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44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44화
“뽀젤 언니이이이이이!”
합방 당일.
뽀젤을 발견한 하율이가 와다다다 달려갔다.
“하율아, 오랜만이야!”
하율이와 뽀젤이 와락 껴안았다.
유치원 교사처럼 발랄한 성격의 뽀젤은 하율이를 꽉 끌어안고 반가움을 표했다.
하율이 역시 뽀젤의 품에 안겨 싱글벙글 웃었고.
“안녕하세요,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강남에 차도 많이 막히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 회사도 이 근처라서 익숙합니다.”
“아, 맞다! 글로리 길드 소속 헌터라고 하셨죠? 하, 정말 멋지시네용!”
뽀젤이 나를 칭찬했다.
그러자 하율이가 말했다.
“우리 아빠 이제 부길드장이에여! 그냥 길드원 아니구여!”
“어머, 정말?”
“넹! 우리 아빠 머阮? 헤헤.”
“그러게? 정말 멋지시다! 그 유명한 길드의 부길드장이라니! 아버님, 정말 대단하세용!”
뽀젤이 나를 칭찬했다.
나는 머쓱한 나머지 뺨을 긁적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니, 하율아.
고맙긴 한데 아빠 자랑 좀 그만해!
부끄러워 죽겠다고!
아무튼 서로에 대한 반가움을 표한 우리는 곧장 작업을 이어갔다.
“여기가 저희 스튜디오예용!”
뽀젤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스튜디오를 소개했다.
“와…….”
“우와아……!”
나와 하율이는 놀란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온통 새하얀 스튜디오와 거대한 카메라, 그리고 조명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공간.
이곳은 마치 지상파 방송국의 세트장처럼 프로페셔널함을 팍팍 드러내고 있었다.
“와, 정말 멋지네요.”
“헤헤, 그래용?”
“네. 매번 여기에서 촬영하시는 건가요?”
“아, 최근에 이사했어요. 너튜브로 열심히 벌어서 건물 샀거든용, 헤헤.”
뽀젤이 브이를 그리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350만 너튜버 뽀젤.
아이들에게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는 그녀라면 건물주가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전문적인 스튜디오를 갖추는 것도 그렇고.
“음, 하율아. 그럼 언니가 오늘 뭐 할지에 대해 알려줄게!”
“네엥!”
뽀젤은 하율이에게 오늘 찍을 컨텐츠에 대해 소개했다.
오늘의 컨텐츠는 ‘장난감 기차’ 광고.
이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서 나온 신제품으로, 레일을 자유롭게 깔아 장난감 기차를 운행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넹! 할 수 있을 것 가타여!”
“역시 우리 하율이. 너무너무 똑똑해!”
뽀젤이 하율이의 뺨을 쓰다듬었다.
하율이는 시골 강아지처럼 배시시 웃으며 손길을 즐겼고.
그렇게 스태프들이 촬영 준비를 마친 후, 곧이어 촬영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뽀젤입니다! 뽀둥이 여러분들! 그동안 잘 있었나용~?”
평소보다 훨씬 더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뽀둥이 여러분! 옆에 누가 있네용? 자, 이분이 누구냐면 바로바로바로 채널의 하율이입니다! 하율아, 우리 뽀둥이 친구들한테 인사 한번 할까?”
“넹! 안녕하세여, 뽀둥이 어려분들! 에서 커버곡을 올리구 있는 이하율입미당!”
“와우! 완전 씩씩한 자기소개네용! 근데 하율이도 뽀둥이라면서용?”
“마자여! 하율이두 뽀젤 언니 채널 맨날맨날 보구 있어여! 뽀젤 언니 최고예여!”
양쪽 엄지를 치켜드는 하율이.
그녀의 익살을 보며 나는 입을 가린 채 조용히 웃었다.
‘하율이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하네.’
뽀젤에게 합방 제의가 왔을 때만 해도 나는 조금 걱정했었다.
뽀젤이라는 초대형 너튜버와의 합방에 하율이가 움츠러들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350만 너튜버와의 합방, 게다가 로봇 같은 카메라들이 여러 대나 자신을 찍고 있음에도 하율이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마치 나와 대화하듯 너무나 밝고 씩씩한 말투로 방송을 이어갈 뿐.
“자, 그럼 소개도 마쳤으니 장난감을 갖고 놀아볼까요? 슈슝~!”
“슈슝~!”
장난스러운 손짓과 함께 뽀젤과 하율이는 장난감 기차의 레일을 깔기 시작했다.
스튜디오 바닥에 가득 찰 정도로 이리저리 깔린 레일.
거기에서 칙칙폭폭 달리는 장난감 기차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뽀젤과 하율이.
그런 하율이를 바라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하율이는 연예인 체질이야.’
* * *
약속한 날짜가 되었고, 나와 하율이는 다프네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이동할 때 역시 신새롬이 보내준 밴을 탔기에 피곤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다프네 엔터의 거대 사옥으로 간 뒤, 보안 시스템을 거쳐 우리는 회의실에 도착했다.
“앗! 하율아!”
그러자 신새롬이 달려 나와 하율이와 반가움을 표했다.
나 역시 그녀와 눈인사를 했고, 그 안쪽에 있는 사람과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하율이 아빠 이신혁이라고 합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저는 다프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심용호라고 합니다.”
나와 심용호는 악수를 했다.
전직 가수 겸 작곡가 출신이자, 현재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획사를 이끄는 수장 심용호.
