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03화
기다란 테이블.
거기에는 새하얀 식탁보가 깔려 있었고, 딱 보기에도 고급인 식기들이 깔려 있었다.
성유나는 이곳이 이 호텔 레스토랑에서도 특히나 더 비싼 곳으로, VVIP들만 올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강아지까지 동반 입장이 가능한 것이었고.
그렇게 우리가 자리를 잡자, 셰프들이 직접 음식을 내오기 시작했다.
“프라임급 살치살과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수비드 치킨 스테이크입니다. 본 요리는 프랑스의…….”
셰프들은 숙성이 어떠니, 굽기가 어떠니, 소스의 배합이 어떠니, 재료의 역사가 어떠니 하는 말을 잔뜩 늘어놓으며 설명했다.
마치 고등학교 국어 지문을 읽는 듯한 설명에 나는 눈이 핑핑 돌았다.
정말 잠이 솔솔 올 정도로.
“저기, 설명은 됐어요.”
그때, 성유나가 손을 가볍게 들며 셰프의 입을 막았다.
그녀의 말과 함께 셰프는 고개를 정중히 숙이더니 음식만 두고 조용히 나갔다.
성유나가 말했다.
“죄송해요. 셰프분들이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깊으셔서. 많이 지루하셨죠?”
“아닙니다.”
“따님은 피곤한 것 같은데요?”
성유나의 말에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오른쪽에 앉아 있던 하율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 하율아?”
“우, 우웅? 왜애, 아빠? 크리스마스 선물 사 왔어?”
눈을 번쩍 뜬 하율이가 잠꼬대를 했다.
나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었고, 그녀는 이곳이 레스토랑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성유나가 말했다.
“제가 배려가 부족했네요. 음식 식겠어요. 어서 드시죠.”
성유나의 말과 함께 나는 하율이의 음식들을 먹기 좋게 썰어주었다.
그렇게 세팅이 끝나자, 하율이가 포크를 들고 외쳤다.
“잘 먹겠습미당!”
하율이는 폭풍 식사를 시작했다.
원래도 배가 고픈 듯했지만, 셰프들의 지루한 설명을 들어서 그런지 더더욱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물론 겨울이 역시 정신없이 식사를 했다.
성유나가 따로 부탁해 최고급 품질의 생닭다리를 가져다준 덕분이었다.
그렇게 하율이와 겨울이, 그리고 나는 식사를 이어갔다.
‘맛있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아까 그 셰프들이 지루한 얘기를 줄줄 늘어놓을 자격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역시 우리나라 최고급 레스토랑이다 싶기도 했고.
다만 나는 음식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음식을 제공한 성유나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상석에 앉아 우아하게 음식을 잘라 먹고 있는 성유나에게 물었다.
“이제 질문 좀 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성유나의 말에 나는 궁금했던 것에 대해 줄줄이 늘어놓았다.
대체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자면서 왜 게이트에서 그러고 있었던 건지, 또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
“흠, 질문이 참 많네요.”
“대답하기 어렵습니까?”
“아뇨,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대답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을 뿐이에요.”
성유나가 잠시 입을 닫았다.
우아한 드레스에 화려한 화장, 그리고 예쁘게 세팅한 노란 머리.
잠시 침묵을 지키는 성유나는 마치 유명 여배우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망설인 후, 성유나는 입을 열었다.
“저는 오성 그룹의 막내딸이에요.”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오성 그룹의 막내딸이라고?’
오성 그룹.
그것은 한국인이라면 길바닥의 거지라도 다 아는 회사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오성 그룹은 국내 최고의 대기업이니까.
어느 정도로 대단하냐면, 대한민국은 망해도 오성 그룹은 안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뭐?
그런 오성 그룹의 막내딸이라고?
“타인을 사칭하는 건 죄질이 무겁습니다만.”
나는 성유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성 그룹 회장의 이름은 성태원이다.
매일같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름이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성이 같다고 해서 성유나가 막내딸이라는 말을 믿을 순 없었다.
성유나가 말했다.
“안 믿으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증거도 준비했고요.”
성유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런저런 증거를 꺼내놓았다.
증거란 간단했다.
오성 그룹의 명함과 이사로 등재된 자신의 이름, 오성의 회장인 성태원과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오성가의 가족사진들이었다.
“…….”
나는 그녀가 건넨 핸드폰을 떨리는 손가락으로 넘겼다.
성태원과 성유나의 셀카들.
그리고 TV에서만 보던 성태원의 아들들과 찍은 사진들.
이것은 성유나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의미했다.
내가 보던 사진 중에는 언론에 공개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사진들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성유나가 말했다.
“어떻게, 이젠 좀 믿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반박하겠는가.
빼도 박도 못할 증거들이 이렇게 잔뜩 제시되었는데 말이다.
“오성 그룹의 회장님께 막내딸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그쪽일 줄이야…….”
오성 그룹 성태원 회장에게 막내딸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막내딸의 존재는 그리 조명되지 않아 잘 알려진 정보는 아니었다.
오성가에서 알려진 이는 성태원 회장과 차기 회장이 될 맏아들 정도가 다였으니까.
나는 놀란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니, 그런데 오성가의 막내딸이 대체 왜 오크 게이트에 있었던 겁니까?”
그러고 보니 너무나 이상했다.
오성 그룹의 막내딸이면 거의 공주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이 왜 오크 게이트 같은 험한 곳에 있었던 걸까.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연이 참 긴데, 그래도 들어보시겠어요?”
