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0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01화
마을 축제 대기실.
무대 뒤쪽에 있는 천막에는 오늘의 초대 가수 한태은이 있었다.
트로트 가수 특유의 반짝이 재킷에 중절모까지 화려하게 차려입은 그녀는.
“어휴, 좆같아…….”
인상을 팍 쓴 채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이제는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가수 한태은.
그녀가 이토록 불평불만을 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자신을 ‘왕년의 국민가수’라 소개한 사회자 때문이었다.
“야, 매니저!”
담배를 피우던 한태은이 매니저를 호출했다.
그러자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던 매니저가 쪼르르 달려왔다.
한태은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뭘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 재떨이 가져와, 재떨이!”
“예? 아, 예!”
매니저는 황급히 달려가 재떨이를 구해 대령했다.
두 손으로 든 재떨이에 담뱃재를 툭툭 털던 한태은.
그녀는 매니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야, 너 몇 년 차야?”
“예?”
“매니저 생활 몇 년 차냐고, 이 새끼야.”
“해, 햇수로 5년 차입니다.”
“하, 씨발. 무슨 5년 차란 새끼가 이렇게 어리바리해? 야, 넌 대체 5년 동안 뭐 했냐? 재떨이 하나 가져올 센스도 못 갖추고.”
“죄송합니다…….”
“등신 같은 새끼. 그러니까 그 나이 먹도록 매니저나 하고 있지, 쯧쯧쯧.”
한태은이 혀를 끌끌 찼다.
매니저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한태은의 나이가 50을 넘어 60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자신의 나이도 마흔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런 하대를 받고 참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에휴, 내가 참아야지. 소시오패스 년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매니저는 울컥울컥 튀어나오려는 말을 어떻게든 참아냈다.
회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시오패스’라고 불릴 정도로 인성이 박살 난 한태은.
그녀에게 말을 해봤자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말해봤자 오히려 더 지랄할 뿐이었고.
“야.”
“예?”
“오늘 MC 보는 새끼 누구야?”
“아, 그게 유명한 사람은 아니라서 말씀드려도 모르실 겁니다…….”
“하, 씨발. 그럼 그렇지.”
한태은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치더니 담배를 몇 번 더 빨다가 말했다.
“야, 너도 내가 왕년의 국민가수라고 생각하냐?”
“예? 그게 무슨…….”
“너도 내가 한물간 가수라고 생각하냐고!”
한태은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마을 축제 관계자들이 이쪽을 바라보긴 했지만 한태은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저딴 NPC 같은 인간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까.
조심해야 하는 건, 그저 카메라를 갖고 있는 팬들 앞뿐이니까.
“아, 아닙니다. 지금도 엄청 잘나가시죠. 하하하…….”
매니저는 아부를 했다.
솔직히 말해서 한태은은 한물간 가수가 맞았다.
과거의 이름발로 오늘처럼 행사를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대중들의 관심에서 잊힌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MC가 ‘왕년의 국민가수’라고 표현한 것이었고.
“이 새끼가 지금 아부하네?”
“네?”
“내가 지금도 잘나가? 어? 근데 왜 음악프로엔 못 나가? 차트에는 왜 못 올라가는데? 메이저 축제에는 또 왜 못 가고!”
한태은의 말에 매니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더 이상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태은은 그러한 매니저의 태도에 더욱 화딱지가 났다.
자신이 후배들에게 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렸으니까.
“뭘 멀뚱히 보고 있어? 무대 올라갈 준비나 해, 이 멍청한 새끼야! 이따 팬들 앞에서 또 푹 절인 배추 같은 표정 짓지 말고! 알았어?”
한태은의 불호령에 매니저는 곧장 물러갔다.
그는 속으로 한태은의 뒷담화를 하면서 무대 준비를 했다.
그때, 무대 위의 사회자가 말했다.
-자, 여러분! 지금부터 다 같이 왕년의 국민가수 한태은 씨를 불러보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한태은 씨!
* * *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한태은은 공연을 마쳤다.
엿 같은 기분이었지만 어떻게든 공연은 잘 마쳤다.
쥐콩만 한 무대이긴 해도 마을 사람들이 호응도 잘해주었고, 앵콜도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뭐, 앵콜에 응하진 않았지만.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대 뒤 천막.
한태은이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자, 매니저가 후다닥 달려왔다.
그는 구박을 다시 받지 않기 위해 음료를 대령하고, 부채질을 했으며, 담배와 재떨이까지 미리 세팅했다.
“너도 고생했어.”
“……네?”
매니저는 당황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기에.
“뭘 네야? 내 수발드느라 고생 많았다고.”
“아,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매니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태은의 태도가 갑자기 온순하게 바뀌었지만 대충 이해는 되었다.
마을 축제에 모인 사람들의 호응에 기분이 좀 풀린 거겠지.
소시오패스긴 하지만 그녀 역시 관중들의 뜨거운 반응엔 마음이 살살 녹는 가수니까.
“나가려면 좀 힘들겠지?”
“아, 네. 장소가 협소해서 인파를 뚫고 가야 할 겁니다.”
“흐음, 그래. 알겠어. 아, 이거.”
한태은은 그렇게 말하더니 지갑에서 수표 두 장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매니저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왜…….”
“오늘 고생 많았잖아.”
“아,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냥 줄 때 받아둬. 얼른.”
“예. 감사합니다, 선생님…….”
매니저는 10만 원권 수표 두 장을 받아들었다.
돈을 받으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한태은, 그녀의 히스테리를 조금 더 받아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제 갈 준비하자.”
