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ntainer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95
“이제 잔챙이는 좀 쉬려고. 주인이 군단장이면 나는 군사 참모 정도는 되는 거 아냐?”
“놀지 말고 여기서 버프라도 뿌려.”
“알겠다.”
이번엔 아이스 계열 스켈레톤 위저드의 마법이 쏘아졌다.
챙!
대지가 빙판으로 바뀌며 송곳 같은 얼음 조각들이 튀어나와 춤을 추었다.
“아이스 필드! 크으!”
굴락이 만족한 듯 웃었다.
파즈즈즈즈즈즈.
“저건 기가 라이트닝 볼이다. 시우가 쓰는 체인 라이트닝의 강화 버전이지.”
“아, 시우 복사해주면 좋아하겠네.”
“이미 내걸 복사 해갔다.”
둥근 구체가 마족
사이로 뻗어나갔다.
콰직. 콰직.
파즈즈즈즈.
구체에서 체인 라이트닝이 쏟아지며 연쇄효과를 냈다.
모림이 이끌고 온 드워프들이 몸을 떨었다.
“세, 세상에···! 엄청난 전투다. 이런 걸 그냥 두고 보면 드워프가 아니지! 가자!”
모림과 드워프들이 성벽 아래로 뛰어내려 전방으로 달렸다.
“엘프들이여! 우리의 동맹을 엄호하라! 퓨리피케이션!”
촥.
절도 있는 경례와 함께 활시위가 당겨졌다.
팅. 팅. 팅. 팅.
활을 떠난 화살이 드워프를 향해 다가오는 마족들에게 꽂혔다.
크아아악!
‘피해 증폭.’
마족들 머리 위로 저주가 내려졌다.
펑! 펑!
스플래쉬 타워가 저주 걸린 마족을 공격하자, 근처 네 마리가 한 번에 터져나갔다.
“크윽.”
도적, 강석호의 팔을 훑고 지나간 마족의 검.
시커멓게 죽어버린 피부 아래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기다리십시오!”
솔저, 강주오가 바닥에 손바닥만 한 장치를 내려놓고 누르자, 최전방에 황금색 힐링 웨이브가 퍼져나갔다.
“후··· 감사합니다!”
강석호의 팔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크아앙!
전방에서 불쑥 거대한 흰색 털 뭉치가 솟아났다.
“와··· 흰둥이 덩치가 엄청나게 커졌네. 거의 골렘 수준인데?”
콰직.
흰둥이가 앞발을 휘두르자 마족의 몸이 종이처럼 찢어졌다.
팅.
수진 씨가 퓨리피케이션이 걸린 팔을 들어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았다.
높이 날아간 화살이 두 개, 네 개, 여덟 개로 점점 늘어났다.
‘이거··· 우르가 썼던 스킬이네?’
“애로우 레인. 새로 배운 스킬이에요. 쓸 만하죠?”
“엄청난데요?”
크아아악!
캬악!
치명적인 공격은 와이트와 구울이 대신 맞아 소멸했다.
소환수들이 줄어들자 데스나이트가 옆에 있던 구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크에에에!
구울의 몸이 쪼그라들며 데스나이트의 프로스트 오러가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데스나이트가 손을 들어 올리자, 소환수 10기가 다시 일어났다.
‘무한동력이야 뭐야. 엄청나네.’
“거기 바바 아저씨! 몹 갑니다!”
박성남이 마족
10마리의 어그로를 끌고 달렸다.
방패 스발린의 서리 효과 패시브와 아이스 타워, 프로스트 오러까지 겹친 마족들의 움직임은 눈에 보일 정도로 느려져 손쉽게 피할 수 있었다.
몬스터를 끌고 옆으로 빠진 박성남이 방패 스발린을 들고 외쳤다.
“크크크! 하필이면 파이어 소드냐? 내 방패는 화염에 면역이라고! 간다! 방패의 벽!”
박성남 주위로 수십 개의 방패가 생기며 둥근 벽을 쌓았다.
어그로에 끌린 마족들은 박성남을 공격하기 위해 미친 듯이 벽을 공격했지만 허사였다.
“으하하하! 너도 내 친구 해라! 마음에 들어!”
브렉스턴이 랜스를 들고 빙글빙글 돌며 미친 듯이 웃었다.
“샘! 이 친구들하고 사냥만 하면 정말 쾌적한걸? 우리도 그냥 이 친구들 밑으로 들어갈까?”
“닥쳐! 멍청한 놈아!”
퍽!
사만다가 마족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자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갔다.
마족의 검이 사만다를 향해 날아들었다.
키아아악!
와이트 한 마리가 재빨리 뛰어올라 대신 검을 맞고 소멸했다.
“샘! 거봐! 솔직히 편하지?”
“시끄러!”
