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0
“지금 변신하신 거예요?”
수진 씨가 벙찐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네. 성능 좀 한번 보려고요.”
나는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쿵.
돌로 만들어진 바닥이 와장창 깨졌다.
‘헤이스트, 냉기 오러, 미니언 소환.’
힘 증가를 사용 할 때와 비슷한 느낌.
세상이 느려졌다.
몸 주변에서 푸른색 에너지 구름이 나와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오라에 몸이 닿은 몬스터들의 행동이 느려졌다.
피를 흘리던 몬스터가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드드드드드드.
크으으으.
덜그럭. 덜그럭.
“듀, 듀라한이다.”
“밴시도 있어!”
“스켈레톤이··· 푸른색이야.”
파티원들의 경악한 목소리.
미니언들이 땅을 뚫고 미궁으로 올라왔다.
듀라한 5기, 밴시 10기, 푸른 스켈레톤 30기.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보너스는 또 있었다.
타워를 통한 가호와 아이템을 통한 소환수 능력치 증가.
미니언들의 몸에 수많은 버프가 스며드는 게 보였다.
‘공격해.’
크으으으.
머리통을 옆구리에 낀 듀라한이 선두를 달렸다.
꺄아아아악!
밴시가 뒤따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쿵. 쿵. 쿵.
밴시의 귀곡성을 들은 몬스터들이 무기를 떨어트리고 무릎을 꿇었다.
“키이하아!”
푸른 스켈레톤들은 내 소환 해골들과 보조를 맞춰 공격했다.
‘아주 좋아.’
수백 마리의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로 전혀 밀리는 않는 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작해볼까.`
쿵. 쿵. 쿵.
앞으로 달리자 땅이 진동했다.
뽑아낸 검은 새파란 에너지가 빛나고 있었다.
스걱.
크아아아!
저렙존에 들어간 느낌.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했던 몬스터를 한방에 베어냈다.
몇몇 몬스터가 핼버드를 들어 나를 공격했지만 지루할 만큼 느렸다.
‘충격파.’
– 검을 휘두르세요.
메시지를 따라 검을 들어 옆으로 휘둘렀다.
꽈과광—!
전방 20m 가량이 참혹하게 폭파되었다.
“뭐 저렇게 강해?”
“우와. 역시 데스다. 내 컨텐츠에서 본던 7층에 데스 뜨면 저런 모습이라니까?”
린저씨의 신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나는 앞으로 달려가 몬스터들이 잔뜩 모여 있는 장소로 점프했다.
쿵.
‘어스 퀘이크’
– 바닥에 검을 꽂으세요.
양손으로 검을 들어 바닥에 있는 힘껏 꽂았다.
푹.
두부를 찌른 듯 쉽게 들어가는 검.
쿠쿠쿠쿠쿠.
주변 수십 미터 바닥이 갈라졌다.
꽈아아아아앙—!
갈라진 틈을 비집고 올라온 가느다란 용암 커튼이 충격파와 함께 퍼져나갔다.
“으아! 저거 듀바그가 쓰던 거 아냐?”
“대박···! 성남 씨! 진우 씨한테 몹 몰아가요!”
“넵!”
박성남이 신난 표정으로 헤이스트 물약을 마시며 최대한 몹을 몰았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몬스터들.
사정거리도 길어진 아이스 타워에 오러까지 중첩되었디.
헤이스트를 사용한 내게 몬스터의 움직임은 정지화면처럼 보였다.
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서너 마리씩 죽어 나갔다.
“시간이 얼마 없어! 앞으로 25분!”
굴락이 골렘을 시켜 몹을 잔뜩 몰아왔다.
‘충격파.’
꽈앙—!
크아아아아!
‘어스 퀘이크.’
쿠쿠쿠쿠쿠.
“데스나이트? 저게 육신을 버린 언데드의 왕에게 허락되는 힘이란 말인가···?”
혼란한 와중에도 아서스가 멍하니 중얼거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센트리건과 변신의 힘으로 수월하게 몬스터를 정리했다.
* * *
– 변신 남은 시간 : 10분
제일 끝에 있던 거대한 소머리.
‘미노타우로스.’
수서역이나 가락시장에서 봤던 대형종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굉장히 비현실적이었는데···.’
이렇게 게임 같은 던전에서 대형 몬스터를 바라보니 한층 실감 났다.
‘던전이 박살 나도 부담 없고.’
일반인도 없으니 금상첨화.
파티원들이 남은 물과 빵을 먹으며 체력을 회복했다.
