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94
안젤라가 휴대폰을 들고 한참동안 사진을 바라보았다.
“안젤라?”
‘다시 동공이 풀렸어.’
안젤라가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데스 휘하 다섯 가문 중 하나, 디아블로의 전사들. 타나토스 가문이 모두 잡아 소멸시켰을 텐데··· 어찌?”
움찔.
익숙한 이름이 나왔다.
‘디아블로? 하데스···?’
“안젤라?”
안젤라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혹시···?’
“이둔··· 님?”
안젤라가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후계자여.”
“후계자가 무슨 뜻이죠?”
“아직 그대에게 허락된 질문이 아니다.”
“그럼 저들은 몬스터가 맞나요?”
“그런 분류는 인간들이 자의적으로 나눈 것이다. 저들은 그저 명계의 존재들일 뿐.”
“요툰헤임이 배신한 건 맞나요?”
“요툰··· 그들은···.”
비틀.
안젤라의 몸이 흔들렸다.
“아··· 아직 힘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미미르의 샘물은 어떻게 얻죠?”
안젤라가 나를 주시했다.
“미미르의 샘은 실존하지만, 상대적이고 관념적이다. 어디서든 갈 수 있고, 어디서도 못 가지.”
“네?”
털썩.
안젤라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동공이 돌아왔다.
“왜 그러세요?”
안젤라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우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야.”
박성남이 손뼉을 치며 주의를 환기했다.
“하여간 더 쎈 게 나온다는 거지? 가자! 모두 쓸어주지!”
“그냥 잡는 게 다가 아냐. 약점부터 행동양식까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어야 해.”
“왜?”
“이게 일종의 다음 단계일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소식이 끊긴 아프리카나 남미 같은 곳에도 나오고 있을 수도 있어.”
게다가 몬스터와는 달리 지능이 있다.
‘가문까지 있을 정도면··· 드워프나 엘프처럼 하나의 종족이라고 봐야겠지.’
“으음··· 빡시게 도핑해야겠네. 그럼 준비하고 조금 있다가 다시 모이자.”
“저도 아이템 바꿔와야겠네요.”
“일종의 마족이라 봐야겠지···? 신관은 없나? 축복 같은 거.”
“안젤라가 있잖아.”
“아니 왜 막 홀리소드 이런 거. 턴 언데드나.”
“턴 언데드라니. 굴락이 들으면 거품 문다.”
파티원들이 정비를 위해 삼삼오오 모여 떠났다.
* * *
나는 오랜만에 상태창을 켰다.
– 레벨 : 48
– 등급 : 지키는 자(임시)
– 포인트 : 20
– 선포영지 개발 항목 : [의류점 건설 : 1 포인트]
[농장···– 화전민 개발 항목 : [방어타워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식료품 창고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위생시설 업그레이드: 3 포인트] [연구시설 업그레이드 : 3 포인트] [방어타워 건설 : 1 포인트] [주거시설 정비 : 3 포인트]
– 촌장 개발 항목 : [경매장 업그레이드 : 3포인트]
– 쉘터 마스터 개발 항목 : [마굿간 건설 : 1 포인트]
– 군주 개발 항목 : [선술집 건설 : 1 포인트]
– 대군주 개발 항목 : 없음
‘마굿간 지어주는 걸 깜빡했네.’
– 1단계 스킬 : [네크로맨시 : 12 포인트] [해골 생성 : 5 포인트] [해골 연구 : 3 포인트] [뼈 갑옷 : 1 포인트] [영혼 투척 : 1 포인트] [피해 증폭 : 3 포인트]
‘몬스터 부활은 네크로멘시를 올려서 6단계를 뚫어야 할 테고···.’
해골 강화를 약속했었다.
해골 연구를 세 단계 올려 이제 7레벨이 되었다.
3, 5, 7포인트를 차례로 투자해 5포인트가 남았다.
‘테스트를 좀 해볼까. 해골 소환.’
