다.
“이놈은 힐타워가 안 먹히네요.”
강석호가 은신을 풀며 다가왔다.
적대적 대상으로 판별되었는지 힐타워의 효과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나쿠라 후지오. 맞나? 이런 상황에서도 부상자를 공격하기 위해 온 건가?”
“흥. 어차피 누구나 한번은 죽는다. 내 점수가 되면 오히려 영광이지.”
“살 가치가 없는 놈이군.”
“재수가 없었을 뿐이다. 이런 타이밍이 아니었으면 네놈을 죽일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다.”
“네 말마따나 누구나 한번은 죽으니까. 후회는 없겠지.”
“좀 더 죽이고 싶었···.”
푹.
암살자의 숨통을 끊었다.
동시에, 각성자 처치 순위도 바뀌었다.
“으아아아! 살려줘!”
박성남이 로드를 끌고 건물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다시 갑니다! 바닥 조심하고!”
“예!”
* * *
무너진 건물.
로드가 핏물을 뱉어내며 바닥에 누워있다.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박성남이 힐타워 옆에 앉아 쉬었다.
“정비하세요.”
나는 파티원들을 뒤로하고 로드에게 다가갔다.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나?”
“···뭐지? 크륵.”
로드의 입에서 내장조각이 흘러나왔다.
“이 성 말이야. 네가 원래 살던 곳에도 있었나? 너희가 지은 거야?”
“아니다. 고대인이 지었다고 배웠다.”
“고대인? 그럼 다음 질문. 네가 말한 그들이 누구지?”
“다, 달콤한 말로 우리를 속인 자들. 모든 생명을 기만하는 자들···. 이, 이런 식으로 될 줄은 라무드도 예상하지 못했···.”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로드가 생명의 끈을 놓았다.
‘라무르.’
로드의 말을 되뇌었다.
“죽었어? 끝난 거야? 이제 집에 갈 수 있냐? 후아.”
박성남이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로드가 죽자 상태창 메시지가 정신없이 올라갔다.
그리고 허공에서 프로레슬링 벨트 같은 아이템이 떨어져 내렸다.
‘젠장. 진짜 챔피언 벨트네.’
허탈한 마음에 아이템을 집어 들고 옵션을 확인했다.
‘이건···.’
[챔피언 벨트]– 등급 : A
– 착용 시 귀속
– 착용 효과 : 다른 각성자의 능력과 마지막 상태 및 포인트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한 번에 두 개의 변신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살아있는 각성자의 능력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자신은 죽어야 하고, 그럼으로써 내게 능력을 넘길 수 있다던 말.
제임스가 떠올랐다.
존 도의 예언을 충실하게 따른 그의 절박함 몸부림.
망가진 삶에도 모든 것을 불살라 살리고자 했던 그의 여동생을 향한 마음.
하룻밤 스치는 인연이라기에는 많은 것을 내게 남기고 떠났다.
‘약속은 지키겠다. 여동생은 내가 무슨 수를 쓰든 살려서 보호하마.’
두 번째 각성
‘마침 나는 변신도 없고.’
다른 각성자들.
심지어 김철수도 대장간을 만들어주면 변신할 수 있다.
내게는 없는 변신 스킬.
그럼 한 번에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존 도라는 예언자··· 한번 만나봐야겠어.’
[임무 완료! 기여도를 계산 중입니다.] [몬스터 처치 순위] [1위 : 서진우(15레벨, 3,252점)] [2위 : 브렉스턴 러셀(13레벨, 850점)] [3위 : 김철왕(14레벨, 375점)] [4위 : 임정호(13레벨, 253점)] [5위 : 후지타 시미켄(10레벨, 209점)] [서진우 님 소유의 방어타워가 1,050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서진우 님이 1,525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서진우 님의 영지민 박수진이 130마리의 몬스터를 처치했습니다.] [서진우 님의 영지민···.] [기여도 100%] [몬스터 처치 1위 : 서진우] [서진우 님 소유의 방어타워가 오크 로드에게40%의 피해를 줬습니다.] [서진우 님의 영지민 박수진이 오크 로드에게 10%의 피해를 줬습니다.] [서진우 님의···.] [기여도 90%] [브렉스턴 러셀 님이 오크 로드에게 3%의 피해를 줬습니다.] [알렉스 몬타님이 오크 로드에게 2%의 피해를···.] [임무 완료 : 오크 로드 처치] [포인트 3 지급] [임무 완료 : 제한시간 내 가장 많은 몬스터 처치] [포인트 3 지급] [업적 : 압도] [포인트 1 지급] [업적 : 이계변화의 단초 연구 II] [포인트 3 지급] [레벨 업! x5] [포인트 5 지급] [경쟁 보상 : 10,000,000골드가 지급되었습니다.]‘허··· 보상이 엄청나게 화려하네.’
상태창 메시지가 정신없이 몰아쳤다.
“젠장, 임무는 끝났는데 왜 포인트가 안 들어와!”
“1위만 주는 거야? 포인트는 다 주는 거 아니었냐고!”
“이럴 거면 안 들어오고 말지. 내놔! 내놓으라고!”
각성자들의 거센 불만 토로가 들려왔다.
“으아아! 돈! 돈이다아아!”
박성남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빡! 너는 벨트 안 나왔냐?”
“응? 벨트? 아니? 설마 그 쪽팔린 벨트가 보상이냐? 의장템?”
박성남이 벨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벨트는 나에게만 지급되었군.’
돈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지급되고, 벨트는 파티장인 내게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