“아까 하나씩만 먹어서 다행이네.”
“빵이 다 바스러졌어.”
“굴락. 물 다 흘렀잖아. 다시 만들어 줘.”
“빵을 만드는 건 좋은데··· 안에 뭐 좀 넣어주면 안 되나? 너무 퍽퍽해.”
굴락이 뼈만 남은 턱을 쩍 벌렸다.
“주, 주인의 동료들은 정말 파렴치하군. 가, 감히 8써클의 대 마법사인 나를 이렇게 취급하다니!”
파티원들의 입에 미소가 걸린 걸 보면 놀려먹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그만하고. 변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바로 가자.”
영지화를 새로 사용해 성벽과 시설 위치를 옮겼다.
아직 전투 시작으로 보는 건 아닌지 미노타우로스가 사정거리에 들어왔음에도 공격하지 않았다.
“왜 시작 안 해? 내가 한번 가볼까?”
박성남이 요술봉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기다려봐. 골렘 먼저 보내보고.”
크아아아아!
쿵. 쿵. 쿵.
골렘이 가만히 선 채 거대한 핼버드를 땅에 세우고 있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달려갔다.
쾅!
골렘의 일격이 미노타우로스의 정강이 부근을 강타했다.
그러나 미노타우로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잘 보았다. 영웅들이여.”
미노타우로스의 입이 열렸다.
* * *
파티원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미노타우로스 앞으로 다가섰다.
변신 스크롤 덕분에 내 덩치도 오우거보다 큰 수준이지만 미노타우로스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어깨를 쭉 펴고 당당하게 외쳤다.
“그대가 미궁의 주인 미노타우로스인가?”
“그렇다. 그대들은 아테네에서 보낸 자들인가?”
“아테네···? 한국에서 왔는데?”
“어디인지 모르겠군. 내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하러 온 자들은 맞는가?”
“그렇지. 근데, 싸우기 전에 뭐 좀 물어봐도 되나?”
– 남은 시간 : 5분
남은 시간에 보스를 잡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태까지 골드 미션은 언제나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차라리 말이나 붙여보자.`
“너 미노타우로스가 맞지?”
“그렇다.”
“밖에 속았다는 글이 적혀있던데. 지혜로운 자에게 속았다는 게 무슨 뜻이지?”
“가장 지혜로운 자!”
미노타우로스가 소리쳤다.
쿠쿠쿠쿠쿠.
미궁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꽝-!
미노타우로스가 핼버드를 땅에 내리치자 진동이 멎었다.
“나는 테세우스에게 죽고 신의 품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왔지.”
“가장 지혜로운 자? 뭐라고 했길래?”
“우리를 속였다!”
꽝—!
다시 한 번 미궁이 진동했다.
“뭘 어떻게 속였는데?”
“신들의 전쟁에 참여할 힘을 준다며 달콤한 말로 나를 속였다! 그 결과가 가짜 미궁에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된 것인가!”
드드드드드.
‘신들의 전쟁?’
키워드가 하나 추가되었다.
“신들의 전쟁이 뭐지?”
“대화는 이제 그만! 나는 너무도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잊힌 자의 분노는 가장 지혜로운 자를 깨웠으니!”
파앙—!
“크악.”
충격파와 함께 임시 영지까지 날아갔다.
– 변신 시간 종료.
– A 사이언스 센트리 건 서비스 종료.
– TF 엔지니어 센트리 건 서비스 종료.
소모품 시간이 다 되었다.
다시 키가 작아지니 시야가 어색했다.
“빡! 골렘하고 어글먹고! 전부 준비해!”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쾅! 쾅!
박성남과 골렘이 미노타우로스를 스쳐 지나가 벽을 등지고 탱킹했다.
미노타우로스가 핼버드를 휘두를 때마다 박성남의 방패가 눈에 보일 정도로 푹푹 파였다.
“우아아악! 살려줘! 힐러 없는 레이드 파티 실화냐?”
“잠시만요!”
안젤라가 물리 공격 무효화 버프를 걸었다.
위이이이잉.
촤악. 촤악.
쾅! 쾅!
세 방을 못 견디고 골렘이 무너졌다.
계속해서 골렘을 일으키며 약화 저주와 피해 증폭 저주를 번갈아 사용했다.
박성남과 번갈아 가며 피해를 나눠 받고 있기에 골렘을 뺄 수 없는 상황.
아서스와 제스터, 강석호 같은 근접 물리 공격수들이 미노타우로스의 발뒤꿈치를 열심히 공격했다.
