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10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10화
성태원은 죄인이라도 된 듯한 얼굴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 성태원은 대단한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소드마스터고, 초신성이라 평가받고, 또 미래의 S급 헌터가 될 사람이라고 해도 성태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말 전설적인 인물이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그저 평범한 노인일 뿐이었다.
고해성사를 하는 노인 말이다.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성태원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오성 그룹의 사병 조직 ‘오메가’를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성태원.
그는 헌터가 되겠다는 막내딸 성유나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유나가 길드를 설립하겠다며, 자신을 호위해 줄 실력자만 있다면 헌터 활동을 허락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성유나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성태원은 그 말에 수락하고 말았다.
어차피 헌터를 그만두게 할 수 없다면, 그녀를 지켜줄 헌터를 곁에 심어두는 게 훨씬 더 마음이 편한 길일 테니까.
하지만 성태원은 확신이 필요했다.
성유나가 길드장으로 추대하려는 헌터의 실력에 대한 확신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조직인 오메가의 대원들을 보낸 거였네. 자네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 말이야.”
“그 검증이란 게 대화가 아니라 싸움의 형태라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미안하네.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쁜 의도는 없었네. 정말이야.”
“흉기를 든 실력자를 11명이나 보내놓고 나쁜 의도는 없었다니. 그 말을 제게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제 실력이 가짜였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는데요?”
“자네 마음은 이해하네. 내가 자네 입장이라도 화가 날 게야. 하지만 신혁 군 자네를 죽일 생각은 결단코 없었네. 이건 진심이야. 그렇게 지시도 했었고.”
성태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표정은 거짓이 아니었다.
공격한 건 나쁜 일이지만, 최소한 실제로 죽일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다만 나는 궁금한 게 있었다.
“회장님의 마음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궁금하군요. 그런 일까지 벌이신 분이 왜 갑자기 사과할 마음이 드셨는지 말입니다.”
TV를 보면 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평범한 길거리에서 묻지 마 칼부림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범죄를 저질러놓고 경찰에 붙잡히면 갑자기 죄송하다고 말하곤 하는데, 난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죄송한데 왜 애초에 죄를 저지르는 걸까.
칼부림이 잘못이라는 것을 굳이 범죄를 저지른 이후에야 알 수 있는 건가?
사실은 그저 형량을 줄이기 위한 거짓 사과는 아닐까?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성태원이 그런 부류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성태원이 말했다.
“그것 또한 이해하네. 자네 입장에선 어이가 없겠지. 일을 저질러 놓고 사과라니. 그저 면피용 사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게야.”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래. 나 역시 범죄 행각이 들키지 않았다면 이렇게 사죄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게야. 하지만 지금의 마음은 진심이네. 내 생각은 바뀌었어. 이번 일만이 아니라 내 삶을 통째로 돌아볼 정도로 말이야.”
“삶을 돌아볼 정도로 말입니까?”
“그렇네. 나는 완전히 잘못 살아왔어.”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신 계기가 뭐죠?”
나는 사과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성태원에게 물었다.
그러자 성태원이 당장에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딸 때문이네.”
“성유나 씨 말입니까?”
“그렇네.”
“흠, 딸 때문에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게 됐다니. 그게 대체 무슨 뜻입니까?”
내 물음에 성태원은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쌀집이었던 가게를 오늘날의 오성 그룹으로 키워낸 나를 부러워하네. 나 역시 자랑스러워했지. 그렇기에 자서전까지 낸 거고.”
“그렇죠.”
“그래. 나는 내 삶이 자랑스러웠네.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뿌리며 투쟁한 내 삶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엊그제 자네의 전화를 받고 방까지 뛰쳐 들어온 딸아이의 말에 나는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게 됐네.”
“유나 씨가 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내 물음에 성태원은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말했다.
“죽어버리겠다더군.”
“네? 그게 무슨…….”
“유나 그 녀석이 그러더군. 자네를 테스트해서 합격하면 살리고, 불합격하면 그냥 죽게 둘 생각이었냐고. 평생 그런 방식으로 살아온 거냐고. 그런 거라면 자기도 죽겠다고. 자기는 오빠들처럼 잘나지 않았으니 그냥 죽어버리는 게 맞지 않겠냐며 죽으려고 들더군.”
성유나가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인가.
성태원의 말에 나는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성태원이 말을 이었다.
“제 목에 칼을 들이대며 죽겠다는 아이를 말리고 또 말리며 나는 깨달았네. 내 삶 전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
“나는 평생 동안 경쟁이 아름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네.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자들에겐 상을 주고, 죽은 자들에겐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지. 난 그게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했네. 그러한 생각 덕분에 오성 그룹을 오늘날의 모습까지 성장시킬 수 있었고.”
성태원이 울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경쟁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었네. 회사와 국가를 위해선 경쟁이 맞을지 몰라도, 개개인에겐 그게 아니더군. 경쟁에서 패배한 내 딸이 죽겠다며 칼을 드는 모습을 보니, 내가 얼마나 수많은 사람들을 경쟁이란 명분으로 죽음까지 내몰았는지 알게 되더군.”
