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3
쿠르르르르르.
드드드드드드.
영지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서스가 당황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옮겼다.
“대, 대체 무슨 일인가···?”
“멀티 영지도 쓸 만하게 만들려고.”
번쩍!
각성 초반.
컨테이너 옆에 지었던 작은 크기의 식료품 창고와 위생시설이 건설되었다.
작업장은 꽤 거대했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종합 생산시설이었다.
‘나름대로 공방이나 공장 같네.’
추가로 광산과 시장을 건설했다.
6포인트를 사용해 이제 1포인트가 남았다.
‘광산은 수서랑 비슷하네···.’
정제소가 있으니 광물을 정제하고 대장간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은 특이하게 광장에 마련되었다.
비어있는 좌판,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까지 자동으로 생성되었다.
“아주 훌륭한 시설들이네. 근데, 이 평야 근처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네··· 유랑민조차 없지.”
아서스가 텅 빈 영지를 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모집해야지. 홍보 한 방 때리면 돼.”
“모집? 홍보?”
나는 마지막 남은 포인트로 영지민 모집을 터치했다.
뿌우우우—!
평소 영지민 모집보다 더 크고 긴 뿔피리 소리가 온 평야에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뭐긴, 영지민 모집하는 거지! 저기 오네.”
멀리 지평선 넘어로 부터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고 있었다.
쌍둥이 마녀의 숲
언뜻 봐도 100명이 훌쩍 넘어 보였다.
“저희는 모두 유랑민입니다. 이곳 영지에 정착하고 싶은데, 어느 분께 말씀을 드려야 할지요?”
맨 선두에 있던 건장한 남성이 입을 열었다.
‘어느 분?’
영지민들이 나와 아서스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아··· 영주랑 영주 대리가 함께 있어서 그렇구나.’
“제가 영주입니다. 이 분은 영주 대리를 맡고 계시니 참고하시고요.”
“예. 그럼 저희가 정착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환영합니다.”
– 영지민을 등록하시겠습니까? Y/N
모두 영지민으로 등록했다.
“저기 보이는 게 혹시 야킨둔 성채인가요?”
“네. 그리고 여기 옆에 계신 영주 대리는 발포그의 제2 왕자 아서스 발포그입니다.”
“네에? 아니, 왕자님이 영주를··· 그것도 대리를 하신다고요?”
영지민들의 눈빛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한스, 부탁해요. 본진도 다녀오면서 설명해 주시고요.”
“네! 여기 식료품 창고가 비었는데···.”
“다녀오는 길에 음식도 좀 들고 와서 채워 주세요.”
“알겠습니다! 말보런스 대륙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거로 들고 오죠!”
한스가 영지민들을 광장 한쪽으로 데려갔다.
“아니··· 어디에서들 이렇게 쏟아져 온 건가··· 분명 여긴 아무도 없는 곳인데···.”
아서스가 멀어지는 영지민들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마법인데 뭘 고민해.”
‘사실 나도 궁금하긴 하지만···.’
제스터의 정체를 듣고 난 후 더 궁금했다.
제스터와 달리 영지민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평소처럼 유랑했고, 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
‘텔레포트 된 줄 알고 있다 했나?’
물론 가설은 있다.
‘제스터처럼 죽은 사람들일 가능성도 커.’
한번 죽었던 자들이 우리 영지로 살아 돌아온다.
멀티 영지에서 알아내야 할 것 중 하나다.
만약 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온 거라면···.
그리고 시스템이 그들을 부활시킬 수 있을 정도로 전능하다면.
‘지구 사람들도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모든 일이 끝났을 때.
시스템이 의도한 이 현상의 끝에 도달했을 때.
지구인을 되살리고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것.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나중에 꼭 확인해야겠어.’
“아서스, 관리하면서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그리고 너는 양쪽을 번갈아 다닐 수 있으니까 가능하면 본진에 자주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배워.”
“뭘 배우란 말인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것저것. 영지 운영에 도움이 될 거야.”
“알겠네. 자네는 이제 다시 돌아가는 건가?”
“응. 몬스터 잡으러 가야지.”
“나도 함께 가고 싶지만··· 우선 영지를 안정화해야 하니 아쉽군.”
“좋은 자세야, 훌륭해! 그럼 수고! 제스터도 고생하셨어요.”
나는 바쁜 한스에게 눈인사를 하며 수서로 향했다.
* * *
– 적립금 : 33,253,135골드
적립금이 꽤 줄어들었다.
몬스터를 그만큼 많이 잡아냈다는 뜻이겠지.
