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69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69화
며칠이 흘렀다.
고작 며칠이지만 우리 하율이의 인생은 참 많이 바뀌었다.
일단 하율이의 인기는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너튜브 시절에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긴 했지만, 이젠 집 앞 편의점에도 쉽게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유명세를 자랑했다.
물론 하율이는 마냥 좋아할 뿐이었지만, 확실히 연예인이 되니 불편한 점이 생겼다.
게다가 각종 매스컴도 난리였다.
뉴스, 신문, 라디오, 심지어 너튜브까지 하율이에 대한 얘기를 했다.
돌풍, 초신성, 혜성 등의 키워드를 조합한 기사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단순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도 하율이의 기사를 심심치 않게 만날 정도로.
아, 너튜브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하율이의 너튜브 채널인 .
이 채널의 구독자가 무려 50만이 되었다.
실로 폭발적인 성장.
다프네 엔터와 계약하고 제대로 된 영상을 못 올린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사람들은 이탈하지 않았고, 신규 구독자들이 생겨났다.
고마웠다.
아직 미숙한 점이 많은 우리 하율이를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했다.
그에 대해 감사하기 위해 나와 하율이는 며칠간 브이로그도 한 편 찍어 올리고, 쇼츠 컨텐츠로 춤을 찍어서 올리기도 했다.
다소 민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하율이와 구독자님들이 좋아하시기에 그러려니 했다.
아무튼 그렇게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고, 결국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뮤직스톰의 녹화, 그러니까 하율이와 신새롬의 경합이 있는 날 말이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안녕, 하율아. 좋은 아침!”
새벽 5시 반.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꼭두새벽부터 김동수 매니저가 찾아왔다.
나는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는 하율이를 밴에 태웠고, 곧장 메이크업숍으로 출발했다.
이후 꾸벅꾸벅 조는 하율이를 꽃단장시킨 후, 방송국으로 이동했다.
뮤직스톰 촬영 전에 이런저런 인터뷰도 따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과정을 마친 후, 하율이는 겨우 휴식 시간을 받을 수 있었다.
「이하율 님 대기실」
뮤직스톰 녹화를 1시간 앞둔 시점.
우리는 하율이에게 배정된 대기실로 들어섰다.
신인이 단독 대기실을 받는다는 게 참 신기했다.
아마 멜로 차트 2위에 오른 하율이를 대우해 주는 거겠지.
아무튼 안으로 들어간 나는 하율이에게 말했다.
“하율아, 고생 많았어. 여기 누워서 좀 쉬어. 좀 자도 되고.”
나는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하율이를 재우려 했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느라 정말 힘들었을 테니까.
“웅? 하율이 안 졸린뎅?”
하지만 하율이는 너무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졸리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
“웅! 완전 쌩쌩해!”
“아니, 아침엔 꾸벅꾸벅 졸았잖아.”
“그건 너무 일찍 일어나니까 그러치. 지금은 잠 다 깨서 괜차나! 하나두 안 피곤하다구!”
하율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소파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방송국 소파가 푹신해서 뛰기 좋다나 어쩐다나.
‘하하, 다행이네.’
나는 퐁퐁 뛰는 하율이를 보며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연예인 활동이 체력적으로 부담되지 않을까 걱정했더니 다행이었다.
똑똑.
그때였다.
하율이와 노닥거리고 있는데 대기실 문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김동수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을 살짝 열었다.
그 틈으로 얼굴을 쏙 내민 건.
“하율아, 안녕!”
다름 아닌 신새롬이었다.
김동수는 같은 엔터 식구인 신새롬을 대기실로 들였고, 하율이는 늘 그랬듯 신새롬에게로 달려갔다.
“새롬 언니이이이이!”
“하율아아아아아!”
만날 때마다 무슨 10년 만에 만난 것처럼 좋아하는 두 사람.
나는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언니 동생처럼 서로를 반기는 것도 신기했고, 정말 연예인처럼 차려입은 두 사람이 포옹하는 것도 참 신기했다.
“새롬 씨, 안녕하세요.”
“앗, 아버님. 안녕하세요! 오늘 드디어 하율이랑 저랑 경합하는 날이네요. 어떠세요. 많이 떨리시죠?”
“하하, 네. 그래도 1위는 안 바랍니다. 아무리 제 딸이라도 어떻게 새롬 씨 자리를 넘보겠습니까.”
