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85
신화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최소한 아테나 혹은 아폴론 정도는 누구나 들어본 유명한 신이다.
다시 무대 위로 헤니르와 우르가 나타났다.
“헤이! 거기 방패! 카리는 어딨나?”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
“엥? 어디?”
쿠르르르르.
쒜에에에엑.
공기가 진동하며 바람을 찢는 소리가 들렸다.
헤니르 옆에 골렘 크기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바람 정령의 모습으로 변했다.
“바람 신이라더니··· 진짜 바람이네?”
‘영지화.’
쿵.
‘시설 소환.’
철컥. 철컥.
성벽과 함께 타워를 깔았다.
‘쫄몹 소환할 테니 성벽부터 깔고···.’
굴락과 함께 언데드를 소환했다.
쿠르르르르.
덜그럭, 덜그럭.
총합 33마리의 해골이 든든한 모습으로 일어섰다.
헤니르가 방패를 들어 올리자 조금 전보다 더 많은 바이킹이 무대로 소환되었다.
헤니르가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놈은 다른 것들과 느낌이 좀 다른데···? 익숙한 마력의 기운이··· 그래서 시구르드가 그냥 간 건가?”
“입 닥쳐 헤니르.”
우르가 헤니르를 쏘아보았다.
“아, 미안··· 근데 궁금하지 않아? 대체 무슨 거래가 오갔길래···? 나는 이해가 안 돼.”
‘거래?’
나는 성벽 위에서 헤니르에게 소리쳤다.
“헤니르! 무슨 소리지?”
“응? 아··· 말 하면 안 되는데. 아 어쩌지···? 혼나는데··· 하긴 전부 소멸을 택했으니 상관없나? 그래도 저런 걸 그냥 준다고? 나는 여전히 죽고 싶지 않은데. 이상해. 이상해.”
“입 닥치라고! 헤니르!”
쾅!
우르가 나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어딜!”
기괴한 각도로 꺾이던 화살이 굴락의 마법으로 부러졌다.
“시작합니다!”
크아아아아!
사만다의 몸이 부풀어올랐다.
브렉스턴도 함성과 함께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쾅! 쾅!
우리측 소환수와 바이킹이 충돌했다.
나를 바라보던 헤니르와 시선이 마주쳤다.
오싹.
소름이 돋으며 피가 차갑게 식었다.
헤니르가 나를 보며 웃었다.
“시구르드가 왜 그냥 갔는지 이제 알겠어! 너, 그분의 능력을 받았구나? 크크크. 재밌게 됐어!”
헤니르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S급 아이템으로 만드는 아이언 골렘
콰직.
뿌리 묶기 타워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본능적으로 몸을 굴렀다.
헤니르가 등 뒤에서 나타나 빈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이걸 피하다니, 대단한데?”
헤니르가 순식간에 적 진영으로 돌아갔다.
“굴락. 해골 몇 마리만 빼서 우리 주위로 붙여줘. 호위가 필요할 것 같다.”
“알았어.”
덜그럭. 덜그럭.
우리 네 명 주위로 해골들이 다가왔다.
“조금 전 그놈과는 다른데? 왜 이렇게 달라?”
“헤니르. 이제 입 닥치고 제대로 시작해.”
우르가 활시위를 당겼다.
크아아아아!
골렘이 포효하며 어그로를 끌었다.
시위를 떠난 우르의 화살이 골렘에게 날아갔다.
쿠르르.
골렘의 몸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더럽게 강하네.’
골렘을 다시 소환해 어그로를 끌어두었다.
“전사들이여!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헤니르가 방패를 들어 올리자 빛무리와 함께 바이킹들이 나타났다.
위이이잉.
쾅! 쾅!
촥. 촥.
타워가 작동하며 진짜 전투가 시작되었다.
“숫자는 아무 쓸모 없다고! 크하하!”
브렉스턴이 랜스를 쥐고 빙글빙글 돌며 바이킹들 사이를 누볐다.
“크아악!”
쾅! 쾅!
“발할라여!”
바이킹 전사들이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쿵. 쿵. 쿵.
퍽! 퍽!
덩치 큰 초록 괴물로 변한 사만다가 주변 바이킹 다리를 붙잡고 무기처럼 사용했다.
“이 괴물은 뭐야? 요툰헤임에서 온 건가?”
“거인치고는 크기가 작은데? 실패작인가 보군.”
“실패작?”
크아아아!
흥분한 사만다가 바이킹들 사이를 뛰어다녔다.
전장을 헤집는 브렉스턴과 사만다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강타!”
최선우가 무기를 휘둘렀다.
