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0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80화
놀러 왔으면 네까짓 게 뭐 어쩔 거냐고, 라고 내뱉은 말.
그 말을 들은 성유나가 숨을 헉하고 들이마셨다.
대놓고 도발적인 말에 크게 놀란 모양이었다.
고명우와 홍세라 또한 소리를 최대한 숨기긴 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상대는 세계 랭킹 1위의 헌터니까.
“시, 신혁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뭐가 무슨 말씀입니까. 그냥 대답한 건데. 통역하세요.”
나는 라이언을 향해 턱짓을 했다.
그러자 성유나가 입술을 달싹이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금일 펼쳐질 작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성유나가 내 말을 유려한 영어로 통역했다.
흐음.
무슨 뜻인진 몰라도 상당히 순화한 것 같은데.
아무튼, 내 통역을 들은 라이언이 말했다.
“하, 작전은 무슨. 그딴 거 필요 없어. 그냥 침투해서 연구소를 쳐부수고, 앞을 막는 새끼들은 다 죽여 버리면 그만인데 뭔 놈의 작전이야? 계집애들처럼.”
라이언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나저나 이신혁, 네 이름은 종종 들어왔다. 네가 테라 길드장 강태하를 죽였다지?”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당연히 문제가 있지. 강태하 그 새끼는 내가 직접 죽이려고 했거든. 그 새끼가 워낙 건방져서 말이야.”
실실 웃으며 하는 라이언의 말을 성유나는 내게 분주히 통역했다.
라이언이 말했다.
“그런데 이젠 상관없을 것 같네. 강태하를 죽인 네놈이 훨씬 더 건방지니까 말이야.”
“네놈에 비하면 나나 강태하는 꽤 공손한 수준인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성유나가 통역했다.
같은 작전에 참여한 만큼 서로 마찰을 빚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크하하! 마찰을 빚지 말자니. 우습군. 네 눈빛을 보니 당장이라도 날 잡아 죽일 것 같은데 말이야.”
“응. 네놈이 아까 세계 헌터 협회에서부터 살살 시비를 거는 걸 보니 지금이라도 칼을 뽑고 싶은 심정이야. 난 강태하처럼 나쁜 놈은 아니지만, 먼저 시비 걸어오는 새끼들한텐 가차 없거든.”
내 말에 성유나가 곧장 통역했다.
작전상황인 만큼 서로 원만한 협조를 했으면 좋겠다고.
그 순간, 라이언의 눈이 성유나를 향했다.
“어이, 통역사 양반.”
“네, 네……?”
라이언의 매서운 눈빛에 성유나가 몸을 작게 떨었다.
“자꾸 중간에서 헛짓거리하는 것 같은데, 한 번만 더 필터링을 했다간 네 모가지부터 뽑아버릴 줄 알아. 알았어?”
“아, 네에…….”
성유나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라이언이 뭔가 위압 스킬을 사용한 건 아니었다.
그저 세계 랭킹 1위 사내의 강렬한 기세에 압도된 것뿐이었다.
“어이, 이신혁.”
“자꾸 이름 부르지 말고 그냥 말해, 이 코쟁이야. 그러다 정들겠어.”
“크큭, 재밌는 놈. 아무튼 나도 당장 널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냥 강태하를 죽인 놈은 어떤 놈인지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야.”
라이언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싱거운 놈이면 작전 중에 죽여 버리려고 했었다. 강태하 그 건방진 놈을 처치할 기회를 뺏겼다는 게 분했거든. 근데 이렇게 대화를 나눠보니까 알겠네. 넌 강태하보다 더 건방지지만 더 강한 놈이기도 하다.”
“너 같은 놈한테 평가받고 싶지 않은데.”
“크크큭, 그래. 아무튼 넌 나한테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는 거야. 그리고 언젠간 알게 되겠지. 너랑 나 중 누가 더 강한지 말이야.”
라이언이 희열이 감도는 얼굴로 말했다.
“난 그때의 파티를 기대하면서 기다리겠다. 그러니 파티가 시작되면 나한테 강태하 이상의 재미를 달라고, 크크큭.”
라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동료인 미국인들에게로 돌아갔다.
건방진 놈.
재미네 뭐네 하면서 주절주절 떠들긴.
세계 랭킹 1위를 무력이 아니라 수다로 들어간 거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나 씨, 괜찮습니까?”
라이언을 노려보던 나는 옆에 있는 성유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네? 아, 네. 괘, 괜찮아요…….”
“별로 안 괜찮으신 것 같은데요.”
