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
“저요? 저는 도시건설 문명 게임이요.”
“아··· 그래서 이런 걸 만들 수 있었군요.”
수진씨가 이제야 모든 것을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태창에 뭐라고 나와요?”
“말씀드릴 수 없어요.”
수진 씨가 머뭇거렸다.
“왜요? 인터넷 보니까 별별 사람들 다 있던데 뭐 어때요. 심지어 로맨스 보다가 남자 주인공 처럼 머리카락이 자라난 아저씨도 있는 것 같던데.”
“저는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수진 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게임? 오. 잘 됐네요. 그럼 적어도 평타는 하겠네.”
뭐든지 게임이면 기본적으로 쓸만 할 것이다.
‘설마?’
“테트리스나 그런 거 하지는 않으셨죠?”
“그, 그런 건 아니고···.”
“그럼 됐죠 뭐.”
밤이 늦었다.
“수진 씨가 여기서 자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나꾸나꾸 침대는 냄새도 나고······.”
“아, 아니에요. 척 봐도 여기가 훨씬 좋아 보이는데 진우씨가 여기 계세요. 저는 괜찮아요.”
수진 씨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저는 잠자리가 바뀌면 잘 못자요.”
사실 잘 잔다.
기사도라 할 것도 없이 그냥 익숙한 곳에서 자는 게 편하다.
“그, 그럼 저 먼저 잘 준비 좀 하고 올게요.”
“예.”
위생시설을 이용한 수진 씨가 뽀안 얼굴로 돌아왔다.
나는 수진씨에게 트레이닝복을 건넸다.
“좀 크겠지만 그래도 편할 거예요. 그리고 빨아둔 거니 걱정마세요.”
“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쉬세요.”
연구시설 문을 닫고 나도 위생시설을 이용했다.
뜨끈한 온수로 샤워를 하고 온탕에 몸을 집어넣으니 세상 모든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몸을 씻고 밖으로 나와 나꾸나꾸에 몸을 뉘였다.
‘내일은 옷하고 다른 음식도 좀 구해야겠어.’
* * *
아우우우우.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음? 뭐지? 개?’
아우우우우우우.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후라이팬을 집어 들었다.
긴장으로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수진 씨가 화들짝 놀라며 시설 안쪽으로 뛰어 들어왔다.
“뭐, 뭐죠?”
컹. 컹. 그르르르르.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쉿.”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젠장 저건 또 뭐야?’
도로가에는 송아지만한 하얀 털을 가진 늑대 수십 마리가 우리 집을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각성자 박수진
“늑대?”
“화, 화이트 울프.”
수진 씨가 늑대들을 보며 덜덜 떨었다.
“수진 씨 저게 뭔지 알아요?”
“아, 아는 게 아니라. 여기 앞에···.”
수진 씨가 눈앞의 허공을 가리켰다.
‘아, 이 여자 각성했지.’
“대체 뭘로 각성한 거예요? 무슨 게임을 한 거죠?”
“그, 그게···.”
수진 씨가 머뭇거리며 말꼬리를 흐렸다.
“지금 이런 걸로 부끄러워 할 때가 아니에요. 저 앞에 화이트 울프가 떼거리로 있다구요!”
크르르르르.
화이트 울프 무리가 천천히 좌우로 퍼졌다.
덩치가 대략 소만 하다.
하얀 털은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붉은 눈과 성인 손가락만한 이빨이 위협적인 자태를 내보이고 있었다.
“테, 테이머요!”
수진 씨가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사냥꾼 계열의 테이머였어요. 온라인 게임 하다 잤거든요.”
‘사냥꾼? 테이머?’
“그럼 뭘 할 수 있어요?”
“동물들 정보가 보여요. 그리고 테이밍도 가능한 것 같구요.”
‘대박.’
그냥 영지민 임무나 해결하려 했는데.
홈런을 쳤다.
이 정도면 영지의 안전에 큰 보탬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럼 저놈들 테이밍 할 수 있어요?”
“딱 한마리만요.”
“조건은요?”
수진 씨가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그로기 상태가 되어야 해요.”
‘신나게 두들겨 팬 다음에 테이밍을 하는 방식인가 보군.’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다른 정보는 없어요?”
