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06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06화
그렇다.
내가 선뜻 새엄마를 찾지 못하는 이유.
아니, 연애조차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닌 죽은 아롬이 때문이었다.
“돌아가신 아내분이요……?”
강하리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아내가 떠난 지 5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보통은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될지…….”
보통 이혼하거나 사별한 사람도 대략 5년 정도가 지나면 새로운 사람을 찾게 마련이다.
아니, 이혼하자마자 곧장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난 쉽게 그럴 수가 없었다.
내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천 년 동안 이세계를 헤매면서 나는 아롬이만을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쉽게 만나겠어.’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에 떨어졌다.
그곳에서 천 년 동안 흉악한 괴물들을 학살하면서 나는 한 사람만을 그리워했다.
내 여자친구 아롬이.
내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
그녀만을 천 년 동안 그리워했기에 내게 아롬이는 평범한 여자친구가 아니었다.
그런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도 될까?
천 년 동안 그리워했던 아롬이를 배신하고?
그건 좀처럼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 마음이셨군요…….”
강하리가 말했다.
내 마음에 공감하는 듯, 그녀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슬픈 표정이었다.
고마웠다.
수많은 학부모 중 하나인 내게 이토록 마음을 써준다는 게.
“아버님.”
“네, 선생님.”
“아버님의 마음을 완벽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어떤 마음이신진 알겠어요. 쉽지 않겠죠. 애인과 헤어져도 마음이 아픈데, 사별까지 하셨으니.”
“네…….”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연애를 하시고, 또 재혼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혹시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하율이를 위해서, 그리고 또 하나는 아내분을 위해서요.”
“하율이와 아내 둘 다를 위해서 말입니까?”
“네.”
강하리가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이 말을 이었다.
“아버님이 힘드신 건 알겠어요. 하지만 아버님이 힘드시다고 하율이에게 새엄마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하율이는 아버님과 비슷한 고통을 겪게 될 거예요.”
“저와 비슷한 고통 말입니까?”
“네. 아버님이 아내의 부재로 괴로워하신 것처럼 하율이는 엄마의 부재로 평생 괴로워할 거예요. 엄마의 존재는 딸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거든요.”
맞는 말이었다.
아이에게는, 특히나 여자아이에게는 엄마가 꼭 필요하다.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엄마가 학교에 올 일도 많을 테고.
2차 성징을 하면서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챙겨줘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며.
먼 미래지만 하율이가 결혼할 때 혼주석에 앉을 사람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를 모두 비워놓는다?
엄마와의 추억 하나 없이 그 시간들을 그저 참으라고 한다?
그건 못 할 짓이었다.
아빠로선 절대로 해선 안 될 몹쓸 짓 말이다.
“아버님은 아버님 자신보다 하율이가 더 소중하시죠?”
“맞습니다. 하율이는 제 목숨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네. 그러니까 하율이를 위해서라도 꾹 참고 새엄마를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아마 돌아가신 하율이 어머님께서도 그걸 원하실 거예요.”
“제 아내가 말입니까……?”
“네.”
강하리가 꼬옥 쥔 주먹을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은 채 말했다.
“하율이 어머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아버님이 이렇게 못 잊으시는 걸 보면 참 좋은 분이셨을 거예요. 그렇죠?”
“맞습니다. 예쁘고 착한 여자였습니다. 배려도 많이 해줬고요.”
“네. 그런 분이라면 분명 아버님께서 이렇게 사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자신을 생각해 주는 건 고맙지만, 평생 자신만 그리워하면서 새로운 인연도 저버리는 건 결코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아마 제가 어머님 입장이어도 그렇게 생각했을 테고요.”
“…….”
“무엇보다 하율이를 생각해서라도 아버님이 새로운 만남을 하시길 원하실 거예요. 조금 쓸쓸하시겠지만, 하율이가 엄마 없이 자라는 건 절대로 원하지 않으실 테니까요.”
강하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말이 무례하지 않길, 또 오지랖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리의 말은 절대로 참견이나 오지랖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하율이의 담임 교사로서, 또 한 명의 여자로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한 것뿐이었다.