꽈앙! 꽈앙!
연속된 폭음으로 뿌옇게 먼지가 피어올랐다.
“말도 안 돼···.”
성벽에 올라온 패튼이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았다.
“제 말이 맞죠? 괜히 저기 포격해서 우리 편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두세요.”
“우리 편에 피해를 주는 건 저 포를 쏘는 타워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 편끼리는 피해가 없거든요.”
“믿을 수가 없군. 데이빗! 모두 대기하라고 전해!”
“예!”
‘거의 다 잡았어.’
압도적인 파워로 밀어버렸다.
라이델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마족을 보며 미소 지었다.
“꽤 순조롭군. 곧 끝나겠··· 아니? 저길 보게!”
마족
두 마리가 뒤로 빠졌다.
“도망치는 건가?”
그리고 곧바로 검을 들어 서로의 팔을 베어냈다.
투둑.
둘의 팔이 떨어지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뭐 하는 거지?’
마족이 자신의 팔에서 쏟아지는 피를 받아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마법진? 뭔가 소환한다!’
다들 정신없이 싸우고 있느라 바쁘다.
나는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며 아서스에게 외쳤다.
“아서스! 저기 뒤쪽에 빠진 마족을 저격해!”
“알겠네!”
위이이이잉.
꽈아아앙—!
다른 마족이 앞을 막아서며 대신 죽었다.
굴팍시를 소환해 탑승하고 마법진을 향해 달렸다.
‘확실해. 뭔가를 소환한다. 시설을 다시 배치해야겠어.’
주변 풍경이 길게 늘어질 정도로 빠르게 달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복잡한 도형과 문자를 완성한 마족이 검을 들어 자신을 스스로 찔렀다.
푹.
그리고···.
피의 마법진이 빛나며 검붉은 포탈이 생겨났다.
* * *
“흐음. 공기가 정말 더럽군. 하늘색도 마음에 안 들어.”
막 타워를 재배치하려는 찰나.
낯선 목소리와 함께 포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차가운 느낌.’
나와 비슷한 키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다.
찰랑거리는 붉은 머리칼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머리에 있는 금색 왕관이 빛났다.
“네놈은 누구지? 왜 나를 보고 무릎을 꿇지 않는 거냐?”
“그레모리님! 살려주세요!”
마족들이 한꺼번에 뒤로 물러나며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졌다.
‘그레모리?’
“뭐야? 웬 인간이 나왔어?”
굴락이 언데드를 정렬시키고 내게 날아왔다.
“그레모리라는데?”
“뭐어···?”
털썩.
굴락이 놀라 땅으로 떨어졌다.
“왜? 뭔데?”
“그, 그냥 옛날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마왕··· 그레모리!”
‘마왕이라고···?’
“네놈들은 디아블로 가문의 쓰레기들 아니냐? 왜 나를 요청했지?”
그레모리가 자신의 뒤로 물러난 마족을 돌아보았다.
“디, 디아블로님은 응답이 없으셨습니다.”
“우습군. 타나토스는 무섭고, 만만한 게 나였나?”
“그, 그렇지 않습니다! 예상보다 이곳 인간들이 강력하기에···.”
“강력? 쓰레기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답군.”
촤악.
그레모리가 손을 들자 검은 채찍이 나왔다.
“변명은 필요 없다. 감히 내게 거짓을 고하다니.”
“아, 아닙니다! 자비를!”
짝!
가로로 휘둘러진 채찍이 길게 늘어나며 마족들의 허리를 반으로 갈랐다.
키에에에엑!
얼마 남지 않았던 마족들이 모조리 죽어나고,
전장엔 그레모리 하나만 서 있었다.
그레모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나른한 눈빛으로 우리를 훑었다.
“인간계는 맞는 거 같은데··· 내가 여태껏 봐오던 인간들하고 좀 다른데? 그나마 리치는 좀 익숙하군.”
또각.
그레모리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흐응··· 궁금한 게 있긴 한데··· 능력도 없는 자에게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지. 내 공격을 막는다면 너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겠다.”
“니가 뭔데 인정하고 말고야?”
‘시설 소환.’
철컥. 철컥.
쿵. 쿵. 쿵. 쿵.
타워 40개를 옮겼다.
위이이이잉.
그레모리를 향해 8개의 저격 타워를 수동으로 조준했다.
“보스다! 다 때려 부어!”
나는 뒤로 빠지며 타워를 발사했다.
꽈아아아아앙—!
촥! 촥!
쾅! 쾅! 쾅!
그레모리를 향한 집중 포격이 가해졌다.
흩날리는 먼지가 그레모리의 모습을 가렸다.
‘피해 증폭.’
땅이 움푹 꺼지는 강력한 공격이 이어졌다.
