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1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19화
강태하와의 대화를 마친 후, 나는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러자 글로리 길드장 권대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신혁 군 왔구만. 어떻게, 별일은 없었나?”
“네, 길드장님. 걱정해주신 덕분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휴, 다행이구만. 강태하 그 친구가 자네에게 해코지라도 하지 않는지 걱정했는데 말이야.”
“별일 없었습니다. 그저 간단한 대화를 했을 뿐입니다.”
“대화라. 혹시 그 대화가 뭔지 물어봐도 되겠나?”
권대호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나 나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정말 별일 아니라 들을 가치도 없으실 겁니다.”
“흐음, 그래?”
“네. 길드장님, 그나저나 식사는 하셨습니까? 출출하시면 제가 음식을 좀 담아오겠습니다.”
“아니야. 괜찮네. 내가 아니라 자네가 허기지겠군. 어떻게, 식사라도 하면서 좀 쉬다 오겠나?”
“아닙니다. 제가 가긴 어딜 가겠습니까. 길드장님을 보필해야지요.”
“하하하, 말은 고맙네. 그래도 너무 무리하진 말게.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네, 길드장님.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그때, 곁에 서 있던 분홍 머리 여자가 말했다.
“길드장님.”
분홍 머리 여자, 그러니까 테라 길드의 부길드장이 자신의 주군인 강태하에게 다가갔다.
뒤늦게 다가온 강태하.
그는 나를 잠깐 흘겨보더니, 권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노친네, 대체 이놈을 무슨 재주로 영입한 거지?”
“그게 무슨 소린가.”
“그렇잖아. 이신혁 이놈은 내가 먼저 찜했고, 내가 직접 찾아가도 데려오지 못했는데 대체 어떻게 당신 같은 노친네가 홀랑 데려갔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그야 당연히…….”
“됐다. 들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미 뺏겼는데. 됐고, 잘들 놀다 가라고. 난 이만 갈 테니까.”
강태하는 나를 한 번 더 흘겨보더니, 분홍 머리 여자와 함께 연회장을 떠났다.
강태하를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
그들은 그 아무도 말을 걸지 못했다.
‘강태하…….’
나는 연회장을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는 강태하의 뒷모습을 보았다.
테라 길드장 강태하.
대한민국 랭킹 1위의 사내.
그와는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만날 것만 같았다.
* * *
시간이 지나며 초인의 밤 행사에서 있었던 일도 기억에서 차츰 사라졌다.
사실 인생이란 다 그럴 것이다.
아무리 기쁘거나 슬픈 일이라도 시간이라는 바람 속에 천천히 옅어지는 것.
그것이 인생일 것이다.
“하율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공기가 맑은 아침.
등원 버스에서 내린 강하리가 명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나 역시 밝게 인사했다.
좀 피곤해도 아침엔 웃으며 시작하는 게 좋으니까.
그렇게 강하리는 하율이와 함께 인사한 뒤, 하율이를 등원 버스에 태웠다.
그리고 난 그녀가 그렇게 떠나가는 줄 알았는데.
“저기, 하율이 아버님.”
차에 올라타려던 강하리는 잠시 내려서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등원 버스 안에 탄 아이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아, 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다른 건 아니고, 혹시 저한테 기분 상하셨어요……?”
응?
갑자기 무슨 말이지?
“예? 아뇨, 그런 거 없습니다만.”
“정말요?”
“네. 왜 그러시죠?”
“아, 다른 게 아니라…….”
강하리가 쭈뼛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저번에 제가 주제 넘는 말을 한 것 같아서요.”
“저번에 말입니까?”
“네. 하율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너무 사적인 영역까지 들어간 것 같아서요…….”
강하리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내비쳤다.
아무래도 저번에 하율이의 새엄마에 대해 얘기하면서 건넨 말들이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하하, 아닙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정말요……?”
“네. 기분이 왜 상하겠습니까. 선생님께서 저희 하율이 걱정해주셔서 하신 말씀인데. 오히려 감사하죠.”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래도 조심할게요. 제가 아무리 하율이 담임이라지만 너무 오버한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전 정말 괜찮으니 앞으로도 더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덕분에 저도 새엄마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으니까요.”
