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61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61화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은 더더욱 많았다.
설렘으로 가득한 학부모들의 얼굴.
그들의 얼굴을 보니 자식을 키운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인지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하율이에게 줄 꽃다발을 들고 서 있던 순간.
“앗! 형님!”
누군가가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늘 형님이라고 부르는 녀석.
‘김병록’이었다.
나와 일전에 작은 다툼이 있었던 김병록 말이다.
“아이고, 형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어요?”
“어. 그러게. 오랜만이네. 넌 잘 지냈냐? 요즘은 나쁜 짓 안 하고?”
“아휴, 그럼요. 엄청 성실하게 살죠. 저 이제 법 없이도 살 놈입니다?”
“자식, 말은.”
나는 김병록의 너스레에 웃음을 피식 터뜨렸다.
언제 봐도 참 가볍고 실없는 놈이었다.
“아, 맞다! 형님, 이번에 S급 헌터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너도 소식 들었냐?”
“그걸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저도 헌터인데. 여기 있는 학부모들은 몰라도 저는 알아야죠. 으하하,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이야, 대한민국 최초의 S급 헌터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오버 그만해. 괜히 이목 끌고 싶지 않으니까.”
“이목 좀 끌면 어떻습니까? 이젠 연예인보다 더 대단한 존재인데. 하, 그나저나 제가 S급 헌터에게 두들겨 맞았었다니. 전엔 좀 부들부들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 영광이다 싶네요.”
김병록이 바보처럼 헤벌쭉 웃었다.
영광은 개뿔.
그게 뭐가 영광이야.
어이가 없었던 나는 픽 웃고 말았다.
아무튼 나는 김병록과 함께 유치원 내부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맘 같아선 하율이에게 인사하고 꽃다발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학예회 준비로 바쁜 건지 밖으로 나오지 않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김병록과 함께 유치원 내부를 구경하던 중, 나는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내가 만난 사람은 ‘강하리’.
하율이의 담임 교사였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강하리가 나와 김병록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평소처럼 밝은 미소를 짓고 있는 강하리의 표정이 조금 어색했다.
‘아무래도 저번 일 때문이겠지.’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일전의 데이트와 썸.
거기에서 이어진 고백.
그리고 나의 거절.
그러한 과정들이 아직 마음에 남아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네,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네에. 아버님도 잘 지내셨나요?”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오늘 하율이 공연, 기대해도 될까요?”
“그럼요. 하율이 연습 많이 했으니까 분명 잘할 거예요. 이따 보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하하, 기대되네요. 그럼 이따 무대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선생님.”
“네! 아버님도 파이팅이요!”
강하리가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싱긋 웃었다.
어떻게든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게 고마우면서도 조금은 안쓰러웠다.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아서.
‘좋은 분이니 좋은 남자 만나시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 * *
잠시 후.
본격적인 학예회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왔던 공연들을 학부모들 앞에서 보여주었다.
화려한 의상의 아이돌 댄스.
흰색 도복을 입고 태권도.
동물 탈을 쓰고 하는 연극.
끼 많은 아이들의 개그쇼.
한복을 입고 하는 한국 무용.
흥겨운 사물놀이 공연까지.
개나리 유치원의 아이들은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주며 학부모들 앞에 재롱을 피웠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그걸 보는 학부모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인생에서 찰나에 불과한 아이들의 유치원생 시절을 보는 학부모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다.
세상에 수많은 쾌락이 있다 한들, 자식을 키우는 기쁨에 비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앗! 석준이다! 석준아, 여기야! 김석준~!”
옆에 있던 김병록이 손을 힘차게 흔들며 소리쳤다.
그의 아들인 김석준이 힙합 댄스 공연을 시작하자 보인 반응이었다.
“아오,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라.”
“아, 형님. 저희 아들이 나왔잖습니까. 근데 어떻게 조용히 합니까.”