“다, 당연하죠. 아니, 신혁 씨.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르세요?”
“압니다, 라이언. 미국의 S급 헌터라면서요.”
“신혁 씨, 죄송하지만 S급 헌터라고 다 같은 급이 아니에요. 저 사람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1위 헌터이자, 세계 랭킹 1위 헌터라고요.”
“그래서요. 그게 뭐가 문젭니까.”
“하아, 그러니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시비를 좀 걸어오더라도 조금은 인내를…….”
“유나 씨.”
나는 성유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통역하면서 들으셨겠지만, 저놈이 먼저 시비를 걸었기 때문에 그렇게 나간 겁니다. 저놈이 건들지만 않았어도 전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
“그리고 라이언 저 새끼의 기세에 억눌리신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력이라면 이쪽에서도 밀리지 않으니까요.”
“헐…….”
성유나가 나를 바라보며 눈동자를 파르르 떨었다.
내가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세계 랭킹 1위인 라이언에게 안 밀린다고 하는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때, 고명우가 말했다.
“저기, 유나 씨라고 했죠? 뭐 때문에 걱정하시는진 알겠는데 그렇게 놀라시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네, 네에? 글로리 길드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 사람은 라이언이에요. 세계 랭킹 1위라고요. 그건 길드장님께서 더 잘 아시는 거잖아요.”
“알죠. 너무 잘 알죠, 라이언이 강하다는 거.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신혁 씨가 밀리지 않는다는 건, 저쪽도 인정하는 바니까요.”
“저쪽이 인정한다고요?”
“네. 라이언이 말했잖습니까, 신혁 씨가 강태하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그리고 본인과 신혁 씨 중에 누가 더 강한지 나중에 알게 될 거라고. 이게 압도적으로 강한 사람의 말이라고 보십니까?”
성유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맞습니다. 라이언은 자신과 신혁 씨가 대등하다는 듯이 말했어요. 그러니까, 신혁 씨의 무력이 밀리지 않는다는 건 신혁 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라이언 쪽에서도 인정하는 거예요. 라이언 정도의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보자마자 알았겠죠. 신혁 씨가 자신과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는 걸요.”
고명우의 말에 성유나는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다 말했다.
“하아, 전 진짜 모르겠네요. 그냥 다들 절 놀리려고 하는 말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혁 씨는 강해요. 제가 가까이에서 본 신혁 씨는 정말 무지막지하게 강했습니다.”
고명우가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 지었다.
고명우 역시 믿기지 않지만, 나이기에 믿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성유나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개X끼.”
한 여성의 욕설이 들려왔다.
테라 길드장 홍세라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찌릿.
홍세라는 건너편의 라이언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라이언은 미국팀 동료들과 함께 낄낄거리며 양주를 들이켜고 있었지만 말이다.
“감히 우리 길드장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죽여 버리겠어.”
홍세라는 눈에서 살기를 뚝뚝 떨어트리며 읊조렸다.
흐음, 라이언이 강태하를 언급해서 그런 거였나.
그래.
강태하를 그토록 믿고 따르던 그녀라면 저런 반응을 보일 법도 하지.
나 역시 강태하를 죽이고 테라 길드에 갔을 때, 홍세라는 나를 잘근잘근 씹어 먹을 듯한 눈빛으로 보곤 했으니까.
스윽.
나는 이를 가는 홍세라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수송 항공기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 밖을 바라보았다.
‘슬슬 도착할 때가 됐나.’
비밀스레 북한에 침투하는 항공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졌다.
목적지인 평안북도 영변에 거의 도착했다는 의미였다.
‘반드시 성공해서 무사히 돌아간다.’
나는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무사히 가족들의 품으로 귀환하겠다고.
* * *
늦은 밤.
이하율은 눈을 떴다.
작은 조명만이 방 안을 밝히는 밤.
“쿠울…….”
옆에는 조하나가 손에 동화책을 든 채로 잠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까무룩 잠이 든 모양이었다.
이하율 역시 조하나의 목소리를 듣다가 잠이 든 모양이었고.
스윽.
이하율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쉬야가 마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방에서 나와 거실로 나오자.
“멍!”
거실에 있던 겨울이가 쪼르르 달려와 반가움을 표했다.
“헤헤, 잠깐만. 하율이 쉬야 좀 하구~!”
이하율 웃으며 말한 뒤,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빠 없이도 씩씩하게 볼일을 본 뒤, 거실로 나왔다.
“하율이 손두 깨끗이 씻었어!”
“멍!”
