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2
“제스터! 아서스와 영지로 돌아가세요! 이재영, 너도 가라!”
“예.”
아서스는 이번 임무에 직접 이동해서 왔기에 소환 해제가 먹히지 않는다.
연구시설을 통해 아서스와 남은 영지민들을 돌려보내자 부유감이 느껴졌다.
* * *
수서로 돌아온 파티원들은 늘 그렇듯 정비를 위해 흩어졌다.
아서스는 바쁘다며 자신이 관리하는 영지로 되돌아갔다.
나는 멀뚱히 서 있는 재영이를 데리고 컨테이너로 향했다.
“너, 우리와 함께 다닐래?”
“물론이죠. 그렇게 될 일이었으니까요.”
재영이를 영지민으로 등록했다.
“고맙습니다.”
“너에 대해서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닌 데···.”
“하하. 네 그렇겠죠.”
“넌 대체 뭐로 각성한 거야?”
“어떤 컨텐츠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아마 소위 예언자라고 불리는 각성자들은 다 비슷할 거 같아요.”
“음?”
“저는 어머니가 무당이셨거든요.”
“아···.”
재영이의 어머니는 꽤 유명한 무당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전혀 믿지 않는 재영이에게는 집을 장식한 각종 도구와 치장들이 그저 부끄러웠을 뿐이었다.
“암이셨어요. 그래서 더 싫었어요. 자기 앞날도 모르면서 무슨 무당이냐고 소리쳤죠.”
세상이 변하기 전날, 재영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재영이는 장례식장에서 각성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예언 능력이 생겼더군요.”
“그랬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다. 여기서는 편하게 지내도 돼.”
“안 물어보세요?”
“뭘?”
“제 능력을 알게 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궁금해하더라고요.”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알게 된다고 의미가 있나?”
“형에게는 의미가 있어요.”
“응?”
재영이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형은 다른 각성자들과 달라요.”
“달라?”
재영이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제가 본 걸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어요. 제 생각에 형은··· 끝없이 많은 수의 아군. 그러니까 군단을 이끄는 수장이 되실 거예요.”
연금술, 마법 연구소
“군단? 대체 무슨 예언이길래···.”
“제가 본 건 단편적이라, 자세한 설명은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하지만 제가 본 미래의 형 모습은 딱 그런 느낌이에요.”
“단편적?”
재영이가 손에 턱을 올리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짧은 비디오 클립··· 짤방 알죠?”
“당연하지.”
“수많은 짤방 형태의 영상이 수시로 눈앞에 떠올라요. 근데 그것만 봐서는 어떤 상황인지 추측하기 어렵죠.”
“예언인데 추측을 해야 한다고?”
“형이 성남이 형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장면을 봤다고 생각해봐요. 짤방이니까··· 진짜로 둘이 싸우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성남이 형을 도와주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잖아요.”
“그럼 네가 구조될 거라는 것도···.”
“네. 그렇게 짤방으로 본 거죠. 그 정도는 앞뒤 상황이 없어도 알 수 있고요.”
신기한 능력이다.
“예지몽? 아니, 데자뷰에 가까운 능력이구나.”
“어? 형도 그런 거 알아요? 맞아요. 그런 느낌이죠.”
“그럼 뭐 다른 정보는 없어? 내가 군단을 이끄는 수장이 된다는 건 너무 뜬금없는데. 뭐, 언데드를 이끌고 있긴 하지만···.”
“제가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형 짤방은 아주 단순해요.”
뭔지 모를 적들을 향해 돌진하는 수백만의 군단.
제일 뒤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내 모습.
“그 적은 어떻게 생겼는데? 몬스터인가?”
“아뇨.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괴물도 있고···.”
“인간?”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알겠어. 그래도 좋은 거 하나는 알아냈네. 어쨌든 나는 그때까지 살아 있다는 거잖아?”
재영이가 미소 지었다.
“맞아요.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되는 거죠.”
“특별히 할 일 없으면 훈련에 참여해도 돼. 연구시설에 가서 넬다를 도와도 좋고··· 아니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걸 하도록 해.”
