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1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11화
게이트는 어디에서나 열린다.
하지만 모든 게이트를 공략하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실제로 게이트 중에서는 ‘일부러’ 공략하지 않는 게이트도 존재했다.
예를 들면 공략하긴 굉장히 번거롭지만, 시민들에겐 딱히 위협이 되지 않는 게이트가 그러했다.
“뭐? 포천 게이트에 가보겠다고?”
팀장 방민호가 되물었다.
그러자 이원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민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포천 게이트를 원구 네가 왜 가? 거기 안 가도 공략할 게이트가 널리고 널렸는데?”
방민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포천 게이트.
그곳은 상대하기 너무나 번거로운 몬스터가 깊숙한 골짜기에 가득한 곳이었다.
개체 수가 많고 방어력이 강해서 잡기가 번거롭지만, 다행히 공격성이 없는 몬스터들이라 그저 방치해 두는 게이트였다.
그런데 왜 굳이 가겠다는 걸까.
그것도 서울에서 포천까지.
방민호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원구가 말했다.
“하하하, 왜겠습니까. 당연히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가는 거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예. 아무리 그놈들이 안 위험한 놈들이라고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잖습니까. 그러니 여유 있을 때 공략해 두면 좋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그걸 왜 너희들이 하냐고. 다른 길드는 물론, 헌터 협회의 토벌대도 귀찮다고 놔두는 놈들을 너희가 뭐하러.”
방민호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몸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글로리 길드의 실버 공격대원이 굳이 거기까지 가서 허드렛일을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원구는 굴하지 않고 말했다.
“저도 원래는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저번에 쓰레기 매립지에 있는 슬라임 게이트 갔다 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생각이 바뀌었다고? 왜?”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슬라임은 약하잖습니까. 근데 보라색으로 변하더니 저희 팀원 셋을 죽일 정도로 강해졌고요.”
“흠, 분명 그랬지.”
“네. 그렇기 때문에 포천 게이트도 미리 공략해 두려고 하는 겁니다. 혹시 모르잖습니까. 그 더럽고 귀찮은 놈들도 언제 보라색 슬라임처럼 위험하게 변할지.”
“으음…….”
이원구의 말에 방민호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방민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슬라임 게이트 얘기를 들어보니 일리 있는 말이네. 헛수고도 아닐 테고.”
“예. 그럼 허락하신 겁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좋은 일 하겠다는데 팀장이 어떻게 반대를 하겠어. 시민들도 돕고, 또 우리 글로리 길드 이미지도 좋아질 텐데. 안 그래?”
“그렇죠.”
“좋아. 잘 생각했어. 원구 네가 좀 삐딱하긴 해도 본성은 착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람을 잘 봤네. 알았어. 내가 바로 공략 신청 넣을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머지않아 출동 명령 내려올 테니까.”
방민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 팀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굳이 힘들게 포천까지 가서 고생해 준다는데 내가 더 고맙지. 그나저나 애들은 다 데려갈 거지?”
“그럼요. 저부터 막내까지 싹 다 데려갈 겁니다.”
“그래. 가는 김에 애들 포천 구경도 시켜주고, 바람도 쐬게 해줘.”
“알겠습니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이원구는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한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내내 웃는 얼굴을 하던 이원구.
그는 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표정을 싹 바꿨다.
웃는 표정에서 험상궂은 표정으로.
‘시민들을 위한 일? 웃기고 있네.’
이원구가 포천 게이트에 가는 이유는 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거기에서 나올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아니면 사냥을 하기 위해서?
전부 아니었다.
그가 굳이 번거롭게 포천 게이트의 깊숙한 골짜기에 가려는 이유는.
‘이신혁, 거기가 네놈의 무덤이 될 거다.’
건방진 이신혁.
그놈에게 피의 복수를 하기 위함이었다.
* * *
시로코 팀 사무실에 출근한 나는 조금 불편한 소식을 들었다.
우리 시로코 팀이 게이트에 간다는 소식이었다.
물론 헌터가 게이트에 가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 게이트가 너무나 이상하다는 점이었다.
‘대체 포천까지 왜 가는 거지? 게다가 일부러 방치한 게이트를 공략하러 간다니. 굳이 왜?’
오늘 간다는 게이트는 ‘포천 게이트’.
그곳에 있는 깊숙한 골짜기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러 간다고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서울에도 게이트가 많은데 왜 굳이 거기까지 가는 거지?
그렇다고 뭔가 보상을 많이 주는 곳도 아니고, 경험치나 아이템도 별 볼 일 없어서 방치한 곳을 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배님.”
그래서일까.
나는 출정을 위해 준비 중인 팀원 하나를 붙잡고 물었다.
“왜.”
선배 팀원이 따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트럭에 짐을 싣는 그는 내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말 한마디 섞고 싶지 않은 태도였지만 나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왜 저희가 포천 게이트에 가는 겁니까?”
“왜 가냐니? 그게 뭔 소리야?”
“그렇잖습니까. 헌터 협회의 토벌대도 토벌하기 번거로워서 그냥 방치해 둔 게이트를 저희가 왜 공략하러 가냔 말입니다. 경험치를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아이템이 좋은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하아, 씨발…….”
내 물음에 짐을 나르던 팀원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신혁.”
“네.”
“너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냐?”
“네?”
“뭐가 그렇게 불편한 게 많아서 사사건건 시비 거냐고, 이 새끼야.”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굳이 저희 같은 고급 인력이 거기에 갈 필요가 있나 싶어서 말입니다.”
화딱지가 났지만 나는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며 물었다.