“화이트 울프. 레벨 5. 가죽과 이빨이 쓸모있음. 그 정도요.”
‘괜찮네.’
타워가 있으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르르르르.
화이트 울프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진 씨, 일단 타워 쪽에 최대한 붙어 계세요.”
수진 씨를 보내고 나는 후라이팬을 들었다.
깡깡깡!
“덤벼라!”
크르르르르!
컹!
선두에 있던 한 놈이 달려들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움직임.
나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스킬을 사용했다.
‘힘 증가.’
가속 상태로 들어갔다.
늑대가 나를 향해 달려들고 있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표현되었다.
나는 후라이팬의 넓은 면을 이용해 놈의 안면을 후려쳤다.
깡!
시원한 소리와 함께 화이트 울프가 옆으로 쓰러졌다.
크르르르르.
컹! 컹!
동료가 쓰러진 걸 보자, 화이트 울프들이 본격적으로 무리지어 달려들었다.
잽싸게 타워로 이동했다.
번쩍!
펑!
타워가 번쩍 거리자 화이트 울프 하나의 몸이 터져나갔다.
움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화이트 울프들이 떼거리로 덤벼들었다.
번쩍!
펑!
나는 방어타워를 뒤로하고 달려드는 울프의 안면을 후라이팬으로 후려쳤다.
‘젠장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잘 해야 2, 3초에 한방이다.
급박한 전투 상황에서 2, 3초는 긴 시간이다.
스걱.
‘크윽.’
울프의 앞발이 내 팔을 훑고 지나갔다.
투두둑.
붉은 피가 바닥에 흥건했다.
‘회복은 아껴야 해.’
아직 힘 증가 스킬이 남아있다.
펑!
이제 남은 건 여섯 마리.
나는 울프를 몰아 타워를 빙빙 돌며 시간을 끌었다.
깡!
중간 중간 후라이팬으로 울프를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타워를 등지고 돌고 있을 때.
컹!
귓가에 울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젠장! 뒤로 돌아왔어?’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만한 이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서서히 다가오는 울프의 입.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 때.
콰직.
다른 울프가 나타나 나를 향해 공격해 오던 놈의 목을 물어버렸다.
‘뭐지?’
번쩍!
펑!
정신을 차리고 앞에서 달려드는 울프들을 정리했다.
타워의 도움으로 덤벼드는 울프들이 모두 죽었다.
마지막 남은 한 마리.
나를 구해준 그 놈이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죽어라.’
나는 이를 악물고 후라이팬을 들어 울프에게 달려들었다.
“잠깐! 진우 씨! 기다려요!”
수진 씨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예?”
수진 씨가 내 앞을 막아섰다.
“이 아이는 제가 테이밍했어요. 우리 편이에요.”
“우리 편? 아······.”
수진씨가 사냥꾼+테이머로 전직했다는 게 기억났다.
“그로기 상태여야 테이밍이 가능하다면서요?”
“제일 처음 진우 씨가 때려눕힌 아이에요. 다행히 바로 테이밍이 되더라구요.”
수진 씨가 화이트 울프의 은빛 털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후우. 다행이네.’
전투력이 상승하는 건 좋은 일이다.
또 오늘 같은 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지 않은가?
[방어성공! 기여도를 계산 중입니다.] [서진우님의 소유 방어타워가 11마리의 적을 처치했습니다.] [기여도 80%] [영지민 박수진님이 1마리의 적을 처치했습니다.] [기여도 20%] [화이트 울프 무리 처치.] [레벨 업!] [포인트 1 지급] [신규 기능이 해금됩니다.] [신규 연구과제가 해금됩니다.] [최초 업적 : 영지민 전투참여] [포인트 1 지급]‘업적도 하나 들어왔고.’
상태창을 열었다.
– 레벨 : 6
– 등급 : 화전민
– 포인트 : 5
– 개발가능 : [방어타워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식료품 창고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위생시설 업그레이드: 3 포인트] [연구시설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방어타워 건설 : 1 포인트]
– 등록된 영지민 : 박수진
– 연구가능 : [화염화살] [얼음화살] [회복] [힘 증가] [궁술] [검술] [영지개발] [영지화] [시설소환]
‘응?’
