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0
이동속도가 빨라지며 이리저리 기둥의 공격을 피해냈다.
치이이이이.
시 서펀트의 비늘이 눈에 띄게 녹아내렸고, 이어 진녹색 살점이 보였다.
나는 쿨이 돌아온 저격 타워를 수동으로 조종했다.
‘발사.’
꽈아아아앙—!
포격이 시 서펀트를 관통하며 살점이 튀었다.
“됐다!”
키아아아아악!
시 서펀트가 이리저리 머리를 돌리며 비틀거렸다.
수진 씨가 상처 난 부위에 화살을 집중했다.
파즈즈즈즈.
시우는 체력이 떨어져 몸이 흐려질 때까지 체인 라이트닝을 난사했다.
키에에에!
쿠웅—!
시 서펀트의 머리가 도로를 파고 들어가며 쓰러졌다.
“자, 잡았다!”
“우와! 최고다! 서진우 만세!”
“으, 대체 이런 몬스터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
“나중에 임무에서 이런 것도 나온다는 말 아냐?”
“무조건 길드에 들던지, 다른 사람들 공략 보면서 해야겠다.”
각성자들이 질린 표정으로 혀를 차며 남아있는 머맨들을 정리했다.
안젤라가 천천히 시 서펀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번쩍!
거대한 시 서펀트의 몸체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또 흡수한 거야?”
“네.”
“다른 메시지는 없고?”
“그냥 완료라고만 나와요.”
“흠··· 뭔지 모르겠네.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쉐이드! 주인! 쉐이드를 찾아줘! 흡수하면 다 마력이라고!”
굴락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재촉했다.
“알겠어. 수진 씨 아직 몬스터 많은가요?
“예. 올림픽대로에도 언데드가 많아요.”
“가시죠.”
* * *
“업적도 없고, 임무 완료 보상도 없고, 으으··· 너무 힘들다.”
박성남이 한강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번에 한 번 쓸어내면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몬스터 포탈이 또 생기면?”
“의뢰를 만들면 되겠지.”
“너 어디서 그렇게 돈을 버냐? 의뢰만 해도 벌써 꽤 나간 거 아냐?”
“돈 쓰잖아. 각성자들이.”
“아, 하긴··· 요리도 여관도 엄청나게 팔리긴 하지.”
박성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각성자들이 수시로 내게 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업데이트했다.
쪽지함이 터져나갈 정도였다.
“힘내. 이제 여의도 거의 다 왔어.”
“여의도는 왜?”
“거기 지하에 벙커가 있거든.”
예전 뉴스 기사에서 본 기억이 있다.
여의도에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만든 벙커가 발견되었고 서울에서 시민들을 위한 개방 공간으로 쓴다 했나.
“벙커? 그럼···?”
“그래, 일반인들이 제일 많이 있을 거야. 지하에 있으면 소식도 모르고 계속 있을 테니까···.”
“음··· 하긴. 빨리 가자.”
“오케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튀어나온 언데드 무리를 잡고 나자 두 동강 난 63빌딩이 보였다.
상징처럼 여겨지던 금빛 빌딩의 윗부분은 한강으로 머리를 처박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벌써 5시야. 좀 있으면 해 진다.”
“어서 가자.”
“크흐흐흐. 주인. 뭐든 말만 해라. 이 몸이 다 해결해주지.”
굴락은 쉐이드가 보이는 족족
달려가서 마력을 흡수했다.
“좀 커지긴 했는데 여전히 귀엽네.”
“그러게. 그래도 아직 시우보다 작아.”
“크기와 능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까 듀바그랑 시 서펀트는 엄청나게 컸잖아. 그래서 그런지 꽤 강하던데?”
“그건 다르다!”
여의도에 있던 화려한 빌딩과 아파트는 불타고 무너져 내렸다.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도 반파되어 내부가 훤히 보였다.
잔해가 도로를 막아 길이 사라졌다.
돌무더기를 치우며 계속해서 이동했다.
끼아아아아악!
“와이번이다!”
누군가의 외침과 동시에 수진 씨의 화살이 빛났다.
해골 마법사와 시우의 마법도 함께 날았다.
키에엑!
쿵.
“아저씨! 이제 큰놈 없어요? 작은 애들은 시시한데.”
“음. 소녀여. 그렇게 레이드에 발을 들이면 현생에 큰 지장이. 으갸갸갸갹.”
“뭐래, 이 변태 아저씨야!”
“끄응··· 어서 벙커에 가보자.”
* * *
여의도 공원 앞에 있는 벙커 출입구에 도착했다.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쾅. 쾅. 쾅.
“계세요? 당신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비켜봐, 그냥 부수자.”