내성을 나가자마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왜 쪽지를 무시하죠?”
“사만다 클라우드?”
썬더워커 길드장이 잔뜩 화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쪽지를 무시하냐고요!”
“제 쪽지함이 뭘 볼 수가 없어서요. 일부러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온갖 문의와 민원 제보들로 쪽지함이 터져나갈 지경이다.
새로운 쪽지가 도착해도 금방 뒤로 사라진다.
‘필터 기능 좀 넣어주지.’
설명을 들은 사만다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그렇다면 이해하죠. 여기 한국시각으로 내일 15:00에 세계 주요길드가 모일 거예요. 당신도 시간을 내줬으면 해서 왔어요.”
“아, 네. 물론입니다. 브렉스턴에게 대략적인 내용은 들었어요.”
일종의 중재역할도 하고, 향후 계획을 논하는 자리라 했다.
‘정치싸움은 피곤하긴 한데···.’
썬더워커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때도 여러 가지 트러블이 있었다.
서로 문화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
‘다 모이는 자리면··· 어휴.’
그래도 최초로 무언가를 함께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그럼 그렇게 알고··· 회의장은 어디로 하실 건가요?”
“어··· 음, 설마 저희가 준비해야 하는 건 아니죠?”
‘이 여자··· 설마 우리 영지민한테 시키는 건 아니겠지?’
“회의는 저희가 준비해요. 공간만 제공해 주세요.”
“그럼 저기 3층 건물에서 하죠.”
꽤 큰 건물이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도 문제없을 크기다.
“좋아요. 그런데 저런 건물들 한 달 빌리는데 10만 골드라고요?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사만다가 투덜거렸다.
“가격은 제가 정하는 게 아니에요. 시스템이 입지에 따라 지정해준 거죠.”
“그 말을 믿을 순 없지만, 확인할 길이 없군요. 그렇게 돈을 모아서 아이템을 다 가져가다니.”
아직도 꽁해 있는 모양이다.
“덕분에 넉넉하게 분배받으셨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아이템은 구하기가 힘들다고요.”
“사실 돈도 구하기 힘듭니다. 가만있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나는 가만있어도 돈이 생기지만.’
사만다가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요. 그럼 내일 뵙죠.”
사만다가 떠난 뒤, 나는 파티원들을 찾아갔다.
* * *
“그래서··· 너 혼자 남았다고?”
굴락이 흥분한 채 허공을 날았다.
“그렇다! 망할 것들이! 나만 빼고 다들 어딘가로 사라졌다!”
다들 삼삼오오 짝을 이뤄 레벨업을 하러 사라졌다.
‘나도 임무 좀 해야 하는데···.’
포인트가 말랐다.
상태창을 열어 임무 목록을 살폈다.
‘골드미션은 없네.’
목록을 스크롤하며 적당한 레벨을 찾았다.
[안개의 숲]– 목표 : 숲을 정화하라.
– 추천 레벨 : 30~40.
– 임무 진행 포탈 수 : 없음.
아무도 진행하지 않는 임무.
다른 각성자들이 한창 진행 중인 임무는 20레벨대가 한계였다.
‘하긴, 내가 제일 레벨이 높으니··· 당연한가.’
파티원들과 함께 가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그들도 자신의 컨텐츠는 빠삭한 베테랑이다.
‘내가 항상 지원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나는 오랜만에 혼자 임무에 들어갔다.
* * *
칠흑같이 어두운 밤.
‘아무것도 안 보이네.’
정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굴락을 소환했다.
“여긴 어디냐?”
“네가 알아봐야지.”
“흐음··· 기다려 봐. 라이트!”
굴락의 손에서 빛 덩이가 둥실 떠올랐다.
“허··· 이게 뭐야?”
탈색된 듯 온통 새하얀 숲.
나무도, 나뭇잎도, 풀 한 포기 조차 전부 하얀색이었다.
“굴락, 여기가 어디야?”
굴락이 아무런 말없이 숲을 바라보았다.
[임무가 발생했습니다.] [숲 정화] [보상 : 3 포인트] [고대 유적 발견] [보상 : 3 포인트] [유적 파괴] [보상 : 3 포인트]‘유적···?’
아서스와 함께 들어갔던 대피 공간이 떠올랐다.
발견까지는 이해하겠는데, 파괴라니?
“여긴 브리 자매의 숲이다.”
“응? 자매?”
“쌍둥이 마녀의 숲이라고도 불리지.”
“마녀? 흐음. 그럼 몬스터가 꽤 있겠는데?”
나는 골렘과 해골을 소환했다.
