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00화
포이즌 슬라임 지옥으로 시로코 팀원들에게 엿을 제대로 먹인 후, 며칠이 흘렀다.
대부분이 헌터 병원에 입원한 탓인지, 시로코 팀원들은 더 이상 내게 시비를 걸어오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말을 섞지 않았지만, 이전처럼 대놓고 욕을 한다거나 어깨빵을 하는 등의 시비를 걸진 않았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기뻤다.
멍청한 놈들이 어느 정도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아서.
그렇게 실버 공격대에서의 날들을 수월하게 보내던 나는 휴일을 맞이해 하율이와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갔다.
“우와아! 맛있는 냄새!”
거리 한복판에 선 하율이가 눈을 감은 채 코를 킁킁거렸다.
마치 강아지처럼 냄새를 맡는 그녀의 모습에 나와 조하나는 웃음을 픽 터뜨렸다.
“하하, 하율아. 뭐 해.”
“웅? 맛있는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랬어?”
“웅웅! 아빠, 우리 빨리 맛있는 거 사 먹자. 하율이 배고파. 입에 막 군침이 고여.”
하율이가 자신의 배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했다.
배가 적잖이 고픈 모양이었다.
“알았어. 맛있는 거 많으니까 이것저것 맛보자. 알았지?”
“웅!”
“멍멍!”
“겨울아, 가자!”
하율이가 목줄을 잡고 겨울이와 함께 와다다다 달려 나갔다.
그런 하율이를 보며 조하나가 말했다.
“북적거려서 그런지 하율이도 신이 났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 저도 좀 들뜨긴 하네요. 마을 축제는 저도 꽤 오랜만이라.”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길을 따라 좌우로 도열한 백색 천막들.
그 아래에선 사람들이 이런저런 음식을 팔기도 하고, 또 신기한 장난감이나 건강에 좋은 물건들을 팔기도 했다.
휴일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곳은 ‘마을 축제’.
온갖 먹거리와 음악, 그리고 사람들이 가득하다 보니 나 역시도 설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고.
“하율아, 뭐부터 먹어볼래?”
“웅? 하율이는 닭꼬치! 목살 스테이크! 슬러시! 어, 그리고 또……!”
하율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먹고 싶은 음식들을 불렀다.
먹고 싶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그냥 파는 음식을 전부 줄줄 읊는 수준.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피식 웃다가 조하나를 보며 말했다.
“하나 씨는요? 하나 씨는 뭐 먹고 싶으십니까?”
“음, 저는 저기 저 케밥이 먹고 싶네요.”
“오, 케밥 좋죠. 저도 오랜만에 땡기네요.”
우리는 그렇게 먹고 싶은 음식을 잔뜩 사서 자리를 잡았다.
요새 마을 축제에 대한 단속을 많이 해서 그런지 위생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하며, 이렇게 시민들이 편히 즐길 수 있게 상도 설치되어 있었다.
“아아앙~!”
하율이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닭꼬치 하나를 한 움큼 베어 물었다.
자그마한 입이라 그런지 닭꼬치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지만, 하율이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멍멍!”
겨울이가 상 아래에서 짖었다.
나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한 강아지용 간식을 건네주었다.
겨울이 혼자만 못 먹으면 괴로울 테니까.
“음, 맛있네요. 안 그래요, 신혁 씨?”
“그러게 말입니다. 기대 안 했는데 정말 맛있네요.”
나와 조하나 역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들을 야금야금 먹었다.
족발, 닭꼬치, 목살 스테이크, 케밥, 옛날 과자, 슬러시, 모둠전, 전통한과 핫도그 등.
우리는 간만에 체중 따위 걱정하지 않고 식도락을 즐겼다.
“하나 씨, 요즘 글은 잘 써지십니까?”
“아, 웹소설이요?”
“네.”
“으음, 열심히는 쓰고 있는데 결과가 영 시원치 않네요.”
“왜요, 독자들이 잘 안 봐주십니까?”
“그렇죠 뭐. 아, 물론 탓하는 건 아니고요. 그저 제 글발이 잘나지 않아서 그런 거죠.”
조하나가 조금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요즘 쓰는 소설의 조회 수가 영 시원치 않은 모양이었다.
“잘 되실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 설마 또 저번에 말했던 관상론이에요?”
“뭐, 그것도 있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그럼요?”