“에이, 아니에요. 요즘 하율이 인기가 얼마나 좋은데요! 대표님도 말씀하셨지만, 오늘 결과는 진짜 모른다니까요?”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네! 저번 주까지만 해도 안 그러셨는데, 이번 뮤직스톰 1위는 누가 차지할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하하, 대표님이 하율이를 많이 예뻐하시네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따 무대 잘 볼게요.”
“네!”
신새롬이 다시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하율아, 우리 이따 잘해보자. 알았지?”
“넹! 하율이 잘할 거예여!”
“그래. 언니도 최선을 다해서 부를 테니까 하율이도 최선을 다해서 불러. 그럼 이따 보자. 하율이 파이팅!”
“파이티이잉!”
하율이와 신새롬이 서로를 향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야말로 선의의 경쟁.
나는 너무나 어여쁜 두 사람이 뜨거운 경쟁에 임하는 걸 바라보며 벅찬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흐른 후.
“이하율 님, 녹화 들어가시겠습니다!”
인이어 마이크를 착용한 남성 스태프 한 명이 들어와 녹화 시작을 알렸다.
앞선 무대들을 바라보던 하율이와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하율아, 우리 최선을 다하고 오자. 지금껏 열심히 준비해왔던 거 보여주고 오는 거야. 알았지?”
“웅웅! 하율이 징짜 잘할 꾸야!”
우린 그렇게 말한 뒤, 손을 모았다.
김동수 매니저까지 함께 중앙에 손을 모은 후,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하나, 둘, 셋! 하율이 파이팅!”
포개진 손이 하늘로 솟구쳤다.
뮤직스톰 1위를 향한 경합.
그것이 지금 시작되었다.
* * *
하율이를 스태프들에게 보낸 후.
나는 김동수와 함께 무대 아래쪽에서 대기했다.
리허설을 마친 후, 본방 녹화가 시작된 시점.
나는 초조함을 느끼며 다른 팀들의 무대를 살폈다.
파워풀한 남성 아이돌 그룹.
섹시함을 무기로 한 여성 그룹.
상큼하고도 귀여운 10대 걸그룹.
뮤직스톰 세트장을 무너뜨릴 듯 엄청난 가창력을 선보이는 발라드 가수까지.
정말 수많은 가수들이 카메라 앞에 자신들의 무기를 선보였다.
‘다들 대단하네.’
그들의 무대를 보며 나는 매번 감탄사를 터뜨렸다.
억지 리액션 같은 게 아니었다.
아름다운 배경과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무대에 서는 아이돌들은 정말이지 대단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TV로 볼 땐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까 엄청난 퍼포먼스에 압도된 것이었다.
‘저런 사람들을 제치고 우리 하율이가 2위를 차지하다니. 정말 놀랍네.’
한편으론 저렇게 쟁쟁한 사람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하율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돌의 파워풀한 댄스도, 여돌의 화려한 퍼포먼스나 관능미 없이 오직 목소리와 가창력만으로 2위 자리에 오르다니.
내 딸이지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 로즈 준비해 주세요!
앞 팀의 무대가 끝나고 울리는 추동일 PD의 목소리.
이윽고 다프네 엔터의 화이트 로즈가 상큼한 옷을 입고 나와 무대를 시작했다.
‘다프네 엔터 삼파전인가.’
그러고 보니 랭킹 1~3위가 전부 다프네 엔터 소속 가수들이었다.
1위는 신새롬.
2위는 하율이.
3위는 화이트 로즈.
각 팀은 피 터지는 경쟁을 하겠지만, 다프네 엔터 대표인 심용호로서는 참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1위를 해도 결국 자기 회사 소속 가수가 1위를 차지하니 말이다.
‘뭐, 그게 심용호의 힘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 최고의 연예 기획사 다프네 엔터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수고하셨습니다아!
그렇게 생각에 잠긴 와중에 화이트 로즈의 무대가 끝났다.
명랑하게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쪼르르 들어가는 화이트 로즈.
그들의 퇴장을 지켜보자 가슴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3위 무대가 끝났으니 이제 2위인 하율이의 무대가 시작될 차례이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이하율 님, 녹화 들어가겠습니다!
추동일 PD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뒤, 무대 뒤쪽에서 자그마한 아이 하나가 아장아장 걸어 나왔다.
오늘은 하늘색 계열의 드레스를 입은 하율이였다.
‘하율아, 파이팅.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는 거야.’
나는 기도하듯 깍지를 낀 채로 하율이를 응원했다.
다프네 엔터와 계약한 이후, 하율이는 그곳에서 이런저런 트레이닝을 받았다.
일단 가창력 부분에서 미숙한 부분을 다듬었고, 댄스 부분도 약간이지만 배웠다.
