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53
상태창이 화려하게 올라갔다.
‘30레벨 이상 임무라 그런가? 경험치가 엄청나게 후하네.’
22포인트가 추가되어 총 38포인트를 모았다.
‘줄리아가 쓴 그 한 방이 꽤 컸군.’
한 방 쓰고 나면 기절하지만, 위력이 강하다.
레벨도 낮은 것 같은데 미래에는 끔찍하게 강해지겠지.
‘스킬 다 찍으면··· 그 만화 원작에서처럼 강해지나? 너무 사기 아닌가.’
상당히 좋은 능력의 각성자들만 모여있는 길드.
거기에 포탈을 통한 실시간 보급까지.
‘썬더워커가 지역방어 경쟁 2위를 한 이유를 알겠어.’
“크으. 좋은데? 포인트가 왕창 들어오네.”
“레벨이 엄청나게 올랐어!”
“서진우는··· 위업을 달성했다고? 어떻게? 우리는 왜 없어!”
내 위업달성 사실이 상태창을 통해 모든 각성자들에게 공지되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까? 저 수정.”
사만다가 내게 다가왔다.
“네. 보셨잖아요? 그냥 손댔다가 바로 뗀 거.”
“기억을 못 하실 수도 있죠. 의도적이든 아니든. 무언가 생각나면 알려주세요.”
‘눈치가 빠른데?’
승리욕도 대단한 것 같다.
후두두둑.
바닥으로 아이템들이 쏟아졌다.
“우왓! 아이템! 역시!”
“손대지 마!”
사만다의 날카로운 외침이 신전을 울렸다.
“서진우 씨, 약속대로 두 개 고르시죠. 그리고··· 경매에 참가하시겠습니까?”
“네? 경매요?”
“미국에서는 다른 집단과 함께 파티로 임무를 수행하다 아이템이 나오면 경매를 통해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자가 가집니다. 나머지는 그 골드를 나눠 가지고요.”
‘골팟이네.’
골드파티.
게임 레이드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아이템을 경매로 입찰하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모두 공평하게 나눈다.
아이템을 얻은 사람은 얻어서 기분이 좋고, 얻지 못한 사람도 최소한 골드는 챙기니 서로 윈윈 하는 구조다.
‘골팟을 돌릴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나는 우리 파티원들 위주로만 임무를 다니니 이런 건 생각도 못 했다.
“아이템을 득한 사람은 분배 제외인가요?”
사만다의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참가해본 적 있나요?”
“음··· 게임에서 흔히 쓰는 방식 아닙니까? 현실에서는 없지만.”
“그럼 딱히 추가설명은 드리지 않아도 되겠군요. 맞습니다. 분배는 제외입니다.”
“이런 걸 자주 하시나요?”
“대부분 파티가 이렇게 할 겁니다. 아시아 쪽은 잘 모르고요.”
“흐음. 돈이라니···.”
“두 개를 제외하고 그냥 분배만 받아 가셔도 됩니다. 돈이 충분하지 않으시다면.”
사만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샘! 너 돈 많다고 내 친구 찍어 누르려는 거야? 적당히 하자고.”
“오히려 내가 돈을 푸는 거지. 길드원들에게 나눠주면서 아이템 가지는 건데. 불만 있으면 입찰해. 깨끗하게 승복하지.”
‘돈이 많다···고?’
차마 웃을 수는 없어 고개를 푹 숙였다.
‘뭐, 진짜 좋은 친구들이네. 이들과 자주 다녀야겠어.’
* * *
[자(Jah) 스톤]– 등급 : A
– 고대의 표식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베르(Ber) 스톤]– 등급 : A
– 고대의 표식만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윙그레이브 마법봉]– 등급 : A
– 착용 시 귀속
– 착용 효과 : 모든 공격이 광역으로 변경됩니다.
– 광역으로 변경된 공격은 대미지가 분산됩니다.
– 남녀 공용입니다.