성유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유나는 자신의 기나긴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기 시작했다.
* * *
성유나는 어릴 때부터 유복하게 자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부친이 오성 그룹의 회장인 상황에서 그녀의 인생에 가난이란 있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녀는 정말 부티가 줄줄 흐르는 삶을 살아왔다.
궁궐처럼 넓은 집.
모터쇼에서나 보던 외제 차들.
한 점에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그림들.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도자기들.
그리고 집에서 상주하며 오성가 사람들을 보좌하는 직원들까지.
손짓 하나면 뭐든지 가질 수 있는 삶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대중들 역시 오성가의 자녀들이 누리는 삶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하지만 성유나는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게 이뤄져 있는 삶.
쓰고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삶.
자신이 무엇을 하더라도 오성의 성취에 비하면 모래알밖에 되지 않는 삶.
그런 삶에 성유나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걸 떠나 뿌리치고 싶을 정도로 무거운 짐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성유나는 경영 수업을 받는 걸 거절했다.
자유를 갈망하던 성유나.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할 정도로 멋진 일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러나 자신이 그 어떤 일로 돈을 벌어도 오성을 이길 순 없단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 탓에 성유나는 괴로웠다.
아버지와 오빠들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와도 결국 오성의 그림자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성유나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고, 성태원 회장의 권유에 이사 자리까지 올랐으나 권태감을 느끼는 여전했다.
그러던 중, 성유나의 인생에 사건이 발생했다.
그녀가 각성한 것이었다.
직업은 치유계 마법사.
통칭 ‘힐러’.
각성의 축복을 받은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길은 헌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비각성자라 관심 없던 헌터계 정보에 대해 알아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이다.
멈춰 있던, 아니, 죽어 있던 삶이 이제야 움직이는 느낌.
성유나는 자신이 헌터로 활동하는 걸 상상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렇기에 성유나는 헌터가 되기로 결심했다.
오성 그룹 회장인 아버지와 오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말이다.
하지만 얼마 전.
그녀는 엿 같은 일을 당하고 말았다.
함께 게이트를 토벌하러 간 도끼전사가 자신을 겁탈하려고 든 것이었다.
“……하, 처음 간 게이트에서 그런 일을 당했단 말입니까?”
성유나의 모든 설명을 들은 나는 약간의 화를 내며 말했다.
성유나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성유나를 같은 헌터가 아니라 여자로, 그것도 강간의 대상으로 본 헌터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었다.
“네…….”
“헌터계가 더러운 건 알았지만 그럴 줄은 몰랐네요. 상상 이상입니다.”
“모든 헌터계가 그렇진 않아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있는 반면, 신혁 씨처럼 착한 사람도 있으니까요.”
성유나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난 평소 범죄 행위를 혐오했고, 그 결과 성유나를 강간마로부터 구했으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혹시 글로리 길드에 들어오게 해달라는 겁니까? 안타깝지만 그건 제 소관이 아닌데요.”
“아뇨,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원하는 게 뭡니까?”
질문을 던지자, 성유나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길드를 만들려고 하는데, 거기에 들어와 주셨으면 해요.”
“……길드 말입니까?”
나는 미간을 조금 좁힌 채 물었다.
길드를 만든다라.
살다 살다 이런 얘긴 처음 들어보았다.
자기 길드에 들어오란 제안은 들었어도 길드를 만든다는 얘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역시 오성 그룹의 막내딸 클라스인가.
“네.”
“왜 꼭 저여야만 하는 겁니까?”
“신혁 씨가 강하니까요. 그리고 또 믿을 만한 사람이니까요. 그러한 점들이 제가 만들려는 길드의 색깔에 부합하니까요.”
성유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크 게이트에서 절 구해주셨을 때, 워낙 경황이 없어서 그런지 신혁 씨가 누구신지 몰랐어요. 그런데 절 구해주신 게 초신성이라 평가받는 신혁 씨였다니. 엄청 놀랐죠.”
“…….”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생각했어요. 길드를 만들자. 다른 길드에 들어가서 위험 속에 사는 게 아니라, 나만의 길드를 만들어서 믿을 만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자. 그렇게 결심했어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를 뭘 믿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절 도와주셨잖아요.”
“고작 한 번 그런 걸로 절 좋게 보셨단 겁니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 법이죠. 그리고 신혁 씨도 아시겠지만, 헌터들은 사냥 중에는 다른 이에게 개입하지 않아요. 강간이 아니라 살인 행위가 벌어져도 끼어들지 않죠.”
성유나가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성유나를 도와주려고 했을 때, 시로코 팀원들은 괜히 끼어들지 말라고 했으니까.
성유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와중에 절 도와주신 게 신혁 씨예요. 그렇기에 저는 신혁 씨를 믿어요. 실력은 뭐 제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워낙 출중하시고요. 그러니 저와 함께 길드의 창립 멤버가 되어주셨으면 해요.”
“뭐, 제안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허락하시겠습니까? 아버님, 그러니까 오성 그룹 회장님께선 유나 씨의 헌터 활동조차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신혁 씨가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더 필요하다고요?”
“네. 아버지가 제 헌터 활동을 막으시는 이유는 위험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위험에서 막아줄 동료가 있다면 결국 허락하실 거예요. 그렇게 말씀을 드려놓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버님께 헌터 활동을 허락받기 위해서 절 길드에 영입하시겠단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성유나.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거라면 거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