“그래도 조용히 즐겨. 다른 학부모님들도 계시잖아. 왜 그렇게 오버냐고.”
“형님은 제 마음 모르십니다. 아마 이따 하율이 나오면 형님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실 겁니다.”
“됐거든. 내가 넌 줄 아냐.”
나는 그럴 일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병록은 자기 아들을 미친 듯이 부르며 소리쳤고.
‘하율이가 나오면 좋기야 하겠지. 그렇다고 저렇게 오버를 하겠냐.’
나는 온갖 호들갑을 다 떠는 김병록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결심했다.
아무리 하율이가 나와도 저렇게 하지는 말자고.
그렇게 힙합 댄스 공연이 끝난 후.
원장 선생님이 나와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학부모님들, 학예회는 재밌게 즐기고 계신가요~?
“네에에에에!”
-좋아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마지막 공연만 남았어요.
원장의 말에 학부모들이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마지막 공연.
거기에서 하율이가 나온다고 들었기에.
-자, 그럼 마지막 공연인 합창을 시작하겠습니다.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와아아아아아아아!”
학부모들이 환호성과 함께 손뼉을 쳤다.
소나기와 같은 박수 소리가 지나간 후, 무대의 조명이 툭 꺼졌다.
이윽고 무대 위를 집중시키는 조명이 드리우더니.
아장아장.
새하얀 합창단복을 입은 아이들이 좌우에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앗, 저기 있다! 수정아! 사진 찍을 테니까 여기 봐봐!”
“애들 너무 귀엽다. 합창단복 입은 거 보니까 진짜 합창단 같아!”
“얘들아, 파이팅!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자! 연습한 만큼 보여주는 거야!”
학부모들이 소리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어른들.
이곳은 마치 아이돌 콘서트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형님, 하율이는 아직 안 나왔습니까?”
“응. 그런 모양이네. 아무래도 솔로 파트라 나중에 등장하는 모양이야.”
사실이었다.
하율이는 노래가 장기인 만큼 솔로 파트를 맡았고, 나중에 등장한다고 들었다.
두근두근.
나는 거칠게 뛰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그렇게 주변의 분위기가 정적으로 물든 후, 감미로운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반주에 맞춰 좌우로 몸을 흔들던 아이들은 타이밍에 맞추어 노래를 시작했다.
-흐르는 강물 속의 작은 조각들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 함께해 ♪
하나의 옷을 입고, 하나의 목소리로, 하나의 가사를 부르는 아이들.
나와 김병록을 포함한 학부모들은 그 엄청난 분위기에 압도되어 숨을 죽였다.
-봄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 해도
우리의 노래는 영원할 거야 ♪
아이들은 좌우로 리듬을 타며 노래를 계속해서 불렀다.
어린아이 특유의 때 묻지 않은 목소리는 정말 청아하고도 맑았다.
-흩날리는 새의 날갯짓 소리
하늘 위로 향한 그 눈빛의 미소 ♪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의 화음은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저 어린아이의 재롱잔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수준이 높았다.
노랫말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고.
-언덕 넘어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우리 모두 느낄 수 있는 건 ♪
아름다운 멜로디는 절정을 향해 달렸다.
격정적인 감정이 우리들에게 전해졌고,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던 감동이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던 그때.
‘앗!’
반주가 더욱 풍성해지며 누군가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머리에는 티파니 왕관.
살짝 드러난 어깨.
새하얀 드레스.
마치 동화 속 공주님과도 같은 차림으로 걸어 나와 중앙에 선 것은.
‘하율이다!’
다름 아닌 내 딸 하율이였다.
반주가 풍성해진 타이밍에 등장한 하율이는.
-영화로운 세상의 이야기
우리의 노래로 담아 피어나네 ♪
작은 공간만을 밝히는 핀 조명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손까지 우아하게 뻗으며 노래를 부르는 하율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혀, 형님! 하율이예요! 형님 딸 하율이라고요!”
