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82
네이썬이 몸을 움찔했다.
“그, 그래 봐야 해골이지. 흥.”
훈련장 한쪽에 마련된 넓은 장소로 이동했다.
“자, 시작!”
네이썬이 해골을 향해 달려들었다.
네이썬의 마법검에 누런 스파크가 튀었다.
해골이 침착하게 검을 고쳐 쥐었다.
“오, 오러다··· 오러 스킬이야!”
“해골이 스킬을 쓴다고?”
해골의 검에서 검은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키이하아!”
쾅!
번쩍!
둘의 검이 부딪히며 빛이 폭발했다.
곧바로 네이썬이 몸을 비틀며 검을 휘둘렀다.
해골의 몸이 기괴하게 꺾이며 네이썬의 검을 피했다.
이어, 네이썬의 허벅지를 향해 찔러 들어가는 해골의 검.
서걱.
네이썬이 급하게 검을 피했지만, 허벅지가 살짝 베였다.
“이··· 허접한 소환수 따위가! 멀티 슬래셔!”
파바바바바박!
네이썬의 검이 수십 개로 갈라지며 해골에게 달려들었다.
“와! 간판스킬 나왔다. 저거 광역이지?”
“죽여주네. 마법 검까지 더해지면···.”
쾅! 쾅! 쾅!
해골이 침착하게 방패를 들어 스킬을 막았다.
파삭!
해골의 방패가 부서졌다.
한걸음 뒤로 물러난 해골이 고개를 갸웃했다.
뒤이어···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파바바바바박!
해골의 검이 수십 개로 갈라졌다.
“지, 지금 저 해골이··· 네이썬 스킬을 쓴 거야?”
“뭐, 뭐야!”
꽈광—!
쾅!
“이, 이익!”
당황한 표정으로 해골의 검을 막던 네이썬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가 자빠졌다.
“크아아악!”
네이썬이 바닥을 구르자 훈련장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잘한다! 내 해골!”
“크하하하! 역시 내 부하다!”
굴락도 허리에 손을 올리며 미친 듯이 웃었다.
해골이 쓰러진 네이썬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허··· 접···.”
“응? 해골이 말도 하네?”
“용아병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해골도 비슷하지만··· 좀 더 직접적이지.”
네이썬이 벌떡 일어나 얼굴을 구겼다.
“믿을 수 없다! 이건 우연이야! 다시!”
“굴락, 져달라고 해.”
“뭐? 아니 왜!”
“사기진작. 해골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어. 그리고 수준은 충분히 알았으니까 한번 져주라고 해.”
“쳇. 알겠다.”
다시 전투가 시작되고 여러 합의 공방이 오갔다.
해골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절묘한 몸짓으로 네이썬의 검을 맞으며 박살 났다.
“조금 미안하네. 터진 거 보니까.”
“다시 소환하면 된다.”
“그야 그렇지만···.”
네이썬이 하늘로 검을 들어 올렸다.
“크하하하! 내가 바로 로열 가드의 네이썬이다!”
“우와아아아아! 네이썬! 네이썬!”
“말도 안 되는 강력한 해골을 물리쳤어!”
“이정도면··· 서진우, 사기 아닌가?”
“그래도 각성자 보다는 약하니까! 최고다 네이썬!”
‘네이썬이라··· 얘는 그냥 평범하고.’
차라리 탱커인 박성남이 더 강할지도.
스킬 사용이나 전투 센스 같은 건 칭찬할만하다.
애초에 비교군이 우리 파티원이면 한참 모자라지만 일반 각성자로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은 수준.
나는 쓰러진 해골을 다시 일으켰다.
움찔.
네이썬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네이썬은 그럭저럭 합격. 자, 그럼. 다음! 이제 제대로 해봅시다.”
곡소리가 울려 퍼지는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알프하임, 동맹 체결
“뭐야, 서진우 혼자 다 해 먹네.”
“뭐가 이렇게 세···.”
“저런 해골이 몇 마리야 대체···.”
“저 마법 쓰는 해골도 장난아냐. 4써클쯤 되는 거 같은데? 파이어 볼이 뭐 저렇게 크냐.”
