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45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45화
하율이가 계약 의사를 밝힌 후,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프네 엔터 대표 심용호는 직원을 시켜 계약서를 가져오게 했고, 계약서의 조항을 차근차근 읽어주며 계약이 처음인 우리를 도왔다.
신새롬 역시 옆에서 거들며 나나 하율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었다.
자신의 경험까지 곁들여주면서 말이다.
나와 하율이는 심용호가 차근차근 읽어주는 계약 사항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대부분이 상식적인 내용들이라 크게 걸리는 건 없었다.
아니, 걸리는 게 아니라 사실 계약 조건은 굉장히 좋았다.
특히나 계약금 부분이.
「을은 갑에게 계약금으로 금십억원(₩1,000,000,000원)을 지급한다.」
10억 원.
그것이 다프네 엔터가 하율이에게 제시한 금액이었다.
심지어 심용호는 아직 어린아이인 데다가 첫 계약이라 많이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며, 재계약 때는 훨씬 더 크게 챙겨주겠다고도 약속했다.
신새롬 역시 그렇게 계약했으며, 재계약 때 10배도 넘는 거금을 받았다고 말했고.
놀라웠다.
재계약을 떠나서 하율이처럼 어린아이가 10억 원이라는 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기만 했다.
아무튼 그렇게 계약서에 서명까지 한 후, 우리는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 잘해보자고 했다.
드디어 하율이가 프로 가수의 길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하율아, 여기야. 아버님, 여기예요!”
계약을 마친 후, 신새롬은 나와 하율이를 데리고 다프네 엔터 구내식당으로 데려갔다.
대충 끼니를 때우자는 게 아니었다.
다프네 엔터의 구내식당.
이곳은 예능이나 뉴스에서도 화제가 될 만큼 맛있기로 유명했으니까.
“우와앙! 징짜 마媛鍍壺?!”
구내식당의 뷔페식 음식을 본 하율이가 환호했다.
키가 작은 나머지 내가 안아 들어줘야 했지만.
신새롬이 말했다.
“하율아, 여기 진짜 맛있거든? 그러니까 마음껏 먹어. 먹고 또 먹어도 돼!”
“정말여? 징짜 먹구 또 머거두 대여?”
“그러엄. 이제 하율이도 다프네 엔터 식구잖아. 그러니까 마음껏 먹어도 되지.”
“우와아아! 신난당! 하율이두 이제 다프네 엔터 소속이당!”
하율이가 환호했다.
이윽고 그녀는 음식을 이것저것 가리키기 시작했다.
“아빠, 쩌거! 쩌거두! 꼬기두 빼면 안 대! 앗, 쩌거두 마媛鍍壺?”
하율이가 자그마한 검지로 가리킬 때마다 나는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열정적으로 음식을 가리키는 하율이를 보며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내 딸이 잘 먹는 건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일이니까.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음식을 담은 후, 적당한 자리에 앉아 같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와앙! 징짜징짜 마援壺?”
“그치, 하율아? 우리 회사 밥 진짜 맛있지?”
신새롬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넹! 완전 마시써여! 새롬 언니, 하율이 이제 이런 밥 맨날맨날 머글 수 있는 거예여?”
“당연하지! 하율이가 회사에 오기만 하면 매일매일 먹을 수 있어. 그것도 평생 공짜로!”
“우아아아아! 최고! 완전 최고!”
하율이가 환호했고, 신새롬은 사춘기 소녀처럼 해맑게 웃었다.
나 역시 두 사람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내 딸과 신새롬이 마주 앉아 웃으며 밥을 먹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정말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어? 새롬 언니, 안녕하세요!”
도란도란 얘기하며 밥을 먹고 있는데, 한 무리의 여자들이 다가왔다.
신새롬의 지인으로 보이는 이들.
그들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화이트 로즈?’
놀랍게도 다가온 여성들의 정체는 걸그룹 ‘화이트 로즈’였다.
멤버 전원이 10대 후반인 그들은 요즘 대단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신새롬의 인기에는 못 미치지만, 걸그룹 화이트 로즈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다프네 엔터의 간판스타 중 하나인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신새롬이 말했다.
“얘들아, 안녕! 밥 먹으러 왔어?”
“네! 신곡 안무 연습하다가 내려왔어요. 그런데 이분들은 누구세요?”
화이트 로즈의 멤버들이 나와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식사를 하던 나는 그들에게 우리를 소개하려 했다.
그때였다.
“어? 잠깐만. 이 꼬마, 혹시 하율이 아니에요?”
화이트 로즈 멤버 중 하나가 우리 하율이를 알아보았다.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어? 진짜네? 대박! 하율이다!”
“우와! 하율이 맞지?”
“대박! 하율이가 왜 여기 있지?”
“그게 뭐가 중요해! 하율아, 언니가 네 팬이야! 반가워! 언니 사인 좀 해주라!”
화이트 로즈의 멤버 전원이 하율이를 알아보며 환호했다.
놀라웠다.
화이트 로즈처럼 유명한 아이돌이 하율이를 알아본다는 게.
“언니들! 하율이 알아여?”
하율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녀 역시 화이트 로즈가 자신을 알아보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하율이 너를 왜 몰라! 맨날 이동하면서 네 노래 듣는데!”
“징짜여?!”
“그럼! 하율이 네 노래 엄청 힐링 돼! 근데 하율아,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왜긴여! 하율이두 다프네 엔터랑 계약했으니까 그렇져! 헤헤!”
“진짜?!”
화이트 로즈 멤버들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같은 그룹이라 그런지 표정도 완전히 똑같았다.
하지만 믿기 어려운 건지, 멤버 중 하나가 신새롬에게 물었다.
“언니, 진짜예요? 진짜 하율이도 저희 다프네랑 계약했어요?”