직선 상에 있던 바이킹들의 몸이 모두 굳었다.
“광역스턴입니다! 여기 먼저!”
“오! 좋은데? 허수아비가 됐어!”
퍽! 퍽! 퍽!
바이킹들이 낙엽처럼 쓰러져갔다.
한 번씩 헤니르의 몸이 흐릿해질 때마다 해골이 하나씩 터져나갔다.
위이이잉.
촥! 촥!
아이스 타워를 맞아도 속도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진짜 디펜스네.’
스플래쉬 세 방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 바이킹.
그러나 바이킹들은 끝없이 생성됐다.
바이킹을 안 죽이고 그대로 두면 계속해서 숫자가 불어난다.
타워는 덤벼드는 바이킹을 쓸어내는 역할을 전담했다.
* * *
“젠장! 왜 저놈들 공격이 안 되는 거야?”
우르가 분통을 터트리며 계속해서 활시위를 당겼다.
‘우리를 공격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겠지.’
이들은 몬스터취급을 받고 있다.
골렘과 해골들이 어그로 스킬을 통해 공격 대상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
퍽! 퍽!
해골은 화살을 피하기도 하고, 방패로 막아가며 바이킹들과 싸웠다.
나는 저격 타워를 수동모드로 돌려 우르를 조준했다.
꽈아아아아앙—!
저격 타워 8개를 한 번에 맞은 우르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렸다.
‘와 이걸 버티네.’
“크으··· 죽여주마.”
우르가 하늘을 향해 활을 들어 올렸다.
‘화살비 같았던··· 그 스킬이다!’
나는 우르 주위에 혼란 저주를 걸었다.
– 혼란 저주 저항.
우르는 혼란 저주에 걸리지 않았다.
근처 바이킹이 우르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감히 나를 공격해?”
‘피해 반사.’
– 피해 반사 저주 저항.
‘허··· 반사 저주도 안 걸리네.’
나는 골렘을 시켜 바이킹의 시체를 우르에게 던졌다.
‘시체 폭발.’
꽈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대리석 바닥이 움푹 파였다.
우르가 활을 내리며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았다.
상대방 체력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상처가 늘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크윽···. 강해진 건 좋지만, 두 번도 버겁겠는데.’
스킬 반지와 수수께기 갑옷 덕에 스킬이 +3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즉, 하나만 배웠던 시체 폭발도 4레벨이 되었다.
효과는 더욱 좋아졌지만, 체력 소모도 그만큼 커졌다.
우르가 다시 활시위를 하늘로 향한 채 나를 노려보았다.
퉁.
시위를 떠난 화살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한 개에서 두 개로 네 개로···.
화살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었다.
그리고.
빛나는 화살 비가 내렸다.
꽈과과과과과광!
펑! 펑!
화살이 닿는 곳이 폭발했다.
동시에 옆에 있던 해골들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폭음과 먼지로 눈앞이 흐려지며 둔탁한 충격이 온몸을 때렸다.
* * *
“쿨럭. 망할··· 광역기가 뭐 이렇게 강해.”
나는 입에서 흐르는 핏물을 뱉어냈다.
해골들이 대부분의 공격을 받아내고 모두 터져나갔다.
소환했던 타워도 절반이 파괴되었다.
“쥬크박스는 남아있나?”
브렉스턴이 전투 중에 물약을 꺼내 마셨다.
“다행히 아직 살아있어.”
파괴된 타워를 돌려보내고 새 타워를 소환했다.
김철수가 곧바로 수리에 들어가겠지.
골렘과 해골을 다시 소환했다.
“나와라! 나의 자식들이여!”
바람 정령 카리가 양팔을 들어 올렸다.
조그만 소용돌이 수십 개가 생겨났다.
그 모습을 본 굴락이 흥분했다.
“감히 대 정령마법사 앞에서 장난질을? 나와라!”
굴락 주변으로 폭풍이 몰아치며 카리와 비슷하게 생긴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네놈, 요새 예절이 생겼다던데.”
“정령왕 에리얼. 오랜만이다. 저놈이 감히 정령으로 장난치길래 좀 불렀어. 부탁해도 될까?”
“···놀라운 일이군. 네놈이 부탁이라니. 어디있··· 카리?”
에리얼이 카리를 보며 놀란 음성으로 소리쳤다.
“카리! 정령계에서 추방당해 소멸한 줄 알았더니. 살아있구나. 잘 만났다.”
‘설마 친구는 아니겠지.’
카리의 몸에서 폭풍과 함께 번개가 번쩍거렸다.