그의 두툼한 손에서는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력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한 분야의 거장으로부터 전해지는 에너지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 네 사람은 자리에 앉았다.
나와 하율이가 나란히 앉았고, 맞은편에는 심용호와 신새롬이 앉았다.
사실 처음부터 계약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비즈니스를 위해 만난 사람이 아니라, 친목을 위해 만난 사람들처럼 일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심용호는 연예계 기획사 대표이자 아이들의 아버지로 사는 이야기를.
신새롬은 가수로서의 기쁨과 고충, 그리고 최근에 브이로그 너튜브를 시작해볼까 한다는 이야기를.
나는 헌터와 아빠로 사는 이야기를.
하율이는 유치원생이자 커버곡 너튜버로 사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드는 생각은.
‘나쁜 사람은 아니네. 아니, 나쁜 회사가 아닌 건가.’
다프네 엔터와 그곳의 대표인 심용호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다프네 엔터가 굉장히 차가울 줄 알았다.
대표인 심용호 역시 언론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길래 냉혈한인 줄 알았고.
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다프네 엔터는 굉장히 따뜻한 회사였다.
심용호 역시 자식들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공감대도 있고 또 말도 잘 통했다.
신새롬이 말했다.
“에잇, 대표님! 이제 일 얘기 좀 해요. 바쁜 분들 모신 건데!”
“아, 그런가? 하하.”
“네에. 아버님이랑 하율이가 얼마나 바쁜데요. 얼른 일 얘기하고 보내드려야죠!”
신새롬이 채근했고, 심용호가 머쓱하다는 듯 웃었다.
“저흰 괜찮습니다. 대표님이랑 새롬 씨 만난다고 해서 일정을 비우고 오기도 했고요.”
“하하, 아닙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빼앗을 순 없지요. 슬슬 일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심용호가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옆에 있는 하율이는 여전히 천진난만할 뿐이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다프네 엔터테인먼트는 하율이를 원하고 있습니다.”
심용호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하율이를 원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새롬이가 너튜브에 굉장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저는 심드렁했습니다.”
“맞아요! 저희 대표님, 제가 친절히 링크를 보내드려도 안 보셨다니까요?”
신새롬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하, 인정합니다. 하지만 일부러 안 본 게 아니라 너무 바빠서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프네 엔터의 대표 정도라면 어마어마하게 바쁠 테니까.
해외 출장도 많고.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계약 의사가 있으시다는 말에 새롬이와 함께 본 하율이의 커버곡 영상은…….”
심용호가 숨을 고르더니 말을 이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대박.
내 딸의 노래 영상을 심용호는 그렇게 표현했다.
“대박이요?”
“네.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제련되지 않은 원석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그것도 아주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원석 말입니다.”
심용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물론 기성 가수가 아닌 만큼 기술적인 측면에선 미숙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래는 기술만으로 하는 게 아니죠. 저도 가수 출신이라 알지만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울려야 합니다.”
심용호가 시선을 천천히 돌려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하율이는 그런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듣는 이의 가슴을 짠하게 울리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심용호의 말이 내게는 너무나 감격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헌터로서 수많은 칭찬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어떤 칭찬보다도 내 딸이 받는 칭찬이 훨씬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이게 아빠의 마음이겠지.
심용호가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하율이가 이제 고작 5살이라는 점입니다.”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희가 이제 본 것은 고작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그 아래엔 얼마나 커다란 빙하가 숨겨져 있을까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엔 얼마나 더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이 숨겨져 있을까요? 저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심용호가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아빠로서 심용호의 평가에 여러 번 놀랐다.
‘심용호 같은 거물이 하율이를 이 정도로 높게 평가해 주다니.’
나 역시 하율이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엔터계 거물인 심용호의 평가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하율이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매력이 있다니.
심지어 그 매력이 전부가 아니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니.
심용호의 평가에 나는 짜릿함을 느꼈다.
엄숙한 분위기인지라 티를 내진 못했지만.
“아저씨, 징짜예여? 하율이 노래 잘해여?”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하율이가 말했다.
“그래. 하율이는 정말 노래를 잘한단다. 매일매일 듣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헤헤, 감사해여! 하율이두 매일매일 노래 부르구 시퍼여!”
그러면서 노래 한 소절을 부르는 하율이의 모습에 우리 어른들은 웃음을 빵 터뜨렸다.
다소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심용호가 말했다.
“아버님.”
“네, 대표님.”
“저희 다프네 엔터테인먼트에 하율이를 맡겨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책임지고 키워서 유명 가수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유명 가수요?”
“그렇습니다. 여기 있는 새롬이처럼 아주 유명한 가수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사실 만드는 것도 아니죠. 그저 약간의 도움으로 하율이라는 꽃봉오리가 활짝 필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니까요.”
꽃봉오리가 활짝 핀다라.
심용호의 시적인 표현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하율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율아.”
“웅, 아빠!”
하율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봐도 귀여운 내 딸.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어떡할래? 하율이, 이 회사랑 계약할래?”
나는 하율이에게 물었다.
다프네 엔터와 계약할 생각이 있느냐고.
“웅! 할랭!”
그러자 하율이가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웅웅! 대표 아저씨 조아! 대표 아저씨랑 계약할랭!”
그 말에 심용호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하율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하율아. 아저씨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 아저씨가 그 믿음에 꼭 보답할게.”
“넹! 대표 아저씨, 앞으루 잘 부탁드립미당!”
하율이가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심용호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내 딸이 국내 최고의 연예 기획사와 손을 잡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