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ad is a sword master RAW novel - Chapter 187
우리 아빠는 소드마스터 187화
빛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온 표원웅.
그는 검은 눈을 부라리며 내게로 다가와 검을 뻗었고.
채애애애앵!
나는 그것을 받아냈다.
손목이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추진력을 동반한 표원웅의 검격에 부담을 느낀 것이었다.
‘과거엔 이러지 않았는데.’
일전에 부길드장 자리를 두고 공개 대련을 할 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나는 표원웅을 압도했고, 고작 몇 합만에 표원웅의 신화급 갑옷을 뚫고 승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표원웅의 검격은 충분히 매서웠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가진 나조차도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표원웅,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표원웅을 검으로 밀어낸 나는, 놈과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둔 채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야.”
“블랙필의 효능은 결국 사라진다. 그러니 남한으로 돌아가서 사죄하고 살아. 그러면 된다.”
“웃기고 있군. 난 이미 전향한 상태다. 남한 사람이 아니라 공화국의 사람이란 말이다.”
공화국이라.
정말 북한 사람처럼 구는 모습에 할 말이 없었다.
“정말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 거냐.”
“그래, 없어. 한국을 떠나 공화국으로 올 때부터 내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표원웅이 검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북조선의 힘을 등에 업고 이신혁 네놈을 제거한다는 마음 말이야.”
표원웅이 눈에서 살기를 뿌리며 말했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모습에 나 역시 체념했다.
이미 알고 있긴 했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확신하게 되었다.
표원웅은 이제 대한민국의 사람이 아니었다.
“좋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마음으로 용살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칼자루를 꽉 쥔 채 말을 이었다.
“적국으로 전향했으니, 이제부턴 전임 부길드장이 아니라 적이라 생각하고 행동해 주마.”
“바라던 바다.”
표원웅이 사악하게 웃었다.
그 순간, 나는 땅을 박차고 달려갔고.
표원웅 역시 총알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콰과아아아앙!
* * *
주변에서 인민군들이 우르르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폭발음,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도 들려왔다.
그 모든 것을 보고 있는 림학철은 정말이지 즐거웠다.
모든 게 자신의 계획대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하하! 죽이라! 감히 공화국에 쳐들어온 간나 새끼들을 모조리 갈아버리라!”
림학철이 검은 오러를 뿜어내며 소리쳤다.
입가에 웃음기가 가득한 림학철은 지금 이 순간이 그저 천국 같았다.
* * *
세계 랭킹 1위의 헌터 ‘라이언’.
그는 전장을 바라보았다.
인민군의 갈색 군복과 흑색의 오러로 뒤덮인 전장은 마치 흑색의 불바다 같았다.
인민군들이 워낙 많은 나머지 대지가 검은 불길에 활활 타오르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제기랄…….’
라이언은 낭패감을 느꼈다.
조금 전에야 정신이 든 그는 자신의 멍청한 짓에 대해 자책했다.
‘나 때문에…….’
라이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미국팀원들이었다.
단 3명의 미국팀원.
미국에서 라이언 다음으로 가장 강한 헌터들은 엄청나게 고전하고 있었다.
한 명당 인민군 100여 명을 달고 싸우는 그들은 너무나 위태로워 보였다.
아니, 실제로 이미 피투성이가 된 이들도 있었고.
‘되돌려야 해. 내가 저지른 실수인 만큼 내가 되돌려야 해.’
라이언은 결심했다.
자신이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겠다고.
지금 나선대도 많은 부분이 망가졌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복구해보겠다고.
파지지직!
라이언의 양팔에서 붉은 전류가 흘렀다.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두 팔뚝의 전류.
라이언을 그것을 머금은 채로, 하늘로 도약했다.
그리고 미국팀원들을 미친 듯이 공격하고 있는 인민군들을 향해 하강했다.
콰과아아아아앙!
라이언의 하강은 핵폭탄과 같았다.
사방에 울려 퍼지는 지진과 흙먼지.