면접이 아니라 내 원맨쇼가 되었다.
수십 명의 각성자가 도전했고, 그중 절반가량은 해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를 제외한 19명을 선발했다.
그러나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다들 씁쓸한 표정으로 해골을 바라보았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는데··· 그 레벨에 잠이 옵니까? 외부 활동할 시간에 렙업부터 하셔야죠.”
길드장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말 좀 잘 듣겠지.’
전투가 아닌 상황에서 내 소환수들의 능력을 공개적으로 보여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허.접.한 각성자를 내보낸 니산길드는 약속대로 건물임대 취소와 영구 추방···.”
“아, 아닙니다! 다른 친구가 대기 중입니다! 제발!”
일본 니산 길드장이 내게 매달렸다.
일본은 20레벨대 각성자를 내보냈다.
해골이 휘두른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적당히 넘어가려는 놈은 어디나 있지.’
“흠··· 하는 거 봐서요. 우선 이번 경쟁 임무 끝나고 다시 말씀드리죠.”
“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각성자는 바로 교체하겠습니다.”
“우, 우리도 바꾸겠소.”
“우리도···.”
길드장들이 앞 다투어 각성자 교체를 이야기했다.
– 남은 시간 : 22:13:20
이제 하루가 채 남지 않았다.
* * *
다시 컨테이너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가장 지혜로운 자. 그리고 대 현자 라무르는 다른 인물이겠지?’
여태까지 정보를 종합해보면 둘은 같은 인물이 아니다.
하이오크 로드가 처음으로 라무르를 언급했었다.
‘라무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었나.’
그리고, 블레이크의 사막 영지에 있던 듀라한도 구원에 대한 거짓말을 들었다 했다.
‘가장 지혜로운 자가 네임드급 몬스터를 꼬셔서··· 우리와 싸우게 한다 가정하면···.’
라무르는 적어도 그걸 막는 역할을 하고 있거나, 계속 조율 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한 것 같다.
‘말보런스에서 라무르를 추적해 봐야겠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해야 향후 행보를 확실하게 정할 수 있다.
“아니··· 여기가 내가 알던 숙소가 맞는 건가?”
아서스가 포탈에서 나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서스! 미안. 내가 깜빡···.”
“잘 처리되었네. 사실 그것 때문에 온 거고.”
“응?”
내가 떠나고 난 뒤 사후 처리가 시작되었다.
페르다가 죽고 알프하임 조각이 깨지자 경계를 이루던 결계가 사라졌다.
이제 조각나 있던 엘프의 고향은 완전히 사라졌다.
“차라리 후련하다더군. 덕분에 두 종족의 대통합이 이루어졌어.”
다크 엘프와 하이 엘프는 동맹을 맺었다.
종족을 가리지 않고 양쪽에서 배신자가 나왔기에, 상호 간 비난도 없었다.
“아이말은 야킨둔 영지로 왔네. 일종의 연락책이지.”
“오, 잘됐네. 근데 어떻게 돌아갔어?”
“엘프 마법사들이 초장거리 마법진을 그려주었네.”
“우리가 그냥 사라졌는데··· 왕궁에는 별일 없었어?”
“그게 좀 이상해···.”
왕성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제2 왕자의 반역모의와 감옥탈출 소식은 어디에도 퍼지지 않았다.
“좋게 생각하면···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겠지만···.”
“그럼 야킨둔에 누가 오지는 않았고?”
“그러하네. 애초에 거긴 아무도 관심 없는 지역이라···.”
‘흠··· 특이하네.’
“혹시 모르니 타워 좀 촘촘하게 배치해둬. 그리고 임무가 하나 더 떨어졌는데···.”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아서스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그래서 그리 급하게 떠났군. 알겠네. 아무 때나 소환해주게. 내 최선을 다해 돕겠어.”
“그래. 미리 타워 컨트롤 연습 좀 많이 해 둬.”
“아, 그리고 엘프 대 장로 두 명이 야킨둔 영지에서 기다리고 있네.”
“응?”
“자네와 동맹을 맺고 싶다는군.”
“동맹?”
아직 배우지 않았던 동맹 스킬을 떠올렸다.
