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63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63화
류영수는 일전에 말했었다.
하율이의 너튜브 영상을 보고 영감이 탁 떠올랐다고.
그리고 그 영감을 토대로 멜로디를 만들었으며, 그건 오직 하율이가 불러야만 한다고.
그 말에 나와 하율이는 잔뜩 기대했었다.
그리고 지금, 류영수가 그때 그 악상을 토대로 만든 노래를 들은 순간.
‘와…….’
나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류영수에게 보여주기 위한 리액션이 아니었다.
노래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고, 류영수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감탄사는 진심이었다.
노래가 순수하게 좋았던 것이다.
‘류영수가 천재는 천재구나.’
스타 작곡가 류영수.
그가 대단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런 노래를 만들 줄은 몰랐다.
아니, 아무리 류영수라고 해도 이 정도의 노래를 만들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는 류영수가 지금껏 만든 노래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
심지어 신새롬의 타이틀곡인 보다도.
그렇게 노래가 모두 끝난 후.
“어떠세요?”
음악을 멈춘 류영수가 뒤쪽에 있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나는.
짝짝짝…….
영혼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멍하니 박수를 쳤다.
하율이는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다가.
“우와아, 징짜 짱이다아…….”
나지막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류영수와 신새롬이 싱긋 웃었다.
류영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버님, 정말 괜찮으신가요?”
“아, 네. 정말 좋네요…….”
“저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 아니죠?”
“아닙니다. 정말 좋습니다. 실례되는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작곡가님 곡 중에서 가장 좋네요.”
“하하, 그래요? 보다도 말인가요?”
류영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새롬에겐 미안하지만, 내게는 정말 최고의 노래였다.
“하율이는 어떠니?”
류영수가 이번엔 하율이에게 물었다.
“조아여! 엄청엄청 조았어여!”
“정말~?”
“넹! 작곡가 아저씨, 이거 징짜 하율이 노래예여? 하율이가 무대에서 부르는 거예여?”
“하하, 당연하지. 하율이만을 위해서 쓴 곡이니까.”
“우와아아아! 최고! 작곡가 아저씨 짱! 만세! 세계 최고의 작곡가!”
하율이가 양손으로 따봉을 번갈아 발사했다.
류영수는 기분이 좋은지 총에 맞은 듯 아픈 연기를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신새롬이 말했다.
“이야, 하율아. 노래 진짜 잘 나왔다. 그치?”
“넹! 너무너무 조아여!”
“그러게. 우리 하율이, 이걸로 데뷔해서 언니 순위 제치는 거 아니야?”
“헤헤, 그래두 대여?”
“안 될 건 없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하율인데, 헤헤.”
하율이와 신새롬은 서로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언제 봐도 사이가 좋은 사람들.
나는 류영수에게 말했다.
“작곡가님, 그럼 이 곡으로 저희 하율이가 데뷔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율이와 아버님이 원하시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아, 그렇군요. 하율아, 어떡할래? 이 노래로 데뷔할래?”
나는 하율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하율이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웅! 웅웅! 하율이는 이 노래루 할랭! 이 노래가 제일 조아!”
“하하, 그렇다네요. 작곡가님.”
내 말에 류영수가 곰처럼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아, 그런데 제목을 아직 못 지었거든요. 가사는 대충 나왔는데 마땅한 제목이 안 떠오르네요.”
“그런가요?”
“네. 그래서 말인데, 하율이한테 이 노래의 제목을 정해보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저희 하율이가요? 그래도 되는 건가요?”
“하하, 안 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처럼 때 묻은 어른이 아니라, 순수한 아이의 감성이라면 더 좋은 제목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류영수는 하율이를 향해 말했다.
“하율아, 이 노래의 제목을 한번 생각해 볼래?”
“하율이가여? 어떠케 지으면 되는 데여?”
“하율이가 느끼는 대로 지으면 돼. 달달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또 사랑스럽기도 한 노래의 제목을 말이야.”
류영수가 몇 가지 키워드를 주었다.
달달하고, 부드럽고,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그 단어들을 들은 하율이는 검지를 제 입에 갖다 댄 채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10초가 지난 후, 하율이는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솜사탕이여!”
솜사탕, 이라고.
“솜사탕?”
나와 신새롬, 류영수가 동시에 말했다.
그러자 하율이가 말했다.
“넹!”
“왜? 왜 하율이는 솜사탕이라고 생각했니?”
류영수가 상체를 당기며 물었다.
“왜냐면여. 솜사탕은 놀이공원에서 먹는 거자나여.”
“그렇지?”
“넹! 그러니까 특별하구여, 맛이 달콤하기두 하구,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기두 해여”
“오, 그러네. 또?”
“그리구 솜사탕은 예쁘기두 하구여,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먹기두 하구, 솜사탕만 생각하면 놀이공원의 재밌는 추억들이 생각나서 조아여!”
“그렇구나. 되게 다양하네. 그래서 솜사탕이라고 지은 거야?”
“넹!”
하율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나는 류영수를 바라보았다.
류영수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좋네.”
류영수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솜사탕이라. 진짜 딱이다. 솜사탕. 그래. 딱 솜사탕이네. 달콤하고, 부드럽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먹고, 또 즐거운 추억이 생각나고. 그래, 솜사탕이 딱이다.”
“작곡가님, 정말 그걸로 가는 건가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자, 나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말 이대로 가는 거냐고.
“네. 너무 좋네요. 솜사탕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요?”
“이게 이렇게 뚝딱 결정해도 되는 건가요?”
