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77
“혹시 뭘 주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크하하하! 자신감! 마음에 든다! 흡족한 성적을 낸다면 요툰헤임의 보물을 주겠다!”
“감사합니다. 아서스! 서브퀘스트다! 일하자!”
남는 건 탈것밖에 없다.
‘골렘, 해골 소환.’
드드드드드.
덜그럭. 덜그럭.
“키이하아!”
“굴락! 언데드를 맡아줘.”
“근데··· 저 거인들 말이야.”
“응?”
“마력이 느껴지는데··· 혹시 내가 흡수해도 되나? 좀 물어봐 주면 안 될까?”
노토스에게 잡혀가 기억이 뽑힌 굴락이 눈치를 보았다.
“노토스! 거인들의 마력을 흡수해도 되나요?”
“크하하하! 물론이다! 저들은 멸망의 기억을 통해 생성한 배신자들이다! 어떤 치욕적인 모습으로 쓰러질지 기대되는군!”
“굴락, 배부르게 먹어라.”
“간다아!”
굴락이 언데드를 데리고 전방으로 향했다.
쿵! 쿵!
반투명한 거인들은 생각보다 빨랐다.
그리고 전투 실력도 꽤 좋았다.
아이말과 아서스는 언데드와 전투를 벌이는 거인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는 뭘 해야 하나?”
“아이말은 기회 봐서 활 쏘면 되고, 음··· 잠시만.”
영지민 관리강화를 터치했다.
– [영주 대리 등록/삭제] [영지민 그룹 등록/삭제] [그룹 편집] [권한 설정]
···.
‘그렇지. AI 영주 설정.’
판타지 문명 IV는 기본적으로 영지를 확장해 세계를 정복하는 게임이다.
멀티 영지가 많아질수록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민원과 하소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럴 때 각 영지별 영주 대리를 지정해 권한을 부여한다.
선택된 영주 대리의 성향에 따라 영지가 흥하기도, 망하기도 한다.
‘가끔 반역도 하는데···.’
아서스가 반역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나는 아서스에게 시설 소환 권한을 부여했다.
* * *
“응? 화면에 이상한 게 생겼네만?”
“이제 너도 내가 영지화를 만든 위치에 시설들을 소환할 수 있어.”
영지화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기에 수서, 야킨둔 영지나 임시 영지에서만 시설을 소환하고 해제할 수 있다.
“검으로 막을 수 있으면 막고, 아니면 타워를 조종하면서 지원해줘.”
타워의 자동 공격도 좋긴 하지만 수동 조종 효율이 압도적으로 좋다.
하다못해 스플래쉬 타워만 해도 몰려드는 곳에 예측사를 할 수 있고, 지뢰나 맹독을 뿌리는 것도 수동이 훨씬 고효율이다.
“이, 이럴 수가. 그럼 이제 나도 리요네스의 타워를 제어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그래.”
“고맙네! 서둘러 작동법을 배워서 꼭 도움이 되겠네!”
‘하나, 둘씩 외주 주는 꼴이네.’
언데드는 굴락이, 타워는 아서스가 조종한다.
이제 네크 스킬에 집중할 수도 있고,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할 수도 있다.
꽈아아아앙—!
저격타워 4개가 동시에 발사되며 거인 세 명을 뚫고 나갔다.
“오, 아니. 이럴 수가!”
아서스의 경악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아!
쿵! 쿵!
듀바그나 미노타우로스 같은 수준의 지능은 없는 듯했다.
골렘이 어그로를 먹고 그리 넓지도 않은 땅 조각의 끝에서 끝을 지그재그로 달렸다.
수십 마리 반투명 거인들이 골렘을 따라 우왕좌왕했다.
아서스가 길목 옆으로 타워를 소환해 수동 모드로 이들을 공격했다.
“역시 뭐든지 용역을 줘야 몸이 편해.”
비용이 드는 것도 없기에 더욱 꿀이다.
거대한 반투명 거인들은 모든 형태의 공격을 허용했다.
덕분에 아서스는 스플래쉬부터 맹독 타워까지 다양한 특성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크하하하! 불에 타고! 독에 괴로워해라! 배신자들이여! 우리를 버린 자들이여!”
광기에 젖은 노토스의 웃음이 울려 펴졌다.
‘쟤도 정상은 아닌 거 같네.’
넓은 지역이고, 특수한 패턴도 없다.
진정한 타워 디펜스.
이것저것 시설을 소환하며 테스트를 마친 아서스가 흡족하게 웃었다.
“크크크. 이 타워만 있으면 에드먼드 그놈을···!”
“아서스! 진정해. 저 타워는 뭐야?”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아서 말일세.”
‘대단한데? 이걸 생각하다니.’
여러 개의 타워를 떨어트려 소환해 사거리를 맞춘다.
떨어트린 타워에는 성벽을 둘러 보호한다.
게임에 익숙해진 중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타워링이다.