“응. 계약했어. 조금 전에.”
“진짜요? 대박이다! 완전 대박!”
화이트 로즈 멤버들이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구내식당 내 연예인이나 스태프들이 이쪽을 쳐다봤지만 그녀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저 기쁜 마음을 드러내는 게 우선인지, 그녀들은 손뼉을 치거나 하율이의 손을 잡고 흔들기도 했다.
하율이 역시 기쁜 표정으로 그녀들과 흥을 맞췄고.
‘진짜 신기하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헛웃음을 쳤다.
신새롬 때도 신기했지만, 화이트 로즈 멤버들이 먼저 하율이를 알아본단 게 너무나 신기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진짜 연예인이 된 하율이의 미래가.
* * *
캄캄한 밤.
글로리 길드장 권대호는 본사 앞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에 흐르는 구름들은 초승달을 가렸다가 드러내기를 반복했다.
별 하나 없는 밤.
초승달만이 세상을 비추고 있는 밤하늘은 조금 을씨년스러웠다.
누군가는 저 초승달을 바라보며 약간의 공포를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드장님, 가시죠.”
잠시 감상에 잠겨있을 때, 길드장 전용 기사가 세단의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권대호의 귀갓길을 돕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야. 오늘은 나 혼자 가도록 하지.”
권대호는 기사의 도움을 거절했다.
“네? 그게 무슨…….”
“오늘은 가볼 곳이 있네.”
“그러십니까? 그럼 거기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닐세. 나 혼자 운전해서 갈 생각이야. 그러니 오늘은 자네도 일찍 퇴근하게.”
“길드장님, 늦은 시간입니다. 위험하니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허허허, 위험하다니. 자네가 지금 누굴 모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권대호의 말에 기사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가 모시는 이는 글로리 길드의 수장이었다.
한국 랭킹 2위의 괴물 헌터.
그런 사람에게 밤길이 위험하다는 말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긴 했다.
“그래도 제가 기사인데 어찌 길드장님을 혼자…….”
“괜찮네. 혼자 가보고 싶으니 이해 좀 해주게. 그리고 자네도 하루쯤은 일찍 들어가는 맛도 있어야지.”
권대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
그러더니 지갑 안에 있는 수표 수십 장을 전부 꺼내서 기사에게 건넸다.
“기, 길드장님. 이건 왜…….”
“왜긴. 가는 길에 택시비라도 하라는 거지.”
“택시비치곤 너무 많잖습니까.”
기사가 들고 있는 수십 장의 수표는 전부 천만 원권이었다.
대충 봐도 수억 원이 넘는 금액을 택시비로 받으니, 기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남으면 자네 용돈도 하게. 와이프도 주고, 또 자식들도 주고. 이번에 막내딸이 태어났다고 했잖은가.”
“엇,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허허, 이 사람아. 내가 그럼 하루 종일 같이 다니는 사람 가족관계도 모를 줄 알았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기사는 수표를 든 채로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대호처럼 높은 사람이 한낱 기사인 자신의 가족관계를 기억해 주었다는 사실에 감격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가보게. 난 자네 가는 거 보고 갈 테니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이 친구야. 그러니 얼른 가. 가는 길에 애들 먹일 치킨이라도 좀 사가고.”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기사는 허리를 몇 번이나 숙여 인사하더니,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렇게 택시가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는 것까지 확인한 권대호는 제자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스윽.
그리고 등을 돌려 글로리 길드 본사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뚫을 듯 높다란 빌딩을 바라보며 권대호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한 그는, 묘한 감정을 품은 채로 세단에 올라타 차를 출발시켰다.
* * *
권대호가 탄 검은 세단이 도로를 갈랐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는 텅 비어있었고, 주홍빛 가로등만이 빠르게 지나갔다.
말없이 핸들을 쥐고 있던 권대호는 곁눈질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은 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이 계속해서 따라왔다.
차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려도 초승달은 계속해서 쫓아왔다.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올 셈이냐.”
권대호는 고개를 작게 저으며 액셀을 밟았다.
차 하나 없는 도로를 검은 세단이 ?桓0?갈랐다.
* * *
강남을 벗어나고, 급기야 서울까지 벗어난 권대호가 비로소 차량을 멈추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커다란 호수공원이었다.
사람 하나 없는 공원을 가로지른 권대호가 호수 앞에 섰다.
물고기마저 살지 않는 듯, 아무런 파동조차 없는 호수.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고도 캄캄한 호수를 바라보며 권대호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만 나오지. 보는 눈도 없는데.”
누군가 보았다면 혼잣말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밤 산책을 하는 이조차 없는 호수공원.
그곳에서 노인에 가까운 이가 나지막이 읊조렸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권대호는 혼자가 아니었다.
“아직 기감이 죽지 않은 모양이네. 하도 늙어서 눈치도 못 챌 줄 알았더니.”
어둠 속에서 누군가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캄캄한 호수만 멍하니 바라보던 권대호가 비로소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마치 밤하늘을 입은 듯한 남자의 이름은.
테라 길드장 ‘강태하’였다.
“테라 길드장,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이지?”
권대호의 물음에 강태하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무슨 일은. 왜 그래?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처럼.”
그래.
사실 권대호는 다 알고 있었다.
강태하가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무려 글로리 길드 본사에서부터 쫓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 그럼 이유를 말하게. 이 오밤중에 나를 쫓아온 이유를 말이야.”
“그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이미 알고 있잖아?”
“짐작은 하지만, 자네 입으로 들어야겠군.”
“거참, 노인네 사람 귀찮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 그래, 마지막이니까 친절히 말해주지.”
싱글거리며 비아냥대던 강태하.
그가 별안간 정색하더니 낮게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
“권대호, 널 죽이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