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76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76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던 개나리 초등학교 건물은 폭삭 무너졌다.
그리고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잔해들 사이에 튀어나와 있는 팔과 다리들을.
피투성이가 되어 짓이겨진 아이들의 신체 일부를.
그래서일까?
내 이성은 단숨에 날아갔다.
“전부 다 죽여주마.”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초등학교를 짓밟고 있는 놈을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내가 섬광을 뿜어내며 접근한 순간, 흑색 오러를 뿜어내던 이가 등을 돌렸다.
“죽어.”
나는 그렇게 말하며 용살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소리와 함께 사방이 폭발로 뒤덮였다.
하지만 칼날로 돼지고기를 써는 느낌은 나지 않았다.
스윽.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어느샌가 하늘로 치솟은 괴한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토록 빠르게, 그리고 저렇게 높이 올라가다니.
확실히 블랙필이란 것의 효과는 대단한 모양이었다.
“웃기지 마. 너희들이 아무리 약을 처먹어도.”
나는 땅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쾅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하늘로 도약하자, 괴한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나는 놈을 향해 용살검을 휘두르며 읊조렸다.
“네놈들은 나한테 안 돼.”
스각, 소리와 함께 용살검이 허공을 그었다.
그 순간, 무지갯빛 직선이 허공에 기다랗게 생겨나더니.
푸확!
괴한의 몸뚱이에서 뒤늦게 핏물이 터져 나왔다.
놈의 놀란 얼굴이 일그러졌고, 뒤이어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어 추락했다.
쿵! 쿠궁!
괴한의 시체가 추락했고, 나 역시 바닥에 착지했다.
그로 인해 어그로가 끌린 걸까?
초등학교를 쳐부수고 있던 괴한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았다.
“징그러운 놈들. 눈깔 색이 대체 그게 뭐냐.”
검은 오러를 뿜어내는 괴한들의 눈은 정말이지 징그러웠다.
흰자 하나가 사라졌다고 저렇게 괴물 같을 수가 있는 걸까.
뭐, 전신의 검은 핏줄도 징그럽긴 마찬가지지만.
팟! 파밧! 파앗!
흑색의 오러를 뿜어내던 괴한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네 명, 그리고 네 개의 방향.
하지만 난 피하지 않았다.
놈들이 마치 검은 미사일처럼 나를 향해 날아왔지만, 나는 운동장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리고 놈들이 갈퀴와도 같은 손을 내게 휘두른 순간.
스각!
나 역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총알처럼 날아오던 놈들이 나를 지나쳐서도 계속 날아가더니.
콰당탕!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 처박혔다.
나는 조용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지가 이리저리 절단된 놈들의 몸뚱이를.
“쓰레기 같은 놈들.”
놈들의 몸뚱이를 순식간에 토막 내버렸지만 분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쓰레기들로 인해 초등학생이 최소 수백 명은 사망했을 테니까.
“문제는…….”
나는 더러운 시체들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무너진 초등학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게 시작이라는 거지.”
불안감이 밀려왔다.
머릿속으로는 불길한 장면이 스쳤다.
대한민국 전역이 괴한들에 의해 불바다가 되는 광경 말이다.
* * *
북한의 괴한들을 처치한 나는 곧장 신고를 했다.
그러자 헌터 협회와 경찰, 그리고 구급차가 줄줄이 밀려와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고막을 찢을 듯한 사이렌이 쉼 없이 울리고, 작업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질렀으며, 구급대원들은 흰 천을 덮은 들것을 계속해서 날랐다.
하얀 천으로 덮인 시체의 크기는 너무나 작았다.
아이들.
대부분의 아이들의 시체인지라 너무나 작았다.
고작 열몇 살짜리 아이들이 괴한들의 테러에 죽다니.
너무나 허무하고도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상황을 적당히 정리한 나는 다시 내 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액셀을 깊게 밟아 어디론가 향했다.
아까 하율이를 등원시킬 때만 해도 내 행선지는 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목적지가 변경되었다.
목적지는 ‘헌터 협회 본사’.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헌터 협회 본사 건물로 빠르게 향했다.
마음이 급했던 탓일까?
나는 헌터 협회 본사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 가자마자 면담 신청을 했다.
헌터 협회장 백영환에게.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나는 금세 헌터 협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이신혁 헌터님, 오셨군요.”
협회장실에 들어가니, 백영환이 내게 인사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인사를 한 뒤, 그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갑작스럽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일이 바쁘셨겠지요.”
“네. 조금 그렇습니다. 아무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는 본의 아니게 과속까지 해가면서 이곳으로 달려온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일전에 저희 집에 오셔서 말씀하신 작전에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일전에 백영환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 요청한 작전.
다른 S급 헌터들과 함께 팀을 이뤄 북한에 침투해 테러 조직을 소탕하고, 연구소를 파괴해 달라는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저, 정말이십니까?”
“네.”
“혹시 무슨 연유로 마음을 굳히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사실 저번에 이신혁 헌터님 댁에 찾아갔을 때만 해도 그리 탐탁지 않아 하셨던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망설였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왜 마음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말했다.
내 딸 하율이를 등원시키다 초등학교 하나가 와르르 무너진 이야기.
그곳을 습격한 블랙필 복용자들과 싸운 이야기.