“그냥 하나 씨가 그렇게 애를 쓰시는데 안 될 것 같지 않아서 말입니다. 뭐, 말하자면 이번엔 노력론인 거죠.”
“에이, 노력으로 다 되나요. 웹소설계에 재능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닙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해보세요. 저도 노력으로 이렇게까지 강해진 거니까.”
나는 진심을 가득 담아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노력한다고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세상은 소년만화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나는 노력하면 분명 잘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 역시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으나 열심히 노력했고 또 그 노력 덕분에 강해졌으니까.
“감사해요, 신혁 씨. 솔직히 엄청 큰 도움이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힘이 되네요. 그렇긴 해요. 사실 재능 값은 정해진 상황에서 노력 말고 할 게 없긴 하죠.”
“맞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시무룩해 있지 말고 파이팅하세요. 밥도 팍팍 드시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목살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그녀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그녀는 피식 웃더니 그것을 잘게 잘라 자신의 입에 넣었다.
내가 해준 조언에 조금이나마 기운을 낸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저기, 실례지만…….”
식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식사를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20대 초반 대학생들로 추정되는 남녀.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충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인 요청인가.’
뉴스에 몇 번이나 보도된 뒤, 내 얼굴은 상당히 유명해졌다.
일전에 헌터 자격시험에서 100점을 달성했을 때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도 온갖 사건으로 TV에 나오자 내 얼굴과 이름은 꽤 유명해졌다.
그렇기에 나는 예상했다.
이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내게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위해 다가온 것이라고.
조하나가 말했다.
“아, 저 죄송하지만 사인은 정중히 거절할게요. 지금은 저희끼리 조용히 식사하고 싶거든요…….”
그녀 역시 대학생들의 의도를 알아차린 걸까?
조하나는 너무나 죄송한 얼굴을 하며 사인 요청을 미리 거절하려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편히 식사하도록 배려하는 모양이었다.
고마웠다.
하지만 나와 조하나의 생각은 빗나갔다.
“아, 사인 안 되나요? 그럼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 될까요? 저희가 하율이 완전 팬이라서요.”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나와 조하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니었어?’
난 이 대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고 온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파릇파릇하게 젊은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하율이를 알아보고 접근한 것이었다.
그것도 너튜브 채널 을 보고 말이다.
“저, 안 될까요? 사진 딱 한 장만 찍고 갈게요. 네?”
대학생들이 내게 부탁했다.
하지만 결정권은 내게 있지 않았다.
결정권은 내 딸 하율이에게 있었다.
“하율아.”
“웅?”
“이 언니 오빠들이 하율이 너튜브에서 보고 팬 됐다는데, 혹시 사진 한 장 찍게 해드려도 될까?”
나는 하율이에게 조심스레 허락을 구했다.
그러자 하율이가 대답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웅! 당연하지!”
“아, 정말?”
“웅! 안 될 게 머가 있어! 언니 오빠들이 하율이 조아해서 그런다는뎅!”
하율이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행히 하율이는 사진 촬영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대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하율이가 괜찮다네요.”
“와, 정말요? 감사합니다! 하율아, 고마워! 언니가 너 완전 팬이야!”
“나도! 오빠도 팬이야!”
“야, 무슨 오빠야! 넌 삼촌이지!”
“뭐? 넌 언니고 왜 난 오빠야!”
“아무튼 얼른 사진 찍자! 내가 하율이 옆에 설래!”
“나도!”
대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찰칵찰칵 울리는 셔터.
그 사이에서 하율이는 이런저런 포즈를 지었다.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기도 하고, 볼에 바람을 불어 넣기도 하고, 혀를 삐죽 내밀고 메롱 포즈를 짓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나와 하율이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더니 물러갔다.
신기했다.
너튜브 채널을 보고 현실의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 촬영까지 요청한다는 게.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저기, 실례지만 의 하율이 맞나요?”
“헐, 하율이 맞죠? 대박! 하율이다!”
“와, 하율이다! 나 노래 엄청 좋게 들었는데! 하율아, 언니 구독자야! 완전 네 팬이라고!”
“우와, 하율이다! 실물 대박! 실제로 보니까 더 귀여워!”
“헐, 속눈썹 긴 거 봐! 어쩜 이래? 무슨 화장이라도 한 것 같아!”
대학생들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걸까?
그들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전부 하율이의 구독자라는 사람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연령대의 그들은 하율이를 마치 연예인처럼 바라보며 기뻐했다.
‘너튜브의 파급력이 대단하구나.’
