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02화
‘너튜브’라는 말에 한태은은 고개를 갸웃했다.
너튜브.
그게 뭔지는 한태은도 대충은 알고 있었다.
요즘 뭐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올리는 게 유행이라고 듣긴 했다.
실제로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많이 끈다고도 들었고.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목격한 것은 처음인지라 당황스럽기만 했다.
매니저가 여고생에게 말했다.
“방금 너튜브라고 했니?”
“네.”
“그 너튜브에서 저 여자가 그렇게 유명해?”
매니저가 인파 사이의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눈꽃처럼 새하얀 강아지를 안은 단발머리 여자였다.
그러자 여고생이 말했다.
“아뇨, 그 사람 말고 그 옆이요.”
“옆?”
“네. 저 잘생긴 남자분한테 안겨있는 아이요. 저 아이가 하율이예요.”
“……뭐?”
매니저는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히 한태은이었다.
‘하율이란 게 저 꼬맹이였어……?’
믿을 수 없었다.
워낙 인기가 많길래 한태은은 당연히 어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인기의 주체가 아이라니.
고작 5살밖에 안 되어 보이는 꼬맹이라니.
한태은은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매니저가 말했다.
“아니, 저 꼬마 아이가 그렇게 유명하단 말이야? 왜?”
“왜긴요.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해서 그렇죠.”
“노래?”
“네. 신새롬 커버곡을 주로 올리는데 노래 엄청 잘해요. 게다가 얼굴까지 예쁘고 저렇게 팬서비스까지 좋으니 어떻게 인기가 없겠어요.”
여고생이 말했다.
매니저와 한태은은 또 한 번 크게 놀랐다.
특히나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한태은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노래’에 관련된 인기에서 밀렸다는 게 믿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저기.”
이번에는 한태은이 여고생을 향해 말했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벗은 채로 말이다.
“나 모르니?”
“네?”
“나 모르겠냐고.”
한태은의 말에 여고생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알아요. 조금 전까지 노래 부르던 아줌마잖아요.”
“……뭐? 아줌마?”
“왜요? 아니에요?”
여고생의 말에 한태은은 뒷목을 잡을 지경이었다.
자신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여고생의 반응에 한 번, 그리고 아줌마라는 호칭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저, 저기. 학생, 말조심해.”
매니저가 황급히 나서서 여고생을 저지했다.
한태은의 노기를 감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고생은 개의치 않았다.
“뭐가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
“아, 아니. 학생 방금 호칭이 좀 그랬잖아. 이분이 가수신 거 알면서 말버릇이 왜 그래…….”
“가수든 말든 뭐 어쩌라고요. 제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뭐야, 물어봐서 대답해 줬더니 시비나 걸고. 별로 유명한 가수도 아니고 아재들이나 좋아하는 가수면서.”
여고생은 그렇게 말하며 휙 돌아서서 하율이란 아이 쪽으로 다가갔다.
매니저는 한태은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곧장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공연을 잘한 덕에 기분이 좀 풀린 듯했던 한태은의 얼굴에 분노가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
실제로 한태은은 분노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여고생 때문에?
그것도 맞았다.
엄연히 아줌마의 나이지만, 아줌마라는 말을 듣는 건 너무나 싫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발작 버튼을 꾹 누른 것은.
‘뭐? 별로 유명한 가수도 아니라고? 아재들이나 좋아하는 가수라고?’
여고생이 쏘아붙인 말 때문이었다.
별로 유명한 가수도 아니라는, 아재들이나 좋아하는 가수라는 표현 말이다.
매니저가 말했다.
“저, 저기. 선생님. 신경 쓰지 마세요. 요즘 애들이 버르장머리가 없잖아요.”
“…….”
“선생님도 아시죠? MZ세대인가 뭔가 해서 요즘 애들 버릇없는 거.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 쟤는 MZ가 아닌가? 뭐 아무튼요, 하하하.”
매니저가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 애썼다.