“에리얼. 감히 정령왕 주제에 내 자리를 넘보다니. 신의 힘을 보여주지.”
쿠르르르르.
쾅! 쾅!
거대한 바람 정령 둘이 허공에서 맞붙었다.
천둥과 번개가 몰아치며 하늘이 번쩍거렸다.
위이이잉.
촥. 촥.
타워는 바이킹과 바람 정령을 상대하느라 바쁘다.
한 번씩 터지는 적의 스킬에 해골과 골렘이 바스러지기 일쑤였다.
답보 상태였다.
‘뭘 써야 하지.’
마지막이면 아낌없이 쏟아부을 텐데.
아직 아테나와 아폴론이 남았다.
‘조율은··· 최대한 체력을 빼놓고 써야 해.’
저주도 저항하는 데 조율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형태의 스킬들은 아예 레벨빨로 찍어누르거나 적들이 그로기 상태에 들어가지 않으면 100% 성공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토르의 심판은 아테나에게 써야 할 거 같고.’
최종기는 보스전에 써야 한다.
‘역시 일단은 머릿수가 최고인가.’
뒤쪽으로 빠지자 관람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걸 어떻게 이겨?”
“신이라더니 정말 장난 아닌데?”
“밀지도 못하고 밀리지도 않아. 답이 안 보인다.”
“서진우도 못 해내면 페널티 확정이겠는데···?”
“미리 튈까? 아직 두 마리나 더 남아있어.”
구경하던 각성자들이 술렁거렸다.
‘전투 인력 소환.’
번쩍!
무대 위로 우리 파티원들이 소환되었다.
“준비하고 있었어. 저놈들인가?”
박성남이 스발린을 고쳐 들었다.
“고생했다. 재영이와 안젤라는?”
“거긴 전투 인력은 아니니까 그냥 빼놓고 왔어.”
“잘했다.”
“저도 소환사로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으하하!”
린저씨 나현우가 오우거를 소환했다.
번쩍!
뒤늦게 아서스가 나타났다.
“서진우! 저들인가?”
“그래. 타워 좀 컨트롤 해줘.”
“알았네. 아··· 그리고 이번 전투가 끝나면 이야기좀 하세. 형님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얻었어.”
“새로운 사실?”
아서스가 관람석을 의식한듯 내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궁정 마법사가··· 자네 세계에 일종의 포탈을 만들고 있다는군.”
“포탈?”
“그래. 자세한 건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세.”
아서스가 전방으로 향했다.
‘포탈···? 몬스터는 이미 포탈에서 나오고 있는데?’
자세한 건 이야기를 들어보면 알겠지.
전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카리는 정령왕과 전투로 정신이 없었다.
아서스가 타워를 수동으로 컨트롤하며 안정감이 대폭 상승했다.
“뭐야? 저거 마을 분수에서 오우거 자랑하던 그 마법사 아냐?”
“저기 탱커도··· 마을에서 자주 보이던 사람인데”
“전투 인력 명단에도 없는데··· 어떻게 들어온 거야?”
“서진우가··· 소환한 건가?”
“몬스터가 아니라 각성자도 소환한다고? 맙소사.”
각성자들이 경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활약이 불편했는지 관람석에서 인상을 쓰는 니산 길드장이 보였다.
‘이참에 확실하게 각인시켜두는 게 좋겠지.’
나는 1위고, 쓸데없는 장난질은 통하지 않는다.
아서스가 타워를.
굴락이 언데드를.
박성남과 우리 파티원이 언데드와 호흡을 맞추며 공격을 이어갔다.
무대 가운데 형성되었던 전선이 점점 앞으로 이동했다.
* * *
끝없이 소환되던 바이킹들이 뜸해졌다.
헤니르와 우르의 몸은 여기저기 터져나가 핏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카리의 몸집은 눈에 띄게 작아졌다.
‘이제 슬슬 정리해야지.’
나는 아이템 스킬 [조율]을 사용했다.
– 대상을 선택하세요.
대상이 너무 많자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연히 헤니르와 우르, 허공에 떠 있는 카리를 선택했다.
번쩍!
콰지지지직.
공기가 진동하며 허공에 스파크가 튀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콜로세움 하늘에 거대한 천칭이 나타났다.
“저게 뭐야?”
“저울이 왜 튀어나와?”
“대체··· 저건 누가 쓴 거야?”
전투마저 멈추고 모두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헤니르와 우르가 멍하니 천칭을 바라보았다.
“저건··· 다그다의 저울인데?”
“저게 왜 여기에···? 설마 네놈이?”
헤니르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천칭의 균형이 틀어지며 좌측이 내려앉았다.
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