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04화
“……거절이라고요?”
길드 설립을 딱 잘라 거절하자, 성유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무나 단호하게 말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네.”
“왜죠?”
“왜긴 왜겠습니까.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거죠.”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고요?”
성유나의 물음에 나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네. 제가 그쪽이 만든 길드에 가야 할 이유가 뭐가 있죠?”
“그야 당연히 저희 아버지께서 길드에 투자를 하면…….”
“자금 면에서 넉넉하겠죠. 하지만 그런 거라면 글로리 길드 역시 돈에선 밀리지 않습니다. 오성 그룹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글로리 길드 역시 막대한 자금력을 갖고 있어요.”
“…….”
“길드 내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오성 그룹의 막대한 투자를 받는다 한들, 유나 씨와 만드는 길드는 신생 길드입니다. 하지만 글로리 길드는 다릅니다. 이곳에는 길드 운영의 노하우도 잔뜩 쌓여있고, 강한 길드원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글로리 길드를 나가서 신생 길드에 들어갈 이유는 없습니다. 안 그런가요?”
내 말에 성유나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오직 나만의 이익을 말하는 내게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 이게 제 진심입니다. 오크 게이트에서 유나 씨를 구해줬다고 제가 착한 사람인 줄 아셨나 본데, 전 철저히 제 이익을 일 순위로 움직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유나 씨의 길드원으로 들어가 부잣집 공주님의 호위무사로 일할 수는 없습니다.”
나는 글로리 길드에 대해 큰 호감은 없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시로코 팀원에겐 더더욱 호감이 없고.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서 활동하는 건, 그저 글로리 길드가 내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
신생 길드에 들어오라고?
거기서 자길 지켜달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정말 어이가 없는 제안이었다.
“신혁 씨.”
그때,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성유나가 말했다.
“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무슨 오해를 말씀하시는 거죠?”
“저는 신혁 씨가 저희 길드의 길드원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럼 뭐죠?”
의문을 품는 내게 성유나가 말했다.
“저는 신혁 씨를 길드장으로 모시고 싶어요.”
뭐?
길드장?
잠깐만.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지금 길드장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진심이십니까?”
성유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물론 신혁 씨께서 절 지켜주길 바라는 건 맞아요. 하지만 제 직업은 치유계 마법사고, 말하자면 서포터예요. 그런 제가 딜러인 신혁 씨께 보호를 원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었다.
힐러는 버프를 걸어주는 대가로 딜러의 보호를 받는다.
이건 성유나만 원하는 게 아니라, 헌터계에선 당연한 진리였다.
성유나가 말했다.
“신혁 씨가 하신 말씀들에는 공감해요. 아무리 오성 그룹의 투자를 받는다고 해도, 오랜 전통이 있는 글로리 길드보단 못하겠죠. 10년 후엔 몰라도 지금 당장은요.”
“…….”
“하지만 오성 그룹의 투자를 받는 길드의 수장이 된다면 얘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길드의 목표를 자신이 정하고, 길드원도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선발하며, 길드의 철학에 자신의 색깔을 묻힌다는 건 크나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성유나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신혁 씨만의 길드가 생기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머릿속 종이 데엥 하고 울렸다.
나만의 길드라.
그건 확실히 커다란 장점이었다.
‘내 길드가 생긴다면…….’
나는 글로리 길드를 떠올렸다.
이곳에는 빌런들이 참 많았다.
조범근부터 배성철, 그리고 시로코 팀원들까지.
그 밖에도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쓰레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 길드가 생긴다면?
길드장의 권한으로 쳐내면 그만이었다.
비리 사실을 밝혀내 공론화를 시켜 방출시키는 어려운 방법을 쓰지 않아도 되고.
‘그 밖에도 장점들이 너무 많아.’
내 길드가 생긴다는 것에 대한 장점은 그 외에도 아주 많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길드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것.
길드가 벌어들인 돈을 내가 대부분 먹을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대표자 이름에 내 이름을 새긴 길드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성유나가 말했다.
“어떠세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조금은 흔들릴 정도로요.”
“저, 정말요? 그럼 저와 길드를 만드시는……!”
성유나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뇨, 그건 아직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성유나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왜 당장 결정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건데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생각할 시간이요? 왜요? 글로리 길드가 좋은 건 맞지만 신혁 씨만의 길드를 키워서 이름을 날리는 것도 좋잖아요. 자그마치 길드장이라고요! 무려 오성 그룹의 투자를 받는 길드의 길드장!”
성유나가 설득하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은 뒤에 말했다.
“물론 길드장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자리입니다. 하지만 유나 씨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요?”
“네. 그건…….”
나는 성유나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했다.
“제가 글로리 길드에서 길드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네?”
“왜요, 안 될 것 같습니까?”
“아, 아니. 그야…….”
그래.
안 될 거라 생각하는 거겠지.
글로리 길드는 대한민국 랭킹 2위의 초대형 길드니까.
하지만 난 자신이 있었다.
“저는 글로리 길드에서도 길드장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 아니, 자신감이 아니라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원하기만 하면 언젠가 글로리 길드장이 될 거라고 말입니다.”
“지, 진심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유나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반박하진 못했다.
성유나가 말했다.
“하아, 잘 모르겠어요. 신혁 씨는 어마어마하게 강하니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진짜 대단한 자신감을 갖고 계시네요. 글로리 길드장이 되시겠다니.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아니,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못 하겠죠…….”