하지만 한태은의 기분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그녀의 속은 폭발을 앞둔 화산처럼 위태롭게 끓어 넘쳤다.
맘 같아선 매니저의 아부처럼 그저 싸가지없는 여고생의 개소리라 치부하고 싶었다.
‘아무도 다가오지 않잖아.’
하지만 도저히 개소리라 치부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그 누구도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씨발…….”
한태은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녀가 욕설까지 읊조렸지만 그 누구도 한태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저 하율이인가 뭔가 하는 계집애한테 환호하고 있을 뿐이었다.
“씨바아아알!”
결국 폭발하고 만 한태은이 소리쳤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쪽을 한번 보기만 할 뿐, 한태은을 보고 환호하지 않았다.
마치 NPC를 보는 것처럼.
그러한 상황에 한태은은 자신이 더더욱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전엔 손짓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자신이, 이제는 그 어떤 반응도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엿 같았던 것이다.
“서, 선생님. 일단 진정하시고 차로 이동하시죠.”
“…….”
“선생님?”
매니저는 한태은을 어떻게든 다독이려 노력했다.
그때, 한태은이 말했다.
“야.”
“네?”
“돈 내놔.”
“예? 어떤…….”
“아까 내가 준 20만 원 내놓으라고, 이 멍청한 새끼야!”
한태은이 소리쳤다.
매니저는 생각했다.
한태은, 이 여자는 역시 소시오패스라고.
* * *
조하나를 택시에 태워 보낸 후.
나와 하율이, 그리고 겨울이는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가까운 동네라서 집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늘을 주홍으로 물들인 노을을 바라보며 걷던 중, 하율이가 입을 열었다.
“아빠.”
“응?”
“하율이 배고파.”
“엥? 벌써?”
“웅! 막 꼬르륵 소리가 울려!”
하율이가 자신의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신기했다.
마을 축제에서 음식을 잔뜩 먹은 상황에서 또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말이다.
‘아까 그 난리 통 때문에 배가 고픈가?’
하율이는 식탐이 그리 많지 않은 아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토록 금세 배가 꺼진 것은, 아무래도 아까 그 인파 사이에서 온갖 팬서비스를 하느라 그런 듯했다.
“음, 그럼 집에 들어가기 전에 뭐 사 먹고 갈까?”
“웅! 조아!”
“아, 맞다. 그건 안 되겠다. 겨울이는 식당에 출입이 안 되니까.”
“멍멍!”
겨울이가 발랄하게 짖었다.
“웅? 그럼 어떡해애?”
“음, 아무래도 맛있는 거 사서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앗, 조아! 치킨! 치킨 먹짜!”
하율이가 폴짝폴짝 뛰며 치킨을 외쳤다.
왠지 모르겠지만 겨울이도 폴짝폴짝 뛰며 깡깡 짖었고.
“알았어. 그럼 근처 치킨집에서 포장해서 집에 가자.”
“웅!”
“가만있어 보자. 가까운 치킨집이 어디 있더라…….”
나는 핸드폰을 꺼내 지도 앱으로 치킨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여러 치킨집을 보며 고민하던 중.
띠리리링.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라 그런지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신혁 헌터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자의 것이었다.
상당히 젊은 것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목소리 말이다.
“어디서 전화 주신 거죠? 등록이 안 되어 있는데요.”
-아, 죄송해요.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성유나라고 해요.
성유나?
그게 누구였더라?
나는 미간을 좁혔다.
“성유나 씨? 어디에서 뵈었죠?”
-기억 안 나세요? 일전에 오크 게이트에서 구해주셨는데.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오크 게이트에서 중년 남자에게 겁탈당할 뻔한 여자.
그녀에게 번호를 줬던 기억이 확 떠올랐다.
“기억했습니다.”
-하하, 다행이네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옷이라면 정말 돌려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옷 때문이 아니에요. 물론 옷도 돌려드려야겠지만, 이신혁 헌터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할 말이라. 그게 뭐죠?”
