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46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46화
자신을 죽이러 왔다는 말에 권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역시 글로리 길드 본사에서 출발할 때부터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사를 보내고 홀로 이 먼 곳까지 온 것이었고.
“날 죽이러 왔다라. 그래, 예상했던 그대로군.”
“그래, 늙은이.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이렇게 차가운 공원이 내 무덤이란 건가? 흐음, 조금 섭섭하군그래.”
“섭섭할 게 뭐가 있어? 어차피 당신이 선택한 무덤인데. 무엇보다 우린 헌터잖아? 길바닥에서 싸우다 길바닥에서 죽는 게 가장 잘 어울린다고.”
강태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 권대호의 입가에는 그 어떤 웃음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 날 죽이러 왔다 치지.”
“그렇게 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될 거야.”
“마음대로 생각하게. 그나저나 하나 묻고 싶군. 대체 왜 날 죽이려는 거지?”
“죽이면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안 될 이유야 없지. 하지만 죽여야만 하는 이유도 없잖은가. 자네는 세상이 알아주는 대한민국 랭킹 1위 헌터인 데다가, 내가 자네 자리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푸흡. 어이, 늙은이. 자기를 그렇게 낮추면 자괴감 안 들어?”
“낮추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뿐일세. 아무튼 이유나 말해보지. 이토록 캄캄한 밤에 자네보다 약한 늙은이를 해치러 온 이유가 뭔가.”
권대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대체 왜 강태하가 자신을 치러 온 건지.
죽는 게 두려운 건 아니었다.
그저 강태하의 의도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랭킹 1위 헌터가 이런 일을 벌인다면 대한민국에 큰 혼란이 발생할 테니까.
“뭐, 당신한테 딱히 원한이 있어서 그런 건 아냐.”
“내게 원한이 있는 건 아니라고? 그럼 이유가 뭐지?”
“사실 내 목표는 늙은이 당신이 아니라…….”
강태하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신혁이거든.”
목표는 이신혁이라는 말에 권대호는 침묵을 지켰다.
미간을 좁힌 권대호.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이기에.
“오, 뭐지? 전혀 놀라지 않는데?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나 봐?”
“자네라면 언젠가 신혁 군을 노릴 거라 생각했으니까.”
권대호는 실제로 강태하가 이신혁을 노릴 거라 여겼다.
영입 대상이 아니라 제거 대상으로.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신혁은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졌으며, 랭킹 1위 강태하는 자신을 위협하는 유망주가 자라나는 꼴을 못 보는 작자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네. 그건 분명한 사실이야.”
그럼에도 권대호는 강태하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다.
권대호의 예상으로, 강태하가 움직이는 건 이신혁이 길드장 자리에 올랐을 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권대호가 말했다.
“자네는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지? 아직 신혁 군이 자네의 자리를 위협하려면 한참 멀었을 텐데. 왜, 자라나는 싹을 미리 밟아두기라도 하려는 건가?”
“하하, 이 늙은이가 감이 많이 떨어지셨구만.”
“무슨 소리지?”
“이봐, 권대호 씨. 자라나는 싹? 웃기고 있네. 이신혁은 진작에 당신을 뛰어넘었어.”
“……뭐라고?”
권대호가 눈썹을 좁혔다.
“이신혁 그 자식은 한참 전에 당신을 뛰어넘었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말이야.”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뱀 같은 혀로 날 현혹하려는 속셈인가?”
“하, 이것 참. 이래서 늙으면 뒈져야 한다니까. 대화가 안 통하잖아.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강태하가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이신혁은 당신보다 강해. 당신은 모르겠지만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야.”
“…….”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군. 뭐, 이해할 필요도 없어. 어차피 뒈질 목숨인데 이해해서 뭘 하겠어. 그러니까…….”
그 순간, 강태하가 인벤토리에서 검 하나를 소환하며 말을 이었다.
“슬슬 시작하자고.”
세상의 모든 어둠을 흡수한 듯 시커먼 검신.