이하율이 손을 내밀자, 겨울이가 혀를 빼꼼 내밀어 할짝할짝 핥았다.
“이잉, 모야아. 겨울이가 핥아서 침이 묻었자나.”
“멍멍!”
“아라써. 간식 주께. 그러면 되자나. 으휴, 간식밖에 모르는 바부.”
이하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간식을 밥통에 와르르 쏟아주었다.
아그작! 아그작!
허겁저겁 간식을 먹는 겨울이.
이하율은 그런 겨울이의 새하얀 몸을 쓰담쓰담 매만졌다.
그렇게 겨울이가 간식을 다 먹자, 둘은 소파 위에 올라가 앉았다.
“겨울아, 아빠는 모하구 있을까?”
따뜻한 느낌의 조명이 있는 거실에서 이하율은 겨울이를 끌어안은 채로 말했다.
하지만 겨울이가 알 리도 없고, 안다고 해도 대답할 리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아빠가 없어서 그런지 좀 적적했다.
“겨울아.”
“멍!”
“하율이 심심한데 그 여우 같은 모습으로 변해주면 안 대?”
“멍?”
“저번에 하율이 태워줬던 그 여우 있자나. 크고, 하얗고, 복슬복슬한 여우. 그걸루 변신해 주라. 웅?”
“끼잉…….”
겨울이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변신하기가 싫은 눈치인지라 이하율은 말을 보탰다.
“시르면 안 해두 대는데 그냥 하율이가 외로워서 구래. 잠은 안 오는데 아빠두 보구 싶구…….”
이하율의 말에 겨울이는 잠시 고민했다.
이신혁이 절대로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한참 고민하던 겨울이는 결심한 듯 짖었다.
“멍!”
“머라구? 해주겠다구?”
“멍! 멍멍! 멍!”
겨울이가 뭐라고 열심히 말했다.
이하율은 고개를 끄덕거리다 말했다.
“아아, 변할 수는 있는데 아빠한텐 비밀이라는 거징?”
“멍!”
“아하! 그럼 하율이가 비밀루 해줄 테니까 변해줄 수 있어? 아빠한텐 절대루 말 안 할게! 절대절대!”
“멍멍!”
“웅웅. 약속두 할 수 있어. 자아.”
이하율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겨울이는 그 위에 앞발을 톡 얹었다.
그렇게 둘이 굳게 약속을 마친 순간.
파앗!
겨울이의 몸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졌다.
작은 조명만이 전부였던 거실을 환하게 밝히는 빛에 이하율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눈의 통증이 천천히 가라앉았을 때, 이하율은 지그시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떴다.
“앗!”
그 순간, 이하율이 눈을 크게 뜨며 활짝 웃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눈앞에 커다란 백색의 여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복슬복슬한 꼬리가 무려 9개나 달린 여우.
구미호였다.
“꺄아! 여우다아아아!”
이하율이 구미호의 얼굴을 꼬옥 껴안고 비비적거렸다.
조금 전과 달리, 지금의 겨울이는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겨울아, 반가워어! 원래 모습은 징짜 오랜만이네~?”
「그러게. 오랜만이다, 하율아.」
“헤헤, 예뿌다. 부드럽기두 하구. 암튼 고마워, 거울아. 하율이 위해서 이렇게 원래 모습으로 바꿔주구.”
「으응. 대신 이신혁에겐 비밀이야. 만약 구미호의 모습을 드러냈단 걸 그가 알면, 난 정말 큰일이 날 거거든.」
겨울이가 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헤헤, 알아써! 하율이만 믿어. 하율이 입 짱 무거우니까!”
「그래, 알았어. 고마워, 하율아. 그리고 혹시나 걱정되어서 말하는 건데, 이신혁은 너무 걱정하지 마.」
“웅? 왜애?”
「이신혁은…….」
겨울이는 과거에 그와 함께 헬 하운드들을 학살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정말 강해.」
“징짜?”
「응. 이신혁은 강해. 엄청나게 강해. 나도 나름 강하지만, 나로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신혁은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
“웅웅! 하율이두 아빠 믿어! 겨울이 말두 믿구!”
「그래. 그러니까 얼른 자자. 내가 재워줄게.」
겨울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이하율을 등에 태웠다.
이후 이하율을 재우기 위해 널따란 거실을 빙글빙글 돌았다.
‘안전히 돌아와라, 이신혁. 네 딸은 내가 잘 보호하고 있을 테니까.’
새하얀 구미호가 푸르스름한 달빛이 감도는 거실을 조용히 거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