쿠르르르르.
덜그럭. 덜그럭.
“키이하아!”
소환수들이 땅에서 일어났다.
“여기는··· 몬스터가 문제가 아냐.”
“그럼?”
“내가 현역 마법사 시절에도 여길 들어가겠다는 멍청이들이 많았지. 그렇게 말려도 젊은 혈기에 으스대면서 다들 떠났어.”
“뻔한 스토리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4, 5써클 마법사들과 수련 기사들이었다. 4써클만 되어도 작은 왕국의 궁정 마법사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지.”
“4써클로?”
“일반적인 마법사들은 3써클에서 4써클 사이로 삶을 마감한다. 그러니까 내 8써클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이었는지···.”
“그만. 아무튼, 뭔가 있기는 하다는 거지? 가보자.”
투덜거리는 굴락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갔다.
* * *
“조용하네. 인스턴스라 그런지 동물도, 벌레도 없어.”
숲에는 덜그럭거리는 해골 소리와 육중한 발걸음을 내딛는 골렘의 발걸음 소리만 들렸다.
‘무색무취.’
아무런 냄새조차 없다.
다른 인스턴스는 숲에 동물은 없더라도 최소한 풀 내음은 났었다.
이곳은 그냥 흑백사진을 보는 듯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쉬이이익.
그때, 차가운 바람 한 줄기가 등을 타고 흘렀다.
– 저항 성공!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저항 성공? 몬스터인가? 하지만··· 해골들이 반응하지 않았어.’
해골들 지능은 상당한 수준이다.
굴락 역시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앞으로 날고 있었다.
“저기 뭔가 있다.”
멀리 하얀 나무 사이로 붉은빛이 보였다.
“드디어 몬스터인가? 준비해.”
으스스한 분위기.
나는 오랜만에 검을 들어 손에 꼭 쥐었다.
붉은빛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
“우욱.”
하얀 숲에는 수 없이 많은 인간의 시신이 걸려있었다.
정상적으로 죽은 인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죽음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자신했었는데··· 오산이었다.
‘좀비보다 더 끔찍해.’
크륵.
그때, 숲에 널려있던 시신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지화.’
쿵.
‘시설소환.’
나는 애써 외면하며 기본 타워 세트를 소환했다.
철컥. 철컥.
위이이이잉.
몬스터로 판명되었는지 타워 작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죽은 분들은 영면에 드시기 바랍니다.”
꽈아아앙—!
쾅!
촥. 촥.
타워에 직격당한 나무가 활활 불타올랐다.
키키키키키.
다시 등을 스치는 한기.
– 저항 성공!
콰직.
키이!
뒤를 돌아보자 바닥이 묶인 반투명한 몬스터가 버둥거리고 있었다.
‘은신 몬스터구나.’
뿌리 묶기 타워의 효과, 은신 감지다.
“스펙터? 이런 고위급 언데드가 여기 왜···?”
스펙터라 불린 반투명 몬스터.
쉐이드와 유사했지만, 근본적인 모습이 달랐다.
해골보다 좀 더 큰 덩치에, 검은 넝마 같은 것을 걸친 스펙터.
몸에는 수십 개의 얼굴이 겹쳐있는 듯 튀어나와 있었다.
‘마치, 꺼내달라는 듯이···.’
펑! 펑!
화염타워가 스펙터를 공격했다.
끼이이이이!
꺄아아아아!
스펙터의 몸에 있던 여러 얼굴이 함께 비명을 질렀다.
끔찍한 귀곡성이 숲 전체에 메아리쳤다.
“주인! 스펙터는 죽은 자의 원혼들이 뭉쳐 만들어진 몬스터다! 애초에 물리력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커다란 전쟁이 일어났던 곳에 주로 등장한다.
혹은 장기간 많은 사람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장소에도.
“대미지는 입는 거 같은데? 비명 지르잖아!”
“스펙터 자체가 소멸하는 게 아니라, 거기 원혼들만 고통받는 거라고!”
“뭐?”
나는 곧장 공격을 중지했다.
키키키키키키.
숲 여기저기에서 귀곡성이 울렸다.
재빨리 뿌리 묶기 타워를 한 개 더 소환해 멀리에 설치했다.
끼이이이이이.
은신이 풀린 스펙터가 나무 사이사이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10마리도 넘잖아?’
임무목표인 숲 정화.
그 의미를 깨달았다.
* * *
숲 전체가 떨고 있다.
모든 나무의 가지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얀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시체들이 일어서 다가왔다.
꽈아앙—!
끄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