그 사이에서 라이언을 주먹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콰아아앙! 콰아앙! 콰과아아앙!
흙먼지 속의 인민군들.
날려버리고, 쓰러뜨리고, 목을 뽑아버려도 또다시 달려드는 인민군들.
그들을 향해 라이언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공화국의 매운맛을 보여주갔어!”
“간나 새끼야, 이리 오라!”
“미제 아새끼야, 북조선의 칼날을 받으라!”
인민군들이 검은 오러를 뿜어내며 계속해서 공격을 내질렀다.
칼을 휘두르고, 마나건을 쏘고, 고열의 화염을 발사하는 인민군들.
하지만 라이언은 피하지 않았다.
콰과아앙! 콰앙! 콰과아아앙!
라이언은 모든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며 주먹을 휘둘렀다.
상대는 블랙필까지 복용한 인민군들이지만, 라이언의 몸에는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전부 죽여주마!”
흙먼지 속에서 라이언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붉은 전류를 휘감은 주먹이 인민군에게 닿을 때마다 구멍이 뻥뻥 뚫렸고.
발을 휘두를 때마다 전투기의 폭격과도 같은 폭발이 치솟았다.
세계 랭킹 1위 사내의 어마어마한 무력이었다.
“한꺼번에 들어와라! 모조리 갈아버릴 테니까!”
라이언이 짐승처럼 포효하며 인민군들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눈의 인민군들은 맹렬히 달려들었지만, 코뿔소와도 같은 라이언에게 얻어맞아 무참히 나가떨어졌다.
아무리 블랙필을 복용했다고 한들, 분노한 라이언을 당해낼 순 없었던 것이다.
그때, 흙먼지 속에 실루엣 하나가 나타났다.
‘오너라.’
라이언은 다가올 인민군의 안면을 유리창처럼 부숴버리기 위해 주먹을 당겼다.
하지만.
콰직!
얻어맞은 건 다름 아닌 라이언 쪽이었다.
커헉, 소리를 내며 입에서 피를 뿜어낸 라이언.
허리를 새우처럼 굽힌 그가 전방을 보며 자신을 때린 자를 바라보았다.
‘……왕웨이?’
순식간에 날아와 자신의 복부를 후려친 남자.
그건 다름 아닌 중국의 S급 헌터, 왕웨이였다.
콰당탕!
라이언은 엉망으로 나가떨어졌다.
땅바닥에 처박힌 뒤, 미국팀원들에게 부축받아 일어난 라이언.
그의 동공이 파르르 흔들렸다.
‘와, 왕웨이가 나를……?’
왕웨이가 자신을 나가떨어지게 만들다니.
아니, 심지어 움직임조차 포착하지 못하다니.
미카도 아니고 세계 랭킹 3위 나부랭이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다니.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군림했던 라이언은 이 상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왜 그러지, 라이언? 설마 당황스러워서 그런가?”
흙먼지가 밤바람에 밀려 사라진 후, 모습이 드러난 왕웨이가 말했다.
여전히 담배를 물고 있는 그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왕웨이가 말했다.
“당황스러워할 것도 없어. 블랙필을 복용한 난 예전의 내가 아니니까.”
“…….”
“크크큭, 벌벌 떠는 꼴을 보니 뭔가 불쌍해지려고 하는데? 너무 그러지는 마.”
왕웨이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죽이기 미안해지잖아.”
그 순간, 왕웨이가 팟 하고 사라졌다.
불안감을 느낀 라이언이 자신을 부축하고 있던 미국팀원들을 확 밀쳤다.
그리고.
콰과아아아앙!
라이언이 있던 곳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었다.
* * *
테라 길드장 홍세라.
그녀는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제기랄…….’
‘분홍색 익룡’으로 변한 홍세라.
번신 능력으로 한숨 돌린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를 빠득 물었다.
어두컴컴한 대지에선 그야말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압도적인 전쟁 말이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비행 중인 홍세라는 낭패감을 느꼈다.
