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36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36화
부길드장 표원웅.
글로리 길드의 2인자.
“후우…….”
그는 자신의 부길드장실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지난 인생들이 스쳐 갔다.
오직 ‘명예’만을 위해 싸워왔던 날들.
돈도, 여자도, 그 어떤 유혹도 아니라 오직 명예만을 위해 발버둥 쳤던 날들이 스쳐 갔다.
그런데 오늘.
그 명예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이신혁 이 건방진 놈. 감히 네가 대련을 수락해?’
표원웅은 이신혁과 공개 대련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길드 내에 공개 대련을 제안한다는 공지까지 남겼다.
하지만 그건 반쯤은 호기였다.
실제 싸울 마음도 있었지만, 반쯤은 그냥 이신혁이 쫄아서 물러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이신혁 그 건방진 놈이 대련 신청을 정말 수락하다니.
감히 부길드장이 신청한 대련을 받다니.
표원웅으로선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됐다. 어차피 싸우게 된 거, 잘근잘근 짓밟아주마.’
공개 대련 신청을 수락한 건 열 받는 일이지만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황.
표원웅은 대련에서 이신혁을 짓밟는 것으로 분한 마음을 풀기로 했다.
달칵.
표원웅은 부길드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자그마한 함성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철문을 지키고 있는 길드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연무장으로 들어선 순간.
“와아아아! 부길드장님이다!”
“부길드장님, 저 건방진 놈은 밟아버리세요!”
“부길드장님만 믿겠습니다! 부길드장님 파이팅!”
“글로리 길드 2인자의 위엄을 보여주세요! 부길드장님만 믿겠습니다!”
“조무래기는 가뿐하게 짓밟아주세요!”
“표원웅! 표원웅! 표원웅! 표원웅!”
“와아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고막을 때렸다.
월드컵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열기.
표원웅은 길드원들의 응원에 흡족함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섰다.
상황이야 어찌 됐건 글로리 길드원들의 여론은 자신의 편이었다.
‘내가 부길드장 생활을 허투루 한 건 아니구나.’
표원웅은 만족감을 느끼며 연무장에 올라섰다.
그리고 연무장 한쪽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이신혁…….’
반대편에는 이신혁이 서 있었다.
너무나 태연한 모습으로.
‘건방진 데다가 뻔뻔하기까지 한 놈. 속으로는 벌벌 떠는 게 보이는데도 허세를 부리는구나.’
표원웅은 이신혁이 아주 같잖았다.
이신혁 저놈은 이런 자리가 처음일 터.
게다가 부길드장이라는 길드 내 최상위 권력자와 싸우기에 심장이 바들바들 떨릴 것이다.
그런데도 멀쩡한 척을 하다니.
표원웅은 이신혁이 우스울 뿐이었다.
스윽.
표원웅은 이신혁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관객석 중 가장 상석에 앉아 있는 길드장 권대호를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진지하고도 근엄한 모습.
확실히 권대호 또한 오늘의 전투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길드장님, 그곳에서 똑똑히 지켜보십시오. 과연 누가 부길드장 자리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지.’
표원웅은 결심했다.
오늘의 대련에서 과연 누가 글로리 부길드장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려주겠다고.
표원웅은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신혁.”
30미터 정도 앞에 서 있는 이신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겁도 없이 공개 대련 제안에 수락했더구나.”
표원웅이 비릿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나 이신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대답했다.
“부길드장님께서 제안하신 대련을 어떻게 거절하실 수 있겠습니까. 신청을 하셨으니 당연히 응해야지요.”
“뭐라고……?”
여유로운 말투에 표원웅은 이를 빠득 갈았다.
하지만 이신혁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왜 그렇게 으르렁거리시는 거죠? 설마 제가 공개 대련 제안을 거절하길 바라고 공지하신 겁니까? 흐음, 그런 거라면 너무 실망입니다만.”
이신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건방진 놈.
표원웅은 더욱 짙은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수많은 길드원 앞에서 티를 낼 순 없는 법.
표원웅은 감정을 억지로 다스리며 말을 이었다.
“실력을 떠나 패기만은 인정해 주마. 부길드장인 이 몸과의 대련에서 도망치지 않은 패기 말이다.”
“하하, 도망이라니요. 전 그 누가 싸움을 걸어와도 피하지 않습니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고요.”
“그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도 오늘로 마지막일 거다.”
“글쎄요. 제 생각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만.”
“건방진 놈, 단 한 마디도 지지 않는구나.”
“말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전 대련에서도 질 생각이 없거든요.”
“대련이 끝난 후에도 그런 소릴 할 수 있는지 두고 보마.”
“그러시죠.”
이신혁이 피식 웃었다.
표원웅의 눈에서 불길이 일었다.
저 건방진 애송이의 발언에 속이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스릉!
표원웅이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글로리 길드의 2인자까지 오게 만들어준 애검.
그것이 황금빛 광채를 뿜어내며 주변을 밝혔다.
“우와아아아! 부길드장님이 바리사다를 뽑으셨어!”
“저 황금빛 광채를 봐! 전설급 무기에서만 나오는 광채야!”
“하아, 부길드장님의 전투를 보다니! 정말 영광이야!”
표원웅이 애검 ‘바리사다’를 꺼내자, 길드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순간, 맞은편에 있던 이신혁 또한 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이신혁이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 검을 천천히 뽑아 들자, 무지갯빛 광채가 주변을 밝혔다.
황금빛보다도 더욱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빛.
신화급 무기에서만 발생하는 무지갯빛 섬광이었다.
“우와아아! 이신혁은 신화급 무기를 뽑았다!”
“하, 저게 그 유명한 용살검이라지? 대박이다!”