“예! 먼저 나가서 길 터놓겠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해. 그냥 같이 나가. 나도 오랜만에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드릴 거야. 그러니까 같이 나가자고.”
“아, 넵!”
매니저는 잘 훈련된 군인처럼 대답했다.
한태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뜨거운 호응을 보내줬던 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 *
“아, 금방 끝났네요…….”
무대 앞 인파 사이에서 조하나가 말했다.
마찬가지로 인파 사이에 있던 나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러게요. 3곡밖에 안 하고. 아무래도 다음 행사 장소로 가려나 봅니다.”
“하긴, 한태은 정도면 지금도 불러주는 곳이 많을 테니까요.”
“네. 아무튼 저희도 슬슬 가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니까 좀 불편하네요.”
“네, 그래요.”
한태은의 공연도 다 봤겠다, 우리는 이제 무대 앞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저기, 실례지만 하율이 아버님 맞으신가요?”
“네?”
“맞죠? 저 너튜브에서 봤어요! 별스타그램도 팔로우했는데! 대박!”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나와 하율이를 알아보며 좋아했다.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이들도 폴짝폴짝 뛰며 반가움을 표했다.
“언니들 안녕하세여! 제가 하율이 맞아여! 헤헤!”
하율이는 그들에게 곧바로 팬서비스를 발사했다.
“우와, 대박! 말했어! 목소리 실제로 들으니까 더 좋다!”
“실물 대박! 완전 인형 같아!”
“헐, 어떡해! 하율이 너무 예뻐. 하율아, 너 천사야? 아기천사냐구!”
고등학생들이 하율이를 예뻐했다.
역시 사람들 사이에 가니까 하율이를 알아보는구나.
참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하율이를 알아본 것은 여고생들만이 아니었다.
“헐! 하율이다! 하율이!”
“와, 대박! 나 구독자인데! 하율이가 우리 동네 살았어?”
“사진 찍어달라고 하자! 나 열 장 찍을래!”
“헐, 하율이랑 하율이 아버님이다! 바로 어제 별스타그램에서 봤는데 오늘 실제로 보네?”
“하율아, 언니 완전 네 팬이야!”
“헉, 하율이? 신새롬 커버곡 레전드로 찍은 그 꼬맹이? 대박!”
한태은의 공연 때문에 몰렸던 인파.
그들은 하율이를 보고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하율이의 팬인 사람.
지나가다 영상을 한 번 본 사람.
그냥 유명인인 것 같아서 구경하려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이 몰려 안 그래도 정신없었던 상황이 더욱 정신없어졌다.
“헤헤, 언니 오빠들! 안녕하세여!”
그 와중에도 하율이는 인사를 하거나, 사진을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주었다.
와우…….
이건 뭐 연예인을 넘어서 거의 톱스타의 자질을 가진 모양인데?
사람 사이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리던 나는 하율이의 강철 멘탈에 진심으로 놀랐다.
그렇게 우리는 인파 사이에 갇혀 갑작스러운 팬 미팅(?)을 했다.
* * *
한태은과 매니저.
다음 행사 장소로 갈 준비를 한 그들은 천막 밖으로 나왔다.
비록 장소의 협소함 때문에 인파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야 하지만 한태은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뭐, 적당히 사인과 사진 촬영에 응하다 나가면 되는 거니까.
오랜만에 국민가수 시절의 인기를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우뚝.
먼저 나간 매니저가 멀뚱히 서 있었다.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무슨 일이지?
뒤따라가던 한태은은 무슨 일인가 싶어 매니저에게 말했다.
“뭐야? 갑자기 왜 멈춰?”
“예? 아, 그게…….”
한태은의 물음에도 매니저는 말끝을 흐렸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한태은은 의문을 품은 채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기묘한 현상을.
“응? 사람들이 왜…….”
한태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대 아래에 바글바글하게 모여 있던 사람들.
그들이 소란스러운 목소리를 내며 인파 한가운데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혹시 사고라도 났나?’
한태은은 저 기묘한 현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추켜올린 뒤 매니저를 향해 말했다.
“매니저.”
“네?”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봐.”
한태은은 매니저에게 지시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
솔직히 귀갓길이기에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긴 했다.
사람들이 중앙으로 쏠린 터라 가장자리에 충분한 공간이 나왔으니까.
하지만 궁금증이 도졌던 한태은은 저기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아보고 갈 생각이었다.
“예. 잠시만요.”
매니저가 곧장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때, 한태은이 말했다.
“아니다. 같이 가자.”
“네? 같이요?”
“어.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야겠어.”
그렇게 매니저와 한태은은 인파 가까이로 다가갔다.
근처까지 가니 상황은 더욱 개판이었다.
사람들은 파티라도 벌어진 것처럼 열광적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사고는 아닌 것 같은데.’
한태은은 깊은 의문과 함께 인파 쪽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환호하는 사람들의 머리 사이로 열광의 대상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대상.
그건 다름 아닌 두 남녀였다.
각각 여자아이와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있는 남녀 말이다.
‘뭐지……?’
물론 한태은과 매니저는 이 상황을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예계 경력이 긴 한태은은 저 남녀의 정체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매니저가 교복 입은 여고생 하나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저기, 학생.”
“네?”
“미안한데, 여기 왜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거야?”
“네? 왜긴요. 하율이 때문이죠.”
“하율이? 그게 누군데?”
매니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한태은 역시 미간을 좁혔다.
하율이라니.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봤기에.
“하율이 모르세요? 이요. 인기 동영상까지 올라간 너튜브 스타인데.”
여고생이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 하율이네 노래방?’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한태은은 곧장 이맛살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