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018화
기간트와 싸우는 5차 시험.
그 무시무시함에 두려움을 느낀 헌터 지원자들이 줄줄이 포기를 선언했다.
물론 나는 그저 싱글벙글 기쁘기만 했다.
한 명이 포기할 때마다 최소 10분씩은 귀가 시간이 당겨지니 말이다.
‘하율아, 좀만 기다려. 아빠가 금방 갈게!’
나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하율이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뭐, 기다린다는 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포기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그래도 해보겠다고 연무장 위로 올라서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콰앙!
호기롭게 달려든 이도 기간트의 무시무시한 완력에 나가떨어지기 바빴다.
끔찍한 비명에 이어지는 포기 선언.
시험관 문혜미는 방송을 통해 시험 중단을 알렸다.
– 86번 지원자 엄성택 씨, 기권 선언으로 시험을 중단했습니다. 점수는 0점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차갑기만 한 방송에 엄성택이란 사람은 좌절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근육질 사내로, 나름 몸이 탄탄한 자였다.
하지만 그의 터질 것만 같은 근육도 기간트의 단단한 철갑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일까?
포기자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하아, 저 사람도 당했다고? 말이 돼?”
“저 사람, 마력 측정 시험 때 나름 높은 점수 받은 사람이었어. 그런데 저렇게 무력하게 당하다니.”
“야, 그냥 접자. 저 사람도 죽 쑤는데 우리라고 별 방법 있겠냐?”
“그래. 그냥 일찌감치 그만두고 술이나 빨러 가자.”
4차 시험까지 성실히 임하던 헌터 지원자들이 줄줄이 포기를 선언했다.
기간트의 압도적인 힘을 보고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포기하는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활로를 찾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었다.
‘오, 마법인가.’
나는 시험을 시작한 여성 지원자를 바라보았다.
기간트가 빠르게 다가오는 가운데, 여성 지원자는 전신에서 푸른 마력을 뿜어냈다.
마법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저 무식한 놈을 상대론 마법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간트는 강하고 빠르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해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붓는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
여성 지원자가 마법을 날리려던 순간, 기간트가 연무장 중간에서 우뚝 멈추었다.
그러더니 위이잉, 소리와 함께 허리를 인사하듯이 접었다.
그리고 등허리에 달려있던 미사일들을 발사했다.
콰과과과광!
수십 개의 소형 미사일이 캐스팅을 하던 여성 지원자를 덮쳤다.
연무장 일대에 폭발이 일었고, 주변은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찼다.
시커먼 연기가 사라진 후,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피범벅이 되어 널브러진 여성 지원자를.
– 99번 지원자 남지윤 씨, 전투 불능 상태로 판단하여 시험을 종료하겠습니다. 점수는 0점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와 동시에 협회 직원들이 우르르 달려가 쓰러진 여성 지원자를 들것에 태워 이송했다.
다급하게 시험장 밖으로 이송되는 모습.
그것을 바라보며 헌터 지원자들은 경악했다.
“아니, 마법도 안 통하는 거였어?”
“젠장할. 저 기간트라는 놈, 무슨 건담이야 뭐야? 무슨 미사일까지 쏴?”
“이래서는 답이 없어. 근거리도 안 통하고, 원거리는 더 노답이고. 안 되겠다. 나도 그만둘래.”
“하아, 나도······.”
포기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시험장 밖으로 나갔다.
실제로 시험장의 대기석에는 나를 포함해 고작 대여섯 명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 105번 지원자 이신혁 씨, 연무장 안으로 입장해주세요.
스피커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헌터 지원자들이 대부분 포기하다보니 99번 다음에 바로 내 순서가 왔다.
‘가자.’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칼퇴근의 시간이 다가왔다.
* * *
시험관 문혜미의 머릿속엔 좌절감이 가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헌터 지원자들이 시험장 밖으로 우르르 몰려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다더니. 이건 뭐 완전 밸런스 붕괴잖아.’
새로 도입된 시험 도구인 ‘기간트’.