“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아! 부길드장님도 못 가진 신화급 무기라니. 진짜 대단하다!”
길드원들 사이에서 뜨거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신혁이 뽑아 든 것이 신화급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전해준 신화급 무기와 겨루게 된 꼴이군.’
신화급 무기 ‘용살검’.
저건 다름 아닌 표원웅이 전해준 것이었다.
물론 권대호의 지시로 하사한 것이긴 하지만, 글로리 길드 내 비밀 금고에 데려가 용살검을 준 것은 분명 표원웅이었다.
그런데 그 검과 겨루게 되다니.
기분이 참 묘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신화급 아이템은 내게도 있어.’
표원웅의 무기는 전설급.
반면에 이신혁의 무기는 신화급이다.
한 등급 차이라지만,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표원웅은 굴하지 않았다.
비록 무기는 아니지만, 신화급 아이템은 자신에게도 존재하기에.
‘아킬레우스의 갑옷, 이게 있다면 네놈의 공격에도 난 당하지 않아.’
실제로 표원웅 또한 신화급 아이템을 갖고 있었다.
부길드장이 됐을 당시 권대호에게 하사받았던 아이템.
「아킬레우스의 갑옷」
이것은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지금껏 그 어떤 공격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신화급 무기 대 신화급 방어구. 하지만 다른 장비에선 내가 앞서지. 그렇다면 승부는 내게 유리하다.’
이신혁의 무기가 신화급인 건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표원웅 자신의 방어구 역시 신화급이다.
그것으로 등급의 차이는 상쇄된 상황.
하지만 표원웅의 무기를 포함한 다른 장비들도 전설급과 영웅급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표원웅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아이템에서도, 경력에서도, 전투력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으니까.
‘길게 끌 것 없어. 승부는 단 두 번 안에 끝낸다.’
사실 이 대련을 앞두고 표원웅은 여러 준비를 해왔다.
그 준비에는 당연히 이신혁에 대한 분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신혁.
저놈의 강력함은 공격력과 속도에 있었다.
사실 표원웅으로서도 그게 경계되긴 했다.
그럼에도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에겐 세계 최강의 방어구 아이템이 있으니까.
‘아킬레우스의 갑옷으로 공격을 받아주고, 그 틈에 놈을 친다. 싸움은 그걸로 끝이야.’
지금껏 이신혁과 겨룬 이들은 어쭙잖게 공격을 피하거나 검으로 튕겨내려 했다.
하지만 표원웅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표원웅은 이신혁의 공격을 피하거나 튕겨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아킬레우스의 갑옷으로 공격을 한 번 받은 뒤, 자신의 검으로 이신혁을 찌를 생각이었다.
이른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작전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스피커에서 대련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후 방송에선 표원웅과 이신혁에게 준비가 되었냐고 확인을 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준비를 확인하고, 대련의 규칙까지 설명한 끝에.
삐이이이익!
대련 시작을 알리는 벨이 터져 나왔다.
글로리 부길드장 자리를 건 대련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대련이 시작되자,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발을 디디고 있는 연무장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커다란 함성이었다.
그 순간.
팟!
이신혁의 몸이 사라졌다.
아니, 다른 이들에겐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표원웅의 눈에는 보였다.
이신혁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예상대로구나.’
표원웅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신혁의 전투 스타일은 ‘속공’.
그는 바람처럼 달려가 상대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전투 방식을 보였다.
‘네 패턴은 이미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아.’
빠르게 다가오는 이신혁을 보며 표원웅은 기쁨을 느꼈다.
이신혁이 예상대로 움직여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빛의 속도로 코앞까지 다가온 이신혁.
그가 검을 들더니, 곧장 사선으로 휘둘렀다.
벼락처럼 빠르고 매서운 공격이었다.
‘전부 예상대로다.’
표원웅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속공으로 빠르게 싸움을 끝내려는 이신혁의 패턴은 이미 예상한 바였다.
스윽.
표원웅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계획대로 아킬레우스의 갑옷으로 공격을 한 번 버텨낸 뒤, 검이 튕겨 나간 틈에 놈을 처치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이신혁의 검이 표원웅의 흉갑에 닿은 순간.
콰장창!
표원웅의 귀에 예상치 못한 굉음이 들려왔다.
심지어 정체불명의 파편이 주변으로 튀고, 시뻘건 액체까지 분수처럼 파바박 튀었다.
“……커헉!”
애검을 휘둘러 카운터를 치려던 표원웅.
그는 목구멍에서 울컥 차오르는 핏물을 내뱉으며 무릎을 반쯤 굽혔다.
일부러 주저앉은 게 아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어쩔 수 없이 주저앉은 것이었다.
이게 뭐지?
당황한 표원웅은 쿵쾅거리는 마음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
그 순간, 표원웅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콰장창 소리는 자신의 신화급 갑옷이 박살 나는 소리였으며, 시뻘건 액체는 자신의 핏물이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표원웅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신화급 방어구가 깨지다니.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요새 같던 방어구가 산산조각이 나버리다니.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일이 벌어졌다.
쐐애애애액!
그 순간,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표원웅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앞에선 이신혁의 검이 날아오고 있었다.
“……!”
표원웅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계획이 무참히 무너졌다는 것을.
이신혁, 이놈은 부길드장인 자신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을.
툭.
표원웅은 고개를 떨궜다.
이신혁의 검이 날아오고 있었지만 그는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이미 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패배, 인정하십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데, 이신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표원웅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목에 검을 겨눈 이신혁이 무심한 눈동자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크윽…….”
아랫입술을 짓씹은 표원웅.
바들바들 떠는 그의 눈가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거대한 굴욕감에 무너진 표원웅은 주저앉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패배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사방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새로운 부길드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