“굴락, 저기 작은 소머리 시체 좀 미노타우로스에게 던져봐!”
“알았어!”
언데드 흡수를 통해 몸이 조금 커진 굴락이 몬스터를 들어 미노타우로스에게 던졌다.
‘피해 증폭. 시체 폭발.’
꽈아아아앙—!
크으으으!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신을 멸하려는 영웅들이여!”
나는 저격 타워를 수동 모드로 돌렸다.
몸체가 크니 조준이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발사.’
꽈아아아아앙—!
타워가 뒤로 밀리며 미노타우로스가 움찔했다.
‘공격이 먹히긴 하는군.’
수진 씨의 화살이 저격 지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놈은 물리 공격이니까···.’
듀바그를 한 방에 보낸 스킬.
“빡! 잠깐 골렘한테 어글 넘겨!”
“오케이!”
크아아아아!
미노타우로스가 골렘을 향해 핼버드를 크게 휘둘렀다.
‘잘 가라! 피해 반사!’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뚝.
미노타우로스의 핼버드가 골렘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어···?’
미노타우로스가 우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간사하고 교활한 영웅들이여! 받아라!”
수십 개의 마법진이 미궁 바닥에 그려졌다.
“바닥!”
“피해요!”
베테랑 파티원들이다.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지자마자 서둘러 범위에서 벗어났다.
제스터가 눈치껏 몸을 굴려 마법진 밖으로 물러났다.
강석호가 어리둥절하게 서 있는 아서스의 뒷덜미를 잡고 마법진 밖으로 던졌다.
콰광!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폭발.
이어 수많은 마법진에서 사람 크기만 한 둥근 빛 덩이가 나타났다.
“뭐지? 소환수인가?”
해골 마법사 하나가 공격을 이어가다 빛 덩이에 스쳤다.
퍼석.
스치기만 했는데 해골이 산산이 조각났다.
“망할··· 무빙이다! 튀어!”
“크하하하! 죽어라! 죽어!”
다행히 빛 덩이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유도탄처럼 주변에 있는 우리 편에게 다가갔기에 모두 무빙을 하며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머리 위로 피해 반사 저주가 걸린 미노타우로스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탱커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냥 몹 수준이 아니야.’
더럽게 똑똑하고, 강하다.
쿠르르르르.
빛 덩이가 스치자 타워 하나가 무너져 내렸다.
‘젠장.’
타워를 소환 해제하고 영지로 되돌려 보냈다.
빛 덩이에 닿을 것 같은 타워는 계속해서 위치를 바꾸고 동시에 나도 정신없이 움직여야 했다.
박성남 근처로 치유노래 타워를 소환해 체력회복을 돕고 다시 돌려보내기를 반복했다.
“으아! 이게 뭐야! 젠장.”
‘혹시? 피해 반사 때문에?’
나는 미노타우로스에게 걸린 저주를 약화로 변경했다.
“크크크! 장난질은 소용없다!”
쾅! 쾅!
다시 골렘을 공격하는 미노타우로스.
그러자 빛 덩이가 사라졌다.
“후아··· 죽는 줄 알았다.”
시우가 투덜거리며 해골을 소환하고 체인 라이트닝을 쏘아댔다.
– 남은 시간 : 01:19:55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젠장. 피해 반사도 안 먹히면···!’
맹독 가스를 퍼트렸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저 정도 급은 독 대미지에 면역인가?’
3개만 남은 저격타워를 다시 조준했다.
‘발사.’
꽈아아앙—!
미노타우로스의 머리를 공격했다.
“크으으으. 영웅들이여! 초라하구나! 테세우스조차 교활한 지혜로 나를 이겼거늘! 힘으로는 나를 누를 수 없다!”
미노타우로스가 돌연 공격을 멈추고 발을 굴렀다.
쿵.
“저, 저기 벽에!”
“벽이 열리고 있어요!”
‘콜로세움인가? 젠장!’
광활한 미궁.
가장자리 벽이 열리며 우리가 지금까지 없앤 것과 비슷한 규모의 몬스터들이 달려 나왔다.
소머리를 한 채 핼버드를 들고.
손상된 S 급 보상과 예언자
“진우 씨! 데스나이트 변신 안 되나요?”
“안돼요! 으아, 돌겠네! 모두 보스에게 붙어요!”
나는 미노타우로스에게 달려가 시설을 재배치했다.
쿵. 쿵.
성벽을 최대한 넓게 지어 미노타우로스를 내부에 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