“하, 이거 아주 답답한 새끼네. 야, 너는 봉사도 가성비 따져가면서 하냐?”
“네?”
“우리도 이거 가성비 안 나오는 일인 거 알아. 근데 좋은 일 하겠다고 원구가 직접 팀장님께 신청해서 허락받은 거야. 근데 그렇게 딴지를 걸어야겠냐? 선배들이 좋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겠다는데 굳이 또 태클을 걸어야겠어?”
팀원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봉사?
좋다.
나도 거기엔 가성비를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전 이놈의 말에서 나는 심상치 않은 말을 들었다.
“잠깐만요. 방금 이원구 선배님이 직접 신청했다고 하셨습니까?”
“그래. 왜, 뭐가 잘못됐어?”
뭐가 잘못되긴.
당연히 잘못됐지.
‘이원구 그놈이 굳이 이런 고생을 사서 한다고? 고작 봉사를 위해서?’
내가 이원구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그놈이 굳이 포천까지 가서 봉사를 할 정도로 착한 놈은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왜 그런 거지?’
그래서일까.
나는 팀장이 시킨 것도 아니고, 굳이 자기가 직접 포천 게이트에 가겠다고 신청했다는 이원구의 꿍꿍이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였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이원구가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자기 얘기 하니까 귀신같이 오는구만.
“왜 그러지? 이신혁, 넌 이 임무에서 빠지고 싶나?”
“그런 게 아닙니다. 다만 저희가 갈 이유가 딱히 없는 것 같아서 여쭤본 겁니다.”
“나도 알아. 갈 이유가 없다는 거. 근데 저번에 슬라임 게이트에 갔다가 깨달았다. 평생 안전한 몬스터는 없다는 걸.”
“무슨 말씀이시죠?”
“기억 안 나? 평범하던 슬라임들이 보라색 슬라임으로 변해서 맹독을 찍찍 뱉어댔잖아. 포천 게이트도 그래서 가는 거다. 혹시 모르잖냐.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그 몬스터들도 보라색 슬라임처럼 위험하게 변해버릴지.”
이원구의 말에 나는 입을 닫았다.
그래.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수상함은 도무지 씻을 수가 없었다.
“왜, 이래도 가기 싫어? 그럼 이신혁 넌 빠져라. 우리끼리 갈 테니까.”
“……아닙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그래? 그럼 얼른 짐이나 날라. 막내 주제에 선배들 고생시키지 말고.”
이원구의 말에 나는 일단 짐을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이원구는 그런 나를 보더니 피식 웃다가 운전석에 올라탔다.
나는 짐을 옮기며 운전석 창문의 이원구를 바라보았다.
‘웃고 있어.’
희미하게 웃고 있는 이원구.
그를 바라보며 나는 예감했다.
오늘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길 거라는 것을.
* * *
서울을 벗어난 트럭이 정신없이 달렸다.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와 가로등.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시로코 팀원들을 살폈다.
평소처럼 시답잖은 농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팀원들.
그들의 모습은 기존과 다르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미세하게 어색해.’
어색함.
팀원들에게는 알 수 없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억지로 올린 듯한 입꼬리.
적막을 어떻게든 깨려는 듯한 농담.
그 농담에 자지러지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것에서 아주 미세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이 모든 게 사실은 전부 꾸며진 것이라는, 나라는 관객 하나를 속이기 위한 연극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때였다.
“자, 다들 내려라!”
트럭이 천천히 멈추더니, 이원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팀원들에 관한 생각을 지우고 일단 트럭에서 내렸다.
그렇게 모두가 하차한 후.
이원구는 시로코 팀원들을 향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뭐, 다들 알겠지만 여긴 우리 실버 공격대 수준에선 절대로 올 일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내가 팀장님께 요청해 토벌에 참여한 거다. 그러니 비록 번거롭더라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이원구가 팀원들을 세워놓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2미터에 달하는 신장과 우락부락한 근육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자, 아무튼 브리핑은 이렇게 끝이다. 그럼 내가 선두에 설 테니 다들 따라와라. 그럼 출발!”
이원구의 외침과 함께 팀원들이 줄줄이 풀숲을 헤치고 나아갔다.
도로에 세워둔 트럭에서 멀어질수록 수풀은 점점 더 높아졌다.
어느새 가슴팍까지 오는 수풀을 넘어 우리는 계속해서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스윽.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개발이 덜 된 포천에서도 외곽이기에 기본적인 시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주 드물게 CCTV 카메라가 매달려 있었고, 나는 그것들의 위치를 조용히 파악하며 나아갔다.
그렇게 30분 정도 정글과도 같은 수풀을 헤치고 갔을 때.
“정지!”
선두에서 걷던 이원구가 소리쳤다.
그 말에 나를 포함한 팀원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야, 여기가 그 골짜기야?”
“아이고, 더럽게 깊네. 어떻게 포천에 이런 곳이 있지?”
“원래는 이렇게 깊지 않았대. 근데 저놈들이 갉아먹어서 이렇게 깊어진 거지.”
“염병할. 징그러운 놈들. 이러다 무슨 땅끝까지 파는 거 아니야?”
팀원들이 골짜기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주변을 살폈다.
너무나 외진 곳이지만 역시나 CCTV 카메라 한 대가 저 멀리서 이곳을 비추고 있긴 했다.
‘어디…….’
카메라를 확실히 확인한 나는 팀원들과 마찬가지로 골짜기 아래를 살폈다.
단순한 골짜기가 아니라 협곡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깊게 파인 곳.
그 깊은 곳 안에는.
‘저놈들은…….’
아주 거대한 달팽이 수백 마리가 득실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