콰앙—!
박성남이 요술봉을 휘두르자 그대로 문짝이 날아갔다.
먼지가 걷히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났다.
탁탁탁.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 마귀들! 죽어라!”
남성이 식칼을 들고 우리에게 돌진했다.
“위험!”
퍽.
“커헉.”
박성남의 발차기에 남성이 계단 아래로 굴렀다.
“마귀가 우리를 잡으러 왔다! 마, 마귀가!”
바닥에 쓰러진 남성이 고래고래 악을 썼다.
“잠깐. 형제여, 진정하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신의 사자님!”
굴러떨어진 남성이 재빨리 바닥에 엎드렸다.
‘형제? 신의 사자?’
잠시 뒤, 어둠 속에서 얼굴에는 개기름이 줄줄 흐르고, 비대한 몸을 가진 남성이 천천히 등장했다.
“가마···? 저런 걸 대체 어디서 구한 거지?”
남성 4명이 비대한 남자를 가마에 태워 낑낑거리며 함께 나타났다.
“어서 오시게.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여! 영생을 위한 준비가 된 자는 언제나 환영일세!”
‘미친, 사이비잖아!’
파티원들의 눈빛이 일제히 내게 집중되었다.
“도움을 드리러 왔습니다. 저는 서진우라고 합니다. 여기 생존자들은 얼마나 있습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비대한 남성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는 고쿤! 고쿤이라 불러주게.”
“네···?”
“신의 대리인을 뜻하는 말이지.”
“신의 사자님.”
가마를 들고 있던 남성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들··· 눈이 풀렸잖아?’
가마를 들고 선 사람들의 눈을 보자, 모두 초점이 나가 있었다.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밖에 와이번이 이 근처를 맴돌더라고요. 여의도에서는 생존자가 있을 법한 곳이 여기밖에 없는 것 같던데···.”
“몬스터? 영생을 위해 희생한 형제들이 몇 있지.”
“···네?”
“하하. 들어와 보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네.”
방향을 돌린 가마가 어둠 안으로 사라졌다.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자, 운동장 크기의 실내가 나타났다.
촛불이 내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대충 200명 정도인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생존해 있었다.
고쿤이 가마를 타고 앞에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자하라바가아바으부아다으바이다!”
고쿤이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자 사람들은 비명과 환호가 뒤섞인 울부짖음과 함께 일제히 엎드렸다.
한쪽 벽에는 이미 죽어버린 일반인의 시신이 미라처럼 바싹 말라 있었다.
“이런 미친. 사이비야? 여기 사이비 집단이고?”
박성남이 뜨악한 표정으로 요술봉을 꽉 움켜쥐었다.
“뭔가··· 사람들 상태가 이상해.”
“왜 영지로 오지 않고 여기 이러고 있을까요. 대체 왜···.”
“흠··· 팀장님, 그런데 여기 꽤 아늑하지 않나요? 게다가 피로도 풀리는 것 같고··· 나른한 게···.”
기동대 소속 김성우.
그의 눈이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안젤라의 손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 이둔의 축복이 효과를 발휘합니다.
– 모든 저항력 증가.
‘이둔? 그런데 왜 김성우 씨는···? 아!’
아쉽게도 김성우는 일반인이다.
각성한 우리에게만 걸린 안젤라의 버프.
“추, 추천 스킬이 뜨길래 습득하고, 사용했는데··· 너무 피곤···.”
털썩.
버프를 마친 안젤라가 그대로 기절했다.
수진 씨가 안젤라를 조심스럽게 안아 흰둥이 위에 눕혔다.
“최면 각성자다! 빡!”
“망할! 알았어!”
박성남이 단상을 향해 날아가듯 달려갔다.
“마귀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보아라! 신의 사자가 가진 힘을!”
펑!
“크악.”
박성남이 무언가에 튕기듯 뒤로 밀려 땅에 처박혔다.
“크윽. 싸이킥 능력도 있나? 대체 무슨 컨텐츠를 본 거야.”
“으하하하! 나는 네놈을 죽이고 인류의 왕이 되겠다! 이건 신이 내게 명한 일이다!”
쿠르르르르르르—!
꽈꽈꽈꽝-!
지진과 함께 폭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벙커 천장이 뜯겨 나가 하늘이 보였다.
‘그 두꺼운 지층을 모두 날려버렸다고?’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강하기까지 한 미친놈이다.
“성우야! 무슨 병신 짓거리야! 이리 와!”
“마, 마귀···. 팀장님은 마귀에 씌었습니다! 그, 옆에 있는 건 인간이 아니라고요!”
“야, 이 멍청한 놈아! 정신 차려!”
