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5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85화
적들이 사방에서 몰려온다는 말.
그 말에 한국팀과 일본팀원들이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초조한 표정으로.
하지만 그들 중 사방에서 다가오는 대군의 기척을 느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나밖에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해.’
사방에서 몰려오는 대군은 강하다.
마력의 파장으로 보아 블랙필은 복용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대부분이 간부급이라 그런지 엄청난 실력자들인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특히나 대군 사이에 끼어 있는 몇몇 대장급들의 마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뭔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마력 파장 하나도 끼어 있었고.
“라이언.”
일단 도주해야 한다고 생각한 나는 앞으로 갔다.
그리고 여전히 저쪽 골짜기의 왕웨이를 노려보고 있는 라이언에게 말했다.
“후퇴해야 한다.”
“넌 빠져라, 이신혁.”
“적들이 몰려오고 있어. 후퇴해야 해.”
“뭔 개소리야? 누가 오고 있다고 그래. 지금 있는 건 왕웨이 저 새끼밖에 없다고.”
하아.
이놈도 못 느끼는 건가.
“넌 못 느끼나 본데, 난 확실히 느끼고 있다. 적들이 몰려오고 있어. 최소 1천 명이 넘는 적이.”
“이신혁, 너 지금 겁나서 그런 모양인데 걱정하지 마라. 나 라이언이야. 그리고 너랑 저 일본 년도 있잖아.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잊었나? 상대에겐 블랙필이 있다.”
“블랙필이 뭐 어쨌다고? 그걸 처먹든 말든 내가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
“블랙필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리고 왕웨이도 블랙필을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왕웨이 저놈의 힘이 10배나 강해진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
왕웨이가 블랙필을 복용할 가능성.
그에 대해 말하자 라이언이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세계 랭킹 1위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거겠지.’
라이언은 강하다.
싸가지는 없지만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왕웨이도 강하다.
그런 왕웨이가 블랙필을 먹는다면?
그렇게 해서 10배나 강해진다면?
라이언 역시 승리를 보장할 수 없었다.
“시끄러워. 그래도 난 물러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라이언은 내 의견에 따르지 않았다.
“라이언, 지금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야.”
“고집? 내 사랑하는 자식들이 저 개X끼한테 죽었어! 그런데 고집이라고? 이게 왜 고집이야!”
“복수할 기회는 나중에도 있을 거다. 그러니 지금은 내 말에 따라.”
“입 닥쳐. 그러다 왕웨이 저 새끼가 또다시 쥐새끼처럼 숨으면? 그럼 이신혁 네가 책임질 거냐?”
“하아,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우리 S급 헌터들은 괜찮아도 나머지 팀원들이 위험해진다고.”
미국팀원들이 마음에 걸린 걸까.
라이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모두 각오했을 거다.”
라이언은 결국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미친놈.
팀원들이 죽어도 괜찮단 말이냐.
‘이놈은 안 되겠어.’
여전히 왕웨이만 바라보고 있는 라이언.
난 이놈을 설득하길 그만뒀다.
하지만 미국팀원들은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다.
“여러분이라도 갑시다.”
미국팀원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미국팀원 3인은 서로의 눈치만 바라볼 뿐,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대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천 명도 넘어요. 그들이 오면 S급 헌터들도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건 물론, 당신들은 죽을 겁니다.”
“…….”
“왜 대답이 없죠? 여기에서 죽을 겁니까? 미국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세요. 여기에서 죽어봤자 개죽음밖에 안 된단 말입니다.”
나는 미국팀원들에게 소리치며 설득했다.
하지만.
절레절레.
미국팀원들은 고개를 저었다.
살고 싶어 하는 눈치는 보였지만, 그들은 결국 라이언을 따르길 택한 것이었다.
“하아, 유나 씨. 갑시다.”
나는 곁에서 분주히 통역을 하던 성유나와 함께 뒤쪽으로 갔다.
그리고 미카와 일본팀, 그리고 한국팀원들에게 말했다.