[실버마인 산의 부츠]– 등급 : A
– 착용 시 귀속
– 착용 효과 :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한 개 증가합니다.
– 삭제된 자료의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군주의 망토]– 등급 : A
– 착용 시 귀속
– 착용 효과 : 소환 가능한 개체가 최대 3개 증가합니다.
– 카리스마는 망토에서 나옵니다.
“우와··· 이게 뭐야? 전부 A랭크?”
“세,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옵션이!”
“으아아악! 룬! 룬!”
브렉스턴이 입에 게거품을 물었다.
‘룬? 이거···.”
룬워드 수수께끼.
저 스톤 두 개와 아이드 스톤을 조합하면 엄청난 아이템이 만들어진다.
‘스킬레벨+2에 텔레포트 까지.’
네크는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소환수가 같이 움직인다.
앞으로 해골이 늘어나고, 몬스터 부활이 되면 퍼져있는 수많은 소환수들을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좋은 스킬.
아이드 스톤까지 한 번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저 두 개는 드롭확률이 정말 희박한 고급 아이템이다.
‘나머지도 다 쓸 만하네.’
분홍색 윙그레이브 마법봉.
아무리 생각해도 박성남을 제외하면 이걸 사용할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부츠는··· 시우에게 딱 맞겠다.’
현재는 스킬 슬롯이 2개니까 아마 저걸 먹으면 3개로 늘어나겠지.
군주의 망토 역시 아주 좋은 옵션이다.
‘소환 가능 개체라고 표현되어 있으니···.’
타워와 스켈레톤을 더 많이 소환할 수 있겠지.
‘골렘은 원래대로 하나만 소환할 수 있을 테고···.’
골렘 스킬레벨을 올리면 강력해지기만 할 뿐, 개체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사만다의 짜증 가득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크크. 두 개나 주려니 배가 아프겠지.’
“다 확인 하셨나요? 서진우 씨부터 고르시죠.”
“베르 스톤, 자 스톤으로 하겠습니다.”
“으아악! 안 돼!”
브렉스턴이 절망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룬은 언제 나올지 몰라.’
내 기억에 저런 고급룬이 나올 확률은 소수점 이하다.
게임처럼 그렇게 낮지는 않겠지만,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룬.
“좋아요. 약속대로 두 개 아이템을 가져가세요.”
나는 베르 스톤과 자 스톤을 집어 4차원 주머니에 넣었다.
“자, 이제 경매 시작할게요. 먼저 윙그레이브 마법봉입니다.”
“100,000골드!”
길드원 중 누군가 외쳤다.
“시작부터 10만 골드? 대단한걸?”
“돈 너무 쓰는 거 아냐?”
“33만!”
“워··· 진정하라고!”
‘뭐야···?’
골드 파티는 처음이라 그런가 적응이 잘 안 되었다.
지난 경쟁 임무 4레벨을 돌파하기 위해 사용한 돈이 천만 골드다.
‘한 번 질러볼까?’
마법봉은 누가 봐도 박성남의 아이템이다.
‘하나 사줘야지.’
“50만!”
50만을 외치자 주변에 침묵이 흘렀다.
“50만···? 지금 저 친구가 50만을 부른 거야?”
“5만을 잘못 부른 거 아니고?”
‘50만 해봐야 50억인데.’
– 적립금 : 49,231,553골드
각성자들이 영지에 들어와 계속해서 돈을 쓰고 있다.
특히 김철수의 대장간이 장사가 잘 되고 있다.
페널티 이후 경매장에 각종 생활용품까지 올라오면서 수수료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00만!”
사만다가 불타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외쳤다.
‘이것 봐라? 혹시?’
나는 외부인이다.
가격을 부풀려 돈을 뜯으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사만다, 돈 있는 거 맞죠?”
“물론이죠.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의심보다··· 지급능력이 담보되지 않는데 지르고 볼 수도 있으니까요. 제게는 1/n 금액만 지급하면 길드 아이템이 되는 거 아닙니까?”
“합리적인 추리네요. 좋아요.”
