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2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23화
강하리는 물었다.
앞으로 이렇게 종종 만나도 되겠냐고.
“…….”
그 말에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긴가민가했던 강하리의 마음.
그것을 완벽하게 확인한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강하리가 말했다.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제가 마음에 안 드세요?”
“아, 아닙니다.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그럼요? 저 지금 고백하는 거예요. 살면서 처음으로요…….”
살면서 처음 하는 고백이라.
그래서 그렇게 얼굴을 붉혔던 거구나.
그래.
이렇게 미인인 사람이 고백할 일이 없긴 하겠지.
‘어떡하지.’
강하리가 눈을 깜빡이며 올려다보는 상황에서 나는 고민했다.
이 마음을 받아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머릿속으로는 온갖 얼굴들이 스쳐 갔다.
가장 먼저 조하나.
그리고 양지수.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하율이의 얼굴까지.
마치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상황에 나는 어떠한 답도 내릴 수가 없었다.
“저, 그게…….”
그럼에도 나는 대답을 하려 했다.
강하리가 큰 용기를 내서 고백한 이상, 나 역시 어떠한 답을 줘야 할 테니까.
그렇게 뭔가 말하려던 순간.
딸랑! 딸랑! 딸랑!
어둠 속에서 다급한 벨 소리가 울렸고, 그것이 우리를 덮쳤다.
“꺄악!”
강하리의 비명과 함께 나는 몸을 던졌다.
그리고 강하리를 껴안아 그녀를 산책로 가장자리로 옮겼다.
휘익!
우리가 서 있던 자리를 빠르게 지나가는 자전거.
하아, 저 미친놈이 캄캄한 밤에 라이트도 안 켜고.
나는 매너라곤 하나도 없는 라이더에 대해 속으로 욕설을 씹었다.
맘 같아선 쫓아가서 정신교육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강하리와 함께 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아, 잠깐만.
강하리?
스윽.
나는 멀어진 자전거에서 시선을 거둬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내 품에 바짝 안긴 강하리를.
“……아, 죄송합니다.”
나는 그제야 강하리를 풀어주었다.
자전거에 치일 뻔한 상황이라 그런지 내가 그녀를 꽉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아, 아니에요. 그나저나 감사해요. 아버님 덕분에 안 다쳤네요.”
“다행입니다. 갑자기 자전거가 와서 깜짝 놀랐네요.”
“네에…….”
강하리가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다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하려던 말씀 마저 해주세요. 앞으로 종종 봐도 될까요? 선생님과 학부모가 아니라, 남들처럼 평범한 남자 대 여자로?”
강하리가 또 한 번 물었다.
수줍어하는 그녀의 얼굴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나와 진지하게 만나고자 하는 의지 말이다.
“선생님.”
자전거의 습격 덕분일까?
떨렸던 내 마음은 어느 정도 차분해졌다.
그렇기에 나는 비교적 이성적인 마음으로 말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나는 강하리의 마음을 거절했다.
강하리의 눈가가 금세 그렁그렁해졌다.
나의 거절에 상심한 듯했다.
나는 수습하듯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닙니다.”
“그, 그럼요? 그럼 왜 거절하시는 건데요?”
“그저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뿐입니다.”
“마음의 준비요?”
“네. 아직 제 전처 대신 다른 사람을 제 옆에 둘 자신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강하리에겐 미안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여자친구 아롬이를 잊지 못했다.
물론 나 역시 여자를 좋아하고, 또 강하리도 매력적인 여자지만 아직 전 여자친구의 자리를 누군가로 채울 자신은 없었다.
강하리가 말했다.
“충분히 고민하고 말씀하신 거죠? 나중에 후회 안 하시죠?”
“네. 지금뿐만 아니라 선생님이 저번에 새엄마에 대해 말씀하실 때부터 내내 고민해왔습니다.”
“알았어요. 아버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강하리가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너무 상심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은 충분히 매력적인 분이니까요.”
“위로인가요……?”
“그렇기도 하지만, 진심이기도 합니다. 전 선생님이 진심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마음을 받아드릴 수 없는 것뿐이고요.”
“휴, 알았어요. 그럼 저 희망 안 버리고 있을게요. 언젠가 마음 받아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신혁 씨의 마음이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건 괜찮죠?”
“……네.”
내 말에 강하리가 미소를 짓더니, 눈가에 매달린 눈물을 닦아냈다.
“그래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말아주세요. 아셨죠? 마음을 받아주시든, 거절하시든 최대한 빨리 정해주세요. 저도 힘드니까요…….”
“네. 마음이 정해지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눈물 흘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미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하리가 말했다.
“알았어요. 그래도 감사해요. 유치원 선생이란 사람이 학부모님께 사적인 감정을 품는 게 기분 나쁘실 수도 있는데…….”