“…….”
강하리 앞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생각해도 강하리의 말이 맞았다.
나를 위해서도, 아롬이를 위해서도, 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하율이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계속 혼자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새엄마라…….’
하율이의 새엄마.
그에 관해 나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 * *
실버 공격대 시로코 팀 사무실.
그곳의 분위기는 바싹 얼어붙어 있었다.
사실 이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일전의 ‘포이즌 슬라임 사건’ 이후로 이들은 말수가 줄어 있었다.
시로코 팀장이나 이신혁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했고.
“하아,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낼 거야? 어?”
그때였다.
패잔병처럼 실의에 빠져 있던 팀원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나 말을 이었다.
“우리가 누구야? 자랑스러운 글로리 길드의 실버 공격대야! 그런 우리가 고작 이신혁이 판 함정에 당했다고 이대로 좌절하고 있을 거냐고!”
“하지만 다른 수도 없잖아…….”
“그래서? 그래서 뭐 이신혁 그 새끼한테 사과라도 하자고? 씨발, 그게 말이 돼? 그 새끼 때문에 우리 팀원 세 명이 죽었어! 중상 입어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놈도 한둘이 아니고! 근데 그냥 굴복하자고?”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어쩌긴 뭘 어째 복수해야지! 우리한테 함정 파고, 그 뻔뻔한 태도로 팀장님 모셔오던 그 새끼한테 복수해야지!”
“네 마음은 알겠어. 하지만 이신혁은 강하잖아.”
“강해? 뭐 그 신화급 무기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이신혁은 원래도 강하잖아. 그놈은 애초에 헌터 자격시험 볼 때부터 싹이 다른 놈이었다고.”
“야 이 멍청한 새끼야! 그렇다 해도 그놈은 하나고 우리는 스물이야, 스물! 스무 명이나 되는 우리가 그 새끼 하나 못 잡는다는 게 말이 돼? 어?”
팀원이 외쳤다.
이신혁에게 당한 일이 화딱지가 날 정도로 열 받았던 것이다.
“…….”
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그저 고개만 푹 숙인 채로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을 당해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 스무 명이 달려든다고 해도 말이다.
“하아…….”
방금까지 열변을 토하던 팀원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겁쟁이 새끼들이 실버 공격대라니.
이딴 놈들과 함께 같은 시로코 팀으로 묶여왔다니.
팀원은 너무나 화가 났다.
스윽.
그는 최후의 보루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시로코 팀원들이 가장 믿는 사내가 서 있었다.
신장이 무려 2미터에 달하는 거한.
시로코 팀의 실질적 리더, ‘이원구’ 말이다.
“원구야, 너도 그렇게 생각해? 너도 우리가 전부 달려들어도 이신혁 그 새끼한테 안 된다고 생각해?”
팀원은 마지막 희망을 담아 물었다.
시로코 팀에서 가장 강한 사내 이원구조차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때였다.
끄덕.
이원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팀원은 자신이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래, 우린 이신혁한테 안 될 거다.”
이원구는 확인 사살까지 해버렸다.
시로코 팀은 이신혁 한 놈을 당해내지 못할 거라고.
“뭐, 뭐라고? 이원구, 너 그게 진심이야?”
“그래.”
“무, 무슨 소리야! 우리가 이신혁을 이길 수 없을 거라니. 일대일도 아니고 스물이 전부 달려드는데 그놈 하나를 못 이긴다니. 그게 말이 되냐고!”
팀원이 따지듯이 물었다.
원래라면 이원구 앞에 찍소리도 못하는 그였지만, 워낙 감정이 격앙된 터라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냈다.
이원구가 말했다.
“나도 처음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신혁 그놈은 허울뿐인 껍데기라고 생각했지.”
“…….”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어. 슬라임, 아니, 포이즌 슬라임 사건이 있고 나서도 나는 우리가 그저 함정에 빠졌을 뿐이라고 생각했어.”
