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3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39화
“새롬 언니이이이이!”
신새롬을 발견한 순간, 하율이가 오도도도 달려갔다.
스케줄 중에 온 건지 헤어와 메이크업, 그리고 의상까지 완벽하게 세팅된 신새롬.
그녀를 향해 하율이가 폴짝 점프를 했다.
“하율아아아아! 너무 보고 싶었어!”
신새롬은 그런 하율이를 와락 안아주었다.
하율이와 신새롬이 부둥켜안은 채 반가움을 표했다.
누가 보면 남이 아니라 큰언니와 막냇동생으로 보일 정도 각별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나는 신새롬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하율이와 볼을 비비고 있던 신새롬이 해맑은 얼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정말 반가워요!”
“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불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바쁘실 텐데.”
“아무리 바빠도 하율이랑 아버님을 위해선 시간을 내야죠. 와, 근데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미남이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신새롬의 기습 칭찬에 나는 머쓱한 기분을 느꼈다.
살면서 잘생겼다는 말을 꽤 자주 들은 편이지만, 신새롬이 해주는 외모 칭찬은 정말이지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하율이와 신새롬,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진짜 신기하네. 이거 꿈 아니야?’
신새롬은 정말 유명한 가수다.
대한민국 누구에게 물어봐도 히트곡 5개는 나올 정도로 탑스타다.
그토록 유명한 사람이 내 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니.
나는 이게 꿈이 아닌지 몇 번이나 의심했다.
그때, 신새롬이 말했다.
“아, 너무 우리끼리만 대화했네. 아버님, 많이 심심하셨죠?”
“아닙니다. 즐겁게 대화하시는데 저도 좋죠.”
“에이, 그래도 심심하시죠. 근데 제가 알기로 아버님도 엄청 유명한 헌터시라면서요?”
신새롬의 말에 하율이가 끼어들었다.
“우리 아빠 엄청엄청 유명한 헌터예여! 테레비에두 맨날 나오구여, 지금은 글로리 길드라구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길드의 부길드장이에여!”
“하, 하율아…….”
쑥스러웠던 나는 하율이를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하율이는 멈추지 않았다.
“왜 구래, 아빠. 사실이자나. 안 그랭?”
물론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신새롬 앞에서 자랑을 한다는 게 너무나 민망했다.
신새롬이 말했다.
“어머, 정말? 아버님, 그 정도로 유명한 분이셨어요?”
“예? 하하, 아닙니다. 그냥 적당히 밥 먹고 사는 정도입니다.”
“아닌 것 같은데요? 글로리 길드라면 저도 들어본 적이 있어요. TV를 자주 안 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분명히 큰 길드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곳의 부길드장님이시라니. 아버님께서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분이시네요.”
“아닙니다. 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그만 띄워주셔도 됩니다.”
“띄워드린 거 아니에요. 정말 대단하셔서 그래요. 아무튼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아버님. 그리고 감사드려요,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주셔서요.”
신새롬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줘서 고맙다니.
헌터 활동을 하면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인성도 좋다더니. 그게 사실이었구나.’
연예인들이 앞뒤가 다르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천사인 줄 알았던 아이돌이 사실은 성격이 엄청나게 더럽다든지.
건실한 이미지인 줄 알았던 배우가 뒤에서는 마약을 한다든지.
그런 얘기들은 너무나 많이 들어서 지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국민가수 신새롬은 달랐다.
그녀는 인성까지 완벽하다는 대중의 평가 그대로 참 착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신새롬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참, 아버님. 제가 어디서 듣기로, 커버곡 너튜버는 수익 창출이 안 된다면서요?”
“맞습니다. 저작권에 걸리거든요.”
“그쵸. 그래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주는 회사랑 계약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뭐랬더라? MC? MNC?”
“MCN이라고 하더군요.”
“아, 맞아요! MCN! 네, 그럼 그 MCN이란 회사를 찾고 계시겠네요?”
“맞습니다. 실제로 몇 군데 미팅을 하기도 했는데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새롬의 말에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음, 그러셨군요…….”
신새롬은 고심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다시 밝은 표정을 되찾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 회사에 들어오시는 건 어떠세요?”
신새롬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네?”