“고맙습니다.”
* * *
대장간을 찾았다.
깡! 깡!
“아저씨. 수리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오래 걸리다니요? 고객님의 무기가 워낙 좋은 거라 신중하게 하는 겁니다.”
“앗! 그렇군요. 제가 그것도 모르고··· 죄송합니다!”
“네. 천천히 오세요.”
무기 수리를 맡기 각성자가 떠나자 김철수는 두드리던 무기를 뒤로 던졌다.
“아니, 뭔 D급 검을 수리하라는 거야? 그냥 버리고 새것 쓰지. 쯧.”
“김철수 씨.”
“어? 영주님! 오셨습니까! 하하!”
“외모가··· 좀 변했네요.”
“아무래도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호리호리하고 날카롭던 인상이 사라졌다.
근육질의 검은 수염, 고집 있어 보이는 얼굴.
“퍼거스네.”
“퍼거스 아닙니다! 아이데른의 젊은 시절이라고요!”
“헤벡은 어디 갔어요?”
“마법 무구를 만들려고요. 광물을 구하러 넘어갔습니다.”
손님들이 꽤 있었기에 말보런스 대륙 이야기는 대충 얼버무렸다.
“아··· 네. 이제 슬슬 괜찮은 아이템이 나오나요?”
“그러길 바라고 있죠!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무기 수리가 필요하세요? 안 그래도 망가진 타워들 수리한다고 저희 대장간 사람들이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대장간 사람들?”
“영지민들 중에 대장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고요. 덕분에 요즘엔 한숨 돌리고 있습니다.”
“잘 운영하시고 계시네요. 레벨업은 필요 없으세요?”
“생산직이라 그런가 변신하고 나니 숙련도로 거의 다 해결되겠더라고요.”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제가 좀 더 자주 찾아왔어야 하는데···.”
“워낙 바쁘시니까요. 저는 만족합니다.”
나는 손상된 헤파이토스의 망치를 김철수에게 건넸다.
“이건···?”
“선물입니다.”
땡그랑.
김철수의 손에 들려있던 망치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이럴 수가···.”
김철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공손하게 망치를 받아들었다.
“어, 엄청난 옵션··· 그리고 세공 스킬···?”
“앞으로 더 열심히 하시라고요.”
“다, 당장 영주님 무기를 주세요. 제가 세공해드리겠습니다.”
“아뇨 저는 세공은 됐어요.”
“아니··· 어째서! 세공이야말로 컨텐츠의 꽃이란 말입니다!”
“그러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워낙 많이 봐서요. 그것보다 부탁할 게 있는데요.”
“뭐든 말씀만 하십쇼!”
“3 소켓 갑옷이 필요합니다.”
“소켓 갑옷이요?”
“네. 룬워드 만들 거예요.”
“아! 그 게임 컨텐츠군요. 소켓, 소켓이라··· 무슨 갑옷으로 해드릴까요?”
풀 플레이트는 방어력이 좋겠지만 움직이기 불편하다.
원 게임에서는 주로 가벼운 메이지 플레이트를 썼던 거 같은데···.
‘가죽 갑옷도 괜찮을 거 같고.’
“아무래도 움직임이 편해야 하니까 무거운 건 빼고요.”
“적당한 놈을 찾아서 해보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특수 재료가 좀 필요해서 정제소에 요청한 뒤 작업 들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
‘오우거?’
광장에 오우거 두 마리가 가만히 서 있었다.
“와 저거 뭐냐?”
“소환수래. 여기 서진우 쪽 사람이 소환했다는데?”
“허··· 10레벨대 악몽 같은 저걸 소환한다고? 장난 아니네.”
“소수정예 컨셉인 가봐. 나도 서진우 길드 들어가고 싶다.”
분수 앞에는 나현우가 뿌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현우 씨, 이게 그 서먼 인가요?”