“미국팀은 설득 못 했습니다.”
“그럼 어떡하죠?”
“두고 갑시다. 여기에 있다간 모두 죽을 겁니다. 저나 미카 씨는 살아도 팀원들은 모두 죽을 거예요.”
내 말에 일본팀과 한국팀원들 모두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진짜 북한군들이 오는지는 몰라도, 다들 죽긴 싫은 모양이었다.
“협회장에게 보고하고 떠나죠.”
나는 그렇게 말한 뒤, 무전기에 대고 세계 헌터 협회장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세계 헌터 협회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현장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 역시 라이언의 성격을 잘 알기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갑시다.”
내 말에 미카와 일본팀, 그리고 한국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떠나려던 순간.
멈칫.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려던 내 발걸음이 멈추었다.
모두가 날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를 빠득 문 채로 말했다.
“……늦었습니다.”
“네?”
“적들이 코앞까지 왔습니다. 늦었어요.”
“저, 정말이에요?”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저 멀리에서 어둠을 뚫고 갈색의 인민군복을 입은 자들이 나타났다.
그러자 한국팀과 일본팀원들이 사방을 바라보며 외쳤다.
“와, 왔다! 정말 왔어!”
“제, 젠장할! 개떼같이 많아!”
“미친. 어떡하지? 완전히 포위됐는데?”
“제기랄. 라이언 저 멍청한 새끼 때문에…….”
사람들이 낭패라는 듯한 말들을 내뱉었다.
낭패감을 느끼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아, 너무 꾸물거렸어.’
후회가 밀려왔다.
라이언을 설득할 시간에 도망쳐야 했는데.
저 머저리 같은 미국팀을 설득하지 말고 가겠다는 사람들만 데리고 도주했어야 했는데.
저 멍청한 고집불통 새끼들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뭐, 뭐지……?”
드디어 알아차린 걸까.
라이언이 당황한 소리를 내뱉었다.
미국팀원들 또한 무기를 든 채 사색이 된 얼굴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왕웨이! 이게 무슨 짓이지?”
라이언이 건너편 골짜기의 왕웨이에게 말했다.
왕웨이는 안주머니에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담배를 빨며 대답했다.
“크크큭, 라이언. 이 멍청한 놈아. 이제야 정신을 차린 거냐?”
“뭐……?”
“라이언, 넌 강하지. 하지만 멍청할 정도로 고집이 세다. 그 황소 같은 성향이 일을 이렇게 만든 거야. 진작에 저 한국의 이신혁 말을 듣지 그랬냐.”
“이 새끼가 지금 무슨…….”
“크크큭,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넌 그놈의 아집 때문에 네 자식새끼들을 잃은 거다. 그리고 이젠 너와 팀까지 죽게 되겠지, 큭큭큭.”
“이 개X끼가……!”
라이언의 눈에서 불티가 튀었다.
당장 달려들어 왕웨이의 목을 뽑아버릴 듯 어마어마한 분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아무래도 사방에서 다가오는 인민군들 때문인 듯했다.
그때였다.
“으하하하! 이게 다 뭐이가. 어째 미국에 일본에 남조선에 부르주아 반동분자 새끼들이 한 자리에 다 모인 거네?”
순식간에 주위를 포위한 인민군들 사이에서 쩌렁쩌렁 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림학철.’
어깨에 별이 무려 4개나 달린 배불뚝이.
그의 이름은 ‘림학철’이었다.
블랙필 연구의 핵이자, 김씨 왕조가 무너진 현재 북한의 최고 권력자였다.
“시, 신혁 씨. 어떡하죠?”
성유나가 물었다.
고명우와 홍세라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인민군 1천여 명 대부분이 간부급이었으며, 그들 모두가 블랙필을 복용한다면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림학철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동무들, 어째 말이 없네. 으응? 누가 입을 다 꿰매놓기라도 한 거이가? 으하하하!”
“…….”