‘이걸 바로 깨닫다니··· 전술적 능력도 괜찮아.’
쿵.
마지막 거인이 쓰러졌다.
우리 쪽 피해는 해골 몇 마리가 터진 것이 전부.
완벽한 승리였다.
* * *
“인간, 마음에 든다. 네 이름을 말해라. 기억하겠다.”
“서진우입니다.”
“좋다. 서진우. 보물을 보여 줄 테니 하나만 고르거라.”
허공에서 아이템 3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메긴기요르드]– 등급 : S
– 착용 시 귀속
– 착용 효과 : 근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 착용 효과 : 스킬 [토르의 함성] 사용 가능.
– 토르의 함성 : 지속시간 동안 근력이 네 배로 증가합니다.
– 지속 시간 : 10분
– 재사용 대기시간 : 48시간
[브리싱가멘]– 등급 : S
– 착용 시 귀속
– 착용 효과 : 마법으로 주는 피해 두 배 증가.
– 착용 효과 : 다른 이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 단, 능력은 복사할 수 없습니다.
[굴팍시]– 등급 : S
– 보유 효과 : 굴팍시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 매우 빠릅니다.
– 일정 조건이 갖춰지면 공중에서 기동할 수 있습니다.
– 보유자 외에는 탑승할 수 없습니다.
‘대박!’
아서스가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구경했다.
“내 보기엔 그저 평범한 허리띠, 목걸이, 말고삐인데··· 이게 보물이란 말인가?”
“너는 각성한 게 아니라서, 정보가 안 보이니 그래.”
손상된 아이템도 아니고 그냥 S급이다.
‘근력이나 마법 공격력도 있으면 좋긴 한데.’
하나만 골라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시험 좀 더 치면 안 되나요? 딱 한 개만 더···.”
“지닌바 욕심이 니다벨리르의 드워프를 보는 것 같구나. 불가하다.”
노토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것도 없지.’
나는 말고삐를 주워들었다.
노토스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인간! 그게 무엇인 줄 아느냐?”
“탈것 아닌가요?”
“탈것? 크하하하. 그렇다. 흐룽그니르의 유산이지.”
“자고로 남는 건 탈것밖에 없다고 배웠어요. 잘하면 날 탈도 되나 본데··· 이걸로 할게요.”
“좋다. 주신께서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궁금해지는군.”
나머지 아이템 두 개가 사라졌다.
말고삐를 4차원 주머니에 넣자 키워드가 추가되었다.
‘굴팍시.’
황금 물결과 함께 크고 멋진 말이 나타났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몸의 털이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안장까지 차고 나타난 굴팍시는··· 정말 엄청나게 컸다.
“타는 게 아니라··· 안장에서 자도 되겠는데?”
거인들 소유였으니 당연한 건가?
푸르르르.
굴팍시가 나를 보고 투레질을 하자 크기가 점점 작아졌다.
나는 말에 올라탔다.
‘말 타본 적도 없는데 괜찮으려나?’
듣기로는 말에서 떨어지기도 한다는데.
고삐를 움켜쥐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는 굴팍시.
말과 한몸이 된 듯한 기분 좋은 해방감이 느껴졌다.
‘승차감도 죽여주네.’
역시 S급은 뭔가 다르긴 다르다.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자 노토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주인으로 인정했나 보군. 훌륭하다. 그대들에게 티르님께 받은 축복을 나눠주겠다.”
노토스의 손에서 빛이 뿜어지자, 황금색 인장이 만들어졌다.
인장은 우리 셋과 굴락의 이마로 향했다.
– 수집 완료 : 티르의 축복.
‘수집? 이런 것도 있구나.’
업적과 위엄만 있는 줄 알았더니 수집도 나왔다.
축복을 얻은 사실을 시스템이 확실하게 인증해줬다.
“감사합니다.”
“자네들 덕에 좋은 구경을 했네. 잘 가게.”
노토스가 다시 뛰어올라 반파된 성으로 향했다.
“제, 제가 티르님의 축복을 받다니···!”
아이말이 감격한 표정으로 온몸을 떨었다.
“그럼 이제 센티널에서 다음 단계로 진급 하는 건가?”
“규율에 따르면 시험을 통과한 자들은 대장급으로 신분이 올라야 하지만···.”
아이말이 말꼬리를 흐렸다.
‘분위기를 보니 딱히 그렇게 해줄 거 같지는 않군.’
“축복을 받았으니 이제 분쟁 지역이라는 곳에 갈 수 있겠지. 함께 가보자.”
“예.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우리는 멸망한 낙원을 떠났다.
* * *
어느새 날이 밝았다.
다크 엘프의 숲은 햇빛 속에서도 어두컴컴했다.
‘좋은 탈것을 얻었는데 왜 타질 못하니.’
말은 한 마리밖에 없다.
아서스와 아이말은 걸어가야 하는 상황.
둘은 괜찮다고 했지만 나 혼자만 말에 올라있기도 뻘쭘하기에 함께 걸었다.