“하하, 원래 히트곡이나 좋은 제목은 단시간에 나오는 법입니다. 게다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런 예쁜 노래는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이 필요하거든요.”
류영수가 하율이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율이가 그 기대를 딱 충족시켜 줬네요. 솜사탕이라.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한 제목입니다. 그렇지, 새롬아?”
“네, 그쵸. 하율이는 역시 천재인가 봐요!”
신새롬이 배시시 웃었다.
류영수가 말했다.
“그럼 제목은 으로 하고, 믹싱이랑 마스터링해서 노래 다듬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류영수의 말과 함께 작업이 끝났다.
‘솜사탕이라.’
솜사탕.
타이틀곡 제목까지 정해지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율이의 데뷔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아서.
* * *
한편 아이스크림 업계에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이스크림 업계 1위를 오랜 세월 동안 수성하던 업체 ‘팝핑캔디21’.
그들이 33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자리를 빼앗은 것은 다름 아닌 ‘러브앤크림’.
그들은 만년 2위 업체로, 대중들에게 ‘콩라인’이라는 놀림을 받는 비운의 업체였다.
그런데 그 러브앤크림이 1위 자리를 탈환해버렸다.
그래서일까?
1위 업체인 ‘팝핑캔디21’은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빠졌다.
“하, 미치겠구만. 다들 무슨 대책 없어?”
팝핑캔디21의 마케팅사업부 부장 오영근.
그가 회의실에서 부하직원들을 잔뜩 모아놓고 소리쳤다.
“…….”
하지만 마케팅사업부 직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부장 오영근의 호통에 기가 죽은 것도 있지만, 딱히 대책이 없다는 점이 그들의 입을 딱 틀어막고 있었다.
“미치겠네. 대체 그 꼬맹이가 뭐라고 상황이 이따위가 된 거야?”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팝핑캔디 21이 러브앤크림에게 1위를 뺏긴 사건.
그건 다름 아닌 꼬맹이 너튜버 한 명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하율’.
5세 유치원생으로, 노래 커버곡 너튜브를 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2위 업체인 러브앤크림이 그 이하율에게 광고를 주었고, 그 광고 이후로 팝핑캔디21은 1위 자리를 내내 빼앗겨왔다.
“연예인을 써도 안 돼, 스포츠 스타를 써도 안 돼, 인플루언서를 써도 안 돼.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오영근이 답답한 마음에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실제로 오영근의 주도로 팝핑캔디21은 1위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온갖 광고를 했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별스타그래머, 너튜버까지.
수억에서 수십억까지 돈을 주고 광고를 빵빵 때렸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쏟아붓고 광고를 때려도 1위 자리를 빼앗을 수 없었다.
‘염병할. 대책 안 가져가면 대표가 또 개지랄할 텐데…….’
오영근은 지끈지끈한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서 1위 자리를 탈환해야 했다.
“다들 입이 붙었어? 뭐라도 말 좀 해봐, 말 좀! 벙어리처럼 입 꾹 다물고 있지 말고 말 좀 해보라고!”
오영근이 테이블을 쾅쾅 치며 말했다.
좀 이따 대표에게 불려가 깨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진 것이었다.
“…….”
하지만 그 어떤 직원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 역시 뚜렷한 방법이 없었기에.
그때였다.
스윽.
회의 테이블 맨 끝에서 한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동그란 안경에 여드름, 소극적인 인상의 신입사원이었다.
“뭐야. 할 말 있어?”
“아, 네…….”
“뭔데?”
오영근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신입사원이 뭐 얼마나 대단한 의견을 내겠나.
그래도 용기가 가상하긴 해서 일단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모든 직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신입사원이 말했다.
“저, 부장님. 그러니까 저희 팝핑캔디21은 1위로 올라가고 싶은 거잖아요……?”
“어.”
“그럼 광고를 해야 하는데, 그 이하율이라는 어린이보다 좋은 효과를 가진 사람을 못 찾는 거고요.”
“그렇다고. 그래서 결론이 뭐야?”
오영근이 짜증스레 물었다.
대체 뭔 당연한 소리를 계속 지껄이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신입사원이 말했다.
“그럼 그냥 다른 사람을 찾을 게 아니라, 이하율이란 아이와 계약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그 순간, 오영근이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봉사가 시력을 되찾은 것처럼 번쩍 떴다.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신입사원의 말이 맞았다.
왜 다른 놈들한테 연연했을까.
그냥 고민할 거 없이 이하율한테 직접 컨택하면 되는 건데.
“신입사원, 이름이 뭐지?”
“아, 그, 조상렬입니다…….”
“그래, 조상렬 씨. 좋아. 아이디어 죽여줬어.”
“예? 저, 정말이요……?”
“어. 왜 우리 회사가 그렇게 고집을 부린 건지 모르겠네? 자네 말대로 이하율 그 아이를 쓰면 되는 건데 말이야. 좋았어. 아주 좋은 아이디어였어.”
“가, 감사합니다……!”
조상렬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회사에 뭔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낀 것이었다.
오영근이 말했다.
“오케이. 그럼 이하율한테 직접 컨택하는 걸로 하고, 보고는 내가 대표님한테 직접 할게. 그럼 회의 끝. 다들 일 봐.”
오영근은 그렇게 말하며 회의실을 벗어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대표실로 향하는 오영근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가득 차 있었다.
“흐흐흐, 좋았어. 10억을 주든, 20억을 주든 반드시 손에 넣어주마.”
오영근은 낄낄거리며 결심했다.
얼마를 줘서라도 이하율을 팝핑캔디21의 전속 모델로 캐스팅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