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75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75화
헌터 협회장 백영환은 말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 행위를 막기 위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그렇군요.”
나는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쥔 채로 대답했다.
그러자 백영환이 곧장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신 모양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지금 전 세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난리니까요.”
백영환이 집 앞까지 찾아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백영환이 찾아왔을 때부터 난 예상했었다.
분명 그가 내게 테러를 막기 위한 협조를 요청할 거라고.
백영환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테러에서 안전할 수 없죠. 이미 몇 번의 테러가 있었고, 앞으로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네. 뉴스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협조가 필요하시단 겁니까? 헌터 협회 본사나 청와대를 지켜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와 헌터 협회는 S급 헌터인 이신혁 헌터님께 고작 경비 업무를 맡길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어떤 협조가 필요하시단 겁니까?”
궁금해서 묻는 내게 백영환은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말했다.
“테러 집단의 본거지에 침투해 폭파하는 역할을 맡기고 싶습니다.”
백영환의 말에 나는 조금 놀랐다.
테러 집단의 본거지를 친다니.
그 부분에 대해선 상상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직 테러 집단이 어디인지 밝혀지지도 않았으니까.
“협회장님, 제가 알기로 테러 집단이 어떤 조직이나 국가인지, 또 어떤 목적으로 그런 짓을 자행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걸로 아는데요.”
“대외적으론 그렇죠. 하지만 세계 헌터 협회를 비롯한 각국의 협회장들은 어느 정도 테러 집단의 정체를 특정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벌써 특정을 했다고요? 그래서, 어떤 나라의 어떤 놈들이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든 놈들.
그놈들이 대체 누구일까.
나는 엄청난 궁금증을 느끼며 백영환에게 물었다.
그러자 백영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북한입니다.”
“……네?”
“조사 끝에 밝혀낸 테러 집단의 본거지는, 다름 아닌 북한이었습니다.”
북한.
그 말을 들은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
“협회장님,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북한은…….”
“네, 공식적으로 멸망한 국가죠.”
그래, 멸망.
북한은 멸망했다.
각성자들을 한곳에 모을 제도적 역량이 없어서 멸망했다.
그런데 어떻게?
대체 어떻게 테러 집단을 조직하고, 또 그 집단을 전 세계로 보내 지휘하고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백영환이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공식적으로 그렇다고요? 그럼 비공식적으론 멸망하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삼대 세습을 하던 김씨 왕조는 무너졌지만, 잔당 세력들은 남아 있습니다.”
백영환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세계 헌터 협회가 북한의 잔당 세력들을 무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김씨 정권이 무너진 상황에서 잔당들이 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렇겠죠. 북한에 열린 게이트로 인해 강력한 몬스터들도 바글바글하다고 들었으니까요.”
“맞습니다. 하지만 세계 헌터 협회가 이번에 비밀스레 조사한 결과, 북한의 잔당 세력들이 똘똘 뭉쳐 뭔가 계획을 세우고 있단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것도 아주 은밀하게 말입니다.”
“은밀하게요?”
“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북한의 잔당 세력은 산골짜기나 지하 등에 연구소를 차려 비밀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비밀 실험이라면…….”
입술을 달싹이는 나를 보며 백영환이 말했다.
“네. 검은 알약입니다. 세계 헌터 협회에서는 ‘블랙필’이라 불리는 불법 약물에 대한 비밀 실험 말입니다.”
백영환은 그렇게 말한 뒤, ‘블랙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세계 헌터 협회의 조사로 인해 밝혀진 바는 이러했다.
북한에는 고위 권력자가 남아 있었고, 그 권력자의 지시로 인해 비밀 실험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블랙필’인데, 이 블랙필이란 것은 복용자의 몸에 큰 부담을 주지만, 무력을 무려 10배나 강하게 만들어주는 약물이라고 했다.
‘역시 그런 거였나…….’
나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만났던 흑골의 보스.
그 역시 검을 알약을 먹고 어마어마하게 강해졌었다.
최근의 테러리스트들 또한 검은 알약 복용 이후로 어마어마하게 강해졌고.
‘그게 북한의 실험 결과였단 말인가.’
멸망한 줄 알았던 북한이 여전히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니.
세력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비밀스럽게 연구를 해서 전 세계에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니.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에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겨우 정신을 수습한 뒤, 백영환에게 말했다.
“그래서, 세계 헌터 협회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랍니까?”
“간단합니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비밀조직을 만들어 북한의 본거지를 칠 생각입니다.”
이야기가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 부분에서 제 협조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선 극소수의 강력한 헌터들이 필요합니다. 맘 같아선 큰 규모로 움직이고 싶지만, 그랬다간 작전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요.”
백영환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세계 헌터 협회장님은 몇몇 국가의 협회장들에게 비밀스레 요청해 왔습니다. 테러 집단 소탕을 위한 S급 헌터들의 소집을 설득해 달라고요.”
“협회장님께도 요청이 온 거군요.”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에도 S급 헌터가 존재하니까요.”
백영환이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 세계에 10명도 존재하지 않는 S급 헌터.
그중에 하나는 바로 나니까.
백영환이 말했다.