나는 손을 들어 공격을 잠시 멈췄다.
‘···!’
먼지가 서서히 걷히며 보이는 실루엣.
그레모리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채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꽤 강한데? 하지만 아직 인정할 수준은 안 되는군.”
딱.
그레모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저어어어언부부부부···!”
동작이 느려졌다.
그러나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은 정상 속도처럼 보였다.
오로지 우리만 극도로 느려졌다.
“주우우우우이이이인···!”
데스나이트가 소리를 지르며 오러가 뿜어지는 검을 들고 거의 정지한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스켈레톤 위저드가 마법을 캐스팅했지만 손에서 생기는 빛이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림의 우람한 팔 근육이 허공에 정지한 채 그레모리를 향해 있었다.
‘젠장. 매스 슬로우인가?’
모든 파티원들 발밑에 붉은 마법진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벗어날 수 있을까? 흥미가 식기 전에 빠져나오면 널 인정하지. 근데, 수천 년 동안 이걸 자력으로 빠져나온 존재는 없었어.”
마법 캐스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느려졌다.
‘벗어난다고?’
나는 캐스팅 없이도 마법을 쓸 수 있다.
내 S급 룬워드 갑옷.
수수께끼.
아이템 스킬은 시스템 보정을 받아 생각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나는 그레모리의 뒤를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다.
‘블링크!’
테세우스의 배
눈앞 풍경이 바뀌며 그레모리의 뒤통수가 보였다.
데스나이트 17마리와 스켈레톤 위저드 16마리, 그리고 아이언 골렘도 함께 이동했다.
‘이 게임에서 텔레포트를 쓰는 네크가 사기인 이유지.’
블링크.
근거리 텔레포트.
이걸 사용하면 소환수가 내 주위로 뭉쳐 해당 지점으로 같이 이동한다.
이러면 멀리서 혼자 놀고 있는 소환수도 당겨올 수 있다.
주로 극딜이 필요한 순간에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바로 지금처럼!
스팟! 스팟!
쾅! 쾅!
데스나이트들이 신속하게 그레모리에 붙어 공격을 이었다.
스켈레톤 위저드들은 대인 마법으로 전환해 온갖 속성의 마법을 퍼부었다.
평온하던 그레모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놈···! 대체 뭐지?”
화악!
붉은 보호막이 그레모리를 감쌌다.
순간, 아테나의 말이 떠올랐다.
권능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던 말.
‘토르의 심판은 최후까지 아껴야 해.’
나는 다그다의 아이템 스킬 ‘조율’을 사용했다.
번쩍!
콰지지지지직.
허공이 진동하며 스파크가 튀었다.
하늘에서 거대한 황금 천칭이 내려왔다.
“이건··· 권능? 네놈! 신의 힘을 가졌나?”
딱!
그레모리가 다급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나와라!”
땅에서 끔찍한 모습의 촉수 수십 개가 나타나 다그다의 몸을 휘감았다.
천칭이 서서히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오른쪽···?’
천칭은 늘 왼쪽으로 기울며 상대의 숨을 끊었다.
반대로 기울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퍼석.
키에에에에엑!
천칭이 깨지며 촉수들이 끔찍한 소리를 냈다.
후두둑.
촉수가 모두 말라비틀어진 채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할 일을 마친 천칭이 사라졌다.
‘젠장. 이 정도 급은 역시 안 죽는구나.’
상태창으로 보정된 임무였으면 비슷한 레벨일 테니,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지구에 발생한 포탈로 넘어왔다.
수준 차이가 현격하다는 증거.
‘남은 건 토르뿐인가.’
나는 타이밍을 재기 위해 타워를 옮기려 했다.
그때.
“네놈의 정체는 대체 뭐지? 새로 태어난 어린 신인가?”
“나는··· 인간 서진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인간이 왜 신의 권능을 쓰는 거지? 그리고 올림포스의 어떤 신도 가지지 못한 그 기운은 뭐냐!”
“그야 올림포스가 아니니까.”
이미 알아본바 다그다는 북유럽 신이다.
토르도 북유럽이고.
‘그리스와는 다른 이야기라는 거지.’
그레모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으응··· 재밌어. 이래서 타나토스랑 디아블로가 손잡았구나? 하데스님이 나만 빼놓고 꿍꿍이가 있었어! 네놈, 나랑 이야기 좀 해야겠다.”
딱.
그레모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우리 둘 주위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크아아악! 주인! 도망···!”
데스나이트와 스켈레톤 위저드가 소멸했다.
화아아악!
둥근 마법진 위로 용암이 치솟았다.
몸에서 부유감이 느껴졌다.
* * *
‘여긴···?’
뒤를 돌아보자 아무것도 없는 암흑만 자리했다.
그러나 내가 서 있는 곳은 여전히 땅 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