“아닙니다.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네, 알았어요. 그럼 산책이나 계속해요!”
눈물을 대충 닦아낸 강하리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앞서 걸어갔다.
어쩐지 미안하기도 하고, 또 후련하기도 한 밤이었다.
* * *
나는 일전에 너튜브 채널 커뮤니티란에 ‘이벤트’ 소식을 알렸었다.
구독자 10만 명 달성 이벤트.
그건 다름 아닌 ‘라이브 방송’이었다.
“하율아, 잘할 수 있지?”
방송 세팅을 마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하율이에게 물었다.
“웅웅! 하율이 잘할 수 있어!”
“멍멍!”
“하하, 겨울이도 준비됐나 보네.”
“멍!”
나는 겨울이의 재롱에 피식 웃은 후, 다시 하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율아, 방송하다 보면 이상한 채팅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읽지 마. 알았지?”
“웅! 아빠가 잘 도와줘야 대!”
“알았어. 아, 그리고 방송 중에 노래할 수 있다는 거 잊지 않았지?”
“웅웅! 하율이 노래 연습 많이 해써! 헤헤.”
하율이가 방긋 웃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따뜻하게 웃어준 뒤, 방송 준비를 마무리했다.
“자, 7시다. 이제 방송 켤게?”
“웅!”
“멍멍!”
약속한 라이브 시각은 오후 7시.
하율이와 겨울이(?)의 준비를 확인한 나는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었고 곧장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앗! 라이브 시작이다!
└1등! 헉, 아니네 ㅠㅠㅠㅠ
└우와, 하율이다! 하율이 아버님도 있다!
└겨울이도 잊지 말아줘요! 겨울아, 안녕? 아, 강아지 말로 해야 하나? 멍멍! 왈왈! 깡깡!
└와 ㅋㅋㅋ 라이브로 보니까 신기하네 ㅋㅋㅋㅋ
└영상으로만 보다가 라이브로 보니까 신기하다 ㅋㅋㅋㅋ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줄줄이 들어오는 구독자들.
그들은 우리만큼이나 잔뜩 설레고 흥분한 듯했다.
“하율아, 구독자님들 오셨네? 우리 정식으로 인사 한번 드릴까?”
“웅! 그러자!”
“멍멍!”
우리는 조용히 하나, 둘, 셋을 외친 뒤, 외쳤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손바닥을 쭉 내밀며 외치는 채널명.
방송 5분 전에 급하게 짠 인사법이었다.
└聞빱빱?귀여워 ㅋㅋㅋㅋ
└손 내미는 거 봐 ㅋㅋㅋ 설마 두 분이서 짠 건가요? ㅋㅋㅋㅋ
└부녀가 너무 귀엽네요 ㅋㅋㅋ
└하율이 졸귀 ㅋㅋㅋㅋ
└겨울이 짖는 거 봄? 주인들 따라서 인사하나 봐 ㅋㅋㅋ
└겨울이도 멤버인 듯 ㅋㅋㅋㅋ
우리의 인사법에 구독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저 간단한 인사일 뿐인데도 이렇게 좋아해 주다니.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마웠다.
나는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라이브 방송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미다!”
“멍멍!”
“아, 저희가 대충 코너를 짜봤는데요. 어설프긴 하지만 일단 진행해 보겠습니다…….”
└하율이 아버님 긴장 많이 하신 듯 ㅋㅋㅋㅋ
└그러게 ㅋㅋㅋ 얼굴 좀 빨개지신 것 같은데? ㅋㅋㅋ
└근데 빨개져도 잘생겼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참 잘생겼다.
└그건 인정임 ㅋㅋ 아버님 존잘!
└여기서 아버님만 긴장하신 듯. 하율이랑 겨울이는 그냥 똘망똘망함 ㅋㅋㅋㅋ
구독자들이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고마운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짜둔 코너를 시작했다.
“네. 일단 가장 먼저 QnA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 *
우리는 너튜브 라이브를 3시간 정도 진행했다.
자기소개.
QnA.
너튜브를 시작한 계기.
실버 버튼을 받게 된 소감.
너튜브를 하기 전과 이후의 삶.
하율이의 유치원 생활.
나의 헌터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
그리고 하율이의 노래 3곡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짠 코너를 열심히 진행했다.
“어, 일단 저희가 짠 코너는 여기까지인데요, 혹시 추가 질문이 있으시면 딱 3개만 받겠습니다.”
나는 맘 같아선 더 하고 싶지만, 이제 하율이가 잘 시간이라 양해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행히도 사람들은 괜찮다며, 늦게까지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자, 아무튼 질문받겠습니다. 으음, 이 질문이 좋겠네요. 하율이가 노래하는 이유가 뭔가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율이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재밌으니까여!”
“하하, 재미라네요. 하율아, 근데 어떤 재미가 있는 건데?”