한참을 이동하자 멀리 돔 형태의 결계막이 보였다.
‘내 영지랑 비슷하네.’
안과 밖을 나누는 결계.
‘그럼 내 영지에 결계도 일종의 경계인가?’
감상을 마치고 가까이 다가갔다.
불투명한 결계는 내부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들어가면 되나?”
해골을 소환해 보내봤다.
팅.
해골이 결계를 넘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아, 해골은 소환수라 축복을 받지 못했지. 굴락 너는 왜 받았냐?”
“나, 나는 이놈과 다르지 않나! 소환수가 아니라고!”
어느새 굴락은 거인들을 흡수해 거의 나와 비슷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땅에서 아주 살짝만 떠 있었는데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꿈에서 볼까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너, 작은 게 훨씬 낫다.”
“무슨 소리! 난 아직도 모자라다! 내 본모습을 찾으려면 한참 멀었어!”
굴락이 방방 뛰며 흥분했다.
“알겠어, 자. 그럼 들어가 보자. 알프하임의 조각으로.”
우리는 분쟁지역의 경계를 넘었다.
* * *
“밝은 버전의 티르 나 노그네.”
“그 말이 딱 어울리는군.”
조각난 채 이리저리 제멋대로 떠다니는 땅 조각들.
낙원, 티르 나 노그와 같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파랗고, 이리저리 떠 있는 땅 조각들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가끔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중력을 이용해 이쪽 조각에서 저쪽 조각으로 뛰어다니고 있었다.
“봐도, 봐도 기묘하구만. 아이말, 원래 알프하임이 이런 모습인가?”
“제가 배우기로는··· 아닙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너른 푸른 초원과 평화로운 곳. 모두가 행복한 그런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는 하이 엘프랑 다크 엘프가 싸우지 않았나 보지?”
“분쟁이야 항상 있었죠. 그렇지만··· 이런 모습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들어오자마자 페르다가 있을 줄 알았는데.’
미노타우로스와는 다른 방식이다.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땅 조각에서 페르다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여길 한번 둘러보고 올게.”
나는 굴팍시를 소환했다.
눈부신 황금 갈기를 빛내며 서 있는 멋진 말이 등장했다.
미끄러지는 듯한 훌륭한 승차감.
‘일단 앞으로 달려볼까?’
푸르르르르.
히이잉.
순간, 굴팍시가 명령을 거부하고 몸을 우측으로 틀었다.
‘뭐야? 뭔데?’
아무리 말고삐를 잡아당겨도 꿈쩍하지 않았다.
쿠궁. 쿵.
굴팍시가 갈기를 흔들며 발을 굴렀다.
“저쪽으로 가야 한다고?”
푸르르르.
고개를 끄덕거리는 굴팍시.
“혹시 저기에 페르다가 있어?”
푸르르르.
“S급이라 그런가? 대단한걸?”
나는 말에서 내려 아서스와 아이말을 불렀다.
“얘가 길을 안다는데? 저쪽으로 가보자.”
“아무리 신성해 보이는 황금빛 말이지만··· 이곳 지리를 알고 있다고?”
“밑져야 본전이지. 가보자.”
* * *
굴팍시가 알려준 방향으로 한참을 이동했다.
챙! 챙!
펑! 꽈앙—!
크아악!
“싸움이다.”
‘설마 현자 애들이 먼저 온 건 아니겠지?’
시험도 치르지 않았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불안했다.
가까이 가보자 뒤집힌 땅 조각에 참혹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구릿빛 피부와 투명한 피부를 가진 엘프들이 서로를 향해 정신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다른 마을의 엘프들이···! 어서 도와야 합니다!”
“그래. 서진우! 어서 영지를 지정해주게!”
아서스가 흥분하며 외쳤다.
“잠깐, 뭔가 이상해.”
페르다는 보이지도 않고, 뜬금없이 엘프들이 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
나는 자리에서 점프해 공중에 떠 있는 땅으로 올라갔다.
“숲의 신에게 제물을!”
“더러운 어둠의 알프들이여! 죽음을 맞이해라!”
“흥. 어둠보다 더 깊은 심연을 소유한 것들이 잘도 떠드는구나!”
펑! 펑!
챙!
쒜에에에엑!
화려한 마법과 화살, 검이 충돌했다.
나는 전장 한복판을 골라 착지했다.
‘영지화.’
쿵.
‘시설 소환.’
철컥. 철컥.
쾅. 쾅.
하이 엘프와 다크 엘프의 진영을 가르는 거대한 성벽을 세웠다.
그리고 타워 20개를 소환해 배치했다.
위이이이잉.
수정이 빛나자 전장이 소강상태에 빠졌다.
“네놈은 누구인가!”
하이 엘프 진영에 있던 엘프 마법사가 소리쳤다.
“나는 티르 나 노그에서 노토스의 시험을 통과하고 티르의 축복을 받은 투아하 데 다난. 인간 서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