세계 헌터 협회에서 도입된 이 시험 도구는 분명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다고 들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선보였는데, 이건 뭐 완전히 밸런스가 붕괴된 상태였다.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러다간 전부 다 탈락하겠어······.’
기간트의 불지옥 난이도에 시험관 문혜미 역시 죽을 맛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헌터 지원자들을 잘 선별해서 필드로 내보내야 하는 입장에서 단 한 명도 통과시키질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문혜미는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폈다.
다른 시험관들 역시 표정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점수를 채점해야 하는 상황에서 헌터 지원자들이 줄줄이 깨지는 모습만 보고 있으니 갑갑한 게 당연했다.
‘그렇다고 중단시킬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선 이 시험을 당장 중단시키고 싶었다.
이러다가 합격자 배출은커녕 애꿎은 헌터 지원자들만 해치는 꼴이니까.
하지만 시험이 이미 시작됐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개선을 하려면 일단 오늘의 시험까진 치르고 개선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들은 왜 포기하지 않은 걸까······.’
시험관 문혜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헌터 지원자들이 앉아있는 대기석을 살폈다.
헌터 지원자들이 몰려나간 상황에서 대기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남은 건 고작 5명 남짓이었다.
“하아······.”
문혜미는 비참함을 느꼈다.
저 사람들도 곧 중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나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를 권유할 순 없었다.
어떻게 그러겠는가.
끝까지 해보겠다며 꾸역꾸역 앉아있는 사람에게 말이다.
‘99번은 방금 실려나갔고. 100번도 없고, 101번도, 102번도······.’
문혜미는 명단을 바라보았다.
포기자들 때문인지 순서가 빠르게 넘어갔다.
101번 패스, 102번 패스, 103번 패스, 104번 패스.
그리고 105번에 도달했다.
문혜미는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105번 지원자 이신혁 씨, 연무장 안으로 입장해주세요.
문혜미가 호명하자 105번 지원자 이신혁이 벌떡 일어나 유리벽 안으로 들어섰다.
연무장 끝에 선 이신혁 지원자.
그를 모니터로 바라보며 문혜미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저렇게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에게 괴물 같은 기간트와 싸우게 하는 게 맞는지 너무나 갈등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무장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시험을 중단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문혜미는 105번 지원자 이신혁에게 시험 응시에 대한 의사를 몇 번이나 확인한 후, 시험을 시작했다.
삐익!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기간트의 두 눈에 붉은빛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저게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헌터 지원자들을 줄줄이 헌터 병원으로 보낸 탓인지 저 안광이 악마처럼 보였다.
기이이이잉!
기간트가 캐터필러를 미친 듯이 회전시키며 연무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지금껏 수많은 헌터 지원자들을 탈락시킨 기간트는 마치 불도저 같았다.
문혜미는 마른침을 삼키며 이신혁을 살폈다.
연무장 끝에 있는 이신혁은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피하세요, 제발. 가만히 서 있지 말고 뭐라도 하란 말이에요······.’
문혜미는 입술을 잘근잘끈 씹으며 이신혁에게 속으로 외쳤다.
도망치라고.
그러지 않으면 다친다고.
괜히 싸우려고 했다간 헌터는커녕 다시는 걷지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이신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바닥에 뿌리를 내리기라도 한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하아······.”
문혜미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육체와 최하급 무기.
그 두 개의 단서로 인해 문혜미는 너무나 뻔한 결과를 상상할 수 있었다.
이신혁이 피범벅이 되어 연무장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모습 말이다.
스윽.
문혜미는 초조한 얼굴로 버튼에 손을 올려두었다.
기간트가 이신혁을 불구로 만들기 전에 빠르게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이신혁 근처까지 도달한 기간트가 집게 팔을 들어올렸다.
지금껏 수많은 헌터 지원자들을 좌절시킨 강철 집게.
그것이 이신혁을 향해 내리꽂히려던 순간.
이신혁이 허리춤에 걸려있던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스각!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푸른 사선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마치 밤하늘에 벼락이 번쩍였다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 방금 그건 뭐였지?’
문혜미를 포함한 시험관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낮에 벼락이 칠 리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놀랄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취이익! 취익! 취이이익!