사만다가 내게 다가와 거래를 걸었다.
‘직접거래는 처음해보네.’
게임 인터페이스와 동일했다.
상태창에 나와 상대방의 인벤토리가 뜨고, 금액을 입력할 수 있는 칸이 있었다.
사만다의 인벤토리 위에 1,000,000골드가 올라오고 거래 확인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흠··· 그래?’
“확인했습니다.”
“당신은 지급이 가능한가요?”
“하하, 제가 돈이 없다면 애초에 아이템을 가져가게 두시겠습니까?”
사만다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
“좋아요. 그럼 경매를 계속하죠.”
“그러시죠. 그럼, 200만 하겠습니다.”
움찔.
사만다가 뒤돌아 어깨를 움찔했다.
‘블리자드는 천만, 헬파이어는 오백만, 안젤라 살려낸 물약도 천만이었다, 이것들아.’
큰돈을 쓰는 것에 아무런 느낌이 안 들었다.
애초에 돈이 계속 생겨나서 그러기도 하지만.
“샘, 그 정도로 좋은 아이템은 아닌 거 같은데···?”
“시끄러워. 내가 저걸 쓰면, 우리 길드의 전체적인 공략 패턴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사만다가 날카롭게 소리치자 브렉스턴의 목이 자라처럼 움츠러들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
사만다가 녹색 괴물로 변해서 주먹질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 공격이 전부 광역으로 바뀌면···.’
효과는 확실할 것이다.
비록 대미지가 분산되더라도, 대량으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대부분의 임무 특성상 절실할 터.
“200만, 더 없는 것 같은데요?”
사만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윙그레이브 마법봉. 서진우 씨에게 드립니다. 돈은 있으시겠죠?”
나는 사만다에게 거래를 걸어 2백만 골드를 올렸다.
사만다의 눈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각성 전에 돈깨나 모으셨나 보군요.”
아닌데.
농막으로 지어진 컨테이너에서 살았다.
화장실도 수서역에 있는 공공화장실을 이용했다.
“글쎄요? 그게 중요한가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중동에 기름국 각성자들은 수 억 골드씩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축하합니다.”
200만 골드에 마법봉을 획득했다.
* * *
“저 부츠는 내꺼야! 저것만 있으면 나도 침 쏘면서 버로우 할 수 있다고! 아무도 입찰 하지 마! 양심껏 있는 돈 다 털어서 입찰할게! 백만!”
“미안합니다. 200만.”
‘시우 줘야지.’
“아악!”
히드라, 윌리엄이 좌절하며 무릎을 꿇었다.
사만다가 입을 쩍 벌리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사만다에게 거래를 걸어 200만 골드를 넘기고 부츠를 4차원 주머니에 넣었다.
“시간이 아까우니, 빨리 진행하실까요? 군주의 망토. 200만 이상 부를 사람 있습니까?”
신전이 조용해졌다.
사만다가 멍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망토를 집는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거래를 걸어 200만 골드를 넘기자 사만다의 입이 열렸다.
“대체 돈이··· 얼마나 있으신 거죠?”
“딱 6백만 있었는데 오늘 다 썼네요. 아이템을 얻은 사람은 분배 제외라고 하셨죠? 아쉽네요. 차비도 없는데.”
“A급 아이템은 흔한 게 아닙니다. 혹시 되파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돈도 좋지만, 인류 전체를 생각···.”
“제 파티원들이 쓸 겁니다. 무슨 문제라도?”
사만다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뭐, 좋은 경험 했다 치죠.”
“다음에도 불러 주시면 좋겠네요.”
사만다가 카트맨의 포탈을 통해 길드 하우스로 되돌아갔다.
‘음. 근데 나는 왜 안 돌아가 지지?’
“방금 뭐가 지나갔는지 모르겠군. 이거 말인데, 언제 작동시키면 되는 거지?”
아서스가 조용히 내게 다가오며 워프 게이트를 들어 보였다.