진심이었다.
절반쯤은 강하리를 달래기 위한 말이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말 진심이었다.
강하리의 말 덕분에 나는 하율이의 진심에 대해서, 그리고 하율이의 새엄마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저, 하율이 아버님.”
“네.”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네? 뭘…….”
눈을 깜빡거리는 내게 강하리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저번 일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제가 식사 대접을 해도 될까요?”
“……네?”
생각지도 못한 제안이었다.
* * *
며칠이 지나도 강하리의 말은 내게 충격적이었다.
따로 밥을 먹자니.
그것도 단 둘이.
그건 사적인 감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제안 아니던가.
아무튼 나는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일단 알겠다고 말하며, 여유가 생길 때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정말로 연락을 하게 될지, 그리고 식사를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강하리가 사적인 영역까지 넘어오게 둘지 말지는 아직 결정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언제나 아롬이가 차지하고 있던 내 옆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허락해도 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으니까.
“겨울아, 가자! 출바아알!”
하율이가 겨울이의 목줄을 잡고 와다다 내달렸다.
광장처럼 널따란 공간과 귀여운 캐릭터들, 그리고 화사하게 핀 꽃까지.
나는 오늘 조하나를 포함한 우리 식구들과 함께 ‘동물원’에 왔다.
“하율이가 잔뜩 신이 났네요.”
조하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평소보다 훨씬 더 활력있는 하율이의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하율이가 동물을 좋아해서요.”
“그렇긴 하네요. 저번에 아쿠아리움에서도 상어나 가오리들 보고 엄청 좋아하더니.”
“네. 근데 하나 씨도 신이 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네? 왜요?”
“그렇잖습니까. 평소와 달리 쫙 빼입으시고.”
나는 조하나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그녀는 하늘하늘한 원피스와 챙이 넓은 모자로 멋을 낸 상태였다.
“아, 아니에요! 누가 빼입었다고 그러세요. 평소랑 똑같은데!”
조하나가 얼굴에 홍조를 띈 채로 말했다.
하하,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운데?
더 놀려볼까?
“뭐가 똑같습니까. 평소랑 달리 고데기도 하신 것 같은데. 악세사리도 잔뜩 하시고.”
“아, 그, 그건…….”
조하나가 입술을 달싹였다.
오늘의 나들이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꾸민 거겠지.
조하나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하아, 신혁 씨도 정말. 그런 건 좀 모른 척 해주시라고요…….”
“그래야 하는 겁니까?”
“네. 알면서도 모른 척 좀 하고 그러세요. 최소한 여자한테만큼은.”
“알겠습니다. 앞으론 그래볼게요. 아무튼 어서 가죠.”
나는 픽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하율이를 따라잡은 우리는 동물원 이곳저곳을 누비며 동물 구경을 했다.
“아빠, 코끼리야! 코끼리! 코가 징짜 길다아!”
“우와, 팬더두 있어! 엄청 귀엽당! 대나무 먹구 있는뎅?”
“꺅! 호랑이다! 아빠 호랑이가 있어! 그것두 열 마리나!”
“히익, 기린이다! 아빠, 기린이야! 목이 엄청엄청 길어! 저 긴 게 어떻게 서 있는 거징?”
하율이는 온갖 동물들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울타리 너머로 동물들을 구경하는 그녀는 너무나 귀여웠다.
초롱초롱한 눈빛 또한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멍멍!”
겨울이 역시 동물들을 보고 짖었다.
겨울이가 보고 짖는 동물은 다름 아닌 늑대.
나는 겨울이를 보며 말했다.
“참나. 겨울이 너, 저 늑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알고나 짖는 거야?”
“멍멍! 멍멍!”
“어이구, 더 용맹하게 짖네. 울타리가 좋긴 좋아.”
나는 늑대를 바라보며 맹수처럼 짖는 겨울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우와! 아빠, 물개야! 물개!”
육지에 사는 동물을 다 본 우리는 이제 물에 사는 동물들을 보러 갔다.
