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64
“키이하아!”
좀비 같은 시체들은 타워가 손쉽게 정리했다.
반경도 넓어져 이것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펙터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피해 반사도 쓸 수 없다.
시체 폭발도 물리 대미지 기반이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굴락, 마법은? 네가 공격해봐!”
“네가 쉐이드 먹어서 모은 마력 다 토해내라고 했잖아!”
“그땐 어쩔 수 없었지! 뭐 없냐고!”
“없다! 없어! 원소마법은 잘해야 2써클 수준밖에 못 쓴다고! 그걸로는 흠집도 못내!”
“그럼, 넬다랑 나현우를 소환하면?”
“그건 안 돼! 스펙터는 사람을 홀리는 능력이 있지··· 주인, 네놈이 어떻게 멀쩡한지 모르지만, 재수 없어서 당하면 끝이야!”
“사람을 홀린다고?”
“그래. 그렇게 되면 저 많은 얼굴 중에 하나가 되는 거야! 스펙터의 능력도 더 커지고!”
굴락이 해골을 조종하며 소리쳤다.
숲에서 계속 울렸던 ‘저항 성공’이라는 메시지.
이게 나를 홀리기 위한 스킬이었나···.
‘이러면 리트라이도 못 하잖아.’
다른 파티원들을 모아 다시 오더라도 홀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홀려서 무기력하게 당하느니 어떻게든 내가 먼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펙터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뿌리 묶기 타워와 약화 저주를 사용했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피해 증폭도 물리 대미지 증가고.’
밴시조차 물리 대미지가 통했는데.
‘아, 젠장··· 토르의 심판도 물리고.’
나는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해골을 지휘하는 굴락에게 외쳤다.
“그럼 약점 뭐 없어? 이놈 뭐 어떻게 물리쳐야 해?”
“신관이라도 데려올 거 아니라면, 강력한 마법을 한 방 날려야지! 아니면 튀던가!”
‘마법?’
암흑 시야와 뿌리 묶기를 적절히 활용하며 경매장 스크롤을 내렸다.
‘제발 뭐 하나라도 있어라···.’
– 파이어레인 스크롤 : 시전자 반경 100m에 강력한 불의 비를 내립니다. 적대적 대상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 사용 효과 : 일정 학률로 연소 효과
– 지속 시간 : 5분.
– 즉시 구매 : 5,000,000골드
– 메테오 스트라이크 : 지정 반경 100m에 피해를 주는 소규모 운석을 소환합니다. 적대적 대상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 운석 낙하까지 약 5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사용 효과 : 지형 변화, 물리+마법 피해
– 즉시 구매 : 10,000,000골드
쓸 만한 게 두 개나 있었다.
‘메테오? 대체 이런 건 누가 올리는 거지?’
길게 생각할 틈도 없이 두 개를 모두 구매했다.
– 적립금 : 18,253,135골드
돈을 많이 벌지만, 그만큼 많이 쓴다.
키키키키키.
스팟.
‘큭.’
스펙터 한 마리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팔 부근 옷이 찢어지며 핏물이 비쳤다.
“굴락! 파이어 레인이 몇 써클이야?”
“6써클! 왜?”
“그 정도면 얘네 죽나?”
“충분하겠지! 6써클이면 강대국 궁정 마법사 수준이니까!”
찌익.
스크롤을 찢었다.
툭. 툭.
빛 방울이··· 아니, 불 방울이 떨어졌다.
화르르르르륵.
곧이어 뜨거운 불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내리는 불비가 나무에 옮겨붙었다.
바짝 마른 숲은 불이 닿자마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에에!
끄어어어어!
시야가 잘 닿지 않는 먼 곳 까지, 숲 곳곳에서 끔찍한 비명이 온 하늘을 덮었다.
‘얼마나 많았던 거야.’
쌍둥이 자매의 숲은 그 자체가 몬스터에 가까웠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하얗던 숲이 붉게 타올랐다.
때맞춰 실프를 불러낸 굴락 덕분에 불이 더 빠르게 퍼졌다.
타닥. 타닥.
“굴락, 이제 라이트 마법은 없어도 될 것 같아.”