“아무 때나. 너 저기 입구로 좀 돌아가 봐. 제스터는 수고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영주님. 저도 좋은 모험을 한 것 같습니다.”
‘소환 해제.’
제스터의 몸이 희미하게 변했다.
“자, 잠깐! 혹시 제스터 노먼? 노먼 경 맞나?”
쿨렌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움찔.
제스터가 쿨렌의 시선을 피했다.
“쿨렌, 무슨 일입니까?”
쿨렌이 제스터가 사라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조금 있다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자 저하.”
아서스가 신전 입구로 이동하자 부유감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는 아서스의 놀란 눈빛을 바라보며 길드 하우스로 돌아갔다.
* * *
“사만다는 어디 갔어?”
“길드장은 원래 바빠.”
브렉스턴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삐진 거 같은데?”
“A급 아이템을 혼자 5개나 꿀꺽했잖아.”
“난 정당하게 경매로 샀는데? 그리고 그건 너희 다 분배받을 거고. 너희는 강력한 길드잖아. 우리는 고작 파티라고.”
“그야 그렇지만··· A급은 진짜 희귀하다고!”
“뭐, 다음을 기대해 보라고. 암튼 다음 임무 때도 꼭 불러줘. 나는 길드도 없고, 우리 파티원들은 아직 저렙이라 저런 아이템이 꼭 필요하거든.”
“오우. 네 돈으로 파티원들을 먹여 살리다니··· 그러지 말고 우리 길드를 들어오는 거 어때? 이제 국가 따위는 없어. 우리 각성자들이 모든 것을 리드하는 시대라고!”
“뭐 아직은··· 아무튼 나는 가볼게. 나중에 또 보자고.”
“어? 카트맨을 불러야.”
“거기도 벌써 사라졌네··· 그냥 내가 알아서 가지.”
‘나야 영지로 귀환할 수 있으니까.’
어딘가로 가는 게 문제지, 귀환은 쉽다.
나는 브렉스턴을 뒤로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마이크!”
“오, 브렉스턴과 함께 왔었던 그 동양인이군요. 임무는 끝나셨나요?”
“네. 안젤라는 어디 있죠?”
“따라오세요.”
한 층을 올라가자 오가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한적한 복도가 나타났다.
“여기 있습니다.”
VIP ROOM 1이라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 정말 자본주의의 끝이네요.”
문을 열자, 병실이 아닌, 고급 아파트 내부로 들어온 것 같았다.
거실과 여러 개의 방.
벽면에 가득 채운 모니터에는 가상으로 만든 자연 풍경이 나오고 있었다.
“비싸지만, 그만큼 값은 하죠. 이렇게 내신 분들 덕분에 아래층에 돈 없는 분들이 치료를 받으니까요.”
‘뭐, 브렉스턴이 낸다고 했으니깐.’
“별일은 없었죠?”
“네. 이쪽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환자복을 입은 안젤라가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건강 상태를 체크해보니 모두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영양제 링거라도 맞기를 권유했는데, 거부···.”
“서진우! 맞죠?”
“응. 잘 있었어? 마이크. 잠시 이야기 좀 할게요.”
“예.”
마이크가 떠나고 안젤라와 둘만 남았다.
“나는 네 오빠 덕분에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얻었어. 제임스가 나를 도우며 내 건 조건이 너를 살려내 안전하게 지켜달라는 거였지.”
“오빠가···? 그럼 오빠는 지금 어디 있죠?”
“자세한 건 나중에 돌아가서 이야기해 줄게.”
“여긴··· 어디인가요? 대충 듣기는 했는데···.”
“정신을 잃고 얼마나 누워있었지?”
“2년이요.”
2년이나 침대에 누워있었으면 이렇게 변한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때, 안젤라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여기··· 눈앞에 홀로그램 모니터가 계속 나를 따라다녀요.”
“응? 뭐?”
“모니터 안에 글자도 있는데··· 제가 각성했다는데요? 여기 가이드가 있는데··· ‘변신’이라고 말하면···.”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