창밖을 내다보던 이원구가 팀원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어. 우리 실력으론 이신혁 그놈을 이길 수 없다.”
“이, 이원구. 그게 진심이야?”
“그래.”
“아니, 너까지 포함해도? 너를 포함한 우리 시로코 팀이 전부 달려들어도 못 이긴다고?”
이원구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단호한 결론에 팀원은 입을 쩍 벌린 채로 얼어붙었다.
‘원구가 그렇게 말한다면…….’
팀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이원구는 시로코 팀의 실질적 리더다.
그런 이원구가 패배를 단언한다면, 팀원들로선 그 어떤 희망을 가져볼 수 없었다.
그저 이대로 구석에 처박혀 찍소리도 못하고 살아갈 수밖에.
그때였다.
팀원들에게 절망을 주었던 이원구가 말했다.
“그렇다고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야.”
“뭐?”
이원구의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이원구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정면에서 붙으면 우리가 진다. 하지만 전투는 반드시 정면에서만 해야 하는 게 아니야.”
“그럼…….”
“우리는 놈을 기습한다. 그놈이 우리를 함정에 몰아넣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놈을 함정에 몰아넣는 거야.”
팀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신혁 앞에서 찌그러져 있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이원구가 뭔가 해답을 갖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이신혁…….’
팀원들의 활기를 확인한 이원구는 다시 등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곧 멸망하기라도 할 듯 우중충한 바깥.
그곳을 바라보며 이원구는 생각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신혁, 그 쥐새끼를 가루로 만들어버릴 함정에 관하여.
* * *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기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처럼 현대판 귀족인 대기업 재벌들 역시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헌터들은 돈을 추구하는 존재고, 강력한 헌터들은 자금을 잔뜩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으로도 몰리기 때문이었다.
‘이신혁이라…….’
오성 그룹 회장 성태원.
그는 ‘이신혁’이라는 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조사는 이미 마쳤다.
아니, 조사 전에도 이신혁에 대해선 대충 알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신혁은 헌터계에서 꽤 유명한 인물로, 일반인들이 보는 뉴스에도 자주 오르내리곤 했으니까.
‘내 딸을 그자에게 맡겨도 될까?’
이신혁은 상당히 강하다고 들었다.
언론에 자주 나오는 건 물론, 헌터 자격시험에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고, 또 대한민국 랭킹 2위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좀처럼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성태원은 그를 ‘검증’해 보고 싶었다.
막내딸 성유나를 지킬 힘이 있는지에 대한 검증 말이다.
똑똑.
그때, 회장실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성태원은 들어오라고 말했고, 곧장 한 사내가 들어왔다.
허리춤에 칼을 찬 사내.
오성 그룹의 사병 조직 ‘오메가’의 대장이었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오메가의 대장, 황근수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절도 있는 동작은 군기가 잔뜩 들어 있음을 드러냈다.
“오랜만이군.”
“예, 회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자네가 일을 하나 해줘야겠네.”
“말씀만 해주십시오. 무엇이든 이행하겠습니다.”
황근수가 고개를 절도 있게 숙이며 말했다.
성태원은 자신의 사정을 전부 설명했다.
헌터가 되겠다는 성유나는 길드 설립을 결심했으며.
자신이 극구 반대했으나 성유나는 강한 헌터를 길드장으로 추대하겠다 말했고.
길드장으로 추대하겠다는 자를 검증하고 싶었던 성태원은 오메가가 그자에게 테스트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성유나 이사님을 지켜줄 역량이 되는 사람인지 헌터들의 방식으로 테스트해달라는 말씀이시군요.”
“헌터들의 방식이라. 아주 적절한 표현이군.”
“아무튼 알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오메가의 대원들이 확실하게 테스트하겠습니다. 그러니 말씀해 주십시오. 성유나 이사님이 길드장으로 추대하겠다는 헌터가 대체 누구입니까?”
오메가의 대장, 황근수가 물었다.
그러자 성태원이 곧장 사내의 이름을 말했다.
“이신혁이란 헌터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