“그, 그래. 이 나무가 원래 이렇게 잘 타나?”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시작부터 불 지르고 천천히 올걸.”
“딱히 그렇지도··· 이거 봐. 파이어 애로우!”
굴락의 손에서 작은 화염 화살이 발사되었다.
퍽.
앞에 있던 나무에 날아가 꽂힌 화염 화살의 불씨가 곧 사그라들었다.
“봤지? 하위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어. 그나마 6써클 광역 마법이라 그렇지···.”
“그럼 대체 이걸 누가, 어떻게 깨라는 건지.”
선택하는 임무마다 순탄치 않다.
다른 파티원들은 대체 임무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궁금할 정도다.
“굴락, 이제 어디로 가야 해?”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그럼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보자.”
‘이럴 때 천문대가 있으면 임무에서도 지도가 보이려나?’
아쉽지만 포인트가 없다.
한참을 걷다 보니, 멀리 건물의 형태가 보였다.
“저기 뭐가 있다. 굴락, 라이트 마법 저기까지 보낼 수 있어?”
“마, 마력이 모자라···.”
“리치는 죽은 자들의 왕이라며! 뭐 이렇게 허접해?”
“허, 허접하다니! 네놈이 내 베슬 다 깨먹어서 마력이 빠져나간 거 아냐! 쉐이드 먹고 조금 회복하나 싶었는데 광역 슬립 써서 또 마력 다 빼먹고!”
굴락이 발끈하며 항의했다.
‘쌓인 게 많았나···.’
“마법사는 마나 채우는 거 뭐 없어?”
“있지! 그거야 살아있는 마법사들이고! 나는 리치다! 다른 방법으로 채워야 해!”
“쉐이드?”
“그래! 그런 거! 흡수해서 축적한다고!”
“음··· 불사의 몸도 그리 효율이 좋지는 못하구나.”
계속 무언가를 잡아먹어야 마력을 유지할 수 있다니.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익! 8써클의 마력을 모으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
“알겠어. 쉐이드. 내가 꼭 먹여줄게.”
“어떻게?”
“음··· 임무 중에 쉐이드 나오는 곳 수소문해서 거기 데려가 줄게. 마력 파밍 뺑뺑이. 오케이?”
“빼, 뺑뺑이?”
굴락은 대 마법사답게 각성자들이 이용하는 시스템을 금세 파악했다.
굴락의 눈에서 빛나던 붉은색이 약간 옅어졌다.
“흠. 흠. 그렇다면 주인 네놈을 믿어보겠다. 그래도 네놈은 신의가 있군.”
“거의 다 왔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자 어렴풋이 보이던 건물의 형태가 점점 확연해졌다.
* * *
“엥? 이건 대체 뭐야?”
도시가 등장했다.
굴락이 라이트를 띄웠다.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도시.
석재로 만들어진 건물들은 여기저기 파괴되어 있었다.
굴락의 라이트 마법으로 자세히 살펴본 도시는 어딘가 익숙했다.
‘왜지? 왜 익숙하지···?’
나는 영지화를 사용했다.
쿵.
‘시설 소환.’
철컥. 철컥.
쿵. 쿵.
타워들을 소환해 여기저기 배치했다.
타워 꼭대기의 수정을 밝혀 가로등으로 사용했다.
‘이거 꼭···.’
다큐멘터리, 아니 일요일 오전에 하는 놀라운 TV 프로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다.
“마야 문명인가? 아즈텍? 뭐 그런 거 같은데?”
“마야?”
굴락이 건물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별거 없는데? 그냥 비었어.”
“흠··· 아닌가? 사람 사는 게 뭐 다 비슷하겠지.”
문명이라는 게 어디든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가정하면 이런 게 여기 있어도 어색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시스템이 유적이라고 떡하니 이름을 붙여뒀으니.
“그럼 숲 정화는 끝났다 치고··· 유적을 발견했으니까 이제 파괴만 하면 되나?”
“오, 그럼 임무 끝나는 거야? 나 이제 뺑뺑이 돌려주는 거야?”
굴락이 내게 날아와 호들갑을 떨었다.