옆에서 김병록이 뭐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그가 부르든 말든 난 여전히 정면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솔로 파트를 훌륭하게 소화하는 하율이의 모습을.
-손을 맞잡고 춤추며 노래해
오늘과 내일을 함께하는 거야 ♪
나와 김병록, 수많은 학부모들.
그리고 합창단원들이 숨을 죽인 상황에서 홀로 노래하는 하율이.
핀 조명의 좁은 공간에서 엄청난 집중을 받으며 노래하는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빠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객관적인 관객의 시점에서 보기에도 그러했다.
-별빛이 비치는 이 밤길 위에
우리 함께한 그 순간을 담아
꿈을 향해 걸어가는 우리 모습
이 노래로 춤추며 피어나네 ♪
너튜브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솜씨를 뽐내는 하율이.
감히 말하건대, 지금 이 순간 내 딸 하율이는 완벽한 프로였다.
-아아아! 아아아아! ♪
하율이가 신을 맞이하듯 양손을 좌우로 뻗었다.
나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깍지를 낀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그녀가 청아한 목소리로 브릿지까지 부른 순간.
팟!
무대 전체가 확 밝아지며 아이들이 일제히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했다.
-영화로운 세상의 이야기
우리의 노래로 담아 피어나네
손을 맞잡고 춤추며 노래해
오늘과 내일을 함께하는 거야 ♪
솔로인 하율이와 아이들의 화음과 함께 고조된 감정이 결국 빵 터졌고.
아이들이 길게 늘어트린 고음을 멈추며 노래를 마친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나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
합창이 종료된 후.
합창단원 아이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무대 뒤로 갔다.
하지만 감동을 받은 학부모들은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여전히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만큼 대단한 공연이었고, 대단한 노래였고, 대단한 순간이었다.
“형님, 지금 우십니까?”
김병록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바로 대꾸할 수 없었다.
실제로 울고 있었으니까.
“아, 아닌데? 누가 운다고 그래.”
“우시면서 뭘 그러십니까.”
“아니라고, 이 자식아.”
“에이, 닦는다고 그게 숨겨집니까?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는데? 눈이 아주 뻘건데?”
젠장할.
나는 더 이상 김병록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눈물을 줄줄 흘린 걸 다 들켰으니까.
‘하아, 진짜 감동적이네…….’
사실 그동안 난 하율이의 노래를 아주 많이 들어왔다.
그렇기에 그녀가 노래를 잘한다는 건 알아도, 막 크게 감동을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오늘 하율이가 마지막 공연에서 보여준 솔로 파트,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합창 파트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그 바람에 공연이 끝나자마자 폭풍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었고.
“형님, 제가 아까 말했죠? 하율이 나오면 감동받아서 저보다 더 하실 거라고 했죠?”
“…….”
“참나, 저한텐 오버 좀 하지 말라고 해놓고 엉엉 우시다니. 아이고, 저는 무슨 개나리 유치원생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만.”
“이야, 제가 진짜 살다 살다 그렇게 눈물을 펑펑 울리는 남자는 처음 봤습니다. 아휴, 창피해. 형님, 어른 맞습니까? 큭큭큭.”
“그만해.”
“막말로 석준이나 하율이도 그렇게는 안 울겠습니다. 허 참, 나는 무슨 나라 잃은 백성이라도 보는…….”
“그만하라고, 이 새끼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휘둘러 꿀밤을 먹였다.
그러자 김병록의 이마에서 빡 소리가 났다.
“아이고, 내 뚝배기!”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했잖아.”
“아으, 더럽게 아프네! 동네 사람들, S급 헌터가 사람 팹니다!”
김병록이 이마를 감싼 채 장난을 쳤다.
나 역시 장난스레 그를 흘겨보았다.
그때였다.
“아빠아!”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하율아!”
의상을 갈아입은 하율이가 환한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