그러면서도 신화급 아이템임을 드러내며 번쩍이는 테두리의 무지갯빛 섬광까지.
강태하의 애검, ‘타나토스’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권대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강태하는 웬만해선 타나토스를 뽑지 않는다.
그가 타나토스를 뽑아 들면 일대는 불바다가 되고, 그건 강태하에게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니까.
다시 말해 강태하가 타나토스를 뽑았다는 건, 일을 벌이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신혁 군이 나를 앞질렀다는 말은 대체 뭘까…….’
권대호의 머릿속엔 강태하가 조금 전에 내뱉은 말이 맴돌았다.
이신혁이 권대호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말.
심지어 아주 오래전부터 뛰어넘었다는 말.
권대호는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신혁이 강하다는 것도 알고,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언젠가 글로리 길드장이 될 재목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은 권대호 자신이 더 강했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타나토스에서 스멀스멀 뿜어지는 흑색의 오러에 권대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권대호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나의 죽음은 여전히 두렵지 않다. 문제는 신혁 군과 글로리 길드야.’
권대호는 자신의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어차피 살 만큼 살아온 인생에 여한은 없었다.
문제는 남은 사람들이었다.
이신혁과 글로리 길드원들.
그들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만약 길드장인 자신이 강태하에게 당한다면, 그들을 지켜줄 사람은 없을 테니까.
“…….”
권대호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은 최선의 수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일단 가장 먼저 권대호는 길드원들에게 연락할 생각을 했다.
시간을 최대한 끈 뒤, 글로리 길드에 연락해 힘을 합쳐서 강태하를 막아내라는 것.
‘아니야. 아무리 힘을 합쳐도 강태하 저 녀석을 이길 순 없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세 폐기되었다.
테라 길드장 강태하는 강하다.
인정하기 싫지만,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부길드장인 이신혁과 글로리 길드원들이 힘을 합쳐봤자 승리를 예상할 순 없었다.
‘그럼 도망치라고 해야 하나?’
두 번째로 떠올린 수는 도망이었다.
강태하는 위험하니 이신혁의 주도하에 글로리 길드원들에게 도망치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안 돼.’
하지만 그 생각마저 금세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안에서 강태하와 테라 길드를 피해 도망칠 곳은 없다.
게다가 안전히 도망칠 수 있더라도, 강태하와 테라 길드에 의해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도심이 불바다가 되고, 죄 없는 시민들이 학살당하게 될 테고.
그런 상황에서 권대호는 도주를 명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건가.’
권대호의 생각은 결국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그건 다름 아닌 강태하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래, 사력을 다해 싸워서 최대한 피해를 입히자. 내겐 그 수밖에 없어.’
권대호는 결국 강태하와의 싸움을 결심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죽을힘을 다해서 강태하에게 피해를 입히겠다고.
자신의 몸이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서, 나머지는 이신혁과 글로리 길드원에게 맡기겠다고.
스릉!
결심을 마친 권대호가 검을 뽑았다.
무지갯빛과 순백색의 섬광이 동시에 일렁이는 신화급 무기.
권대호의 애검, ‘발뭉’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호, 발뭉이라. 꽤 오랜만에 보는데?”
강태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권대호는 두 손으로 발뭉을 쥔 채 말했다.
“중요할 때마다 나와 함께해 준 검일세. 이번에도 다르지 않겠지.”
“허어, 그러셔? 근데 이걸 어쩌나. 임자를 제대로 만나버리셨는데. 안타까워. 그 귀한 검이 곧 박살 날 테니까 말이야.”
강태하가 비아냥대며 말했다.
그러나 권대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각오하고 있는 바야. 그리고 내 몸도 곧 가루가 되겠지.”
“이야, 잘 알고 있네. 이제야 주제 파악이 좀 되시나 봐?”
“어쩔 수 없지. 안타깝게도 신께서 강태하 자네에게 강한 힘을 주셨으니 말이야.”