“잠깐만. 그래도 뭔가 이상한데···? 너 대 마법사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녀 봤지?”
“물론이다. 각 왕국이 나를 한번 초빙하려고 엄청나게 애를 썼었지.”
“그게 언제인데?”
“한··· 300년 전?”
“너 나이 많구나.”
“나이가 많다니! 한창때다! 그리고 리치가 된 이상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나!”
흥분한 굴락을 진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그럼 너 이런 도시도 본 적 있어? 이런 식으로 건설하는 왕국이 있나?”
“음··· 내 기억에는 없다. 대륙 남부에 비슷한 식으로 건물을 만들기는 하지만··· 굳이 이렇게 높이 지을 필요가 없지. 애초에 창문도 제대로 없고.”
남부에서 더위를 피하거나 사막 근처에서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간혹 이런 형태의 건물을 짓는다고 했다.
굴락의 말처럼 굳이 이런 걸 지을 필요가 없다.
‘저건··· 피라미드?’
나는 도시 중앙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의 계단을 올랐다.
내부는 시간이 멈춘 듯 집기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복도에는 죽어있는 인간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제물로··· 바쳐진 건가?’
이곳의 시체는 일어나 공격하지 않았다.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자 새하얗게 칠해진 방이 나타났다.
벽면 한쪽에는 붉은색으로 칠해진 글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예언 쪽지에 있던 글자와 비슷하다···!’
흘려 쓴 필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글자.
듀라한을 잡고 얻었던 예언서에 있는 문자였다.
“굴락, 이리 와서 이거 좀 읽어봐.”
이리저리 주변을 살피던 굴락이 벽에 다가와 글자를 천천히 훑었다.
“흠··· 그냥 일기인데?”
“그러니까 내용을 알려달라고.”
“진짜 뺑뺑이 해 주는 거다?”
“배 터지게 먹게 해줄게.”
“크크크. 그래야 내 주인이지! 내용은··· 그냥 그대로 읽을게. ‘가장 지혜로운 자가 우리를 속였다.’ 이렇게 시작하는데···.”
“속였다?”
– 가장 지혜로운 자가 우리를 속여 이곳에 버렸다.
– 우리 부족은 순진하게도 그 말을 믿었다.
– 그의 능력은 워낙 엄청나 믿지 않을 수 없었다.
– 가장 지혜로운 자는 우리가 잊혀지기를 원했다.
– 우리 자매는 우리의 진정한 신에게 기도하기 위해 의식을 시작했다.
– 거인과 함께 나타난 가장 지혜로운 자는 우리에게 저주를 내렸다.
– 우리의 진정한 신이 우리를 되돌려 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 우리는 저주받았고, 이곳을 나갈 수 없다.
– 제물로 쓸 인간이 다 떨어졌다.
– 우리 자매는 이제 서로를 제물로 마지막 의식을 거행한다.
– 이제 이곳에서는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 영혼마저도.
굴락의 긴 설명이 끝났다.
“이게 다 뭐야? 무슨 뜻이지?”
“뭐긴 뭐야 헛소리지.”
‘여기도 나타나는데··· 가장 지혜로운 자.’
굴락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은 300년 전.
그때도 이 숲은 있었다.
그럼 최소 수 백 년 이상은 된 숲이다.
‘그때도 여기저기 영향력을 발휘하고 다녔다는 건데.’
앞뒤가 잘 맞지 않았다.
하이오크 로드와 리치를 꾀어 몬스터로 우리에게 보내는가 하면 유적을 파괴하라는 임무를 보내다니.
‘라무르. 아니, 가장 지혜로운 자가 열쇠다.’
골드미션도 아닌데 중요한 단서를 얻은 느낌이다.
* * *
“굴락, 넌 오래 살았잖아.”
“그런데?”
“대 현자 라무르에 대해서 좀 알아?”
굴락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방을 나섰다.
“라무르, 라무르, 왜 다 라무르야? 그저 운 좋았던 멍청한 놈인데! 현자는 무슨···.”
“왜 뭔데?”
“그냥 멍청하고 사회생활 못 하는 은둔자였다.”