“저희 회사요. 다프네 엔터. 여기 들어오시는 건 어떠세요? 저희 회사도 저작권 관련 업무를 하고, 또 해당 업무에 능통한 사내 변호사도 있거든요. 그 정도면 저희 회사랑 계약해도 될 것 같은데. 안 그런가요?”
맞는 말이긴 했다.
MCN 회사가 하는 일 정도는 다프네 엔터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어쩌면 MCN 회사보다 훨씬 더 잘할 수도 있고.
하지만 조금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음, 말씀이야 감사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희가 너무 큰 신세를 지게 되는 것 같은데요.”
“에이, 신세는요. 저희 다프네도 하율이라는 재능 넘치는 아이를 얻는 거잖아요. 말하자면 거래죠. 서로에게 원하는 걸 주고받는 거래. 안 그런가요?”
“음…….”
맞는 말이긴 했다.
다프네 엔터테인먼트 수준이라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신새롬을 비롯한 유명 연예인들이 받는 케어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신세를 진다는 게 다소 신경 쓰이지만, 솔직히 하율이의 재능을 생각하면 다프네 엔터 쪽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건 분명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결정할 수 없어서요.”
“아, 그럼요! 저도 바로 결정하시라는 건 아니었어요. 단지 그런 길이 있다는 것도 제시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러니 부담 갖지 마세요. 아셨죠?”
신새롬이 절대 부담 주려는 거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새롬 씨. 사실 저흰 팬 미팅 느낌으로 온 건데 회사까지 소개해 주시고…….”
“감사하긴요. 이게 뭐가 어려운 거라고요. 게다가 하율이만 제 팬인 게 아니라, 저도 하율이 팬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치, 하율아?”
“넹! 헤헤헤.”
하율이와 신새롬이 애정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신새롬이 말했다.
“아무튼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대표님께 따로 말씀드리면, 하율이한테 꽤나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새롬 씨.”
나는 특별히 신경을 써주는 신새롬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런 기회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
신새롬이 말했다.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어떡하죠? 제가 이만 가봐야 하는데…….”
신새롬이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지금 시간은 오후 4시.
애초에 약속한 시간이 한 시간이라 억울할 건 없었지만,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 건 참 아쉬웠다.
“히잉! 언니, 가야 대여?”
“으응. 하율아, 미안해. 언니가 다음 스케줄 때문에 가야 하네.”
“쪼끔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대여? 너무 아쉬운뎅…….”
하율이는 신새롬과 헤어지기 싫은지 조금만 더 있다가 가면 안 되냐고 졸랐다.
하지만 매니저까지 노크를 하고 들어와 갈 시간이라고 하는 바람에 하율이는 뜻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율아, 언니도 엄청 아쉽거든? 그러니까 다음에 또 만나자.”
“다음에여……?”
하율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응! 하율이 너도 알겠지만 지금은 언니가 컴백 기간이라 좀 바쁘거든? 그러니까 이거 정리되면 길게 보자. 나중에 여행도 같이 가고.”
“정말여……?”
“그럼! 정말이지.”
“그럼 새끼손가락 걸구 약속두 할 수 있어여……?”
“당연하지! 자, 약속!”
신새롬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울먹이던 하율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더니, 신새롬과 약속을 했다.
인쇄, 복사, 코팅까지 아주 꼼꼼하게.
“언니가 약속 꼭 지킬 테니까 울지 마. 알았지?”
“네엥……!”
하율이가 젖은 눈으로 해맑게 웃었다.
당장은 서운하지만 나중에 만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풀린 모양이었다.
“아, 그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별스타그램 맞팔할까? 아버님, 어떠세요?”
신새롬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팔.
SNS에서 서로 팔로우하는 행위를 하자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럼 나야 좋지.’
신새롬의 팔로잉은 아주 적다.
심지어 그 적은 인원조차 전부 국내외 유명 셀럽들이었다.
그 극소수의 인원에 우리 하율이가 들어갈 수 있다니.
거절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네, 좋아요. 그럼 저희 서로 팔로우해요!”
“저희는 이미 팔로잉 상태니 새롬 씨만 해주시면 됩니다, 하하.”
“앗, 그런가요? 알았어요. 지금 바로 할게요!”
신새롬이 별스타그램을 만지작거리더니 한번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나는 곧장 팔로우 알림을 확인했고.
“돼, 됐네요…….”