북한 게이트 토벌권의 절반을 준다는 이신혁의 말에 북한까지 오긴 왔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니, 블랙필 연구소에 침투했을 때까지만 해도 상황은 괜찮았다.
하지만 미국의 라이언 저 고집불통이 미끼에 걸리는 바람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전부 죽고 말 텐데.’
전장을 내려다보는 홍세라의 머릿속에는 ‘전멸’이라는 단어만이 가득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하긴 했다.
아군 측에는 S급 헌터가 3명이나 있으니 어쩌면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상상에 불과했다.
아무리 회로를 긍정적으로 돌려보려 노력해도 승리 확률은 제로에 수렴했다.
S급 헌터 3명이 있어도, 아무리 그들과 함께 온 작전팀원들이 월드 클래스들이라 해도 저 많은 인민군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다.
심지어 상대는 전투력을 10배로 폭증시키는 블랙필을 복용하지 않았던가.
이래서는 승률이 0.00001%도 되지 않았다.
‘도망치는 게 현명한데…….’
검은색 불바다가 되어버린 전장.
역전의 기색도 보이지 않는 전황.
이런 상황에선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다.
게이트 토벌권이고 뭐고 일단 비행해서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이신혁…….’
하지만 왜일까.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신혁과 했던 약속이 뭐라고.
이신혁 그놈이 뭐라고 자꾸만 그의 목소리가 떠올라 훨훨 날아가 버릴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화르륵!
검은 불바다 사이에서 화염구가 빠르게 날아왔다.
몸과 날개를 비틀어 빠르게 피한 홍세라.
그녀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쐐애애액!
쐐애애액!
쐐애애액!
어마어마한 양의 스킬들이 빠르게 날아왔다.
화염구, 벼락 줄기, 아이스 스피어, 그리고 마나건의 빛줄기까지.
스킬의 종류를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는 공격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휘익! 휙! 휘이이익!
분홍색 익룡 상태의 홍세라는 공중을 빠르게 휘저으며 공격을 피했다.
익룡의 비행 속도는 최고 시속 120킬로미터.
마력의 힘을 등에 업은 홍세라는 그 2배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비를 피할 수는 없는 법.
콰과아아아아!
정신없이 회피하던 홍세라는 결국 격추당하고 말았다.
‘이런. 날개가……!’
하필 공격당한 곳은 오른쪽 날개.
그것도 관절 부분을 격추당한 홍세라는 빠르게 추락했다.
중력의 힘에 따라 빠르게 떨어지는 홍세라.
그녀는 이를 빠득 물었다.
그리고.
팟!
빠르게 모습을 바꿨다.
몸이 작고, 날개가 커다란 익룡 상태가 빠르게 변했다.
쑤욱!
몸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으며, 머리와 꼬리가 앞뒤로 길게 자라났다.
익룡보다도, 티라노보다도 훨씬 더 크게.
콰과아아아앙!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덩치로 추락한 홍세라에 인민군들이 짓밟혔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로 기둥처럼 높다란 머리가 쑥 올라왔다.
“키야아아아아아!”
기다란 목을 가진 ‘브라키오사우루스’가 허공을 바라보며 포효했다.
분홍색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바라보며 당황한 인민군들은 마법 캐스팅을 멈추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상태의 홍세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키야아아아악!”
귀가 찢어질 듯한 괴성과 함께 머리와 채찍을 꼬리라도 되는 것처럼 휘둘렀다.
콰과광, 소리와 함께 주변이 난장판이 되었고 인민군들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인민군들은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들었고, 그들이 아니어도 새로 달려들 인민군들은 썩어 넘치도록 있었다.
‘이신혁, 나중에 약속 꼭 지켜라. 안 지키면 네놈은 내가 죽여 버릴 거야.’
분홍색 브라키오사우루스 상태의 홍세라는 이를 빠득 문 채로 꼬리를 휘둘렀다.
아무래도 오늘의 싸움은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