‘으음?’
어째 평가가 이상하다.
“너 라무르한테 밀렸냐?”
“밀리긴 누가 밀려! 말이 나와서 하는 건데, 그 자식은 그냥 어쩌다 운 좋게 뜬 거라니까? 실력은 내가 더 좋은데 그냥 외모가 워낙 그래서···.”
“외모? 어떻게 생겼는데?”
“라무르는 천성이 소심해서 여러 모습으로 숨어 살았어. 조작과 제어 마법에 능통했거든. 하얀 머리와 긴 수염 덕에 사람들이 현자라고 놀리다 보니 그게 굳어진 거지.”
“라무르가 혹시··· 동기야?”
“그럴 리가. 내가 있던 시대에도 내 스승님의 시대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내가 실력이 더 좋았는데 그놈만···!”
“아, 그래 알겠어.”
‘진짜 오래 살긴 했나 본데.’
넬다의 말에 따르면 여기저기 행사도 참여한다니 사회생활도 계속하는 모양이다.
그 정도로 긴 수명과 강력한 마법,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능력이라면···.
‘드래곤인가?’
그것 밖에는 딱히 떠오를만한 게 없다.
계속해서 알아봐야겠다.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
* * *
위이이이잉.
쾅! 쾅!
스플래쉬 타워가 열심히 유적을 공격했다.
‘대체 얼마나 단단한 거야.’
한참을 공격했는데도 귀퉁이가 살짝 무너진 게 전부였다.
“이래서 언제 임무 끝내. 굴락, 너···.”
“2써클이라고!”
“흐음··· 그렇지만 사람 시체를 던지긴 좀 뭐한데···.”
“그냥 던져! 뭘 따져!”
“어차피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던져봐야 대미지도 얼마 안 돼.”
대상의 생전 체력을 기반으로 하기에 시체 폭발을 써봐야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파티원을 불러볼까?’
상태창을 검색했다.
‘다들 바쁘네···.’
수진 씨와 박성남이 두 개 그룹으로 나뉘어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하기야, 도시를 파괴할만한 쓸 만한 스킬이 있는 파티원도 없으니.’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메테오 스트라이크 스크롤을 꺼냈다.
‘대체 이런 건 누가 파는 거야?’
어지간하면 파는 거보다 쓰는 게 낫지 않나?
“굴락, 여기 반경이 100m정도 되는 마법을 쓰면 도시를 한 방에 날릴 수 있을까?”
“흐음··· 마법에 따라 다르지. 무슨 마법인데?”
“메테오 스트라이크.”
멈칫.
굴락이 허공에 그대로 정지했다.
“메테오···? 그걸 네가 왜 써?”
“스크롤이 있어.”
“스크롤?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스크롤로 만들었다고? 이리 줘봐.”
“찢으면 안 된다. 마법 나가.”
“지금 대 마법사 앞에서 스크롤 주의사항을 말한 거야?”
굴락이 낚아채듯 스크롤을 가져갔다.
“음··· 음··· 허··· 아니? 아아···.”
열심히 스크롤을 살펴보던 굴락.
“마나 제어 초급에 배우는 구성식 아닌가? 허허··· 내가 헛살았네··· 이런 식으로 구현하다니···.”
“뭔데?”
굴락이 내게 스크롤을 돌려주었다.
“대단하군. 혹시 메테오 주문식이 있나 한 번 살펴봤어. 대부분 스크롤은 작용을 빠르게 하려고 표면에 주문식을 다 써놓거든.”
“그런데?”
“이건 좀 달라. 뭐랄까··· 이미 만들어 둔 마법을 어딘가에 저장하고 그걸 딱 한 번 불러내는 주문만 적혀있다고 해야 하나?”
“호출하는 개념인가?”
“음··· 그래,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군. 아무튼, 심플하지만 잘 만든 스크롤이다. 고써클 마법 스크롤제작에 큰 힌트를 얻었어.”
“그래? 뭐라도 얻었으니 다행이다. 비싼 건데. 이제 위치 좀 지정해 줘봐.”
“메테오는 위치 지정도 필요 없어. 아마 다 무너질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