“네. 크흐흐흐 감사드립니다! 테스트해본다고 임무 혼자 들어갔는데. 너무나 쉽더라고요. 크하하하! 저도 이제 소환수로 탱킹하고 꿀 빨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저도 좀 편하고요.”
바로 옆에 있던 와저씨 도적 강석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다 만족스럽다니 다행이네요.”
소환수를 자랑하는 둘을 남겨두고 상태창을 열었다.
– 레벨 : 40
– 등급 : 신념의 보호자(임시)
– 포인트 : 37
– 선포영지 개발 항목 : [의류점 건설 : 1포인트] [농장 건설 : 1포인트]
– 화전민 개발 항목 : [방어타워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식료품 창고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위생시설 업그레이드: 3 포인트] [연구시설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방어타워 건설 : 1포인트] [주거시설 정비 : 3 포인트]
– 촌장 개발 항목 : [훈련장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허브 농장 건설 : 3 포인트] [경매장 업그레이드 : 3포인트]
– 쉘터 마스터 개발 항목 : [마굿간 건설 : 1포인트]
– 군주 개발 항목 : [광산 개발 : 3 포인트] [선술집 건설 : 1포인트] [연금술 연구소 건설 : 3 포인트]
– 대군주 개발 항목 : [마법 연구소 건설 : 5 포인트]
– 적립금 : 29,233,511골드
– 가용금액 : 33,250,150골드
– 1단계 스킬 : [네크로맨시 : 7 포인트] [해골 생성 : 5 포인트] [해골 연구 : 3 포인트] [뼈 갑옷 : 1포인트] [영혼 투척 : 1포인트] [피해 증폭 : 3 포인트]
– 2단계 스킬 : [진흙골렘 생성 : 3 포인트] [독 단검 : 1포인트] [시체 폭발 : 3 포인트] [암흑 시야 : 3 포인트] [약화 : 3 포인트]
– 3단계 스킬 : [골렘 강화 : 1포인트] [해골 마법사 생성 : 3 포인트] [뼈의 벽 : 1포인트] [공포 : 1포인트] [피해 반사 : 3 포인트]
포인트가 넉넉하게 쌓였다.
‘가용금액···?”
은행에서 끌어 쓸 수 있는 돈이 내 가용금액으로 적립되었다.
수많은 각성자가 예금, 적금을 들었고 대출 이자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은행 돈을 막 꺼내 써도 되는 건가···.’
어쨌든, 여차하면 끌어 쓸 수 있는 돈이 생겼다.
거기에 건물을 임대하며 얻는 수입도 꽤 짭짤하다.
– 연금술 연구소 건설 : 각종 이로운 물약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 상점을 통해 판매 가능합니다.
– 허브 농장이 필요합니다.
– 필요 포인트 : 3
– 허브 농장 : 각종 허브가 자동으로 자라납니다.
– 3일에 한 번 수확 가능.
– 수동 관리 시 수확량이 증가합니다.
– 필요 포인트 : 3
‘버프 물약을 만들 수 있는 건가?’
이번 미궁을 떠올려보면 앞으로도 버프는 필수다.
거기에 팔아서 수익까지 끌어낼 수 있다면야 금상첨화다.
또, 광물을 구하러 말보런스까지 넘어간다는 김철수의 말도 떠올랐다.
9포인트를 들여 허브 농장, 연금술 연구소, 광산 개발을 터치했다.
드드드드드.
이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영지가 진동해도 놀라지 않았다.
“오, 녹차 밭인가?”
“별걸 다 만드네.”
난민 캠프 방향에 파릇파릇한 허브 밭이 들어섰다.
“와··· 영주님! 이거 저희가 키워도 되나요?”
영지 부녀회가 허브 밭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물론이죠. 그런데 밭일이 힘드실 텐데··· 그냥 둬도 자라나긴 하거든요···.”
“호호호. 어차피 소일인데요. 뭐. 아무튼, 된다는 거죠?”
“네에···.”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호미를 들고 밭으로 사라졌다.
상업시설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
간판에는 물약 표시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영지의 주인 서진우라고 합니다.”