-음, 실례가 안 된다면 전화로 말고 만나서 해도 괜찮을까요?
“만나서 말입니까?”
-네. 혹시 저녁 드셨나요? 안 드셨다면 제가 대접하면서 얘기하고 싶어요. 그때 도와주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요.
성유나의 제안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율이가 배고파하기에 만나서 같이 밥을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겨울이가 걸렸다.
“죄송하지만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딸, 그리고 강아지랑 같이 있거든요.”
-아, 그런 건 괜찮아요. 따님한테도 맛있는 걸 사주면 저도 좋고, 강아지도 입장이 가능하게 세팅하면 되니까요.
세팅을 해?
애견 입장이 가능한 곳을 찾겠다는 것도 아니고 세팅을 한다고?
이 여자, 무슨 식당이라도 하나?
저번에 행색을 보니까 솔직히 좀 가난해 보이던데…….
“뭐, 그럼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죠?”
* * *
할 얘기가 있으니 만나자는 성유나의 제안에 나는 수락했다.
솔직히 돈을 꿔달라고 할까 봐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뭐, 요구해 봤자 돈 100만 원 정도를 요구할 테고 그 정도는 나에게 껌값이나 마찬가지니까.
물론 100만 원도 큰돈이긴 하지만 어려운 형편인 그녀에게 적선한다 치겠다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그녀가 잡은 식당은 예사로운 곳이 아니었다.
성유나가 잡은 식당.
그곳은 서울의 랜드마크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타워에 있는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이기 때문이었다.
“우와아! 여기 짱 조타아!”
하율이가 레스토랑을 가로지르며 소리쳤다.
그녀의 반응이 오버가 아닐 정도로 이곳은 천장이 높았고, 운동장처럼 넓었으며, 또 호화스럽기 그지없었다.
“뭡니까?”
웨이터의 뒤를 따라 걷던 나는 성유나에게 물었다.
“뭐가요?”
“밥을 산다는 게 여기였습니까?”
“네. 왜요?”
“왜냐니요. 몰라서 묻습니까?”
나는 어이가 없었다.
보통 밥을 산다고 하면 고기를 먹거나, 조금 고급이면 초밥이나 회를 먹는다.
그런데 여긴 뭐란 말인가.
한 끼에 최소 수십만 원은 하는 고급 레스토랑 아닌가.
성유나가 말했다.
“으음, 모르겠는데요.”
“하아,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대체 돈이 어디서 나서 이런 곳을 데려오신 겁니까?”
“돈이 어디서 났냐니요? 신혁 씨는 제가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고 계셨나요?”
“그건…….”
아니었다.
난 성유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는 것은 이름뿐이었다.
성유나가 말했다.
“모르시잖아요.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연봉이 얼마인지, 그리고 잔고가 얼마인지.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올 여유가 되냐고 물으시는 거죠?”
“…….”
“설마 저번 오크 게이트 때 제 차림을 보고 짐작하신 건가요?”
성유나가 정곡을 찔렀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저번 오크 게이트 때 봤던 성유나의 행색을 보고 궁핍한 사람이라 판단했다.
‘좀 민망하네.’
나는 행색만 보고 지레짐작했던 것에 대해 민망함을 느꼈다.
고작 옷차림을 보고 그 사람의 재정 상태를 판단해 버리다니.
그건 너무나 민망하고도 무례한 일이었다.
“그 부분은 제가 경솔했습니다. 다만 말씀은 해주십시오. 솔직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긴 하잖습니까.”
“인정해요. 제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긴 했죠. 일부러 그런 거긴 하지만.”
“일부러요……?”
“네, 하하. 아무튼 일단 가요. 가서 전부 말씀드릴게요.”
성유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앞서 걸어갔다.
그리고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들어섰다.
‘성유나…….’
나는 겨울이의 목줄을 잡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성유나.
지금부터 그녀의 정체를 알아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