“팀장님, 피를 흘리면 마귀에게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멍한 표정의 김성우가 검을 들어 팀장을 향해 휘둘렀다.
챙!
“야, 이 새끼야! 정신 차려! 으으!”
팀장은 방패만 이용해 김성우의 검을 막아냈다.
고쿤이 서서히 하늘 위로 떠 올랐다.
“크크크. 서진우. 강하다는 소문 때문에 주저했는데 별거 아니군. 이제 세상은 내 것이다!”
고쿤에게 물방울 같은 보호막이 씌워졌다.
“저놈 진짜 악질이네.”
‘영지화.’
쿵.
‘시설소환.’
쿵. 쿵. 쿵.
하늘이 뻥 뚫린 지하 벙커에 성벽이 세워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울부짖으며 허공에 떠 있는 고쿤을 향해 기도했다.
나는 고쿤을 적대적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저격 타워 4개를 한 번에 소환했다.
광기에 젖어 웃고 있는 고쿤.
크로스헤어를 움직여 고쿤을 조준했다.
‘발사.’
꽈아아아앙—!
타워가 뒤로 밀려나며 고쿤을 직격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고쿤이 여의도 공원 밖까지 날아갔다.
“쫓아가자.”
“시, 신의 사자님!”
“이놈들! 이 마귀들이 감히!”
벙커 안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광기로 물들었다.
“어, 어··· 야, 어떻게 해?”
“굴락, 슬립 같은 거 없어?”
“슬립? 있긴 한데··· 이걸 광역으로 쓰면 마력이···.”
“빨리 써! 빨리!”
“기껏 쉐이드 잡아먹었는데···.”
“또 먹여줄 테니 빨리!”
“그, 그래··· 알겠다. 흐읍!”
순간, 크기가 커진 굴락이 허공에 뜬 채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굴락의 앞에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뭉쳤다.
“슬립!”
검은 기운이 벙커 내부에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털썩. 털썩.
순식간에 자리에 쓰러지는 사람들.
김성우도 자리에 쓰러져 누웠다.
“성우야!”
“팀장님, 잠깐. 일단 저놈부터 잡아요.”
“저··· 새끼가 우리 성우를!”
우리는 서둘러 여의도 공원 밖으로 이동했다.
* * *
“서진우! 고작 그따위 능력이 전부인가? 크하하하! 잘 보거라, 이것이 바로 신에게 받은 힘이다!”
쿠르르르르르.
“이놈 싸이킥 능력이 엄청나게 강한데?”
주변 땅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가로수가 뽑혀 공중으로 떠올랐다.
주변에 파괴된 건물 잔해도 함께 떠올라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와··· 이게 뭐야. 집채만 한 돌덩이도 움직인다고?”
“이거 너무 사기 아닌가?”
나는 곧바로 영지화를 사용해 시설을 소환했다.
철컥. 철컥.
쿵. 쿵.
– 적대적 대상으로 설정한 존재가 감지되었습니다.
촥. 촥.
쾅-!
타워가 공격을 시작해 주변에 떠돌고 있는 잔해들과 가로수를 산산이 조각냈다.
“제법이군.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저 장난에 불과했다. 크크크.”
몬스터 시체가 없는 게 아쉬웠다.
나는 해골과 골렘을 소환했다.
‘주변에 날아다니는 돌무더기랑 나무들 파괴해.’
쾅! 쾅!
“키이하아!”
소환수들이 주변에 날아다니는 물체를 향해 열심히 공격했다.
고쿤이 소환된 언데드를 바라보며 핏발 선 눈으로 소리 질렀다.
“여, 역시! 네놈은 죽은 자를 소환하는 더러운 마귀구나! 내가 네놈을 죽이고 이런 더러운 악행을 모두에게 알리겠다!”
“빡. PVP라 어글 안 먹을 거 같으니까 그냥 주변으로 날아드는 돌멩이나 치워줘.”
“오케이.”
“시우랑 수진 씨도 저놈 공격하지 말고 돌멩이나 깨트려주세요. 손 더러워지니까.”
“네, 그럴게요.”
“아저씨! 멋있어!”
저격 타워는 쿨타임이다.
고쿤의 보호막 내구도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한 방에 뚫리지는 않았다.
“크하하하!”
쿠르르르르르.
드드드드드드.
진동이 더욱 심해졌다.
주변 공기가 짓누르는 듯한 압력이 느껴졌다.
목이 조여지며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크하하하. 죽어라! 몸을 터트려주마!”
“병신.”
“왜, 내게 빌고 싶나? 살려 달라 매달리고 싶지? 크크크. 하지만 너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