마법사는 제외하고 우선 해골부터 소환했다.
쾅! 쾅! 쾅!
‘응?’
바닥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와···.”
해골이 많이 달라졌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망토였다.
검은 망토에 테두리는 금색으로 빛났다.
몸은 완전한 중갑으로 감싸여있었다.
갑옷 사이 검게 빛나는 뼈가 보였다.
금색으로 포인트를 준 완벽한 검은색 무장.
허리에 찬 검 면에는 각종 기하학적 무늬가 가득했다.
그런 해골 17마리가 홀에 정렬한 모습은 장관이었다.
선두에 있던 해골이 앞으로 나섰다.
“주인. 약속을 지켰다. 고맙다.”
“이젠 말도 안 더듬네.”
“아마 못 알아보겠지만. 나는 주인이 제일 먼저 소환했던 해골이다.”
“와아··· 그래? 그럼 네가 제일 선배구나?”
“그런 셈이다. 모두 끝없는 전투에 만족하고 있다. 우리를 더욱더 강하게 해 주면 확실한 결과로 보답하겠다.”
‘고작 스킬 3개 올렸는데···. 아, 이제 대충 이해하겠어.’
투자 포인트가 클수록 확실한 성능을 보장한다.
방어 타워 업그레이드는 아무리 올려도 3포인트씩만 소모한다.
그런 스킬은 정량적인 성장을 보이고, 투자할수록 포인트가 커지는 스킬은 이렇게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제 너희는 스켈··· 아니 용아병 수준이 아니구나.”
“주인. 우리를 그런 천한 것들로 부르지 말아 주길 바란다.”
해골의 몸에 프로스트 오러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키르르륵.
크륵!
해골 주위로 구울과 와이트가 소환되었다.
“허··· 이제 너도 부하를 소환하는 거야?”
“그렇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죽음을 관장하는 기사. 데스나이트다.”
‘데스나이트···? 대박.’
본의 아니게 우리 편 소환수가 늘었다.
’17마리가 전부 이렇게 소환하면···!’
“또 다른 스킬 없어?”
“피해를 받으면 구울이나 와이트를 흡수해 복구할 수 있다.”
‘잡아먹기. 컨슘이네.’
아주 흡족한 결과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일찍 할걸.
‘그럼 더 투자하면 대체 뭐가 되는 거지···?’
7레벨에 데스나이트면··· 10레벨이 되었을 때 뭐로 변할지 감도 안 잡힌다.
“다들 고맙다. 이 정도로 훌륭할 줄 몰랐어. 앞으로 더 강해지게 해 줄게.”
“더욱 열심히 싸우겠다.”
해골을 돌려보내자 파티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가자.”
* * *
광장 바로 옆 금싸라기 5층 건물.
썬더워커가 월세를 내고 살고 있다.
내부로 들어가자 깔끔한 중세양식으로 꾸며진 홀이 나타났다.
브렉스턴이 소파에 앉아 치킨을 뜯다 말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어? 우리 길드가 아니면 문을 못 여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건물 주인이잖아.”
“크으··· 랜드로드라니 꿈의 직업이구먼. 여기 치킨 자판기가 가까워서 정말 좋아. 닭강정? 이런 신의 음식은 대체 어느 누가 개발한 거지?”
“한가하게 치킨이나 뜯고 있을 때야?”
“그 붉은 괴물은 우리 캘리포니아 메가 쉘터에서 꽤 떨어져 있어. 네바다랑 유타 경계에 있지.”
“그럼 어떻게 이동해?”
“카트맨이 있으니까. 곧 올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홀 한복판에 포탈이 생겼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카트맨이 피로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사만다가 기다리고 있어.”
“모두 가자.”
우리는 포탈로 이동했다.
* * *
황량한 네바다 사막.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미군 기지로 추정되는 곳이었다.
군인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각종 기갑 장비에 탑승했다.
위이이이잉.
귀가 따가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만다가 다가왔다.