최근 젊은 사람들이 TV보단 너튜브를 많이 본다는 말을 많이 듣긴 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조회 수가 펑펑 터지긴 했어도 이제 구독자 3만 정도인 하율이가 이토록 인기가 좋을 줄은 몰랐단 말이다.
‘하율이는 더 대단하네.’
하지만 진심으로 놀란 것은 하율이의 태도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을 때, 나는 하율이를 보호하려 들었다.
하율이가 인파에 휩쓸려 피곤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내 괜한 걱정이었다.
하율이는 모든 사람에게 살갑게 대하며 사진과 사인 요청에 응했다.
비록 사인은 지렁이 글씨로 본명을 적은 것에 불과했지만, 아무튼 하율이는 팬서비스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억지웃음 같은 게 아니라는 건 아빠인 내가 너무나 잘 알 수 있었고.
그렇게 우르르 몰려든 사람이 돌아간 후, 나는 하율이에게 물었다.
“하율아, 괜찮아? 안 힘들어?”
“웅! 괜차나! 모가 힘들어!”
“뭐가 힘들긴. 사람들 상대하는 게 힘들잖아.”
“아니양! 하율이는 하나두 안 힘들던뎅? 그냥 재밌기만 했어!”
하율이가 해맑게 대답했다.
놀라웠다.
대충 세어봐도 대략 50팀은 넘는 이들과 사진 촬영을 해줬는데도 안 힘들다니.
나 역시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하율이의 태도가 참 신기하기만 했다.
“하율이가 연예인 체질인가 봐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하나가 말했다.
“연예인 체질 말입니까?”
“네. 제가 좋아하는 배우도 엄청 유명해서 가는 곳마다 사람 몰리는데 전혀 피곤해하지 않더라고요.”
“그렇습니까?”
“네. 그 사람도 뭐가 피곤하냐며, 자기 사랑해 주는 사람과 만나는 건 기쁜 일이라고, 그저 반갑게 인사하면 그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멘탈갑’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하율이가 딱 그분이랑 비슷하네요.”
멘탈갑이라.
진짜 그 말이 딱 맞았다.
“하율아.”
“웅?”
“그래도 나중에 힘들어지면 아빠한테 언제든지 말해야 해. 그럼 아빠가 곧장 막아줄 테니까. 알았지?”
“웅! 헤헤. 근데 지금은 괜차나! 겨울이두 재밌어하던뎅?”
“멍멍!”
하율이가 품 안의 겨울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실제로 겨울이 역시 사람들의 칭찬과 손길을 너무나 행복하게 즐기곤 했었다.
“그러게. 겨울이도 연예인 체질인가 보다.”
“웅! 그런가 봐! 헤헤.”
“멍멍!”
겨울이가 맞다는 듯이 씩씩하게 짖었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을 거친 우리는 다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음식을 먹었다.
그때였다.
-자, 지금부터 우리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가수죠? 왕년의 국민가수! 트로트 여제! 한태은 씨의 무대를 만나보시겠습니다!
중앙 무대 쪽에서 마이크를 통해 가수가 나온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태은이라.
그건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조하나도 그런 모양인지 곧장 입을 열었다.
“한태은? 신혁 씨, 한태은이라고 알아요?”
“알죠. 예전에 잘나갔던 가수잖습니까. 지금은 좀 시들하지만.”
“그러게요. 예전에 히트곡도 참 많아서 트로트 여제라고 불렸는데. 그런 사람이 이 동네까지 왔네요. 신기하다.”
“어떻게, 구경 좀 가시겠습니까?”
“그래요. 근데 괜찮을까요? 그쪽에 가면 사람들 많아서 하율이가 더 피곤해질 수도 있는데.”
나와 조하나의 시선이 하율이에게 닿았다.
그러자 하율이가 말했다.
“하율이는 괜차나여! 오히려 더 좋은데영?”
“정말?”
“웅, 아빠! 하율이는 더 많은 사람이랑 만나구 싶은뎅?”
하하.
우리 딸이 진짜 연예인 체질이 맞긴 맞는 모양이구나.
“하나 씨, 그럼 가시죠. 하율이는 제가 안고 있을 테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알았어요. 그럼 겨울이는 제가 안을게요. 가자, 하율아.”
“넹넹!”
“멍멍!”
하율이와 겨울이를 안은 우리는 중앙 광장 쪽을 향했다.
왕년의 트로트 여제, 한태은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