수백 개의 팔로우 알림 목록 중에서 ‘신새롬’의 팔로잉을 확인했다.
하.
신새롬이 우리의 SNS를 팔로우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신새롬이 말했다.
“하율아, 언니가 팔로우했거든? 그러니까 오늘 이후로도 종종 만나자. 알았지?”
“네엥……!”
하율이가 아쉬움을 이기고 씩씩하게 말했다.
“좋아. 우리 하율이 완전 씩씩하네. 그럼 언니랑 만난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까?”
“넹! 그럴래여!”
“아버님도 같이 찍으실 거죠?”
“아, 그러시죠.”
신새롬의 제안에 나는 하율이에게 달라붙었다.
그러자 신새롬이 핸드폰을 들고 셀카 자세를 취했다.
“자,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두울, 셋!”
찰칵, 소리와 함께 우리 셋의 사진이 찍혔다.
국민가수 신새롬과의 기억을 영원히 저장한 순간이었다.
* * *
신새롬과 헤어진 후, 우리는 근처 식당으로 왔다.
사실 식당이라고 했지만, 이곳은 고급 일식집이었다.
가격대가 어마어마한 고급 일식집.
이곳은 신새롬이 특별히 예약해 결제까지 해준 곳이었다.
마음 같아선 함께 밥도 먹고 싶었지만, 워낙 바빠서 그러지 못하니 맛있게 먹으라고 식당을 잡아준 것이었다.
그렇게 프라이빗한 공간에 음식이 거하게 차려진 후.
“이야…….”
“우와아아…….”
우리는 곧장 감탄사를 내뱉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상차림이 좌우로 쫙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하, 하율아. 이제 먹을까?”
“웅? 우, 우웅!”
엄청난 음식에 압도된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젓가락이 닿는 곳마다 맛있는 해산물이 있었고, 우리는 황홀감을 느끼며 식사를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은 후, 우리는 오늘의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율아, 오늘 어땠어?”
“짱 조아써! 새롬 언니를 실제로 만나다니! 완전 꿈 같아!”
하율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하하, 그랬어? 사실 아빠도 많이 놀랐어.”
“아빠두? 징짜?”
“응. TV에서만 보던 분을 실제로 보니까 진짜 신기하더라. 꿈 같기도 하고.”
우리는 신새롬과 있었던 일에 대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꿈 같은 일이었다.
“아, 맞다. 하율아, 아까 새롬 언니가 자기 회사 들어오라고 그랬잖아. 다프네 엔터.”
“웅? 웅! 그래찌!”
“응. 그건 어떻게 생각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다프네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는 의의에 대해 말했다.
신새롬이 다프네 엔터를 통해 하율이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다프네 엔터는 기본적으로 ‘연예 기획사’다.
너튜버를 관리하는 회사가 아니라, 아이돌이나 가수 등 정식 연예인을 육성하는 곳.
다시 말해, 다프네 엔터와 계약한다면 너튜버보다는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까 하율이가 지금처럼 너튜버로서의 삶을 살고 싶은지, 아니면 새롬 언니처럼 가수의 삶을 살고 싶은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거야. 어느 회사와 계약한다는 건 결국 그 회사의 색깔을 따라간다는 거니까.”
“그렇구나아…….”
하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긴 해도 아예 못 알아듣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으음…….”
하율이가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댄 채로 고민했다.
너튜버냐, 연예인이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과연 하율이의 선택은…….’
하율이의 진로는 전적으로 하율이의 마음에 달렸다.
그렇기에 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하율이의 선택을 기다렸다.
그때, 하율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히잉, 잘 모르게써!”
하율이가 어렵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음, 그럴 수 있어. 사실 미래를 결정하는 건 아빠 같은 어른한테도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 거양?”
“으응. 그러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당장 선택해야 하는 거 아니니까.”
“웅! 알아써! 아빠, 근데 회 다 머겄으니까 아이스크림 머그러 가면 안 대?”
“좋지. 이만 나가자, 하율아.”
“웅웅!”
하율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즐거웠던 자리를 뒤로 한 채 밖으로 향했다.
사실 그러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고민들이 소행성처럼 맴돌았다.
과연 하율이가 너튜버로 사는 게 행복할지, 아니면 신새롬처럼 가수로 사는 게 행복할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