“렉스, 다른 길드원들은?”
“오, 우리 건물 임대료 벌러 갔지.”
“여길 먼저 오라고 했잖아! 심상치 않다고!”
“보상도 없는데 강제할 수는 없지. 대신 다들 꼬박꼬박 임대료는 내잖아?”
사만다가 한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부탁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곧 들이닥칠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이렇게 사이렌이 울리는군요?”
“네. 잠시만요.”
“반갑소. 미 중부 육군(ARCENT) 패튼 대령이오.”
강인해 보이는 군인이 악수를 청했다.
나는 손을 마주 잡으며 전차에 시동을 거는 군인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패튼 대령님. 군인들을 모두 철수시키세요.”
“뭐? 그럴 수는 없소. 우리를 침공한 외계 놈들을 쳐 잡는 게 우리의 의무요.”
‘외계인이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그래도 지금까지 건재한 군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 군도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으려나··· 시간 내서 한번 찾아봐야겠어.’
“불필요한 희생을 막으려는 겁니다. 먼저 제가 싸우는 걸 보시고 나서 참가하셔도 늦지 않을 겁니다.”
“정찰에 따르면 붉은 외계인··· 이라고 해야 할지. 하여간 그런 놈들이 수백도 넘게 몰려오고 있소.”
“애초에 포를 쏴도 안 죽지 않던가요?”
“급하게 개발한 특수 탄이 기존 몬스터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소.”
미국은 미국이다.
그새 연구개발까지 마치고 기존 몬스터에게 통하는 무기를 개발했다니.
“이놈들에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제가 싸우는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나가지 마시고요.”
“당신 혼자··· 아니 여기 다 합해봐야 열 명 남짓인데 대체 무슨 수로? 여기 클라우드와 러셀도 혼자 싸우는 타입 아니오?”
“저는 좀 다릅니다. 어느 방향이죠?”
“동쪽에서 몰려오고 있소만···.”
어리둥절한 패튼을 뒤에 남겨둔 채 동쪽 방향 벽으로 이동했다.
‘영지화.’
쿵.
‘시설 소환.’
미군이 설치한 방벽보다 더 높은 내 성벽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미군들이 장비에 탑승하다 말고 모두 내 성벽으로 몰려들었다.
“대체 이게 뭐야? 왜 벽이 하나 더 생겼어?”
“출구를 막았는데? 어떻게 나가라고!”
“저기 저 사람이 이런 걸 하는 능력자인가 본데?”
“헤이! 이거 좀 어떻게 해봐!”
성벽에 오르자 멀리 먼지구름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얼마나 강한지 모를 때는 일단 다 퍼부어야지.’
타워 40개를 소환해 벽 뒤로 일렬 배치했다.
‘굴락, 영지민, 아서스, 골렘, 해골, 하이 엘프, 다크 엘프, 드워프 소환.’
터져나갈 것 같은 빛과 함께 수백의 우리 편이 기지를 가득 채웠다.
“맙소사···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툭.
가장 앞에서 투덜거리던 미군이 들고 있던 총을 떨어트렸다.
네크는 소환수랑 텔레포트를 해야 제맛이지
키리리리리릭.
쿵. 쿵. 쿵.
데스나이트가 된 해골들이 땅으로 멋지게 착지했다.
“주인! 이게 무슨 일이야? 얘들이 내가 알던 해골이 맞나?”
“그래. 업그레이드해 줬어.”
“으··· 아아아아! 고맙다 주인!”
“아서스. 타워를 맡아줘.”
“알겠네!”
“모림! 반갑습니다. 소환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으니 외면할 수 있나. 라이델도 오셨군요.”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림 마그마액스.”
모림과 라이델이 서로 가볍게 인사했다.
‘두 종족
사이가 별로 안 좋은 거 아니었어?’
내 시선을 의식한 듯 라이델이 빙긋 웃었다.