– 동맹 : 지정한 집단(파티, 길드)과 동맹을 맺습니다.
– 시설사용, 가호 등 영지민과 동일한 혜택을 받습니다.
– 필요 포인트 : 1
‘이걸로 엘프와 동맹을 맺을 수 있을까?’
파티나 길드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집단으로 표시되니 가능할 것 같다.
– 동맹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가보자.”
나는 말보런스로 넘어갔다.
* * *
‘여기도 많이 바뀌었구나.’
스킬 레벨이 증가하면서 이곳도 쉘터 마스터 수준 이상의 영지가 되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쳤다.
나무로 만든 작은 집에 들어가자 엘프 두 명이 나를 반겼다.
“디르네스, 라이델, 반갑습니다.”
“오, 인간 서진우. 아니 이제 영주라고 불러야 하나? 대단하군. 이렇게 큰 영지를 보유하고 있다니.”
“마법타워도 아주 흥미롭군. 괜히 강력한 게 아니었어.”
“흑마법을 배운 건가? 언데드를 소환하던데··· 리요네스의 마법 타워를 소환하면서 언데드라니···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질문이 쏟아졌다.
“하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나중에 천천히 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군. 알겠네. 그리고··· 아서스 왕자를 통해 이야기는 했는데, 자네 영지와 동맹을 맺었으면 하네.”
“동맹을 맺는 경우가 흔한가요?”
“아니, 우리는 인간들의 그 어떤 왕국과도 동맹을 맺은 역사가 없네. 하물며 개인과 동맹을 맺은 예도 없지.”
“그런데 왜 저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티르의 축복을 받고, 노토스에게서 우트가르드의 보물을 얻어낸 자 아닌가! 게다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줬으니 자네의 문제도 도와주고 싶군.”
“미안하네. 실은 내가 몇 가지 이야기를 했어···.”
아서스가 민망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이들 두 명 대 장로는 내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과 우리 지구가 말보런스의 몬스터들로 공격받아 멸망 직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알프하임도 모자라 자네 세계도 멸망을 향해 가고 있다니··· 도저히 그냥 볼 수 없군.”
멸망에서 살아남은 알프의 후예.
지구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돕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좋습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저희야 환영이죠.”
나는 동맹 메뉴에 들어가 두 명의 대 장로를 선택했다.
– 선택하신 [하이 엘프] [다크 엘프]에게 동맹을 제안하시겠습니까? Y/N
Y를 누르자 두 명의 대 장로가 벌떡 일어났다.
“이, 이게 뭔가? 왜 갑자기 눈앞에 글자가···!”
‘역시 되네.’
흥분한 두 명을 진정시키고, 이것저것 메뉴를 확인해 보았다.
‘아서스와 비슷한 수준의 상태창이군.’
쪽지 기능과 시설 이용 관련 메뉴가 있었다.
나는 동맹 설정에 들어가 두 엘프 종족
모두를 대상으로 영지 이용 권한을 부여했다.
‘외부인 – 이방인 – 휴식 마을 방문자 – 동맹 – 영지민 순인가.’
영지민보다는 낮고, 휴식 마을에 방문하는 각성자보다는 권한이 조금 더 있었다.
타워의 가호와 버프를 직접적으로 받고, 모든 시설 이용도 무료였다.
“오, 오오··· 서신을 이런 식으로 보낼 수 있는 건가? 신기하군. 메시지 마법 같아.”
대 장로 두 명과 아서스가 서로를 향해 쪽지를 보내며 신기해했다.
‘음? 이건···?’
전투 인력 소환에 동맹 소환 메뉴가 생겼다.
‘그럼··· 엘프들 지원도 받을 수 있는 건가?’
엘프들은 대체로 원거리 공격에 최적화되어있다.
“두 분께서는 혹 전투가 발생하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나는 두 명에게 전투 인력 소환 메뉴를 설명했다.
“그럼 그대의 요청을 수락하면 어디서든 초장거리 텔레포트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네. 일종의 그런 방식이죠. 대신 아마 제가 전투 중에 소환할 가능성이 클 테니, 곧바로 싸울 수 있는 분 위주로 참여해 주시면 됩니다.”