“이신혁 헌터님, 도와주십시오. 불바다가 된 도심과 사람들의 끔찍한 비명을 막기 위해 이신혁 헌터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
“물론 강제로 소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S급 헌터를 상대로 그럴 수도 없을 테고요. 그러니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니, 세계의 평화를 위해 힘을 나눠주십시오.”
백영환이 간절한 얼굴로 부탁했다.
대한민국과 세계에 자행되는 테러를 막기 위해 내게 힘을 보태 달라고.
“후우…….”
나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끼고 싶지 않았다.
글로리 길드에서 나온 뒤, 나는 다소 편안한 삶을 누리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내 딸 하율이의 케어에 집중하고 싶었다.
헌터이기보단 아빠로서의 역할에 더더욱 임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협회장님과 세계 헌터 협회의 뜻은 알겠습니다.”
“…….”
“다만 제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평범한 일이 아닌 만큼, 결정을 내릴 시간이 필요합니다.”
난 백영환의 요청을 수락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일단 요청 자체가 너무나 갑작스러운 만큼 일단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백영환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이신혁 헌터님께서도 입장이 있으시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감사하긴요. 저희가 요청을 드리는 입장인데 당연히 저희가 기다려야지요.”
백영환이 고개를 끄덕이다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희 헌터 협회는 이신혁 헌터님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모쪼록 좋은 결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네. 그럼 살펴 가십시오.”
내 말과 함께 백영환은 밖으로 나갔다.
삐리릭,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이라…….”
테러 집단의 정체가 북한의 각성자들이었다니.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에 머릿속이 혼잡했다.
* * *
“하율아, 오늘도 잘하고 와. 파이팅!”
개나리 유치원 앞.
나는 하율이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웅! 오늘두 하율이 데려다주느라 고생해써. 이따 보자, 아빠!”
하율이의 말처럼 나는 오늘도 직접 등원을 시켰다.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래. 이따 데리러 올게. 저녁 땐 하율이가 좋아하는 딸기 탕후루 만들어줄 테니까 기대해.”
“우와앙! 딸기 탕후루 조아! 기대할게, 아빠. 꼭 만들어조. 알아찌?!”
“하하, 알았어. 알았으니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이따 보자.”
“웅웅! 빠이빠이~!”
하율이가 내게 손을 흔들더니, 유치원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나는 하율이가 떠난 후에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차량에 올라탔다.
부릉!
핸들을 돌려 유치원을 빠져나간 나는 금세 도로에 진입했다.
출근 시간을 살짝 지나서 그런지 도로는 한산했고, 그 때문인지 나는 조금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가기 위해 액셀을 밟던 중.
‘개나리 초등학교네.’
나는 자그마한 초등학교 하나를 발견했다.
‘개나리’라는 단어가 붙은 것처럼 지붕들이 노랗고, 파릇파릇한 잔디가 깔린 초등학교.
그것을 보며 나는 찰나의 감상에 빠졌다.
우리 하율이도 금세 자라서 저 초등학교에 입학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슈와아아!
초등학교에 운동장에 서 있던 남자의 몸에서 검은색 오러가 활활 타올랐다.
마치 염화와도 같은 흑색의 오러.
그것을 본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건…….”
백영환이 말했던 ‘블랙필’의 증상인데.
그러한 위기감을 느낀 순간, 흑색의 오러를 뿜어내던 남자의 몸이 개나리 초등학교로 진격하더니.
콰과아아아앙!
초등학교 건물 하나를 그대로 박살 내버렸다.
철거하는 건물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초등학교 건물.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나는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슈와아아!
슈와아아!
슈와아아!
운동장 여기저기에서 흑색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조금 전에 학교를 깨부순 놈을 포함하면 정확히 다섯 줄기의 오러.
그것이 활활 타오르더니.
콰과아아앙! 콰아앙! 콰과아아앙!
개나리 초등학교를 마구잡이로 깨부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블랙필을 먹은 테러리스트들이 학교를 부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끼익!
나는 차를 재빨리 갓길에 댔다.
그리고 뛰어내리듯 하차했다.
‘용살검을 챙겨서 다행이야.’
난 원래 일상을 보낼 땐 용살검을 두고 다닌다.
다른 헌터들과 달리 난 인벤토리를 쓰지 못하고, 기다란 검집을 들고 다니는 건 귀찮은 관심을 사곤 하니까.
하지만 최근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용살검을 갖고 다녔는데, 그러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러가 우리 동네까지 펴졌을 줄이야.’
헌터 협회장 백영환의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국내 여기저기에서 테러가 종종 발생하긴 했어도, 해외만큼은 심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적어도 우리 동네에는 테러가 발생하지 않아 안심했던 게 사실이니까.
그런데 우리 동네에도 테러가 발생하다니.
내 딸 하율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고작 5분 거리에 있는 초등학교에 테러가 발생하다니.
‘내가 사태를 너무 가볍게 봤어.’
나는 죄책감을 느끼며 도약했다.
그렇게 울타리를 펄쩍 뛰어넘은 나는 운동장에 착지했고, 곧장 빛처럼 달려 나갔다.
콰과아아앙! 콰아앙! 콰과아앙!
북한의 테러리스트들은 여전히 학교를 부수고 있었다.
안에 있던 선생님과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제발 내가 상상하는 그것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용살검을 뽑았다.
스릉!
아주 오랜만에 뽑는 용살검이 무지갯빛 섬광을 사방에 흩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