“삼자 동맹 이후 교류가 활발해졌네. 서로 오해했던 부분도 어느 정도는 풀리고··· 특히 드워프들께서 우리 알프헤임 재건에 아주 큰 노력을 쏟고 계시지.”
“거기 건설하는 맛이 있다더군. 다들 의욕이 넘쳐. 니다벨리르는 그래도 땅은 멀쩡한데··· 고향이 그리된 걸 보니 다들 마음이 편치 않은 것 같더군.”
‘같은 실향민이라 마음이 통했나?’
아무튼 잘된 일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맡겨주게!”
“우리도 가자!”
우워어!
브렉스턴이 함성과 함께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데스나이트의 몸에 프로스트 오러가 생겼다.
17기의 데스나이트가 동시에 구울과 와이트를 소환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한 기당 10마리씩.
총 170마리의 언데드가 우글거렸다.
해골 마법사는 검은 로브와 망토를 입고 있었다.
특히, 망토는 데스나이트처럼 끝부분을 금색으로 꾸며 일체감을 부여했다.
“주인, 우리를 스켈레톤 위저드라 불러 다오.”
해골 마법사 하나가 플라이를 사용해 공중에 떠올랐다.
“위저드? 이것들이 이제 말할 줄 안다고··· 벌써 무슨 위저드야?”
굴락이 투덜거리며 스켈레톤 위저드를 데려갔다.
두두두두두.
적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쿵. 쿵. 쿵.
그람을 희생해 만든 아이언 골렘이 가장 선두를 달렸다.
허공에 떠오른 굴락과 17기의 스켈레톤 위저드가 각종 마법을 캐스팅했다.
데스나이트가 앞장서며 언데드가 뒤를 따랐다.
“와··· 진우. 우리는 필요 없겠는데? 이제 혼자서 몇백씩 데리고 다니네.”
“필요가 없다니. 그래도 너희들이 가장 강하지.”
“그야 그렇겠지만··· 자 그럼 우리도 출격!”
사만다가 몸집을 부풀리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멀리 아이언 골렘부터 사만다까지.
가호의 효과가 스며들었다.
안젤라가 눈을 감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자 우리 편 몸에 보호막이 생겨났다.
위이이이이잉.
저격 타워에 올라간 수정이 움직였다.
“우선 동시에 두 개만 쏴보겠네.”
“그래.”
아서스가 타워를 수동모드로 돌리고 전방에 뛰어오는 디아블로의 하수인, 마족을 겨누었다.
꽈아아아아앙—!
저격 타워가 흔들리며 포가 발사되었다.
멀리서 달려오던 마족
하나의 가슴이 뻥 뚫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좋았어! 먹힌다!”
그리고.
양측이 충돌했다.
* * *
콰앙!
아이언 골렘이 달려가던 힘 그대로 마족을 걷어찼다.
마족이 불타오르는 검을 아이언 골렘에게 휘둘렀다.
펑!
캬아아악!
대미지 반사에 역으로 피해를 입고 쓰러지는 마족.
그 뒤를 따라온 데스나이트가 오러를 뿜어내는 검을 휘둘렀다.
스걱.
마족의 목이 잘리고 그대로 절명했다.
떨어진 마족의 무기가 힘을 잃고 평범한 철검으로 변했다.
촥.
데스나이트가 가까이 다가가자 프로스트 오러의 영향으로 마족의 몸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화르르르륵!
전원 플라이를 써 공중에 떠 있던 스켈레톤 위저드의 손에서 중형 광역 마법이 날아갔다.
쾅! 쾅!
해골 마법사 시절에도 각자 주로 쓰는 원소 계열이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계승했다.
작은 불꽃이 날아가 마족
사이에 떨어졌다.
쿠르르르르르!
불이 넓은 범위로 확장되며 화염이 넘실거리는 대지로 변했다.
“파이어 필드! 캬··· 내가 잘 가르쳤지!”
“네가 가르친 거 맞아? 그리고 넌 왜 안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