맞는 말이었다.
웬만한 사람은 글로리 길드장이 된다는 상상은 하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웬만한 사람이 아니며,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런 발상이 가능한 것이고.
성유나가 말했다.
“아무튼 알겠어요. 저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 이제부턴 신혁 씨의 몫이에요.”
“선택은 제가 한다는 말씀입니까?”
“네. 저는 신혁 씨를 길드장으로 추대하길 원하고, 저희 아버지께서도 거의 반 이상은 마음을 정하셨어요. 그러니 이제부턴 신혁 씨에게 달렸어요. 글로리 길드에 남으실지, 아니면 새로운 길드를 창설해서 직접 길드장이 되실지 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리 길드냐, 아니면 나만의 길드냐.
그건 내게 달렸다.
* * *
성유나의 거대한 제안이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글로리 길드에 부지런히 다녔다.
글로리 길드에 발을 걸쳐두겠다는 얄팍한 마음 같은 건 아니었다.
그저 나는 내 본분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거대한 제안을 떠나, 나는 아직 글로리 길드 소속이니까.
그렇게 내게 적대감을 보내는 시로코 팀원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던 중.
나는 오랜만에 하율이가 지내고 있는 개나리 유치원에 방문했다.
직접 하원을 시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늘은 내가 개나리 유치원에서 특별히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흠, 너무 꾸며 입었나.”
개나리 유치원 앞 정원.
파릇파릇한 잔디가 곱게 정리되어 있는 곳에서 나는 내 차림새를 살폈다.
오늘을 위해 새로 맞춘 네이비색 정장.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거라 고급스럽긴 했지만 너무 멋을 낸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그때였다.
달칵!
유치원 문이 열리더니 한 여자가 나왔다.
그녀의 이름은 ‘강하리’였다.
하율이의 담임 교사 강하리 말이다.
“앗, 하율이 아버님!”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거기에서 뭐 하세요? 안 들어오시고?”
강하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언제 봐도 참 발랄한 여자였다.
본성이 그런 건지, 아니면 직업적인 가면인진 몰라도.
“아, 그게 차림새 좀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차림새요?”
“네. 혹시 어떻습니까? 제가 이런 스타일을 자주 안 입어서 그러는데…….”
그 말에 강하리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우와, 완전 멋지신데요?”
“빈말이시죠?”
“아뇨? 완전 멋지세요! 이야, 하율이 아버님 옷발 완전 대박이네요. 예전엔 일상복만 입으셔서 몰랐는데 옷발이 엄청 좋으세요!”
강하리가 나를 칭찬했다.
흐음, 빈말 같지는 않은데.
“감사합니다. 근데 조금 과하지 않나 싶어서 말입니다.”
“괜찮아요. 아버지 교실 할 때 정장 입고 오시는 분들도 많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강하리가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
오늘 개나리 유치원에 방문한 이유는 ‘아버지 교실’을 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 교실.
그러니까 유치원생 한 명의 아버지가 유치원에 찾아가 직업에 대해 소개하고, 또 그에 따른 질문을 받는 시간이었다.
“그렇습니까? 다행이네요. 저만 요란하게 하고 온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에이, 요란하긴요. 격식을 갖추고 오시면 아이들도 더 좋아해요. 더 집중할 테고요. 아무튼 어서 들어오세요. 아이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강하리가 싱긋 웃으며 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목에 걸린 넥타이를 다듬은 뒤, 개나리 유치원 안으로 들어섰다.
* * *
“자, 여러분! 오늘의 ‘아버지 교실’에는 하율이네 아버님께서 오셨어요! 박수로 환영해 드릴까요?”
강하리의 말에 아이들이 박수를 짝짝짝 쳤다.
강하리 옆에 선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유치원에는 몇 번이나 왔었지만, 이렇게 정장까지 차려입고 발표를 하려니 너무나 떨렸다.
글로리 길드장 앞에서도 당당하던 내가 이토록 떨다니.
아빠란 자리는 참 어려운 것 같았다.
“우와! 계란 볶음밥 아저씨다!”
“헤헤, 아저씨! 정장 멋있어여! 완전 모델 같아여!”
“하율이네 아빠 멋있따! 영화배우 같아!”
“아저찌, 계란 볶음밥 또 만들어주면 안 대여?”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환영해 주었다.
어떤 아이들은 예전에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줬던 것을 말하며 환영했고.
또 어떤 아이는 하율이 아빠인 내 옷차림이 멋지다며 칭찬을 해주었다.
“안녕하세요, 토끼반 여러분. 여러분들이 말한 것처럼 저는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준 아저씨예요. 그전에 하율이 아빠이기도 하고요.”
간단한 자기소개에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긴장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만큼, 제 이름 앞에 이런 단어를 붙이고 싶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기자기한 모양의 칠판에다가 적었다.
내가 밥벌이를 하고 있는 직업의 이름을.
「헌터」
짧은 단어를 적은 뒤, 나는 다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이거 어떻게 읽는지 말해볼 수 있어요?”
“헌터여! 헌터라구 읽는 거예여!”
“맞아요. 제 직업은 헌터예요. 오늘은 제가 헌터로 살아오면서 있었던 일이나 장단점, 그리고 이 헌터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오면서 느낀 점에 대해 말해보려고 해요.”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의 직업, ‘헌터’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