“라이언 동무는 왜 이렇게 조용한 거이가. 소변이라도 마려워? 세계 랭킹 1위의 각성자 전사가 그렇게 기백이 없어서야 되갔어?”
림학철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1천여 명의 각성자들을 거느린 그는 이 상황이 너무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각성자 전사들을 궁지에 몰린 쥐새끼 꼴로 만들다니. 내래 오늘이 생일이 아닌가 싶은데. 안 그런가, 동무들?”
림학철의 말에도 우리 작전팀은 주변만 경계하고 있었다.
우리의 숫자는 12명.
상대는 1천 명.
아무리 우리 쪽에 S급 헌터들이 셋이나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나 극심한 수적 열세였다.
“내래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은 날이야. 새로운 공화국을 재건하면 오늘을 창건일로 지정하고 싶을 정도구만기래.”
“…….”
“동무들, 왜 아무 말도 없네? 혼자만 떠들면 내래 너무 심심하지 않갔어? 으응?”
림학철이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으하하, 이거 원. 워낙 겁에 질려서 입이 안 떨어지는 모양이구만. 기래, 좋아. 그럼 내래 동무들 긴장도 풀어줄 겸 재미난 걸 보여주갔어.”
재밌는 거?
뭘 말하는 거지?
난 용살검을 든 채로 최대한 경계했다.
“동무들, 앞으로 나와보라.”
림학철이 여전히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림학철 뒤쪽의 인민군 사이에서 한 무리의 사내들이 앞으로 나왔다.
50여 명 되는 사람들.
갈색의 인민군복을 입은 그들의 피부색은 아주 다양했다.
백인, 흑인은 물론, 남미쪽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동양인들도 존재했고.
“내래 새로운 공화국에는 예전처럼 꽉꽉 막혀서 지낼 생각은 없어.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한 법 아니갔네?”
림학철이 주변의 백인과 흑인 인민군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조력자 동무들이야. 어떻네. 혁명적으로 늠름하지 않아? 으하하!”
림학철이 다양한 인종의 각성자들을 자랑하며 말했다.
나는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미친놈들.
도대체 뭐에 정신이 팔렸길래 멸망한 국가인 북한에 전향까지 한 거지?
술? 여자? 마약?
뭔진 모르겠지만 한심하군.
나는 그릇된 욕망에 정신이 팔린 자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런데.
“……어?”
전 세계 각지에서 모였다던 각성자들을 둘러보던 내 시선이 멈추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고, 가슴은 쿵쾅거렸다.
누군가 나를 봤다면 영혼이 빠져나갔다고 생각할 정도로 난 멍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표원웅?’
림학철 근처에 서 있는 동양인.
그는 다름 아닌 ‘표원웅’이었다.
글로리 길드의 부길드장이었던 표원웅 말이다.
“시, 신혁 씨. 잠깐만요. 저기 저 사람…….”
고명우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그 역시 표원웅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아, 아니죠? 신혁 씨, 아니죠? 제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거죠?”
“아뇨,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습니다.”
“그, 그럼 저기 저 인민군이 저희 글로리 부길드장님이란 말인가요?”
“네.”
“……!”
맞다는 말에 고명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현실을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성유나와 홍세라.
표원웅을 아는 한국인들은 전부 다 크게 놀라고 있었다.
고명우가 말했다.
“아, 아니. 부길드장님이 왜 여기에 계신 거죠? 림학철 옆에 있는 이유는 또 뭐고요?”
“저도 모르죠.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더 이상 저자는 저희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
표원웅은 이제 우리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그때, 림학철이 말했다.
“하하하, 아무래도 인연이 깊은 동무들이 있는 모양이구만. 표원웅 동무, 어떻게 옛 인연들과 담소라도 나눠보지 않갔어?”
림학철의 말에 표원웅이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그는 앞으로 나서더니,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이신혁.”
부길드장 자리를 건 대련에서 패배한 뒤 홀연히 사라졌던 표원웅.
그와 재회한 순간이었다.
머나먼 북한 땅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