첫 타자는 다름 아닌 물개였다.
“그러네. 물개다. 햇빛이 좋으니까 물개들도 일광욕을 하네?”
“웅! 완전 편해보여!”
“그러게. 팔자 좋다. 배도 통통한 게 꼭 하율이 같아.”
“머라구? 하율이 배 아니거등! 아빠 배야!”
하율이가 장난스레 삐진 표정을 했다.
귀여운 녀석.
나는 농담이라고 말하며 하율이의 볼을 쓰담쓰담 해주었다.
그때였다.
“저, 실례지만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물개의 헤엄을 감상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내게 말을 건 것은 아버지였고.
“아, 그럼요. 핸드폰 주세요.”
나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에 흔쾌히 응했다.
단란한 가족을 찍어주는 건 내게도 기쁜 일이니까.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하, 아니요. 저희 찍어달라는 게 아니라 따님이랑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나 해서요. 저희 아들이 팬이거든요.”
“……아.”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네, 물론이죠. 하율아, 사진 찍어드릴 수 있지?”
“웅! 당연하징!”
“하하, 감사합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사진 촬영을 요구한 가족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조하나의 도움으로 우리는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휴, 감사합니다. 서준아, 감사하다고 말해야지?”
“가, 감사합니다아…….”
서준이란 이름의 아이가 내게 감사를 전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서준이는 우리 하율이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아무튼 나는 알아봐줘서 더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자 가족의 아버지가 서준이에게 말했다.
“서준아, 이렇게 만났는데 그 말 한번 해봐.”
“우, 우웅?”
“너 채널에서 하율이 볼 때마다 했던 말 있잖아. 그거 한번 해보라고.”
“아, 아잇…….”
서준 아빠의 말에 나와 하율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하율이와 또래로 보이는 서준이.
이 아이가 하율이를 보면서 무슨 말을 했던 걸까.
나는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서준이의 입에 집중했다.
그때, 서준이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하, 하율아…….”
“웅? 왜애?”
“있자나. 내가 나중에 커서 의사 선생님 되어서 돈 마니마니 벌 테니까…….”
서준이가 홍당무가 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크면 나랑 결혼하자.”
서준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수줍은 얼굴로 자신의 아빠 뒤에 숨었다.
나를 포함한 어른들은 웃음을 빵 터트렸다.
서준이의 고백이 너무나 진심어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준 아빠를 향해 말했다.
“하하, 서준이가 그런 말을 했나 봅니다?”
“네. 하율이가 자기 이상형이라면서, 공부 열심히 해서 하율이한테 프러포즈 하고 싶다더군요.”
“하하하, 정말 귀엽네요.”
나는 그렇게 말한 뒤, 하율이를 향해 말했다.
“하율아, 서준이가 고백했네? 그럼 우리 하율이도 대답을 해줘야겠지?”
“대답?”
“응. 커서 서준이랑 결혼할지 말지 대답해줘야지. 서준이가 어렵게 고백한 건데.”
내 말에 하율이가 손가락을 입에 문 채로 고민했다.
그런 하율이를 몰래 지켜보는 서준이.
두 아이의 귀여운 대치를 바라보던 중, 하율이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서준이라구?”
“으, 으응…….”
“하율이랑 결혼하고 싶어?”
서준이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녀석, 부끄러운 와중에도 할 건 다 하네.
하여튼 요즘 애들은 참 빠르다니까.
그때, 하율이가 말했다.
“고백해준 건 고마워! 근데 하율이는 너랑 결혼 못 해!”
하율이의 거절에 서준이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거의 나라를 잃은 듯한 모습.
그럼에도 그는 울상으로 물었다.
“왜, 왜애? 내가 못생겨서?”
“아니! 그런 게 아니양! 서준이는 충분히 잘생겼어!”
“그럼 왜애? 왜 나랑 결혼 안 한다구 하는 건데……?”
서준이가 물었다.
그 순간, 하율이가 너무나도 씩씩하게 대답했다.
“하율이는 커서 우리 아빠랑 결혼할 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