“으음, 그냥 재밌는 건뎅? 노래하면 기분두 좋아지구 사람들한테 칭찬두 받구 조아!”
“그렇다고 하네요. 으음, 그럼 다음 질문 한번 받아볼게요. 아, 이게 좋겠다.”
나는 두 번째 질문을 읽었다.
그건 다름 아닌 하율이의 장래 희망에 관한 것이었다.
“하율아, 어떤 분께서 하율이의 장래 희망이 뭐냐고 하시는데?”
“당연히 가수예여! 신새롬 언니처럼 멋진 가수가 될 거예여!”
하율이가 자그마한 주먹을 하늘 높이 들며 말했다.
이후에도 하율이는 신새롬이 왜 좋은지, 또 왜 자신이 신새롬을 롤모델로 정했는지에 대해 말했다.
“으음, 그럼 마지막으로…….”
나는 마지막 질문을 찾아 헤맸다.
미친 듯이 쏟아지는 질문들.
나는 눈동자가 돌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을 보다가 질문 하나를 선정했다.
아주아주 뜻깊은 질문을.
“음, 이건 저와 하율이 둘 다에게 질문을 해주셨네요? 하율이와 아버님의 너튜브 목표라. 음, 먼저 하율이부터 해볼까?”
“으음, 하율이는 장래 희망이랑 똑같아여! 아빠랑 같이 재밌는 노래 많이많이 부르구, 최대한 많은 언니 오빠들 앞에서 노래 부르구 싶어여! 아, 버스킹두 하구여!”
“하하, 그렇다네요. 구독자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긴 하네요. 근데 버스킹 좋네. 우리 하율이, 그런 단어는 어디서 들었어?”
“테레비에 나왔어!”
└오 ㅋㅋㅋㅋ 버스킹 좋다!
└하율이가 버스킹을 알아? 우리 하율이 천재 아님?
└대박 ㅋㅋ 버스킹하면 하율이랑 아버님 실물로 볼 수 있는 거임?
└난 아버님 보러 갈래. 아버님 존멋 ㅋ.ㅋ
└나는 겨울이! 겨울이의 저 솜털을 쓰담쓰담해보고 싶다!
└10만에 라이브했으니까 100만 구독자 때 버스킹하는 거 어때요?
└오, 아이디어 좋다! 100만 공약 가즈아!
버스킹이란 말에 채팅창이 또다시 불타기 시작했다.
하하, 100만이라.
10만인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인데.
“하율아, 구독자 언니 오빠들이 100만 구독자 달성하면 버스킹 이벤트 하자는데 어때?”
“완전 조아! 할래여! 하율이 버스킹 할래여!”
“하하하, 당장 말고 100만 구독자 달성해서 골드 버튼 받으면 말이야.”
“100만? 그거 하려면 얼마나 걸리는뎅?”
“어, 조금 많이 걸리겠지? 그래도 너튜브 열심히 하다 보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10만 명도 생각보다 빨리 달성했으니까.”
“알아써! 100만 구독자 빨리 할 수 있게 하율이두 열심히 할게! 언니 오빠들! 하율이 열심히 할게여!”
하율이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귀여워 ㅋㅋㅋㅋ 애기야, 널 어쩌면 좋으니 ㅠㅠㅠㅠ
└눈 완전 반짝반짝해 ㅋㅋㅋㅋ
└거의 한 달 안에 100만 구독자 달성해 버릴 기세 ㅋㅋㅋㅋ
└이건 뭐 너튜브 본사 찾아갈 기세인데 ㅋㅋㅋㅋㅋ
└하율아, 좀만 기다려! 이모가 부모님에다 친구들에다 일가친척한테까지 홍보해 볼게!
└골드 버튼 가자! 버스킹도 가즈아아아아!
채팅창이 활활 타올랐다.
그들은 100만 구독자 달성을 위해 영업이라도 뛸 것처럼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모든 코너가 끝났고, 마지막 질문까지 받은 상황.
나는 하율이와 겨울이를 품에 안고 말했다.
“자, 그럼 오늘의 라이브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율아, 인사드려야지?”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미다! 다음에 또 와주세여! 사랑해여, 언니 오빠들!”
하율이가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나 역시 흐뭇하게 웃으며 하트를 그렸고, 겨울이는 앞발을 들고 멍멍 짖었다.
└하율아, 안녕! 또 보자!
└오늘 완전 재밌었어요 ㅠㅠㅠ
└재밌었음. 다음에 또 켜주셈. 다음에 또 오겠음. 아, 다음엔 슈퍼챗도 켜주고.
└애기야, 안녕! 겨울이도 안녕!
└하율이 아버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 봬요! ^^
마지막까지 폭발하는 채팅창의 화력을 마지막으로 나는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휴, 드디어 끝났구나.’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최고 시청자 3,082명.
뜨거웠던 첫 라이브를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