“그래서 제게 사과하신 겁니까?”
“그렇네. 물론 자네는 와닿지 않을지 모르네. 평생 경쟁만을 부르짖으며 살아오던 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게 가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
“…….”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네. 난 오성 그룹이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의 시체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거든.”
성태원이 눈물이 가득 맺힌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신혁 헌터, 미안하네. 자네를 그런 잔인한 경쟁으로 내몰아서 정말 미안하네. 검증이란 이름으로 자네를 죽일 뻔한 것에 대해 뒤늦게라도 사과하고 싶어.”
“…….”
“내 딸이 세우려는 길드에 들어와달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그저 내 무지한 행동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이에게 사죄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뿐이네.”
성태원은 고개를 푹 숙여 다시금 내게 사죄를 했다.
나는 침묵을 지킨 채 그를 응시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에게선 진심이 물씬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사과는 받겠습니다. 용서도 하고요.”
“저, 정말인가…….”
“네. 하지만 사죄는 저에게만 하시면 안 됩니다.”
“그, 그럼…….”
“저뿐만 아니라 회장님이 지금껏 경쟁으로 내몰았던 분들에게도 사죄를 하셔야 합니다.”
나는 성태원을 향해 말을 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일일이 사과드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개를 숙이는 것도 좋지만, 회장님은 회장님이 하실 수 있는 방법으로 사죄를 하십시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
“네. 회장님의 막대한 힘을 이용해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도우십시오. 오성 그룹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것만큼이나 많은 힘을 방황하는 이들에게 쓰십시오. 하실 수 있겠습니까?”
“할 수 있네. 하겠네. 내가 꼭 그렇게 하겠네. 고맙네, 이신혁 헌터. 나를 용서해 줘서, 또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사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서 고맙네…….”
성태원이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내 손을 부여잡은 채로 고해성사하듯 말했다.
바뀌겠다고.
달라지겠다고.
다시 살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다고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다.
* * *
“……그렇게 된 거였군요.”
고급 호텔 1층의 커피숍.
그곳에서 성유나가 머그잔을 쥔 채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성태원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털어놓은 뒤에 보인 반응이었다.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있던 성유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신혁 씨. 덕분에 저희 부녀의 묵은 갈등이 해소되었네요.”
“제가 뭘 했다고 그러십니까.”
“아니에요. 정말 많이 해결되었어요. 그날 아버지가 사과하러 다녀오신 후부터 저희 부녀의 사이가 급격히 좋아지기도 했고요.”
“그렇습니까?”
“네. 정말 감사해요. 그저 길드장으로 모시려고 한 건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되네요.”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다행입니다.”
나는 머그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내 말 몇 마디 덕분에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지다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성유나가 말했다.
“아, 그리고 아버지께서 재단을 하나 만드신대요.”
“재단 말입니까?”
“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복지 재단을 만드신대요. 거기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나, 사회로의 복귀가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만드신대요. 예산도 최대 규모로 투입하고요.”
“멋지네요.”
나는 가볍게 웃었다.
성태원이 사과하러 왔을 당시, 나는 그에게 말했었다.
지금껏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사과하라고.
고개를 조아리는 게 아니라, 오성 그룹의 회장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죄하라고.
‘약속을 지키겠다는 거군.’
성태원은 그 말을 착실히 이행했다.
성유나가 조금 전에 말했던 복지 재단, 그것이 약속의 증거였고.
성유나가 말했다.
“아, 신혁 씨. 그런데 혹시 길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길드 말입니까?”
“네. 제가 설립하는 길드에 들어오실 생각 있으신가요? 아, 재촉하는 건 아니고 그냥 여쭤보는 거예요. 혹시 생각이 바뀌셨는지 궁금해서요.”
성유나가 절대 오해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길드라.
나는 커피를 홀짝이다 입을 열었다.
“유나 씨나 아버님의 정성은 알겠지만, 길드 창설에 대한 결정은 잠시 미뤄두고 싶습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이유를 찾지 못한 게 이유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간단합니다. 글로리 길드를 떠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고, 또 유나 씨가 설립할 길드에 들어갈 명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성유나가 설립하려는 길드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정말 이것이 전부였다.
첫 번째로, 대한민국 랭킹 2위인 글로리 길드에서 나갈 이유를 굳이 찾을 수 없었고.
두 번째로, 성유나가 설립한다는 길드에 갈 만한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성유나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전부입니까?”
“물론 하고 싶은 말은 많죠. 더 많은 혜택으로 신혁 씨를 저희 길드의 길드장으로 모시고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더 이상 조르진 않으려고요. 조른다고 꺾일 성격도 아니신 것 같고요.”
“며칠 만에 제 성격을 완전히 파악하신 모양입니다.”
“모르면 바보죠.”
성유나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기다릴게요. 신혁 씨가 오시든 오시지 않든 여기에서 기다릴게요. 그러니 언제든 마음이 생기면 연락 주세요. 언제까지나 기다릴 테니까. 아셨죠?”
“알겠습니다.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도록 하죠.”
우리는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헤어져 집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생각했다.
확신할 수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성유나에게 연락할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