“신은 무슨. 그딴 건 없어. 만약 정말 신이란 게 있다면…….”
강태하가 검은 오러를 뿜어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바로 신이다.”
자신을 신이라 일컫는 말에 권대호는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
강태하.
그는 정말로 전지전능한 신처럼 강력한 힘을 가졌으니까.
“됐고, 얼른 시작하자고. 떠들다 날 새겠어.”
강태하가 전투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권대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인생 마지막 전투를 두고 잔뜩 긴장한 것이었다.
‘헌터로 살면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렀다. 그러니 그대로만 하면 돼.’
권대호는 수많은 전투 경험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심지어 목숨까지 쏟아부어서라도 강태하에게 최대한의 피해를 주겠다고.
“늙은이, 잘 가. 지옥에서 다시 만나자고.”
강태하가 싱글거리며 마지막 말을 내뱉더니, 전신에서 흑색의 오러를 대량으로 방출했다.
밤하늘까지도 모조리 흡수해 버릴 것만 같은 흑색의 오러.
그것을 바라보며 권대호는 생각했다.
‘신혁 군, 뒤를 부탁하네.’
권대호는 이신혁의 얼굴을 떠올리며 백색의 오러를 대량으로 방출했다.
그 순간, 검게 물든 강태하가 검은 해일처럼 달려왔고.
권대호 역시 순백의 섬광을 내뿜으며 마주 달려갔다.
콰과아아앙!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권대호는 강태하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 * *
“으음…….”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새하얀 커튼 사이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왔고, 곁에선 하율이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너무나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풍경.
기분 좋을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에 나는 하율이의 뺨을 쓰다듬었다.
“우우웅, 초코빵 마시따…….”
내가 뺨을 만지자 하율이가 잠꼬대를 했다.
하하.
꿈속에서 달콤한 초코빵을 먹고 있는 걸까?
나는 내 딸 하율이가 너무너무 귀여워 이마에 입술을 쪽 맞췄다.
‘좀 더 자라, 하율아.’
나는 하율이를 바라보며 싱긋 웃은 뒤, 조용히 침실에서 나왔다.
“멍멍!”
거실로 나오자 겨울이가 나를 반겼다.
새하얀 솜뭉치 같은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잘 있었냐?”
나는 겨울이의 턱을 쓰다듬었다.
기분이 좋은지 혀를 빼꼼 내미는 녀석.
이럴 때면 겨울이 이 녀석이 정말 구미호가 맞는지 헷갈리곤 했다.
와르르-
나는 겨울이의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었다.
사료를 주자마자 아그작아그작 소리를 내며 폭풍 식사를 하는 녀석.
“비싼 거라서 그런지 잘 먹네.”
값비싼 사료라 그런지 겨울이는 사료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근데 여우가 개 사료를 먹어도 되나?
뭐, 구미호는 강하니까 괜찮겠지.
털썩.
겨울이 밥까지 챙긴 나는 소파에 벌렁 누워 버렸다.
그리고 뉴스라도 볼까 싶어 핸드폰을 켰다.
그런데.
“응?”
핸드폰에는 연락이 미친 듯이 와 있었다.
문자는 수백 통에 부재중 전화 역시 100통이 넘게 와 있었다.
대부분이 글로리 길드 관계자였고.
“뭐지? 길드에 무슨 일이라도 있나?”
나는 부재중 전화 목록을 보다가 한 명의 이름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다이아 공격대장 고명우였다.
-부길드장님!
통화 연결음이 고작 두 번 울리자 고명우가 곧장 전화를 받았다.
굉장히 다급한 듯한 목소리.
나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네, 공격대장님.”
-부길드장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아이가 깰까 봐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뒀습니다. 그나저나 왜 그러시죠? 혹시 길드에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는 고명우가 큰소리를 내자, 나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당황한 내게 고명우는 수없이 전화를 걸었던 이유에 대해 말했다.
“……!”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끼고 말았다.
고명우가 전한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었다.
“기, 길드장님이 돌아가셨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