초등학생 사망자 수백 명을 본 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된 이야기까지 말이다.
“테러로 인해 초등학교 하나가 무너졌다는 얘기는 보고받았습니다.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 얘기와 테러를 저지른 괴한 5명이 현장에서 사살됐다는 얘기도요. 그런데 거기에 이신혁 헌터님이 계셨다니. 그건 전혀 몰랐습니다…….”
백영환이 황급히 고개를 저은 뒤에 말을 이었다.
“아니군요. 이신혁 헌터님이 계셨기에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거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블랙필을 복용한 괴한 5명을 혼자서 처치하시다니요.”
“칭찬을 받고자 한 일은 아닙니다. 아무튼 저는 세계 헌터 협회에서 제안한 작전에 참여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개나리 초등학교가 무너진 것을 목격한 후, 나는 세계 헌터 협회가 고안한 작전에 응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 딸 하율이가 오늘 사망한 초등학생들처럼 될까 두렵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으려면, 놈들의 뿌리를 뽑아야겠지.’
사태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세계 헌터 협회의 작전에 참여해 북한의 테러 집단을 뿌리 뽑을 생각이었다.
그것만이 전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테러 행위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백영환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작전에 관해 본격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 * *
내가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하자, 백영환은 본격적인 얘기로 들어갔다.
일단 가장 먼저 그는 북한의 목적부터 설명했다.
블랙필.
이것은 각성자를 무려 10배나 강해지게 만드는 알약으로, 북한의 잔당 세력은 이 알약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북한’을 건설하여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에 가깝지만, 세계 헌터 협회는 이것을 거의 정설로 받아들이고 했다.
아무튼 백영환은 일전에 말한 것처럼 극소수의 S급 헌터들이 북한에 침투해 연구소를 파괴하고, 블랙필의 보급을 막는 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영환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단 S급 헌터 중에 소집에 응한 국가는 세 개입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이신혁 헌터님이 계신 대한민국이죠.”
“고작 그것밖에 안 됩니까? 제가 알기로 중국과 유럽, 그리고 남미를 포함한 몇 군데에 S급 헌터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집을 거부했습니다. 작전이 무모하다거나, 자국을 보호해야 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세계 헌터 협회의 지시에 따르고 싶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나는 쓴맛이 감도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 탐탁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찾아가서 멱살을 잡고 협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백영환이 말했다.
“아무튼 참여 국가는 미국, 일본, 그리고 우리 한국입니다. 아시다시피 각 국가에는 S급 헌터가 한 명씩 존재하고, 그 S급 헌터들이 중심이 되어 작전에 투입될 겁니다.”
“세 명만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각 국가당 3~4인의 동료가 동행할 겁니다. 북한의 지형이나 인민군들의 숫자를 고려했을 때, 아무리 적어도 그 정도는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백영환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믿을 만한 동료가 있으십니까? 강하면서도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 말입니다. 아,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 통역이 가능한 사람도 필요할 겁니다.”
백영환은 그렇게 말하며, 헌터 협회가 찾아줄 수도 있겠지만, 뒤를 맡겨야 하는 만큼 내가 동료를 직접 선발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말했다.
‘동료라…….’
동료.
그 말에 나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동료라.
내게 그런 동료가 있을까.
‘강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동료. 그리고 통역까지 가능한 사람도 있으면 좋다라…….’
나는 머릿속으로 몇 명의 얼굴을 떠올렸다.
모든 조건을 갖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한 장점을 가진 이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북한으로의 동행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 * *
헌터 협회장 백영환과 대화한 지 며칠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나는 북한에 함께 침투할 동료에 대해 떠올렸다.
아직 섭외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난 몇 명의 후보를 머릿속으로 정해두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우리 집에 방문한 인부들에게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인부들이 우리 집에 방문한 이유는 간단했다.
집에 ‘방음 부스’를 설치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인부들이 물러간 뒤, 방음 부스 안에 들어간 하율이가 말했다.
“우와아아! 아빠, 여기 짱 신기하당!”
“그러게. 정말 신기하네.”
나와 하율이, 그리고 조하나는 방음 부스 안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마치 별천지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빛냈다.
널찍한 데다가 에어컨도 달려있고, 컴퓨터와 녹음기기까지 설치된 방음 부스 내부가 너무나 신기하기 때문이었다.
‘여기라면 하율이가 가수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겠지.’
내가 갑자기 방음 부스를 설치한 이유는 간단했다.
괴한들의 테러로 인해 유치원과 방송사는 쉬게 되었고, 그로 인한 공백기 탓에 심심할 하율이를 위해 방음 부스를 설치한 것이었다.
야외활동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이지만, 너튜브 활동을 해서라도 답답함을 해소하라고 말이다.
“하율아, 우리 사진 한 장 찍을까?”
내 제안에 하율이는 그러자고 말했고, 조하나는 방음 부스를 배경으로 한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는 그 사진을 채널의 커뮤니티란에 올리며, 글을 썼다.
앞으로 너튜브 활동 열심히 해서 야외활동이 제한된 구독자님들께 소소한 행복을 드리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글까지 업로드한 나는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하율이와 조하나를 향해 말했다.
“하율아, 하나 씨.”
맑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들을 향해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잠깐 어딜 좀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