핸들이 고장난 덤프트럭처럼 달려들던 기간트가 제자리에서 수증기를 마구 뿜어냈다.
그러더니 집게를 선풍기처럼 돌리고, 온몸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드드드드 하고 떨어댔다.
문혜미를 포함한 시험관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순간.
기간트의 몸에 사선으로 갈라지더니.
상하체가 비스듬히 분리된 기간트가 그대로 폭발했다.
“······!”
연무장 한복판에서 발생한 폭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에 문혜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지?
뭐야.
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데.
문혜미는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건 양쪽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시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채점을 위해 눈이 빠지도록 모니터를 주시하던 시험관들 역시 조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눈치 채지 못했다.
슈우우우······.
그러는 동안 연무장은 물론, 카메라까지 가리고 있던 검은 연기가 사라졌다.
그 순간, 문혜미의 눈코입이 쩌억 벌어졌다.
시험관들 역시 합을 맞춘 듯 똑같은 표정을 했다.
“기, 기간트가······!”
기간트가 파괴되었다.
헌터 지원자들을 모조리 헌터 병원으로 보내버렸던 기간트가 너무나 무력하게 파괴되었다.
그리고.
고철 덩어리가 된 기간트 앞에는 한 사람의 사내가 너무나 태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105번 지원자 이신혁이었다.
* * *
자욱한 연기가 사라진 후.
정면을 바라본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기간트란 놈이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을.
누군가 보았다면 환호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난 난처하기만 했다.
‘젠장할. 망했다······.’
나는 내 이마를 감싸쥐었다.
기간트를 파괴해버린 것에 낭패감을 느꼈다.
‘힘 조절을 한다고 한 건데.’
나는 기간트를 파괴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가슴 부분의 타격 포인트를 감격으로 때려서 득점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힘 조절이 잘못된 건지, 기간트를 그냥 완파시키고 말았다.
‘이렇게 물렁물렁할 줄은 몰랐지!’
내가 힘 조절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기간트란 놈에 의해 헌터 지원자들이 매번 나가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헌터 지원자들의 공격 또한 기간트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는 데다가, 기간트의 바디엔 흠집도 안 났고.
그래서 나는 기간트가 단단하다 생각하고 어느 정도 힘을 써서 검격을 날린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가볍게.
그런데 기간트가 완전히 박살이 나버리다니.
이건 완전 낭패였다.
‘하아, 어떡하지? 재시험을 보겠다고 해야 하나?’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높다란 천장에 달린 카메라와 스피커도 보고, 유리벽 바깥의 시험관들도 보았다.
문혜미를 포함한 시험관들은 뭔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뭐지?
나한테 징계라도 주려는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나가자. 나가서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 말해보자.’
고물이 되어버린 기간트를 보던 나는 일단 나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재시험을 보겠다고 부탁하든지, 아니면 고의가 아님을 주장해서라도 징계를 피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시험관 문혜미가 연무장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러더니 유리벽의 자동문까지 열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 저기······.”
나는 일단 사과부터 하려고 했다.
문혜미의 얼굴이 어쩐지 바싹 굳어있기 때문이었다.
“이신혁 씨?”
“아, 네.”
“기간트를 타격해 포인트를 따낸 게 아니라, 아예 기간트를 파괴해버리셨네요······.”
문혜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젠장할.
일부러 이런 게 아닌데.
나는 일단 사과부터 하려했다.
하지만 먼저 입을 연 건 문혜미였다.
“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에 저희 시험관들은 고민했습니다. 이 시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
“저희 시험관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습니다. 실격을 드려야 할지, 아니면 합격을 드려야 할지. 그리고 제 의견만이 남았죠.”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반반으로 갈린 의견에서 문혜미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나는 긴장 가득한 마음으로 문혜미의 답변을 기다렸다.
문혜미가 말했다.
“저는 실전 전투 능력을 평가하는 이 시험의 취지를 생각하여, 합격 처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간트를 파괴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니까요.”
“그, 그럼······.”
입술을 달싹이는 내게 문혜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100점 드리겠습니다. 만점으로 합격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이신혁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