뿐만 아니라 데뷔곡 이 나온 이후에는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꽤 오랫동안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빠인 나는 그걸 너무나 잘 알기에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1위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율이 네가 연습한 만큼만 이루고 내려오라고.
그거면 아빠는 충분하다고 무대 위의 하율이를 올려다보며 몇 번이고 생각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추동일 PD의 목소리가 뮤직스톰 세트장에 울려 퍼진 뒤, 곧장 반주가 흘러나왔다.
나 역시도 수천 번 이상 들었던 의 달콤한 반주였다.
‘할 수 있어, 하율아.’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무대 위의 하율이를 바라보았다.
하율이는 평소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살짝 흔들며 노래를 준비했다.
그리고 타이밍이 왔을 때, 노래를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 떠다니는 솜사탕처럼
우리 둘이 달콤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너의 미소가 향기롭게 녹아든
달콤한 꿈속에 빠져들어 ♪
국내 최고의 작곡가 류영수가 만들어준 노래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작사가가 붙여준 노랫말.
그것을 하율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내 맘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촉촉해
우리 사랑은 마치 달콤한 디저트 같아
오직 너만을 담은 나의 세상
솜사탕처럼 사랑스럽게 노래 부를게 ♪
하얀색과 분홍색 조명이 무대를 밝히는 가운데, 하율이는 계속해서 노래를 불러나갔다.
한 음, 한 음을 너무나 정성스레, 그러면서도 어린아이답게 능숙한 하율이의 노래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그리고 제목인 처럼 달콤한 노랫말이 길게 늘어졌을 때.
-솜사탕처럼 달콤한 너와의 시간은
어디든 함께라면 행복한걸
우리 사랑은 커다란 별빛처럼 빛나
영원히 이어지길 바래 ♪
하율이는 귀여운 율동과 함께 후렴구를 불렀다.
스타 작곡가 류영수가 너튜브에서 하율이를 보자마자 만들었다는 멜로디.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귀에 착착 감기는 중독성 후렴구가 촬영장을 집어삼켰다.
‘좋아. 1절은 완벽했다.’
후렴이 끝나고 2절까지의 반주가 시작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조용히 내뱉었다.
1절은 정말 완벽했다.
이제 남은 것은 2절.
물론 2절에선 브릿지도 있고, 1절보다 더 어려운 고음 파트도 있기에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순 없었다.
-같은 꿈을 꾸며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우리 사랑은 절대로 녹아내릴 일 없어
작은 순간들이 모여 특별한 순간이 돼
너와 함께하는 모든 게 행복해 ♪
타이밍이 맞추어 들어가는 2절.
하율이는 여전히 방긋방긋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매일이 달달하고 사랑스러워
우리 사랑은 마치 따뜻한 햇살 같아
오직 너만을 담은 나의 세상
솜사탕처럼 사랑스럽게 노래 부를게 ♪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와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솜사탕을 먹는 듯 아름다운 멜로디.
그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으며 나는 속으로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너와의 시간은
어디든 함께라면 행복한걸
우리 사랑은 커다란 별빛처럼 빛나
영원히 이어지길 바래 ♪
또 한 번 터지는 후렴구.
중독성 가득한 후렴구가 귀를 휘감았고, 노래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 하율아.
다 왔어.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할 수 있다, 내 딸.
-너의 손을 잡고 마주 보면
세상 모든 게 미소 짓는걸
우리 사랑은 특별한 이야기
계속되길 바래 ♪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브릿지.
몽환적인 변주가 생기는 구간을 하율이는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하얀색, 분홍색 혹은 파란색 솜사탕을 먹는 장면이 추억처럼 아련하게 떠올랐고.
하율이는 브릿지의 마지막 음에 있는 고음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한 뒤.
-솜사탕처럼 달콤한 너와의 시간은
어디든 함께라면 행복한걸
우리 사랑은 커다란 별빛처럼 빛나
영원히 이어지길 바래 ♪
마지막 후렴구까지 완벽하게 불러냈다.
그렇게 을 2절까지 부른 하율이는 입에서 마이크를 뗐다.
감사하다며 무대 위에서 배꼽 인사를 꾸벅 하는 하율이.
그런 하율이를 보며 나는 조용히 감격의 눈물을 삼켰다.
‘고생했어, 하율아. 너무 멋지다. 자랑스러워, 내 딸.’
실로 환상적인 하율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박수를 쳤다.
이제 남은 것은 1위인 신새롬의 피날레 무대.
그것이 끝난 후에는 결정될 것이다.
이번 뮤직스톰의 1위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