자유의지로 참여하는 것이고 절대 강요가 아니다.
대 장로 두 명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동맹이 된 그대의 앞날에 광명이 가득하길 바라네.”
“감사합니다. 제 첫 동맹이네요.”
“영광이군.”
나는 아서스를 데리고 나왔다.
“아서스, 음식도 팍팍 주고, 수서에 데려가서 구경도 한번 시켜줘.”
“그, 그곳에···?”
“그래. 확실하게 알아야 나중에 이야기하기 편하지.”
본인들이 누구와 동맹을 맺었고, 나중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런 일은 말보런스 출신 왕자, 아서스가 제격이다.
“알겠네. 지구 음식을 좋아할지 모르겠군.”
“좋아하겠지. 아마 MSG 맛보면 정신 못 차릴 거다. 그럼 나중에 보자.”
나는 다시 수서로 향했다.
* * *
– 남은 시간 : 00:19:25
전투에 참여할 각성자 명단이 조금 바뀌었다.
각 길드에서는 온갖 회유와 떡밥으로 진정한 최강자를 내보냈다.
‘현자와 검제도 들어왔군.’
길드장이 직접 나선다는 건 좋은 일이다.
“흠··· 사만다와 브렉스턴도 가네요?”
“크하하하!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애초에 네가 간다고 한 순간부터 나는 확정이라고! 우리는 감자튀김과 콜라 같은 사이잖아?”
브렉스턴이 호탕하게 웃었다.
사만다가 눈을 빛내며 미소 지었다.
“당신의 소환수가 그렇게 강해졌을 줄 상상도 못 했어요. 대체 비결이 뭐죠?”
“잠도 안 자고 렙업하면 그렇게 됩니다.”
“한국인은 정말 대단하군요. 그 열정이란··· 다른 한국 길드도 정말 무섭게 임무를 수행하더군요.”
“저희는 이런 거에 진심인 편이라.”
브렉스턴과 사만다가 입장한다는 걸 알게 되자 포탈능력자, 카트맨이 떠올랐다.
“혹시 카트맨이 콜로세움 내부에서 포탈을 만들 수 있을까?”
“오, 역시 서진우! 똑똑해. 그런데 그건 이미 해봤어. 안되더라고.”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패배 시 사망이라는 단서가 달려있으니 도망은 못 치겠죠.”
“아쉽네요.”
그럼 콜로세움 내부로 다른 누군가를 불러올 수 있는 건 내가 유일하다는 이야기다.
“줄리아는 안 가요? 율리아나로 변하면···.”
“통제가 안 되니까. 그나저나 줄리아가 너랑 밥 한번···.”
“자, 준비합시다.”
소름이 돋는다.
밥 먹다가 율리아나로 변하면···.
광장에는 많은 각성자가 모여 있었다.
“일반 각성자들은 이미 관람석으로 떠난 것 같은데···.”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현자 최선우와 검제 김철왕이 몸을 풀고 있었다.
“현자님, 임무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니! 어이없게도 그냥 실패가 뜨지 뭡니까? 중간에 그냥 튕겨져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안타깝습니다.”
내가 클리어 해 버렸기 때문에 현자 쪽 임무가 사라진 모양이었다.
일반 임무는 계속 반복이 가능하니까 얼마든지 또 할 수 있지만 골드미션은 달랐다.
입맛을 다시는 현자를 위로하고 검제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입니다.”
“자네 영지에 재영이가 보이더군. 설마 그날 거기를 클리어한 건가? 그놈이 영 말을 안 해서···.”
“중간에 구해서 나왔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자네 쪽으로 옮기길 원해서 길드를 탈퇴시켰네.”
‘애초에 탈퇴시켰으면서 무슨.’
더는 말 섞기 싫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번 경쟁 임무,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야 말로 잘 부탁하지. 자, 가세.”
“예. 선배님.”
현자가 검제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우리는 페널티가 걸린 경쟁 임무, 콜로세움에 입장했다.
* * *
– 입장 인원 : 각성자(20명), 관람객(11,586명), 몬스터(0명)
– 남은 시간 : 08: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