“반갑소! 영주. 말콤이라고 불러주시오. 내가 이 영지에 정착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연금술사신가요?”
말콤이 책상 위에 흩어져있는 각종 실험도구를 매만졌다.
“그랬지. 아니··· 지금도 그런가.”
“안녕하세요.”
뜬금없이 재영이가 들어왔다.
“아, 아니?”
말콤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형님이 연금술 상점을 건설하셨나 보네요. 그쪽은 연금술사신가요?”
“너, 너는···!”
“저는 여기서 연금술을 배워야 해요. 저를 좀 가르쳐 주시겠어요?”
말콤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
무언가 말을 하려다 이내 포기한 말콤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환영하네.”
“형님. 아니, 영주님. 영지에 대한 설명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재영이가 나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것도 미래를 본 건가?’
어찌 되었든 연금술사가 두 명이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첫 허브 수확이 3일은 걸린다니 그 뒤에 생산되는 것들을 기대할만하겠지.
* * *
오랜만에 영지에 있는 연구시설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영주님 오셨어요?”
넬다의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흘러 내려왔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마법 연구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왔는데···.”
“연구 때문에요?”
“네. 제가 마법 연구소를 건설할 수 있게 됐거든요. 넬다 생각은 어떤가 궁금해서요.”
병영이나 연금술 연구소는 NPC가 딸려 나왔다.
척 봐도 그쪽 분야의 대가들.
영지민 중 사실상 원탑 마법사인 넬다가 연구소에 딸려오는 NPC와 트러블이 날 수도 있는 일.
병영은 처음이라 몰랐고, 연금술은 유일했기에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넬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런 문제로 제게 상의까지 하러 오시다니··· 영주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개국 공신인데 당연히 의중을 물어야죠.”
흙바닥에 가로수를 베어 집을 지을 때부터 함께한 사람이다.
“저는 괜찮··· 아니 사실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아요.”
“상관없다고요? 흠··· 무슨 일 있습니까?”
계속해서 표정이 어두운 넬다.
“지금은 계속 연구 중이라··· 아직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조금 더 성과가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넬다의 얼굴에 수심이 깊어졌다.
“알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뭐든지 말씀만 하세요.”
나는 밖으로 나와 마법 연구소를 건설했다.
드드드드드.
“어어? 또 뭐 올라간다.”
“히야··· 이번엔 엄청나게 큰데? 역시 돈이 돈을 버는구나. 서진우는 계속 건물 올리는데 나는··· 마법 스킬하나 못 배우고.”
“포인트 찍어.”
“스킬 트리에 없는 것도 마법서에서 배울 수 있대. 가끔 드랍도 된다 하더라고? 다른 컨텐츠 마법에 쓸 만한 게 얼마나 많은데.”
“격수들은 장비랑 도핑 값 때문에 죽어 나가는데··· 마법도 이래저래 힘들구나.”
영지를 지나는 각성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건물 엄청나게 크네.’
우리 영지 최초의 5층 건물이다.
‘대군주 개발 항목이라 그런가? 정말 웅장하네.’
몇몇 각성자들이 호기심에 문으로 다가갔지만 열리지 않았다.
나는 건물로 들어갔다.
* * *
‘음··· 도서관?’
수많은 책장과 그 안에 들어있는 책들.
책을 읽을 수 있는 오픈형 테이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파까지.
훌륭한 도서관이다.
NPC는 보이지 않았다.
연구소 중앙에는 커다란 수정 구슬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정 구슬이라···.’
신전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구슬에 손을 올렸다.
번쩍!
– 환영합니다.
– 사용자 인증 완료 : 영주.
– 마법 연구소 이용료와 운영 시간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 [매뉴얼] [이용료] [운영 시간] [차단 목록] [이용 가능 권한 설정]
‘···?’
상상도 못 했던 메뉴가 튀어나왔다.
환궁을 권유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 놈이 배신자다.
‘이게 대체 뭐지?’
메뉴를 터치했다.
– 이용료(기본) : 1시간당 100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