레벨이 오르며 방어타워 건설이 하나 더 생겼다.
추가로 연구스킬에 영지화, 시설소환이 추가되었다.
‘설마··· 이거 유니크 스킬 영지화 맞나?’
나는 영지화를 터치했다.
– 영지화 : 반경 10 미터를 영지로 지정합니다.
– 유지시간 : 10분
– 재사용 대기시간 : 30분
– 필요 포인트 : 1
‘허, 그러면···?’
원래는 전초기지, 인 게임 용어로는 멀티를 만들 때 유용한 스킬이다.
자원이 풍부한 곳에 영지화를 통해 영지민들이 채집, 수렵 후 물건을 저장할 창고나 방어 타워 등을 만들어 둘 수 있다.
‘그럼 시설소환은?’
– 시설소환 : 지정된 장소에 건설 되어있는 시설을 소환합니다.
– 영지가 사라지는 경우 원래 자리로 복귀합니다.
– 필요 포인트 : 1
좋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포탈도 봉인하러 출장을 나가야 하는 판에 언제까지나 후라이팬만 휘두를 수는 없다.
원격지에서 영지화를 통해 타워를 소환하면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다.
나는 영지화와 시설소환을 습득했다.
‘포인트 3개가 남았는데.’
조금 전 싸워보니 방어타워의 딜레이로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다.
나는 방어타워 건설을 터치했다.
‘일단은 살아야지.’
기존 타워보다 더 뒤쪽으로 설치했다.
쿠르르르르.
어스름한 새벽녘.
땅이 진동하며 허공에서 건축자재들이 날아와 타워가 완성되었다.
‘다시 봐도 장관이군.’
“타워 하나 더 건설 하신 거예요?”
“네. 안전이 최고죠.”
‘디펜스의 기본은 슬로우 타워지.’
나는 연구스킬을 선택했다.
– 얼음화살 : 냉기가 서린 마법화살을 발사합니다.
– 적중한 적은 잠시 동안 느려집니다.
– 분배가능
– 필요 포인트 : 1
– 습득하시겠습니까? Y/N
Y를 터치해 스킬을 습득했다.
– 분배하시겠습니까? Y/N
다시 Y를 누르자 탑 뷰 화면과 함께 내 영지가 나타났다.
타워 두 개가 녹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새로 지은 타워를 터치했다.
– 이 곳에 분배하겠습니까? Y/N
Y를 눌러 분배가 끝났다.
우우우웅.
새로 지어진 타워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
타워 꼭대기에 있던 수정이 파란색으로 빛났다.
‘아이스 타워가 된 건가?’
든든했다.
‘기왕 시작한 거 마지막 남은 포인트도 써버려?’
수고한 내 첫 타워에게 화염화살을 먹여줄까 고민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연구스킬 목록에 영지화를 선택했다.
– 영지화 : 반경 30 미터를 영지로 지정합니다.
– 유지시간 : 30분
– 재사용 대기시간 : 20분
– 필요 포인트 : 3
‘아 이거 애매하네.’
3포인트를 들이면 영지화 범위도 늘어나고 재사용 대기시간이 줄어 사실상 무한 존버가 가능하다.
반경도 늘어나는 게 여차하면 타워 2개를 동시에 소환할 수 있을 것 같다.
’10미터면 타워 하나밖에 안될 거 같은데··· 우선은 킵 한다.’
연구스킬이야 급하면 그때그때 써먹어도 된다.
혹시 모르니 포인트는 아껴야 한다.
“진우 씨, 피가···.”
그제야 내 팔을 내려다보았다.
정신없이 영지 메뉴를 보다보니 아예 잊고 있었다.
비틀.
힘 증가가 진작 끝났던 것인지, 걸음을 떼려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 어쩌지? 비상약 없어요?”
“괜찮아요.”
‘회복.’
“크으으으.”
순식간에 기운이 차 올랐다.
그러나 상처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고, 기력만 차오르기에 여전히 피는 흐르고 있었다.
‘아쉽군.’
기력만 회복 되었어도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